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35화 (135/149)

〈 135화 〉 방송 분기

* * *

방송...이라.

그러고 보면 방송한다고 했었지.

"버튜버...는 캐릭터로 출현하는 걸 말하는 거지."

"응? 응응!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

"..."

내 질문에 눈을 반짝이면서 답하는 미아.

아무래도 내가 들어왔을 때 대한 플랜을 완벽하게 짜고 있는 모양이다.

...귀찮을 거 같아.

[그래도 한 번쯤 참가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계시죠.]

"..."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

내가 인지도를 쌓기 위해 했던 방송이 떠오른다.

프로게이머로서가 아닌 순수하게 모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했던 방송.

...누구보다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고 싶다.

순수하게 웃으며 그걸 떠올리게 하는 아이를 뿌리치는 건, 힘들다고 생각했다.

"버튜버면, 캐릭터는 어떻게 할 거야."

"외형 이야기로 기본 틀은 짜놨을 거야. 이제 다음은 얼굴 인식해서 조금 바꾸는 정도?"

"...얼굴 인식?"

"그냥 기본 외형으로 해도 되고."

"아냐, 괜찮아."

어차피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한 번 이상 쓸 일도 없을 테니까.

어느 쪽이든 아무래도 좋으니까, 원하는 쪽으로 맞춰주자.

"그, 괜찮겠어? 방송 은근 귀찮을 텐데..."

"...응."

방송에서 능력을 쓰라든가 그런 게 아니면 상관없다.

애초에 미아는 일반인이라 내가 마법 소녀라는 사실을 모를 테고.

­­­­

"..."

"와, 진짜 듣기만 했는데...! 조금만 기다려줘!"

오자마자 누군가에게 붙잡혀서 웬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고정 당한다.

곧바로 방송으로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한 적 없지만, 그래도 이 처우는 좀 힘든데.

게다가 사람들 시선이 계속 집중되고 있는 것도 부담된다.

...의자에 앉아 있어서 다행이네.

"언니, 설이 힘든 거 같은..."

"잠깐만! 조금이면 돼! 힘내! 아니, 힘내주세요!"

"아하하하..."

과연 미아도 상관을 예상하지 못한 건지, 어색하게 웃는 모습.

광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프로 의식 역시 같이 느껴진다.

눈 앞에 있는 이 작품을 완벽하게 완성하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작업을 열중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냥 사진 찍어서 보면서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사진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모를 렌의 말이었지만, 고개를 살짝 젓는 것으로 부정한다.

아까 얼굴각도라든지, 이런저런 수정 사항을 보이는 거로 봐선 3D화시키는 거라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모양.

사진으론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괜찮아?"

"응."

가볍게 물어오는 세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애초에 이미 인류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강해진 몸이다.

장기간 가만히 있다고 힘들 이유는 없었다.

...좀 심심할 뿐.

"자, 이거라도 마셔."

"물...은 아니네."

"응, 이온음료라고 생각하고 마시면 돼."

이온음료면 이온음료지 이온 음료라고 생각하는 건 뭐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세희가 주는 페트병 뚜껑을 딴다.

...왠지 껍데기도 벗겨놔서 뭔진 모르겠지만.

"...!"

"자, 포기하지 말고?"

"%$&$@%!"

한 모금 입에 담는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쓴맛과 단맛의 혼종.

내가 눈을 크게 뜨며 페트병을 밀어내려는 순간, 세희가 웃으면서 페트병을 전부 들이키게 한다.

사, 살...려...줘...

[음, 마스터한테 이로운 물질만 가득하니까... 저는 가만히 있겠습니다.]

레에에에엔?!

"자자, 뭘 먹이는 건진 모르겠는데 장난은 거기까지! 거의 막바지야."

"네~"

내가 반쯤 혼이 나가기 시작할 때 제지가 걸려온다.

그러자 절반 이상 빈 페트를 입에서 떼주곤 뚜껑을 닫는 세희.

...어지럽다.

"...렌."

[몸 상태, 더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

실시간으로 적용되는 포션 류였는지, 기력이 과장될 정도로 높아졌다는 건 느껴진다.

그래도 굳이 먹을 필요까진 없는 게...

[저도 궁금하긴 하군요? 방송이 얼마나 귀찮은 거길래 올 포션까지 먹이는 건지...]

"올 포션."

[엘릭서라고 불리는 포션입니다.]

"..."

네? 모라구요?

내가 신기한 걸 보는 표정으로 세희를 바라보자, 작업하던 디자이너가 찌릿하고 노려본다.

그 모습에 다시 정면을 응시하자, 미아가 말했다.

"언니, 방송시간 30분 남았는데 괜찮아?"

"이걸로... 마무리."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용도를 몰랐던 기기들이 전부 다 빛을 뿌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내 주변에 모이는 빛에 잠깐 인상을 찌푸리자, 뭔가 고글 같은 걸 나에게 씌워주는 미아.

그러자...

"...아."

뭔가 허공에 떠있는 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양손에 뭔가 씌워지는 감각이 들더니, 동시에 발과 다리, 허리에도 뭔가가 부착된다.

...응? 모션 인식?

"VR이야!"

"...VR이 상당히 발전했네."

조금 감각이 이상하긴 하지만, 큰 위화감은 없다.

주변을 둘러보자 보이는 건, 묘하게 익숙한 폐허의 풍경.

큰 건물들은 죄다 부서지고, 작은 건물들은 썩은 몸체를 가진 인간들이 득실거린다.

[튜토리얼 입니다.]

[속성을 정해주세요.]

뜬금없는 내용에 눈을 깜박이자, 추가 설명이 이어진다.

[흔히 4대 속성, 8대 속성이라 불리는 속성들까지 전부 내장되어 있고, 히든 속성도 몇 개 숨겨져 있습니다.]

[보통 화,수,풍,지 중에 선택합니다.]

"그럼 성(?) 속성은."

[성(?) 속성 말씀하시는 겁니까?]

"별 속성을 말하는 거야."

내 질문에 마치 에러라도 걸린 것처럼 시스템 창이 공백으로 변한다.

시스템 에러를 처음 본 건지, 미아가 당황할 때 즈음.

옆에 검은 머리칼에 순둥한 인상을 주는 학생이 나타난다.

"문제 생겼어?"

"...아마."

"나도 이 겜 좀 했었는데 이런 건 처음인데... 근데 별 속성? 그건 무슨 속성이야?"

"말 그대로."

"처음 듣는데..."

"상혁이지."

"어? 어. 방송할 때는 샤르빈이라고 부르면 돼. 너도 이름 하나 정해놓지그래? 스노우라던가?"

대놓고 제 마법 소녀 명인데요?

그의 말에 움찔하다가 고개를 젓는다.

스노우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해버리면, 진지해져 버리고 만다.

지금하는 건 어디까지나 즐기기 위한 게임.

그럼...

"...루시."

"루시? 음... 있을 거 같은데."

"루시파레."

"루시파레? 이름 너무 길..."

"루시나 파레로 좋아."

내가 가만히 바라보면서 대답하자, 뭔가 알겠다는 것처럼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뭔가 사연이 있는 이름인가 보네?"

"응."

내 프로게이머 시절 닉네임.

보통 파레라고 불렸던 그 닉네임을 말했지만, 알아보는 기색은 없다.

이쪽 세계에는 내가 없는 걸까? 아니면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은 걸까.

...알 수 없다.

"그럼..."

[갱신 완료. 속성 성(?) 속성 선택으로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튜토리얼을 생략합니다.]

[첫 번째 퀘스트 갱신합니다.]

[다수 플레이어 감지, 플레이어 기다리는 중...]

"엥?"

상혁이의 당황한 목소리와 동시에 금발 캐릭터와 붉은 트윈 테일의 소녀들이 나타난다.

원래 미아와는 다르게 금발에 활발해 보이는 캐릭터와 세희의 사신 모드가 애니메이션화 되면 나올 법한 모습의 캐릭터.

내가 눈을 깜박이며 그걸 바라볼 때, 나도 모르는 사이 몸에 마법 소녀폼이 입혀진다.

"뭐야뭐야? 이 게임 해봤엉!? 직업까지 바로 정했네!? 아니, 그보다 튜토리얼 스킵 했어?"

"처음..."

말을 이으려는 순간, 장소가 이동된다.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건물이 가득한 공간.

어딘가의 아지트려나? 하면서 생각할 때 즈음,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반역자들 아지트에 숨어있는 적들을 소탕하십시오.]

"?"

"?"

"네?"

"첫 임무치곤 힘들어 보이네."

[무기를 소환하십시오, 해방자여.]

모두가 당황하는 걸 보며 상황이 이상하단 걸 인지했지만, 시스템의 말에 따라 각자 자신의 무기를 꺼내든다.

상혁이가 꺼낸 건, 검과 방패...인데 뭔가 사이버네틱 한 기계로 만들어져있다.

"이, 일단 난이도 중 정도니까, 어찌어찌 할 수 있을 거야! 응!"

"뭐, 어떻게든 할 순 있잖아. 준비해보자. 무기 꺼내는 건 오른쪽 버튼 누르면 돼."

미아가 급하게 말하고, 상혁이가 다독이듯 그렇게 말한다.

무기 소환 버튼을 누르자 보이는 건, 왠 쇠로 된 봉과 비슷한 물건.

가볍게 봉을 쥐자, 익숙한 감각이 몸에 퍼진다.

"마법 계열인가 보네."

"그럼 내가 전열 설 테니까, 루냐가 탐색 부탁해. 파레는 후방에서 대기. 르마는... 뭐, 알아서 해."

"나한테만 너무한데!?"

"누가 몽둥이 든 고인물한테 훈수하냐...?"

"몽둥이는 뭐야."

"일반인."

"...일반인."

"어, 일반인."

모예요, 왜 능력자 게임에서 능력 없는 게 있어요.

그런 생각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미아는 그저 아하하. 하면서 웃을 뿐.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이동 버튼을 누를 때였다.

"북서쪽, 스나이퍼! 정면에 반역자 부대 2파티!"

"마법 가능해?"

"...응, 아마도."

익숙하게 별의 마력을 모으다가 2개의 겹치는 감각에 흠칫하고 만다.

실제로도 마력을 모으고 있다.

실시간으로 마력을 연산해 실제 마력과 가상의 마력을 구별해내고, 그대로 연산한다.

응, 가능할 거 같다.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

"그건 또 뭔 마법..."

콰아아아앙!

세희가 띄운 좌표를 향해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를 날리자, 그대로 반역자 한 부대가 전멸한다.

멍청히 그걸 바라보다가 곧바로 스나이퍼 라이플을 들어 저격하는 세희.

상혁이는 놀라면서도 차분하게 달려오는 적 부대 앞에 선다.

"막을 테니까, 부탁해."

"오케이~ 알고 있다규!"

바닥에 거대한 방패를 내리찍자, 제법 큰 범위로 생겨나는 장벽.

그러자 몽둥이 하나만 들고 있던 미아가 능숙하게 그의 어깨를 밟더니, 그대로 높게 점프한다!

"일반인 오의!"

"그런 거 하지 마..."

"내리찍기!"

이딴 게 오의?

상대 스나이퍼가 저격하는 걸 허공에서 어떻게든 빗겨내더니, 그대로 가장 전열에 있던 적을 내리찍는다.

그러자 창이나 검을 들고 있던 적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어그로가 끌리고...

"그대로 폭발해버려!"

세희가 소리침과 동시에 미아가 있던 위치에 대형 폭탄이 떨어진다!

콰앙! 탕!

그리고 동시에 세희에게로 조준된 건지, 그녀의 머리로 새겨지는 붉은 실선.

총성이 들리자마자, 상혁이가 시동어를 읊는다.

"커버."

그리고 동시에 내 앞에서 휙 하고 사라지더니, 세희 앞에서 총탄을 막아내는 모습.

능숙하게 그의 방패 위에 스나이퍼 라이플을 올린 그녀가 탕! 하고 쏘자, 먼 거리에서 피격 판정이 보인다.

[퀘스트 클리어]

[시나리오를 보시겠습니까?]

"아, 이건 못 참지. 언니! 방송 켜도 돼!?"

"새로운 시나리오가 업데이트됐던가...?"

갑자기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소리치는 미아와 고개를 갸웃하면서 라이플을 하늘로 올리는 세희.

상혁이는 음... 하면서 잠시 상황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업데이트 없었어. 이거 원래 있었단 소린데."

"이스터 에그인가 보네."

"그런가 보다. 원인은..."

"파레가 별 속성을 고른 거겠지."

"응."

잠시 후.

방송을 킨 건지 다시 접속한 미아가 잠시 우리와 떨어진 거리에서 혼자 떠들기 시작한다.

"안녕~ 르마가 왔다규! 다 인사하라규!"

"..."

"응? 방송 빨리 켰다고? 물론! 오늘은 스페셜 게스트가 있기 때문이징~"

장난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하는 걸 잠시 바라본다.

"짜잔! 소개합니다! 루냐와 샤르빈이라규!"

"안녕~ 또 보게 됐네. 오늘도 캐리 담당으로 왔냐고? 아하하, 르마도 나름 고인물이잖아? 캐리 담당은 르마겠지."

"하아.. 안녕, 루냐야. 오늘도 귀찮은데... 끌려왔네."

"에~ 평소랑 같은 멤버 아니냐고? 그럴 수 있지! 그런 게스트가 없다면! 새롭게 소개합니다! 루시파레입니당!"

"...안녕."

그녀가 소개하면서 카메라를 비추자, 나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인사한다.

채팅창은... 따로 안 보여서 반응을 모르겠네.

아무래도 좋지만.

"예쁘다고? 당연하징! 누가 만든 건데! 아무튼, 루시파레도 내 친구야! 파레라고 불러줘!"

"반가워."

"쿨데레냐고? 어... 맞나? 맞을걸? 몰?루! 아, 그보다 들어봐! 파레가 게임 처음 하더니 새 루트 찾았거든!? 지금 1라운드가 반란군이야!"

과장되는 몸짓으로 그렇게 설명하더니, 세희한테 진행해달라는 몸짓을 하는 미아.

그러자 귀찮다는 것처럼 한숨을 내쉰 세희가 라이플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새 루트가 맞아. 지금 다음 시나리오 진행 보니까 처음 보는 이름이거든."

"..."

이거 나만 채팅창 안 보이는 거야?

세희의 대답에 잠시 눈앞의 시스템을 건드리기 시작할 때였다.

[시나리오를 자동 진행합니다.]

시나리오가 자동으로 시작되더니, 문에서 뚜벅뚜벅 누군가가 걸어나오기 시작한다.

스토리를 즐기려는 건지, 모두가 조용해지는 모습.

그리고...

"..."

"어라...?"

눈 앞에 나타난 인물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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