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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97화 (97/149)

〈 97화 〉 나라 전복

* * *

피오레가 입을 떼기 전.

주방에서 처음 보는 색의 차를 들고 파라가 등장한다.

보라색과 검은색의 중간 지점에 머문 색상.

날 독살하려는 거냐는 생각이 앞서 내가 잠시 성분을 스캔하지만, 딱히 독으로 판정되진 않는다.

냄새를 맡아보자, 의외로 달콤한 향이 코를 스쳐오는 걸 느끼곤 고개를 갸웃하고 한 모금.

"...차?"

"어라? 입에 안 맞아요?"

아무리 먹어봐도 고구마 주슨데.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차를 홀짝이자, 피오레는 파라를 바라보며 눈동자를 떤다.

그러자 장난스럽게 피오레의 옆에 앉아선 강제로 차를 먹이기 시작하는 모습.

"경계한다고 안 먹일 생각은 없다구~ 피오레!"

"...혼자 마시겠다."

"말투!"

"혼자 마실게."

이때까지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순한 양과 같은 모습에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본다.

...환상이라지만 파라가 있는 자리에서 피오레가 말하기는 껄끄러울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할 때, 피오레가 차를 내려놓고 후. 하면서 말했다.

"그래, 어차피 알아야 할 일이겠지."

"응? 뭐가?"

"파라, 너와도 관련 있는 일이다. 들어라."

잠시 파라의 어깨를 잡아 자신에게로 당기는 피오레.

그러자 그녀는 당황한 얼굴을 하다가, 나를 보곤 순간 얼굴에 화악하고 열을 더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소녀가 물로 된 주먹으로 피오레를 쳐내려는 순간.

두 사람이 입맞춤하는 걸 보며, 나는 무표정하게 그걸 바라본다.

"..."

왜 갑자기 애정행각 질이야. 누구 때문에 연애 못 하고 있는데.

어쩐지 멀리서 '지금 여자라서 고민하는 거 아냐...?'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지만, 기분 탓이다.

별의 마력으로 저걸 때려? 같은 느낌으로 실시간으로 바라보는 사이 두 사람의 입술이 떼어지고, 기습 키스를 당한 파라가 얼굴을 푹 숙인다.

...그래도 단번에 파라를 제압하려고 했다면, 굉장히 성공적인 행동이다.

"그래, 일단 아까 상황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군."

"아와와와..."

"옆에 고장 났어."

"...어쨌든 듣긴 들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라."

그리고 피오레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원래 아까의 상황, 결국 해결하지 못하는 걸 전제로 시작하지."

"내가 없었어도 충분히 조종할 수 있었을 텐데."

"파라가 다른 배를 전부 구하는 데 성공한 건 사실이다. 다만..."

피오레의 배는 마지막 배였다.

아까 상황 이야기를 들어볼 때, 정말로 피오레는 마지막으로 구해진 건가.

파라가 전부 구하는 사이 피오레가 결국 소용돌이에 휩쓸렸다면, 분명...

"파라는 나를 구하기 위해 폭풍우의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고 들었다. 기절해서 기억은 안 난다만..."

"다, 당연하잖아. 만약에 피오레가 휘말렸으면, 뛰어들어서 바로 구했을 거야! 근데, 왜 그런 전제로 이야기를..."

"잠시 들어다오, 파라."

"...응."

진지한 표정으로 피오레가 말하자, 파라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오레의 이야기.

"문제는 폭풍우의 번개가 정확하게 파라가 있던 위치로 꽂혔던 거지."

"..."

"파라의 디바이스가 자동 방어 마법을 펼치긴 했지만, 그건 더 역효과였다. 주변이 전부 바다인 데다가, 실드까지 물로 된 거니까."

"감전인가."

"그렇지."

물론 마법 소녀인 이상 몸 상태는 바로 회복됐겠지만... HP가 순식간에 바닥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을 거로 짐작된다.

그렇다는 건, 기절했다는 의미.

결국 파라와 피오레는 둘 다 기절한 상태로 소용돌이에 휘말린 거네.

"우리가 살아남은 건, 단순한 우연이었다."

"우연?"

"해저에 있는 어딘가로 휘말려 들어갔으니까. 덕분에 숨을 쉴 수 있었지."

"..."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기연 장소로 들어서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피오레한테 세계가 바라는 뭔가가 있었단 소리.

수호자나 파괴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먼저 깨어난 나는 온몸에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파라가 깨어나지 않아 횃불이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게 고작이었지."

"흐음."

"그리고 거길 살필 때, 어쩐지 끌림 같은 게 느껴지더군. 그때부터였다. 내가 힘을 각성하게 된 건."

"마법사면서 힘을 각성했다니, 재밌는 말이네."

"능력이라는 건, 마법보다 신비한 힘이다. 네 녀석도 수호자의 별을 가지고 있다면 알아두도록."

"반대로 내가 수호자인 걸 알고 덤빈 거네."

"...이야기 흩트리지 마라."

내 말에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하는 피오레.

그러자 파라는 무슨 이야긴지 몰라 멀뚱거리다가 피오레의 뺨을 콕하고 찌른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그가 인상을 찌푸리자, 물방울은 말했다.

"선대한테 함부로 덤비고 그러면 안 돼, 피오레."

"...누가 선대냐. 저 녀석은 네가 마법 소녀가 됐을 때도 각성하지 못한 풋내기다."

"말투! 그리고 별 무리의 마법 소녀는 이제까지 단 한 명이었고, 그건 클래스를 만든 사람이야. 그건 변함없어."

"...그만, 2대째가 나타난 걸 테니까. 그건 됐고... 거기서 얻은 힘은 너도 알고 있겠지, 스노우."

"침식."

"그래, 침식의 마력이다."

침식의 마력을 얻은 경로가 진짜 기연이었네.

알아봤자 좋은 것도 없지만, 이쪽 세계에서도 찾으면 나올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내가 제어할 수 없었다는 거겠지."

"...?'

"곧바로 파라부터 세뇌됐단 소리다."

"피오레 나 세뇌하는 거야!?"

"안 해. 지금은 얻어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전부 미래에 일어난 일이야."

"피오레 미래 예지 능력 얻었어!?"

"..."

머리 아프다는 것처럼 이마를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그저 파라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피오레.

잠시 파라가 조용해지자, 피오레는 말을 잇는다.

"당연히 몰랐다. 평소에도 파라는 내 말을 잘 들어줬으니까. 기운이 좀 없어 보였다만, 애초에 침식의 마력은 내가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원래 성격대로 보이기도 하고."

"명령을 내린 거구나."

"명령도 아니었다. '같이 길 찾아보자'라는 말로 시작됐었지."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긁으면서 말했다.

"그 타이밍에 눈치챘어야 했다. 상태가 이상하다는 건, 알아챘어야 했어."

"피오레? 괜찮아...?"

"파라의 HP가 바닥인데, 녀석은 이상할 정도로 내 말에 집착했다. 결국 섬을 찾았을 땐,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황이었지. 문제는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단 점이다."

"..."

"섬으로 돌아와서 퍼져나간 침식의 마력에 모든 녀석이 감염됐다. 믿기나? 고작해야 한낱 4서클 마법사였다. 그런 마법사가 모든 걸 조종하는 힘을 가지게 된 거다."

마을 전체가 침식당했다는 말은 피오레의 마력은 마법 소녀에게만 통하는 게 아니란 의미.

...그런 거 치곤 마법 소녀에 굉장히 집착한 거 같은데.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지만, 아직은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입을 다문다.

"처음에는 제법 황홀한 기분이었지. 모든 사람이 내 밑에 들어왔는데 원인은 잘 몰라도, 어떻게 싫을 수가 있겠나."

"흐음..."

"문제는... 파라를 되돌릴 수 없었단 점이다."

"침식의 마력을 빼면 되는 거 아냐?"

"...네 녀석, 침식의 마력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적이 있나?"

내가 여러 마력을 쓴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지, 곧바로 물어오는 피오레.

그의 말에 내가 자연스럽게 침식의 마력을 끌어올리려고 하자, 그는 급하게 손을 젓는다.

"혹시나 폭주하면 돌이킬 수 없다. 나중에, 나중에 써보도록."

"...? 응."

그의 행동에 내가 다시 마력을 자연스럽게 집어넣자, 그제야 안도하는 모습.

자기가 쓰던 마력이면서, 트라우마가 굉장해 보이는데.

"그래서 연구하기 시작했지. 연구자였던 시민들도 총동원해서 내 마력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응."

"문제는 내가 파라에게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이었다."

"?"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이라...

"마법 소녀니까, 이 마을을 지켜줘. 라고 했었지."

"으응? 그건 당연한 건데... 왜 그게 문제였던 거야?"

"도시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서, 마법 소녀들이 쳐들어왔다."

"...??"

"그렇네, 자신이 죽게 되더라도, 마을을 지키려고 한 거구나."

"...그렇다."

피오레의 말에 실감이 나지 않았던 건지, 파라는 곤란한 얼굴로 뺨을 긁적인다.

그러고는 간절하게 나를 바라보는 모습.

...그렇게 바라봐도 나도 잘 몰라서 물어본 거니까.

"마법 소녀들은 파라를 악 성향의 마법 소녀로 규정하고, 죽을 때까지 공격했었지. 아무리 공격해도 죽지 않고 좀비처럼 일어나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었다."

"..."

"기절하지 않는다고 악 성향의 마법 소녀라니, 재밌는 농담이다."

"어... 나도 그런 거 보면 언데든가!? 했을 텐데...?"

"...시끄러."

그렇게 말하면서 아예 파라를 품으로 당겨오는 피오레.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바라보지만, 그는 담담히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마법 소녀들을 침식하기 시작한 게."

"...그래."

"마법 소녀라는 것들을 전부 족족 세뇌하고, 처참한 꼴이 될 때까지 굴렸다. 고장 나면 발정 난 것들에게 던져주고, 또 세뇌하고의 반복이었지."

"..."

"그러다 보니 내가 엄청난 악당이 돼버렸더군. 웃기지도 않는 칭호까지 달리면서."

"피오레...?"

"그래도 좋았다. 아무 잘못도 없는 녀석을 짓밟은 것들은 모두 죽여야 했다."

"피오레."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초월의 업을 지니게 됐더군. 마법사가 될 때는 정말 얻고 싶었던 업이었는데... 다 부질없더군."

"피오레!"

"..."

"눈이 무서워."

"...미안하다, 흥분했군."

파라가 덜덜 떨면서 말하자, 피오레는 얼굴을 부여잡으며 풀썩. 하고 소파에 몸을 기댄다.

복수 때문이라...

그 복수에 휘말릴 뻔했던 소녀에 대해 떠올리며, 나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담고 만다.

루프는 50번.

그중에 피오레에게 당한 횟수는 13번.

피오레의 마법 소녀에게 당한 횟수는 10번.

루루를 구하다가 역으로 잡힌 것도 5번.

...사실, 어떤 말을 들어도 그 아이에겐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세계의 절반을 먹어 치웠다. 그러다 보니, 별들이 등장하더군."

"...수호자."

"그래, 수호자가 등장했다. 파괴자와 수호자 시스템을 몰랐었지."

"..."

"문제는 수호자가 나를 파괴자로 판단하고 쳐들어와서 전부 휩쓸어버렸단 점이겠지. 세력이 반 토막 나버렸을 때, 그게 나타났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마력으로 누군가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트윈 테일.

새하얀 원피스에 어깨와 손등에 보석이 박혀있는 모습.

렌과 비슷한 디바이스와 등 뒤의 마법진.

"..."

이거 피오레가 변신했던 사람이네.

아무래도 이 사람이 파괴자였던 모양이다.

"수호자와 나는 힘을 한참 뺀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나타난 '그 마법 소녀' 때문에 모든 게 산산조각났지."

"파괴자인 마법 소녀...?"

"나락의 마법 소녀... 라더군."

"..."

뭐야, 그거. 이제는 감정도 아니잖아.

슬슬 마법 소녀 분류에 대해 의심하는 나였다.

"마법 한 방에 수호자와 내 마법 소녀들이 전멸 직전까지 몰렸다. 수호자는 별의 마력으로 대처하긴 했지만... 녀석의 능력은 원래부터 카운터식.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시점에서 패배였던 거지."

"..."

"기습으로 수호자를 쓰러뜨린 파괴자가 곧바로 나에게 쳐들어왔을 때, 나는 탑으로 도망쳤다."

"탑?"

"초월자의 탑. 초월의 업을 인정받긴 했지만, 제대로 초월자의 시련은 받은 게 아니라서 가능했지."

"밖에도 있는 그거지?"

"맞다."

현실에 있는 탑에 대해 떠올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한다.

...이 쪽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건가.

"탑은 층마다 랜덤한 미션을 내려줬지. 당연히 나는 침식의 마력으로 성공했고, 초월자의 힘으로 세계에서 도망쳤다."

"...결국 이 부분은 마법 소녀랑 관련 없네?"

"내가 복수를 하게 된 계기도 마법 소녀, 내가 한 번 전멸하고 힘을 모으게 된 것도 마법 소녀다. 왜 관련이 없지?"

"아, 혹시 지금 마법 소녀 수집은 힘을 모으는 거야...?"

"그렇지. 설마 윈을 수집하자마자 뺏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때, 파라가 뾰로통한 얼굴로 재빠르게 품에서 빠져나온다.

그 행동에 피오레가 시선을 옮기자, 곧바로 그의 뒤로 가서...

"컥!? 자, 잠..."

"결국 네가 나쁜 짓한 거잖아, 피오레!"

"컥! 커억!?"

"왜 말을 못 해!"

헤드록을 풀어야 말하지 않을까?

잠깐 그런 생각을 하는 나였다.

"후우... 후우... 그건 인정하마. 내가 나쁜 놈인 건 맞으니까."

"그게 다 미래에 일어날 일이면! 그 유적에 안 가면 되잖아! 그걸로 해결이잖아!"

"음..."

파라의 말에 피오레는 침음성을 흘리다가, 고개를 젓는다.

그러자 호오~ 하면서 다시 공격할 자세를 보이는 소녀.

그 행동에 그는 급하게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차라리 내가 집어삼키는 게 맞다! 다른 놈이 먹으면 어떻게 될지 모를뿐더러... 이 세계가 존속되면 오히려 파괴자를 막을 준비가 필요하니까!"

"세뇌 같은 거 없어도 준비할 수 있거든!?"

"아니, 그 점은 피오레가 옳아. 피오레라면 침식의 마력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 테니까."

"스노우 님!?"

"...그래도, 나는 너를 죽여야만 해. 피오레."

"역시 그런가."

"나는 루퍼니까. 너한테 당한 게 절반이 넘거든."

"...?"

내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두 사람.

나는 쓴 미소를 입가에 담으면서 말했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으니, 내 이야기도 해줄게."

­­­­

"..."

"하, 그랬던 거군. 어쩐지 잘 막아선다고 했더니..."

"아니, 그건 우연이니까."

정말로 우연이다.

어쩌다 보니 간 곳에 마법 소녀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유 설'은 너를 용서할 수 없어. 실제로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할 거고."

"..."

"하지만 '스노우'로서 내가 기회를 줄게. 난 네가 마법 소녀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니까."

"웃기는 소릴 하는군. 말했을 텐데? 기계 부품처럼 사용하다가 노예로 만들었다고."

"...솔직히 와닿진 않아. 지금까지 내가 구한 애들은 심한 일을 당하진 않은 거 같으니까. 대신에..."

"뭐냐."

"이 세계의 재앙은 그대로 움직일 거야. 그걸 네가 막아내면, 인정해줄게."

내 말에 피오레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 세계의 재앙인 파괴자.

얼추 들어볼 때, 루루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은 녀석으로 보인다.

그 녀석한테 똑같이 당한다면, 이 녀석은 거기까지일 뿐.

환상 세계를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으니까, 종료시킬 생각이다.

"...그거면 되나?"

"응, 그리고 파괴자 일이 끝나고도 살아있으면, 내가 있는 세계의 모든 적에게 사과해. 그 과정에서 죽어도..."

"잠깐, 잠깐만요. 그럼 저도..."

"미안하지만 파라, 너는..."

"저는 여기에 있어요. 저는 그대로 생각하고, 존재하는 사람이에요."

"..."

"그러니까, 세계 이동 마법이 있다면, 가능해요."

파라의 말에 나는 침묵한다.

그녀는 환상인 존재.

피오레의 기억에 따라 그대로 구현된 존재.

...영혼이 있는지도 불확실한 존재다.

그걸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

"파라의 영혼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피오레는 아련한 눈빛으로 파라를 바라본다.

...설마, 영혼으로 구현된 거라고?

"내가 마법 소녀들을 쓰러뜨리기 전 가장 먼저 한 건, 파라의 영혼을 보관하는 일이었다."

그의 말에 나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럼 부활시킬 방법이나 연구하지, 왜 마법 소녀 수집 같은 걸 하고 있던 거야."

"그녀의 영혼과 동조되는 육체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필요 없는 녀석들을 전부 병사로 쓴 거지."

"...그래. 아무튼, 알겠어. 그럼... 일단 나와서 육체만 돌려줘."

"음? 아... 그렇군. 알겠다."

지금 자신의 상태를 떠올린 건지, 고개를 끄덕이는 피오레.

어차피 환상 세계에는 영혼만 있으면 된다.

육체를 돌려주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니까.

그렇게 생각보다는 합리적인 합의를 맺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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