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17화 (117/149)

〈 117화 〉 마법 소녀는 배드 엔딩을 타파해야 해!

* * *

날아드는 마법들을 기동 비행으로 전부 피해낸다.

무언가 고심하듯 허공에서 마법조차 만들어내지 않는 모습.

그 모습에 레이야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릴 무시하지 마."

"무시하는 게 아냐. 마력이 내 마력이 아니라서 고민하는 거지~"

아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대 마법을 발동 준비 중인 마녀, 레이야를 주시한다.

전장을 아예 엎어버릴 수 있는 마녀의 존재는 당장 배제해야 할 수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마법을 사용해도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녀의 전투 방식은 압도적인 마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타입.

순백이라는 칭호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었다.

"세르칸, 역시 원래대로 싸워야겠지?"

[오우, 고민하지 말라고? 어차피 그거밖에 못하잖냐.]

"차암~ 사람 고민을 어떻게 보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마치 창을 들듯 세르칸을 앞으로 내민다.

날아드는 소규모 마법들이 마치 바람처럼 그녀를 스치고 지나간다.

"블레스 시스템 리미트 해제, 접속! 이곳에 우리의 축복이 함께할 거야!"

[블레스 시스템 온라인, 시작하자고, 파트너!]

"응!"

그녀의 등 뒤에 10개가 넘는 비트 판넬이 나타난다.

그와 동시에 마치 기마 돌격처럼 일직선으로 레이야에게 쇄도.

그녀를 지키던 3마녀가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흩뿌린다!

"어비스 플라워!"

"아이스 플라워!"

"플레임 캐논!"

"어머나? 꽃 마법이네?"

피하기 힘들도록 날아드는 범위 마법에 활짝 웃으면서 말하는 아린.

그런 그녀의 앞에는 이미 새하얀 마법진이 빛을 뿜고 있었다.

"영창 생략! 루나 블래스터!"

비트 판넬이 자기들끼리 움직이며 만들어낸 마법진의 포격이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모든 마법을 격추한다.

그 사이를 지나가듯 소녀는 포격 위치로 일자로 이동.

가까워 짐을 느낀 검은 마녀가 다급하게 방어 마법을 펼치려는 순간이었다.

"세르칸! 스피어 모드 온!"

[그래!]

"마법 전송 기기 세르칸 올 레디! 브레이크 스트라이크!"

콰직! 쨍그랑!

"꺄?!"

실드를 종잇장처럼 찢으며 꿰뚫고 지나간다.

다른 두 마녀가 반응할 타이밍조차 없이 그대로 레이야에게 돌진.

레이야의 마법이 완성된 듯 마법진이 앞으로 새겨진 순간이었다.

"세르칸! 소드 모드 온!"

[준비 완료!]

"영창 생략! 스타라이트 버스터! 마안 개안! 삼라의 지배자!"

마법만 방해할 목적이라는 것처럼, 레이야의 4방향에 마법진이 순식간에 생겨나 동시 포격이 그대로 직격.

그걸 무시하고 레이야가 마법을 발동하려는 순간, 아린의 눈이 타오르듯 빛난다.

"영창 파쇄!"

서걱!

"뭐..."

파창!

완성된 마법이 말 그대로 깨져 나가는 걸 본 레이야의 눈에 당황이 깃든다.

그리고 코앞까지 다가온 아린을 보곤 그대로 이동 마법으로 거리를 벌리려고 하는 마녀.

그걸 본 아린이 말했다.

"영창 생략, 멀티플 바인드! 여기 선언한다, 이 구역의 이동 마법을 금한다!"

마녀의 마법이 그녀의 선언에 깨져나가고, 동시에 동쪽에 있는 모든 마녀가 새하얀 링에 속박당한다.

마력이 발동하지 않는지, 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마녀마저 전부 마법이 캔슬.

아린이의 눈이 활활 빛나는 걸 본 순간, 레이야가 허탈하게 입을 열었다.

"넌... 대체..."

"나는 순백의 마법소녀이자, 종언을 막는 자. 그리고... 모든 마법 소녀의 친우이자 신령."

그녀의 뒤에 활짝 펼쳐지는 3쌍의 날개.

새하얀 순백의 날개가 화려하게 펼쳐지자, 하늘에는 거대한 하얀색 마법진이 나타난다.

"..."

"어차피 안 죽잖아? 그냥 연결까지 영향가게 베어버릴까 했는데, 거기까진 바라지 않을 거 같으니까~"

"그렇네, 아직도 나는... 올라야 할 경지가 남아 있었던 거네."

매료된 것처럼 멍하니 하늘의 마법진을 바라보는 레이야.

그 모습에 싱긋하고 웃는 아린.

그리곤 세르칸을 내리면서 소리친다.

"영창 생략! 디 엔드!"

콰아아아아앙!

마녀가 있던 영역이 불살라진다.

생존자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처럼 새하얀 빛의 기둥이 떨어져 내린다.

한참동안 떨어져 내리는 빛의 영역.

이윽고 그 영역이 사라지자, 그곳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임무 완료~ 다음엔 좀 더 제대로 된 삶을 살기를!"

[오랜만에 비살상 마법 아닌 걸 써서 신났구만?]

"무슨 소리야~ 어차피 죽은 애들 하나도 없잖아?"

[의욕 꺾인 녀석은 많아 보였다만...]

대마녀라고 불리는 자를 손쉽게 깨뜨리고 쓰러뜨린 소녀를 마녀들은 공허한 눈으로 바라봤다.

마녀 중 가장 높은 경지도 손쉽게 쓰러뜨린 자.

그런 자가 있다는 사실을 마녀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그녀들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아, 큰일이네."

[뭐가?]

"홧김에 마력 너무 많이 썼어."

[새 주인 마력 넘치니까 괜찮을걸? 회복 속도도 빨라서 반무한이야.]

"저거 보니까, 위태위태하지 않을까?"

[엉?]

아린이 가리킨 방향에 있는 건, 검은 불꽃들이 넘실거리는 공간.

아예 영역까지 선포하고 적을 압도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방금 자신이 썼던 마법을 생각해볼 때...

ㅡ스노우는 위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우와, 빨리 돌아가자~ 이러다가 스노우 죽을 수도 있겠다."

[그렇군, 그래서 나를 아는 척한 거였어.]

"세르칸?"

[저 여자, 나랑 출신지가 아예 같았잖냐. 쯧, 누군가 했더니.]

"어라? 아는 사이야?"

그녀의 물음에 세르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의미.

그 행동에 부우. 하고 뺨을 부풀리는 아린이었지만, 이내 진지한 얼굴로 스노우에게로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몇개의 별 탄막과 수십의 검기가 그녀의 눈에 비치고 있었다.

­­­­

순환시와 검 한 자루만을 유지한 채, 모든 공격을 예측해 피해낸다.

다행인 점은 마법소녀 등장! 마법이 제대로 작동했단 점일까.

세레스라고 불린 푸른 검사와 1대1 상황이라서 그럭저럭 버틸 만은 했다.

"왜 제대로 안 싸우는 거야~? 시간 끌면 성벽 밀린다~?"

"..."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북쪽에 렌, 동쪽에 아린이를 보냈다.

둘다 속전속결로 끝내려는 건지 마력을 엄청나게 가져다 쓰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여력은 별 탄막을 사용하는 것뿐.

검은 검기를 흩뿌리는 적을 상대하기엔 힘든 상황이다.

"섬멸의 섬광!"

허공을 밟으며 달려드는 검격을 피해내자, 곧바로 원거리 검기로 내가 회피한 위치를 베어낸다.

기동 비행으로 간신히 피해내자, 다시 날아오는 검격.

카앙!

"흐응, 너 검사가 아니구나?"

"..."

"하긴, 공격 방식이 마도사스럽긴 했어!"

캉! 카앙! 캉!

미래시와 예측으로 모든 검격의 경로를 막아낸다.

상대의 검 경로를 예측하고 중간에 움직임을 끊어내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

...방어를 위한 검술만큼은 사용할 수 있었다.

상대 손에 담긴 힘을 예측하며, 검을 가볍게 쥐고 튕겨 나가면 바로 되돌릴 수 있는 수준으로 막아낸다.

"재밌네!"

카앙! 카앙! 캉! 캉!

검격이 점점 빨라진다.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해 계속해서 막아내자, 그녀 역시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해 검격 속도를 올린다.

...큰일이다.

마력 회복 속도가 마력 사용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

검이 튕겨 나감과 동시에 새로운 검을 손에 만들어내며 막아낸다.

튕겨나가는 검을 마력으로 반환하고, 되돌린다.

미처 막아낼 수 없는 검격은 허공에 임시방패를 소환해 튕겨낸다.

마법 소녀가 된 이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갈이 온몸에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라? 뭐하는 거야?"

어느새 마법 소녀 복장까지 해제된다.

...공격은 맞지 않으면 된다.

마법 소녀 복장에 들어가는 마력마저 아깝다.

"날 무시하는 거야?"

"아니."

깊게 스며든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세상이 느리게 보이기 시작한다.

해야 하는 건, 적을 베어내는 일.

상대의 검격을 끊어냄과 동시에 검기를 내리찍는다.

건틀렛에 막히고 또다시 검이 날아든다.

방패로 검의 경로를 차단하고 그대로 올려 벤다.

상대가 슬쩍 뒤로 물러나며 검에 마력이 담긴다.

"뭐야? 너 재밌다!"

0.2초 후 섬멸의 섬광.

0.35초 후 짧은 횡베기 후 대각 베기.

0.4초 후 내려찍기.

0.5초 후 검 회수와 동시에 찌르기.

미래시와 예측 능력을 응용해 모든 공격을 스치듯 회피한다.

섬멸의 섬광의 마력 여파는 잠깐 몸에 마력을 두르는 것으로 막아낸다.

그 모습에 눈을 반짝이는 세레스.

...생각 이상으로 전투광인 아이다.

"그럼 이건 어때!"

ㅡ다음 공격은 피할 수 없다.

0.2초 후 온 사방에 동시 베기.

바람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윈드 스텝을 밟아 연격을 피해낸다.

10연격이 시차 없이 동시에 이뤄진다니,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내가 비행으로 피하기 시작하자, 세레스는 웃으면서 계단을 밟듯 내 쪽으로 점프한다.

다음 공격도 동시 베기.

이번엔 마력 베기라 범위가 훨씬 넓다.

"..."

공격의 유일한 틈을 찾아 피해낸다.

고도를 미리 낮춰 피해내고, 동시에 신발 아래에 검날을 만들어 한 바퀴 회전.

내 공격에 눈을 동그랗게 뜬 소녀가 발판에서 벗어나듯 점프하고, 내려오다가 허공에 다시 탁. 하고 착지한다.

그리고 이뤄지는 내려찍기를 피하자, 곧바로 횡베기.

막아냄과 동시에 차오르기 시작하는 마력으로 슈팅 스타를 만들어낸다.

"우와? 이제 마법 쓰는 거야?"

"난 마법 소녀니까."

티디딩!

어딘가의 전투가 끝난 모양이다.

아니, 둘 다 끝났나.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하는 마력을 보며, 반격 준비를 마친다.

하늘에 별무리가 피어난다.

마치 유성우가 떨어지듯 무수한 숫자의 별무리가 떨어지자, 세레스는 온몸에 검은 마력을 두르며 나에게로 쇄도한다.

목을 노리고 달려오는 그녀의 검격.

바람의 마력을 만들어낸다.

"미러 이미지."

그녀의 검이 내 환영에 닿는 순간, 마력이 풀려나며 바람이 폭발한다.

그 순간 짝! 하고 박수치는 나.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앙!

화염 폭발에 휘말렸지만, 소녀는 약간의 그을음만 생겨난 채 그대로 나에게로 돌격한다.

0.15초 후 도착.

가볍게 바람을 밟아 위치를 바꾸고, 그 위치에 별의 마력을 내리긋는다.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

별빛 기둥이 떨어져 내린다.

슈팅 스타를 온몸으로 튕겨내던 소녀가 이번 공격은 피해야 한다고 판단한 듯, 몸을 빠르게 뒤로 물려 기둥 범위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일렉트릭 퍼니쉬먼트!"

"섬멸의 섬광!"

그 장소를 미래시로 예측한 내 마법이 그대로 작렬한다.

피할 수 없단 걸 알아챈 건지, 곧바로 검은 검기가 내 마법을 막아선다.

내가 추가로 마법을 사용하려는 순간...

"헬 파이어!"

"윈드 프레셔!"

"?!"

그녀가 피할 수 없는 속도로 지옥의 불꽃이 작렬했다.

"저희 왔어요♥"

"스노우 님, 다행이야!"

어느새 날아온 파이렌과 유레하의 콤비 마법.

직격당한 푸른 검사는 몸이 불타오르고 있음에도 허. 하면서 그걸 바라본다.

"뭐야, 에리카가 졌어? 대단하네."

"흐흥, 저희에게 걸리면 별거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

그 말에 웃으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세레스.

사방에 터져나가는 윈드 트랩이 그녀의 위치를 알려준다.

물론, 느려진 세상에 있는 나에겐 그녀의 움직임이 제대로 보였다.

"스피드 스타."

파이렌의 근처까지 다가간 걸 확인하고, 파이렌 근처에 거대한 별탄막을 만들어낸다.

모든 걸 갈아버리겠다는 것처럼 온몸을 감싸며 회전하는 별.

세레스의 공격은 그대로 막혀 몸이 튕겨 나가고, 파이렌의 손이 내밀어진다.

"플레어 캐논!"

콰앙!

적중 직전.

검을 던져 거대한 화염탄을 폭파시키고, 그대로 회수하며 세레스가 검기를 날린다.

이번엔 한 방향이 아닌 온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검기.

내가 방어 마법을 펼치려는 순간, 누군가 나를 대신해 마법을 시전한다.

[프로텍션]

"렌."

[돌아왔습니다.]

콰앙!

각기의 방법으로 공격을 피해내고 막아내자, 세레스는 입술을 삐죽하고 내밀면서 한숨을 내쉰다.

반쪽이 불타 사라지자, 더 버틸 수 없는지 허공에 풀썩하고 앉는 세레스.

잠깐 스윽하고 우리 셋을 바라보더니, 쓰게 웃으면서 그녀가 말했다.

"져버렸다~! 뭐, 사실 대충 알고 있었지만..."

"?"

"솔직히 안 내키는 싸움에서 어떻게 전력을 쓰겠어? 전력을 다해도 이길까 말깐데."

"변명 잘 들었어요☆"

"응, 맞아맞아. 졌으니까 그냥 변명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에서 벌러덩 누워버리는 세레스.

몸이 불타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편안하게 눕는 모습에 모두가 눈을 깜박이고 만다.

"응, 이런 싸움은 해선 안 돼. 재밌었지만."

"..."

"너희가 이번 대 용사야?"

"아니, 우리는..."

"하긴, 이번 대 용사가 나였는데 있을 리가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허탈하게 중얼거리는 세레스.

그러다가 잠시 몸을 일으켜 나를 바라본 그녀가 말했다.

"너희가 어디 사람들인진 모르겠는데... 부탁해."

철컥. 하고 검을 허공에 고정한 그녀가 검에 기대앉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우리들.

조금씩 초점이 사라지던 검사가 나와 쌍둥이를 한번 슥하고 훑어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내 친구를 구해줘, 그리고... 우리 모두를 해방해줘. 우리는... 한 사람을 같이 사랑한 연애전선 동료거든."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한 소녀가 검은 불꽃 구체로 변한다.

렌이 요정으로 변해 회수하려는 걸 느끼고, 그녀를 막는다.

...저 아이는 부활을 거절할 거야.

"마스터는 무릅니다."

"원래 그랬어."

"...그렇군요."

[어이~ 나왔다고.]

내 말에 렌이 수긍하고, 세르칸이 돌아온다.

...전투는 끝났다.

적어도 이곳에선.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