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 마법 소녀는 배드 엔딩을 타파해야 해!
* * *
하늘에서 비처럼 흑염이 떨어져 내린다.
여파로 언데드들이 전부 쓸려나가지만, 신경 쓰지 않고 흑염을 최대한 털어내며 회피.
이미 대검 하나는 흑염의 먹이로 던진 상황이었다.
"흐음..."
"데몬 필드."
제법 능숙하게 회피하는 걸 본 렌이 땅으로 손을 향한다.
마치 검은 바다의 해수면처럼 일렁이기 시작하는 바닥.
보랏빛 루난이 기이한 현상에 경계하자, 렌이 말했다.
"전부 흡수해라."
"큭!?"
필드 위에 마기를 흡수하면서 동시에 보랏빛 촉수가 바닥에서 튀어나와 땅을 휩쓴다.
루난이 점프해 회피하자, 당연하다는 것처럼 등에서 5쌍의 흑익을 펼치며 날아오르는 렌.
그녀의 손은 이미 루난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데몬 브레스."
"어딜 봐서 브레스냐!"
"마법일 뿐입니다."
위이이이이잉! 콰아앙!
그녀의 손에서 날아간 한줄기의 검은 광선포에 직격당해 루난이 땅으로 처박힌다.
그리고 그런 루난을 타격하기 위해 내리 찍히는 거대 촉수.
그는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하지 못했음에도 대검을 휘둘러 그 촉수를 두 동강 낸다!
"절!"
서걱!
10개의 촉수가 그대로 절단되며 검기가 렌을 노리지만, 뺨만 스쳐 지나갈 뿐.
그마저도 피조차 튀지 않은 렌은 무심하게 손에 검은 구체를 만들어낸다.
"블랙홀."
"폭렬검!"
그녀의 손에서 날아드는 구체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검째로 빨려 들어가며, 근처에 있는 언데드 진영을 전부 흡수하듯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모습.
바닥에선 마기를 먹어 치우고, 구체는 형체를 먹어치운다.
이미 상대 페이스에 말려들었다는 걸 알고 루난이 빠져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데스티니 월드."
순간, 모든 필드를 가두는 장벽이 만들어진다.
남은 마기를 양껏 담아 주먹으로 벽을 때리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
그 사이 100개가 넘는 촉수가 휘둘러지고, 그는 안광을 불태운다.
"얕보는구나, 마왕!"
콰과과과광!
마력 폭발로 촉수를 전멸시킨다.
마기와 마력을 동시에 빨아들이는 장소에서 마력 폭발이 가능하단 사실에 렌도 감탄한다.
하지만...
"얕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푸부부북!
"크...으..."
"소울 드레인."
모든 바닥에서 솟아오른 검은 송곳.
루난이 점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높이까지 솟아오른 공격에 그는 온몸을 꿰뚫린다.
안광이 사라지고 몸이 마기화 되는 순간, 그의 영혼이 빠져나가기 전에 손으로 회수하는 렌.
손에 검은 불꽃 하나가 잡히자, 그녀는 웃으면서 아공간으로 그걸 집어 넣어버린다.
"...돌아가야겠군요."
자신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들을 보며, 모든 마법을 해제한다.
잠시 후 관심 없다는 것처럼 요정 상태로 남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하는 렌.
그녀의 표정은 걱정만이 잔뜩 담겨 있었다.
"파이렌!"
"응!"
조인족들의 습격을 윈드 트랩으로 밀어낸다.
사방에 소환한 바람 칼날이 수인족들을 휩쓸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적들은 공격을 막아낸다
그들에게 들린 건 석궁.
조인족들이 튕겨 나갈 때마다 날아드는 화살 다발을 바람으로 밀어낸다.
""파이어 토네이도!""
그리고 동시에 광역 마법으로 수인족들을 휩쓸고, 다시 비행.
에리카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런 그녀들에게 시위를 걸 뿐이었다.
"거슬리네요, 바람 함정."
"후후후, 주인님의 혜안이었네요☆!"
실제로 알려준 건 루크였지만, 유레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온 사방에 윈드 트랩을 흩뿌려놓는다.
화살이 부딪힐 때마다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지는 바람 함정들.
에리카가 아무리 많은 화살을 쏘아내도, 무한정으로 만들어지는 바람 함정을 뚫고 저격하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애초에 어디에 설치되었는지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포기인가요★? 포기군요☆!"
"아뇨."
서늘한 목소리로 대답한 에리카의 몸이 변형되기 시작한다.
눈동자가 파충류의 눈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온 몸의 파충류의 비늘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등을 뚫고 날개가 솟아난다.
그 극적인 변화에 허공에 거대한 화염구를 만들어내는 파이렌.
"변신 때 가만히 두는 건 만화에나 나오는 일이야."
"아무래도 좋은 일이니까요."
태양이 떨어진다.
몸을 불태우기 위해 나타난 태양을 수인족들이 혼비백산하며 피한다.
자리에 남은 건, 오직 에리카 뿐.
적중하기 직전 변신에 성공한 그녀가 별 동요 없이 손에 장갑을 낀다.
콰아아앙!
폭발이 일어나고 먼지 구름이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방심하지 않고 다음 수를 준비하는 마법 소녀들.
모든 윈드 트랩에 화염을 설치하는 순간, 구름을 헤치고 무언가가 날아올랐다!
"익스플로전 플레어!"
삐
파이렌의 말과 함께 소리가 사라진다.
용인이 큰 상처 없이 살아남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발동한 마법.
모든 윈드 트랩이 일시다발적으로 폭발한다.
세상이 화염으로 물든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핵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주변 숲과 성 주변을 전부 휩쓰는 후폭풍이 밀려든다.
그 공격을 하곤 더 높은 고도로 날아오르는 유레하&파이렌 자매.
유레하가 다시 윈드 트랩을 주변에 까는 순간이었다.
"제법이네요."
"읏!?"
콰득!
온몸에 화상이 가득한 용인이 나타나 파이렌의 목을 잡고, 그대로 목뼈를 부순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그대로 축 늘어지는 그녀.
그대로 바닥으로 파이렌을 던진 에리카가 유레하에게도 손을 뻗는다.
"그렇겐 안 된답니다☆!"
바람의 마력을 풀어 곧바로 회피.
공간이동에 가까운 권능에도 에리카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고속 비행으로 계속 따라붙는다.
눈으로 좇기도 힘든 고속 전투.
윈드 트랩이 용인을 계속 타격하지만, 칼날 바람 정도는 상처없이 흘려버린다.
"진짜 드래곤 스케일인가보네요★!"
"당연한 걸 묻네요."
상대 체력 소모보다 마력 소모가 더 심하지만, 마법 소녀는 마력이 거의 무한대.
부담없이 마력을 펑펑 써가면서 시간 끌기에 집중한다.
"시간 끌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을 텐데요? 당신의 공격은 저에게 통하지 않아요."
"그건 당신 생각 아닌가요☆? 저희만 싸울 리가 없잖아요★?"
그녀의 말에 흠칫하면서 허공에서 멈추는 에리카.
뭔가 위협이 있나 싶어 그녀가 마을로 시선을 뺏기는 순간이었다.
"헬 파이어!"
"윈드 프레셔!"
"!?"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날아오는 푸른 불꽃과 동시에 유레하가 풍압으로 에리카의 고도를 순식간에 낮춰버린다.
피할 틈조차 없이 지옥의 불길에 접촉 당해 온몸이 불타기 시작하는 에리카.
작열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녀가 바닥을 보자, 그곳에는 멀쩡한 얼굴로 마법을 시전한 파이렌이 있었다.
"어...떻게?"
분명 목뼈를 부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살았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한 듯, 에리카가 이를 으득 간다.
지옥의 불꽃이 몸 전체를 태움에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걸 바라볼 뿐.
그에 유레하가 거들먹거리면서 말했다.
"마법 소녀는 HP가 다 떨어지지 않는 한, 완벽의 몸 상태를 유지한답니다!"
"HP...?"
"저희에게 치명상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요."
"..."
덧붙여 에리카가 공격한 곳은 목.
인체 부위 중 면적이 적은 부분 중 하나였기 때문에 파이렌이 입은 데미지는 2% 미만이었다.
"후우..."
"타오르면서도 용케 정신이 멀쩡하시네요☆"
"어차피 졌으니까, 아무래도 좋아요."
마지막까지 싸울 것처럼 굴던 에리카가 스르륵 땅으로 내려선다.
이미 다리와 팔을 전부 태운 불꽃이 천천히 몸을 타고 올라오지만, 그저 얼굴만 찌푸릴 뿐.
정신력을 넘어선 무언가를 느낀 마법 소녀들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자, 용인이 말했다.
"애초에 원하지도 않던 싸움, 이거면 됐어요. 제가 진 거니까, 파르시도 별말 못하겠죠."
"...흐응"
"마을에 돌아가면, 꼭 전해주세요. '파르시가 인류를 멸망시킨 건, 본의가 아니다.'라고."
"그건 무슨 말이야...?"
파이렌의 질문에 에리카가 말을 이었다.
"파르시는 원래 광증이 있었는데, 마왕이 되면서 그게 심해졌어요. 아마 마왕의 혼에 잠식당한 거겠죠. 평소에는 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 번씩 발작할 때마다 인류 마을을 하나씩 쓸어버린 거에요. 그러니까... 루크 아저씨한테 말해주세요. '구할 방법을 알려달라'라고."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육신이 완전히 사라지더니, 검은 화염 구체가 되어 어딘가로 느릿하게 날아간다.
그걸 보며 그대로 수인들에게 손을 겨누듯 뻗는 두 사람.
그러자 뒤에 있던 녀석들이 흠칫하면서 다시 전투태세를 보인다.
"전달하는 건 전달하는 거죠☆"
"일단... 우리는 할 일을 해야 해."
그렇게 선언하면서 다시 마법을 준비하는 두 사람.
그 행동에 수인족들이 뒤로 도주하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눈을 깜박이면서 그걸 바라본다.
"그대로 도망가는 거에요☆?"
"근성 없어."
"대장이 죽었으니 어쩔 수 없네요☆"
"응, 우리도 스노우님이 당하면 도망갈 거 같아!"
"아이 참, 파이렌★ 주인님이 당할 리가 없잖아요☆"
"응, 그건 그래!"
그렇게 재잘거리는 동안 수인들이 전부 뿔뿔이 흩어진다.
종료된 상황을 보며 잠시 마을 근방을 살피는 유레하.
잠시 후, 북쪽에 떨어져 내리는 흑염과 본인들의 반대편에서 떨어지는 화려한 광선 세례를 확인한다.
"주인님 동료분들도 움직였네요☆"
"괜찮은 걸까?"
"어쩐 점이요☆?"
"저 둘, 전부다 스노우 님 마력으로 움직이는 거잖아."
파이렌의 지적에 유레하는 남쪽 성문을 바라본다.
그곳에 있는 건, 화려한 마법 없이 드문드문 보이는 별 탄막 뿐.
명백한 이상 사태에 유레하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곧바로 파이렌에게 소리친다.
"주인님이 위험해요! 어서 가요!"
"응!"
그렇게 쌍둥이 자매는 남쪽으로 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