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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02화 (102/149)

〈 102화 〉 4부 프롤로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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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구나."

구름까지 뚫고 높게 솟아오른 높디높은 탑을 보며, 비행으로 올라가다가 무언가에 막혀 머리를 박는다.

...아파.

고속 비행 중이었던 터라 제법 욱신거리는 머리를 잠시 부여잡고 있자, 루리에가 웃으면서 힐로 통증을 완화해준다.

"마력은 아닌데 뭔가로 막혀있네, 뭘까?"

"몰라..."

"아무튼 편법으론 못 올라가나 보네. 얌전히 문으로 갈까?"

"응..."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루리에가 말하고, 나는 마법으로 부숴볼까 생각하던 걸 관두고 얌전히 바닥으로 내려간다.

분명 부수려면 시간 들여서 할 수 있겠지만, 직감이 '그래선 안 된다.'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당연히 방호 시스템 같은 게 있겠지.

"괜찮아요, 언니?"

"...괜찮아."

저번 대화 이후로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한 루루가 호들갑스럽게 호­ 호­ 하며 열을 식히려고 한다.

그 모습에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에헤헤. 하고 좋아하는 모습.

그 모습에 사이네가 어이없단 얼굴로 말했다.

"아주 깨가 쏟아지네, 백합물 찍냐?"

"아니거든요~? 왜요, 부러워요?"

"부럽긴 개뿔."

"..."

뭔가 따끔한 시선에 시선을 옮기니, 유레하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 포지션, 루루가 아니라 유레하 포지션이었던 거 같은데.

요즘따라 조용한 게 영 수상쩍다.

"유레하?"

"앗, 네에☆ 부르셨나요, 마스터★?"

"상태 안 좋은 건 아니지?"

"아앗! 괜찮아요~☆ 그냥 마스터랑 멀어진 거 같아서어..."

"아냐."

내가 쓰게 웃으면서 한쪽 팔을 벌리자, 유레하는 마스터어♥하면서 내 품에 달려든다.

...쌍둥이를 못 챙겨주긴 했구나, 확실히.

"스노우 님, 그..."

"응, 파이렌도."

"응!"

내 말에 파이렌까지 순수한 미소와 함께 달라붙자, 어쩐지 묘하게 버거운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걸 잠시 바라보고 있던 링이 웃으면서 말했다.

"음! 역시 나의 벗은 천사들의 중심에 서 있구나! 마법 소녀들이 단결한다면, 그 어떤 라그나로크라도 이겨낼 수 있을지니!"

"다들 사이가 좋은데 안타깝지만, 슬슬 들어가자. 여기도 마냥 안전지대는 아닌 모양이야."

루리에의 말에 주변을 감지하자, 조금씩 접근해오는 마수들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탑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데, 괜히 힘 뺄 이유는 없겠지.

"들어가자."

"응!"

내가 문에 열쇠를 꽂으려고 열쇠 구멍을 찾자, 갑자기 열쇠가 사라지더니 쿠구구구­ 진동이 울리며 문이 열린다.

대놓고 포탈 마법이 정면에 있는 걸 확인하곤 잠깐 고민하다가, 어차피 가야 되려니 하고 그대로 포탈을 타고 이동한다.

잠깐 울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눈앞에 펼쳐졌던 푸른 통로가 사라진다.

도착하자 보이는 건, 무수한 시스템 창들이 떠다니는 세계.

하나를 당겨와 내용을 확인하려고 하지만, 알 수 없는 언어로 가득 차있어 알아볼 수 없다는 걸 확인한다.

"앙? 뭐야, 여긴."

"마치 이차원의 연회장과 같은 세계로구나! 지식의 바다를 연출하는 곳이로고!"

"지식의 바다...?"

"인터넷을 말하는 것으로 보여☆"

"좀 어지럽네..."

"확실히 특이한 곳이네요!"

그렇게 다들 재잘거릴 때, 우리 전체의 앞에 시스템 창 하나가 빠르게 날아와 내용을 보인다.

[시련의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당신이 초월자에 합당한 존재인지 확인하는 곳입니다.]

[무수히 많은 세계의 '엔딩'이 데이터로 저장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들은 랜덤한 5곳의 배드 엔딩을 해결해야만 합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도전하실 거라면 예를 눌러주세요. 예/아니오]

...진짜 게임 같네.

내용을 보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링과 사이네는 이미 예를 누른 듯 시스템 창이 멀리 날아간다.

그리고 뭔가 말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

"예 누르면 바로 출발하는 모양이네."

"...둘이 먼저 가버려서 바로 가야 할 거 같아."

그렇게 말한 뒤 모두를 바라본다.

...과연 모두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하곤 입을 열었다.

"모두 살아서 만나자."

"주인님의 뜻대로 할게요☆"

"응, 스노우님도 힘내."

"그래, 안에서 보자. 스노우."

"알겠어, 언니! 이따 봐!"

안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는 이상,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같이 움직일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고, 살아남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겠지.

"...아무도 죽지 말아줘. 실패해도 되니까, 생명을 우선시해."

내 말에 모두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심호흡.

눈을 감았다가 뜨고, 조심스럽게 예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아."

내 주변에는 각종 병장기를 든 사람들이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여긴 모하는 곳이에요?

[1층 미션]

[마왕을 물리치십시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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