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마법 소녀는 배드 엔딩을 타파해야 해!
* * *
"대련?"
"네가 마도사에겐 완벽한 천적이라고 들었어."
"...렌?"
[네, 제가 말했습니다.]
내가 차분하게 렌을 부르자, 당연하다는 것처럼 수긍하는 모습.
누구 마음대로 내 정보 파는 거야 렌.
[술 마시고 방어전엔 제가 나섰으니, 소소한 복수입니다. 받아들이시길.]
상대가 마도사라서 봐주는 거야.
그렇게 이야기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센 정도의 마도사는 상대하기 쉬운 편이다.
센한테 말하면 실례지만, 실제로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들고.
"알겠어."
"해주는 거야?"
"응, 그럼 숲으로... 마력은 괜찮아?"
"진짜 싸우는 것도 아니잖아? 괜찮아. 목숨 걸고 싸우는 거면 마력 부족이지만."
"응."
그렇게 말하면서 걸어가기 시작하는 센.
최대한 마력을 아끼려고 저런다는 걸 알고, 나 역시 걸어가다가 귀찮아져 낮게 날아가기 시작한다.
"...걸어다니기 귀찮아 보이네."
"비행이 너무 익숙해져서."
"그건 부럽네. 마나 안 들어? 플라이 마법 은근 마나 많이 드는데."
마법 소녀의 마나는 거의 무한인데다가, 비행은 마나가 아예 안 드는 수준이다.
라고 말하면 불쌍하니까 그냥 적당히 대답해야겠다.
"마법 소녀 클래스 특징으로 비행 마법은 마나가 거의 안 들어."
"흐응..."
진실을 보는 눈 특성을 생각해서 한 가지 진실만 말하자, 그녀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부럽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럴 수도 있겠네 같은 느낌인가.
마법 소녀라는 클래스가 뭔지 잘 몰라서 나오는 반응이기도 하다.
"특성 몇 가지 있어?"
"...렌."
[저도 모릅니다.]
"..."
알고 있는데 귀찮은 건 아니고?
그녀의 말에 잠깐 고민하던 내가 하나씩 짚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몸 상태가 완벽하게 유지, HP 개념으로 상처 입어도 다 떨어질 때까진 그 어떤 상처도 입지 않음, 마나 사용 가능한 양 반 무한대, 체력이 일정 이하가 되지 않으면 식사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음, 비행 무한... 더 기억 안 나."
"마나 무한?!"
"아."
아까 말하기 껄끄러워서 말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말해버렸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음. 하면서 고민한다.
다 진실인 건 깨달았을 테니까... 어쩔 수 없네.
"마법 소녀는 어떻게 되는 거야!?"
"...잘 모르겠어. 인류애가 필요하다는 조건만 알아."
"이, 인류애...?"
이게 무슨 소리지? 같은 느낌으로 바라보는 센을 보며, 뺨을 긁적인다.
알고 있는 사실이 그거뿐이라서 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마법 소녀의 조건 자체는 솔직히 모르겠으니까.
결계가 쳐진 공터에 도착하자, 경비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둘이서 같이 나타나자 군기 잡힌 모습으로 경례하는 모습.
딱히 우리가 상사도 아닌데, 너무 긴장한 게...
"센 님, 스노우 님, 근무 중 이상 무!"
"고생해, 아, 그리고 지금 연병장에 사람 있어?"
"이 시간엔 없을 겁니다!"
"응, 우리 잠시 마법 대련할 테니까, 접근 금지령 좀 내려줘."
"넵!"
그렇게 말한 뒤 수정구를 들고 뭔가 말하는 기사를 지나친다.
...아, 센이 지금 마도사 중에 최고봉이라 상사가 맞구나?
새삼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자,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눈동자와 마주친다.
"왜?"
"상사구나."
"응? 뭐야, 당연한 거잖아?"
"...응."
"스노우 너도 나랑 비슷한 급이나 더 위로 취급당하고 있을걸?"
무슨 군대도 아니고.
아, 그래도 현재 인류 상황을 생각하면 그럴 필요성이 있긴 하려나.
금방 이해하고 따라 들어가자, 큰 공터 하나가 눈에 띈다.
좀 떨어진 곳에 보이는 건 여러 막사들.
...여기 어제까지만 해도 숲 아니었어?
궁금하지만 물어보면 무서울 거 같으니 그만두자.
"자, 그럼... 응, 일단 마력 베기라는 게 궁금해서 그런데, 보여줄 수 있어?"
"응. 렌, 소드."
[소드 모드]
내 말에 렌이 평범한 검의 형태로 변하자, 헤에 하면서 신기한 눈으로 그걸 바라본다.
잠시 후 허공에 거울을 던지는 센.
그러자 거울은 마치 그곳에 접착된 것처럼 착. 하고 달라붙는다.
"시작할게."
그녀의 말과 동시에 순환시를 가동.
세상이 색채로 물든다.
거울에 모여있는 건, 막대한 물의 마력.
마력 반응으로 볼 때, 대략 0.25초당 마력탄이 한 발씩 나오려나.
바람의 마력을 몸에 두른다.
첫 번째 탄환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인다.
마탄의 핵은 중앙. 마력탄이 도달하는 속도는... 0.5초.
"하아."
몸을 바람의 마력으로 가속하며, 별의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한다.
얼추 봐도 수십 발의 마탄을 전부 베어내며, 동시에 허공에 슈팅 스타를 띄운다.
연산이 따라갈 수 있는 숫자만.
검으로 마법을 베어내면서 동시에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탄은 전부 슈팅 스타로 격추한다.
진짜 대련이라면 이럴 게 아니라 바람을 밟고 베어 버렸겠지만...
모든 경로를 예측해 베어내며, 격추한다.
정확히 154발의 수탄이 쏘아지고 거울이 내려온다.
마지막 탄을 베어낸 뒤 검을 털자, 몸이 달아오른 걸 느끼며 물의 마력으로 식혀간다.
"...우와..."
"다음은 내 쪽이네."
감탄사를 흘리는 센을 향해 말하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곤 곧바로 방어 마법을 영창 하기 시작한다.
영창 속도가 느리다.
메모라이즈 해놓은 마법을 쓰긴 아깝단 거겠지.
...사용하는 건 역시 물의 마력이다.
사실 전격의 마력을 쓰면 굉장히 간단히 부술 수 있을 거 같지만...
"쉐딩 버블즈!"
처음 보는 마법과 함께 사방에 물의 마법으로 이뤄진 뭔가가 잔뜩 퍼져간다.
...마법 이해가 공격을 흘려내는 방어막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럼 걱정 없이...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자, 센이 몸을 움츠린다.
그리고 하늘로 향하자, 따라서 고개가 들려지는 모습.
...귀여운 아이다.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
콰아아아아아앙!
"꺄아아아아!?"
"아."
내가 생각한 거보다 방어력이 약하네.
직격당해 그대로 기절한 센을 보며, 렌이 말했다.
[아군한테는 손대중이 필요합니다, 마스터.]
"...응."
괜히 혼나버렸다.
다행인 건,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가 별의 마력이란 사실이다.
수호의 마력은 반대되는 성향엔 피해가 굉장히 크지만, 그렇지 않은 성향에겐 얼추 손대중이 되는 녀석이니까.
마력 세례를 맞고 기절한 센이 20분 정도 후에 일어났다.
그리곤 어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화악하고 얼굴을 붉히곤 이불을 얼굴까지 덮는다.
...왜 저러는 걸까.
"마, 마나의 지배자급이면 진작 말해주지 그랬어어어!"
"딱히 등급이 없어서 모르겠어."
"아니... 내 실드 나름 전격까지 튕겨내는 실드란 말야! 그게 한방에 뚫린 것도 모자라서 몸에까지 영향이 들어왔잖아! 당연히 나보다 등급이 높은 거지!"
"그런 거야."
"그런 거지!"
내가 무표정하게 말하자, 오히려 센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렇게 소리친다.
음...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그만큼 이 세계 평균이랑 마스터 평균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러네.
"아무튼 마법을 전부 베어내면서 영창 없이 마법도 날리... 어? 무영창...?"
"시동어는 필요해."
"영창 없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시동어도 사실 필요 없지 않습니까?]
"...그런가."
"뭐야, 이거... 마도사가 아니라 그냥 괴물이잖아..."
[어제 싸울 때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를 한 번만 외치셨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시동어가 필요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슈팅 스타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손만 뻗자, 하늘 위에 무수히 생겨나는 별무리.
내가 손을 한 번 젓자, 별무리가 그대로 캔슬되는 모습이 포착된다.
내 행동을 경악하면서 센이 바라보고 있지만, 테스트는 추가로.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를 시전하려하자, 천천히 등 뒤에 마법진이 새겨지기 시작한다.
"아, 이건 시동어 읊어야 하네."
"저기, 스노우?! 잠시만!?"
"응, 안 쏠 거니까."
가볍게 렌을 젓자 다시 회수되는 마법진의 마력.
...왠지 아까 쓴 마력량까지 회복된 느낌이다.
"캔슬 너무 쉽게 되는 거 아냐...? 방금 그거 대마법이잖아..."
"대마법?"
"맙소사, 이런 게 마도사...? 아니, 마법 소녀라고 했지."
어쩐지 현타가 온 건지, 허탈한 표정을 한 소녀를 멀뚱히 쳐다본다.
그러자 잿빛 눈동자에 짜증을 담아서 소리치는 센.
"너는! 상식을! 배울! 필요가! 있어!"
"난 이쪽 세계 사람이 아니니까, 이쪽 세계 상식은 몰라."
"그거 너무 만능 핑계 아냐!?"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네.
하지만 정말인 건 어쩔 수 없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한참 뭔가 떠들던 센이 내가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단 걸 깨달은 듯 말을 멈추고 한숨을 내쉰다.
잠깐 침묵하다가, 이어 말하는 소녀.
"하아... 그래서 안톤이 설명해준 것들은 기억해?"
"설명... 기억 안 나."
"그렇겠지, 말하기도 전에 취했다고 했으니까. 사천왕이랑 마왕에 대한 거야. 루난은 어제 싸워봤으니까... 일단 레이야네."
잠시 물을 소환해서 원샷한 센이 말을 이었다.
"레이야 할머님... 아니, 대마녀 레이야는 마나의 지배자야. 보통 마녀의 쉼터라는 곳에서 안 나오는데... 아무튼, 주력은 마법진 마법이야. 포탈로 쏘아지는 거, 대부분 레이야 할머님 작품일 걸."
"그렇구나."
"그러니까 성에서 여기저기 마법 함정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아. 너라면 반응하겠지만."
"응."
"다음은 세레스. 이번 대 검의 용사였어. 능력은 '위치 고정'. 자기가 어디에 있든 몸체에 닿는 위치에 그대로 고정해서 움직일 수 있어. 공기를 발판으로 땅처럼 걸어 다닐 수도 있던가? 성검 기술로 '마멸의 성광'이라는 걸 가지고 있었는데... 모르겠네, 지금 언데든데 쓸 수 있을까?"
"그렇구나."
"사천왕 마지막은 에리카. 수인화 능력에 오감으로 어떤 식으로든 척후에 성공하는 녀석이야. 주력은 활이고, 디스펠 에로우를 가지고 있어. 너한텐 천적이네."
"디스펠 에로우."
"녹색빛 화살에 주의해. 마법이 해제당할 거야. 몸에 꽂히면, 마력이 제대로 안 움직일 거고."
지금까지 들은 것 중엔 가장 위험한 사람이다.
수인화라면 반인반수가 되는 거려나? 귀나 꼬리만 가져오는 거면 귀여울 거 같다.
[디스펠 에로우가 위험하긴 하겠군요. 맞는 순간, 마법 소녀복까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실드 계통은 무용지물일 테고요.]
"그렇겠네."
"...?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야?"
"렌."
"아, 이야기되는 구나...? 렌이라고?"
"응, 내 디바이스."
내 말에 센이 눈을 깜박이더니, 빤히 렌을 바라본다.
그러자 요정의 형태로 변해 내 어깨에 앉는 렌.
...아, 혹시 아까 싸울 때 마주쳤던 건가.
"그렇습니다, 마스터."
"아니... 그래, 말을 말자. 디바이스도 같이 잘 싸울 수도 있지..."
"지금은 소환 불가능하지만, 다른 사람 자체로 변할 수 있는 아이도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소환하자, 세르칸이 말했다.
[잘 자고 있었는데 뭐냐? 싸움이라도 났어?]
"...미안, 더 자러 가."
세르칸은 은근 자는 경우가 많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세르칸을 돌려보내자, 센이 말했다.
"다른 사람으로 변해?"
"응, 다른 사람으로 변해서 그 사람 능력 그대로 발동 가능해."
"...사기잖아!? 아, 아니지... 도플갱어 퀸 아냐? 그거?"
"도플갱어 퀸인가요, 비슷한 생물이 있나 보군요."
"마왕군 사천왕은 아니지만 짜증 나는 녀석 있어. 한 번이라도 집어삼켜 본 적이라면, 그대로 기억이랑 능력까지 카피하는 녀석."
"...위험하겠네요."
"그래, 스노우 정도면 마력 차이 때문에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흐물거리는 게 있으면 주의해."
그렇게 말한 센이 다시 한 번 물을 마시곤 말했다.
"마지막은 파르시. 이쪽은 책에 없는 정보만 주자면... 아무래도 시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야."
"시간 마법입니까."
"렌, 루루가 쓰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니요, 루루 님이 쓰던 능력은 어디까지나 시간의 아티팩트를 사용한 건, 실제로 쓰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건 또 누구... 아냐, 됐어. 아무튼, 상대해본 적 있는 거네?"
"응."
"시간을 되돌리는 건 못 봤지만, 아마 시간 정지나 가속 같은 건 사용할 거야. 주의하는 게 좋아."
그건 세르칸에게 맡길 일이다.
...잠깐, 생각해보자.
"시간 '마법'을 사용하는 거지."
"응? 응, 그렇지."
"그렇구나."
그거 참 유감이시겠어요.
시간 마법을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