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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30화 (130/149)

〈 130화 〉 D­Day까지 6일

* * *

"이렇게 만드는 거구마?"

"응, 그렇지."

전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알려주고 싶었던 건,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

똑같은 별의 마력을 사용하고, 비슷한 마법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결계의 안쪽.

뭔가가 파괴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은 편이었다.

"생각보단 할만하데이? 옷은 못 바꾸는기가?"

"옷 바꾸는 건..."

생각해보니 마법 소녀 복에 익숙해져서 나도 그대로 다니고 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마법 소녀 복도 바꿀 수 있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별 생각 없이 옷을 건드리자, 원래 입고 있던 옷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어라? 나 마법 소녀 변신 필요 없는 게?

[변신이 필요 없는 건 한참 전부터 아니었습니까? 어차피 모든 옷을 마력으로 만들고 있었으니까요.]

"앗."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렇다는 건 이젠 평상복 입은 채로도 싸울 수 있단 이야기다.

...그게 더 이상한가?

[마법 소녀 복장으로 변하면 원래 있던 옷을 킵한 채로 마력 옷을 입게 되는 거니까, 그래도 변신하고 싸우는 게 낫긴 합니다. 원래 옷은 찢어지면 못 고치니까요.]

"원래 옷 모양만 기억하고 있으면 그 옷을 마력으로도 만들 수 있는 거잖아."

[그건 맞습니다만...]

"무슨 이야기 하는 거고? 그보다 그건 휙휙 바껴서 잘 모르겠데이."

내가 마력을 활용해 계속 옷을 바꾸자, 그녀는 유심히 바라보면서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걸 바라본다.

...옷을 바꾸는 거 자체는 마력 사용이 상당히 능숙해진 후에야 가능했던 일.

세연이가 마력 컨트롤을 계속 연습하지 않고서야 알아내는 건 무리겠지.

"그래도... 능력을 여러 개 쓸 수 있는 건 좋데이. 원래 따로따로 써야 했는데."

"여러 개 쓸 수 있는 거구나."

"해보니까 그렇다."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에 다양한 속성 능력을 만들어내는 모습.

마법 소녀로서의 마법으로 통합된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내 눈에 사용법이 읽히진 않아.

"..."

불편하다.

솔직히 내가 쓰는 마법보다 약한 능력들이라 필요 없지만, 눈앞에 마법이 있는데 못 배운다는 건, 더없이 불편하다.

[굳이 그렇게 욕심부리실 건...]

"응."

그냥 업적 달성하는 게이머의 마음가짐이니까, 애써 넘기도록 하자.

어찌저찌 슈팅 스타를 익히게 할 때 즈음.

그 난장판에서도 세희가 조치한 결계 안에서 서류 작업을 마친 수진이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결계 밖으로 사라지는 서류와 테이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곳에 있던 모든 가구가 사라진다.

"세희, 아예 학교 배경을 지울 수 있겠나?"

"응? 뭐하게?"

갑작스레 세희에게 요청하는 그녀에게 불길함을 느끼지만, 애써 마음을 다듬으면서 말했다.

"이번엔 날아볼래?"

"날아...? 인간은 날아다닐 수 없데이?"

"마법 소녀는 날 수 있어."

"아니, 날아다닐 수 없는데..."

그렇게 말하던 중 내가 자연스럽게 날아오르자, 그녀는 띠용. 하면서 눈동자를 크게 뜨다가, 이내 시선을 피한다.

점점 얼굴을 붉히는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할 때, 세희가 말했다.

"아니, 그... 그 복장으로 날면 좀 위험하지 않아?"

"아, 속옷 보이는 거 이야기구나."

"거기선 담담할 부분이 아니거든? 시우 얘도 시선 피하는 거 안 보여?"

"인간은 날 수 없데이! 나는 치녀가 아니다!"

누가 치녀야 누가.

그녀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면서 마법 소녀 폼을 풀고, 청바지로 옷을 바꾼다.

그제야 크흠. 하면서 시선을 원래대로 돌리는 시우의 모습.

...저쪽 세계관은 뭔지 모르겠지만, 저기도 러브 코미디인 건 아니겠지?

"근데 날아다니니까 진짜 마법 소녀 같네."

"설, 잠시 괜찮겠나?"

"안 괜찮아."

"...아직 이야기도 안했다만."

"무기에 갑주까지 입고 말하면 이야기한 거나 다름없어."

완전 무장 상태로 검붉은빛 검을 늘어뜨린 샤브린을 보며, 고개를 젓는다.

굳이 샤브린이랑 싸우고 싶진 않다.

게다가 샤브린은 비행 못 하잖아.

"간단한 이야기다. 네 마력량에 흥미가 있다."

"...마력량?"

"그래, 전투 센스도 있겠지만, 모처럼 마력을 양껏 담아서 쏴도 막아낼 것 같군. 최근 스트레스가 좀 쌓여서 말이다만, 받아주겠나?"

"프러포즈처럼 말하면서 실상은 공격해보고 싶단 소리네."

"정답이다."

전투광 같으니.

그래도 기술 한 발만 쏘고 싶다는 이야기다.

...이런 러브 코미디 세계관에 있었으면, 전투광이 욕구 불만일 수도 있겠지.

샤브린이랑 힘겨루기 해본 지 오래됐으니까, 딱 한 번만 받아볼까.

"좋아, 레벨리온 싸이트로 하는 거지?"

"...호오? 어떻게 알았지?"

"나는 널 본 적이 있으니까."

"재밌군. 좋아, 레벨리온이다. 알고 있다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까 한 말이겠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레벨리온에 붉은 기운이 깃들기 시작한다.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를 내리그으려다가, 문득 든 생각에 세르칸을 레벨리온으로 변형.

나 역시 레벨리온 싸이트를 준비한다.

[...주인, 갑자기 깨운 건 그렇다 치는데 이게 뭔 상황이다냐?]

"샤브린이 한 번만 쏘고 싶데."

[그래, 그건 알겠는데... 왜 같은 기술?]

"세르칸, 이길 수 있을 테니까."

[...허참, 진짜를 이기라는 건 또 무슨 소린가 싶긴 한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마력을 양껏 받아먹은 세르칸의 기운이 날뛴다.

거의 한계치까지 담았을 때 즈음.

"간다."

"응."

""레벨리온 싸이트.""

[Rebellion sight]

[오케이!]

고오오오오! 콰아아아아아앙!

서로를 향해 휘두르자, 허공에서 붉은 파괴의 기운이 서로 격돌한다.

슬쩍 시우와 세희, 세연이가 있는 곳을 확인하니 제법 허탈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힘 겨루기에 집중하고 있는 나에게 시우와 세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뭐꼬."

"...내가 진짜 저쪽 세계 가서 잘할 수 있을까?"

"조력자인가 뭔가 혼자서 괴물 죽일 수 있을 거 같데이..."

생각보다 괴물이 약한 모양이네.

폭발의 연기가 가시자 보이는 건, 정중앙 바닥이 파인 흔적.

어차피 결계 안이라서 밖에 피해 주는 일은 없으니 좋다.

학교 건물 자체도 수진이가 해달라고 해서 사라졌고.

"흐음~ 같은 기술이라, 레벨리온이 카피 되는 건 정말 의왼데? 이것도 가능한가?"

"...그건 좀."

샤브린이 활을 드는 걸 본 순간, 나는 드물게 식은땀을 삐질 흘리고 만다.

저거 디스트로이 월드 쏘던 활 맞지?

[네, 덧붙여 결계 같은 곳에서 쓰면 결계 파쇄 효과도 부여됩니다.]

우와, 사기 무기 같으니.

그런 생각을 할 때, 세희가 당연하다는 것처럼 타오르는 머리칼을 휘날리며 샤브린의 앞에 나타났다.

"안 돼. 이 꼬라지를 밖에 보이려고?"

"...칫."

"칫은 무슨. 게다가 그거 한 번 쓰면 하루 동안 아무것도 못 하잖아."

"그 부분을 어떻게든 해라."

"어떻게든 안 되니까 포기해."

당당하게 외치는 샤브린의 발언에 세희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거절한다.

그런 만담을 보면서 바닥으로 내려오자, 나와 눈을 마주치는 세연이.

잠깐 바라보다가 머리를 벅벅 긁은 그녀가 말했다.

"그쪽 가면 언노운부터 테러하레이. 그럼 편히 끝낼 수 있다."

"...부탁받은 게 있으니까, 유린이 먼저 구하고."

"유린이?"

"응, 유린이도 휘말리니까."

"하이고, 내가 말하는 거 쥐똥만큼도 안 들었노. 유린이가 키니까 꼭 찾아내야 한다고 그리 입이 닳도록 말했는데..."

"아니아니, 어딨는지 모르니까..."

"모르면 끝이가? 찾으레이?"

세연이의 구박에 알겠다고. 하면서 투덜거리는 시우.

그런 그녀를 잠깐 바라보던 내가 말했다.

"그럼 다음..."

"아니, 됐데이. 어차피 마법 소녀 마법이라는 거, 니가 가진 거랑 내랑 다른 모양이구마."

"마력은 같아."

"아니, 마법 소녀 마법은 고유 마법이라는 게 다른 것 같데이."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에 뭔가를 띄우는 세연이.

...읽히는 걸 보니, 이건 마법이네.

"고요."

수상한 마법명과 함께 분홍빛 마력이 퍼지자, 근방의 볼륨을 내린 것처럼 소리가 급속도로 줄어든다.

이상함을 느낀 세희와 수진이가 이쪽으로 걸어와서 뭔가 말하다가, ?하면서 마력을 담아서 말하는 모습.

"이건 또 신기한 마법이군. 사일런스도 아니고, 말 그대로 소리만 없애는 마법인가."

"...그걸 또 뚫고 말하는 게 신기하구마."

그렇게 말하면서 마법을 회수하는 모습.

...소리를 아예 없애는 마법이라? 쓸데가 있을까?

"그리고... 미인식?"

그 말과 함께 세연이의 모습이 사라진다.

순환시를 키자 당연하게 보이는 분홍빛 마력.

...아예 모습을 감추는 것도 모자라서 마력을 읽지 않는 이상 아예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낼 수 없게 하는 마법이다.

"사라졌...?"

"흠, 마력시로는 보이는군."

"꽤 유용하겠구마. 저쪽에는 마력 사용자가 없데이."

마력시가 없다면 존재를 인지할 수 없게 하는 마법.

테스트하듯 시우한테 걸자, 시우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다른 사람한테도 걸 수 있는 버프...

"공격 스킬은."

"그보다 그 눈은 뭐꼬?! 눈깔에 뭔 오로라가 있노?"

"우와, 엄청 예쁘긴 하네..."

"닌 또 뭔 감탄을 하고 자빠졌노!"

내 눈동자를 본 시우가 멍청한 표정으로 말하자, 세연이가 어이없다는 것처럼 그의 등을 한 번 세게 내리친다.

...응? 그럼 안 될 텐...

퍼억!

"끄억?!"

"어? 뭐, 뭐고. 괜찮나!?"

"안 괜...찮아..."

"아쿠아 힐."

...마법 소녀가 되면, 기본적으로 상승하는 능력치가 있다.

일반인이 맞았을 때 평범한 수준은 아니니까.

"마법 소녀 땐 전체 스펙이 올라가니까, 주의해."

"미, 미안하데이."

"하아... 사고치지 말자. 그러다가 쟤 루프하면 또다시 시작하잖아."

"그러고 보니께, 사신이면 루프도 인식하는 거 아이가?"

"굳이? 인식하려면 할 순 있겠지만 애초에 쟤 루프 여기서 쓰는 게 아니니까 인식하지 않는 것에 가까워. 다른 세계 루프를 내가 인식할 이유가 없으니까."

"허미슈펄... 루프하면 이쪽으로 돌아오는데 고의로 인식 안 한다고?"

"게임으로 치면 세이브 로드잖아? 그걸 내가 왜 인식해."

그렇게 딱 잘라 말한 세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애초에 그쪽 세계는 내 담당이 아냐. 정확히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설이가 거기로 가야 한다고 말해서 온 거뿐이야."

"제법 친한 모양이데이?"

"친한진 몰라도 적어도 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다른 사람이라면 평범하게 부끄러워했을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 세희가 한숨을 내쉰다.

잠깐 우리를 한 번 둘러보곤, 낫을 아예 없애버리는 모습.

그 모습에 수진이 역시 무장을 해제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서로 얼굴은 알게 됐으니까, 다음은 너희가 알아서 할 일이야."

"음, 그쪽 세계로 적어도 우리는 끌어들여 지지 않으니까."

"...응."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마법 소녀 폼을 해제한다.

...얼마나 있었지? 여기서?

"그렇게 빤히 본다고 사람이 달라지진 않는데이."

"아, 으, 응."

"나참."

"흐응, 얘는 사건 해결되면 사라진 사람이니까, 반하면 안 돼?"

"누가 반해 누가."

두 사람의 말에 시우가 당황하면서 그렇게 말한다.

...반했다고?

누구한테 반했단 건지 몰라 눈을 깜박이다가, 그 지칭 대상자가 나라는 걸 깨닫고 한숨을 내쉬고 만다.

[마스터한테 반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는데 말이죠.]

[애초에 주인한테 반하면 위험한 거 아냐? 루프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저 녀석도. 누굴 구하기 위해서라던가.]

"...난 남자 안 좋아하니까, 포기해."

"아니라니까!?"

"히익!?"

"흠?"

"...그 말은 오해 소지가 깊지 않아?"

두 아티팩트의 말에 단호하게 말하자, 모두에게서 다양한 반응이 돌아온다.

유일하게 내 말을 이해한 건, 내가 남자 영혼이라는 사실을 아는 세희 뿐인 모양.

...응, 너무 안일하게 말했다.

"이 애는 여러 차원을 돌아다니면서 사건 해결하는 차원 방랑자야. 이번 사건 끝나면, 아마 또 어디로 가버릴걸?"

"차원 방랑자는 또 뭐꼬...?"

"어린애는 몰라도 되는 거... 하아, 빨리 우리 세연이 보고 싶어..."

그렇게 말하면서 모두를 슥 한 번 둘러보고 결계를 해제한다.

검은 공간이 사라지고 보이는 건, 예의 학생회실 모습.

그렇게 오늘은 모두 돌아가기로 하고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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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이 돼서 자연스럽게 잠에서 깬 나는 간단하게 세면하곤 집 안을 바라본다.

...오늘은 어떻게 할까?

1.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2. 밖에 나가서 정보나 더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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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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