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90화 (90/149)

〈 90화 〉 나라 전복

* * *

루리에가 한 번 봉인됐었던 산.

그 앞 상공에 파직. 하고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잿노란빛 머리칼의 소녀가 허공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흐릿한 형상에서 선명한 형상으로.

사라질 때 보였던 시계를 잡은 상태 그대로 등장해 헉헉... 거리며 바닥으로 살며시 착지하는 모습.

착지 순간 다리가 풀린 건지, 흙바닥에 엎어지며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헉... 헉..."

굉장히 지친 표정을 보이며 엎어진 상태로 잠깐 휴식을 취하던 빛의 마법 소녀, 루루는 잠시 숨을 고른다.

위치를 확인하려는 듯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

이내 동굴 쪽을 바라본 루루가 현재 위치를 깨닫고 이내 몽롱한 눈으로 동굴을 빤히 바라본다.

"여긴..."

그녀에게 끌리는 게 있었던 장소.

얼음의 봉인이 풀려있고, 동굴은 개방되어 있다.

지친 마법 소녀가 한 걸음씩 느릿하게 동굴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저곳에 닿으면 무언가가 변한다.

저곳에 닿으면 별빛을 이길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

ㅡ저곳에 닿으면 돌이킬 수 없어진다.

루루는 그럼에도 계속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걸어간다.

산으로 천천히 걸어가 동굴 근처에 닿는 순간.

그녀의 앞에 검은 마법진 수십 개가 나타나며, 그곳에서 박쥐 날개를 달고 있는 뿔 달린 인간들이 떨어져 내린다.

"호오, 역시 그분께선 이걸 예측하신 거로군."

"마왕님, 이거 걍 껌이겠는데요? 어디서 저리 망가졌데?"

이마에 한 쌍의 거대한 뿔을 단 채 씨익. 하고 사나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마왕과 간사한 웃음과 함께 그 마왕에게 아부하는 마족.

마왕은 장난스러운 손놀림으로 마족을 밀어내곤 곧바로 손가락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한다.

"미안하지만, 네 녀석은 우리 대의를 위해 죽어줘야겠다."

"...죽어? 내가?"

마왕의 말에 루루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와 함께 그녀의 뒤에서 솟아나는 빛의 사역마.

그걸 본 마왕이 휘유. 하면서 감탄사를 표하더니, 모든 마족에게 소리쳤다.

"한 방에 보내버려라!"

"예입!"

모든 마족에게서 쏘아지는 마력 세례에 루루의 눈에서 잿노란빛이 파직! 하고 피어오른다.

그와 함께 온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빛의 짐승들.

날아오는 모든 공격을 먹어 치우겠다는 것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간 짐승들이 마력을 먹어 치우고 그대로 땅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디바우러 생츄어리."

원래의 거점에 있던 성역을 일부 떼와 그대로 강림시킨다.

조그마한 성역에 닿는 모든 마력이 그대로 녹아 사라져 내린다.

마왕의 공격만큼은 루루에게 그대로 닿지만, 어느새 세워진 빛의 장막이 그걸 막아낸다.

그리고...

"라이트 세이버."

스릉.

마치 검이 발도된 것처럼 쇳소리가 들리며 반월 형태로 퍼져나가는 잿노란빛의 파동.

마왕은 눈을 크게 뜨곤 그대로 거대한 어둠의 장막을 펼치고, 공격은 한참이나 키이이이잉! 소리를 내다가 이내 소멸한다.

"과연... 지친 상태에서도 이런 위력인가. 루시퍼 님이 주의를 줄 만하군."

"...루시퍼?"

"위대한 마신님의 이름이다. 함부로 부르지 말도록."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등 뒤에서 수백의 암흑 구체가 형성되더니, 그대로 마왕의 앞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다른 마족들이 전부 연합해 거대한 마력 결계를 펼치는 모습.

잠시 그걸 바라보던 루루가 발을 땅에 닿게 하더니, 지상의 영역이 더더욱 넓어진다.

그리고...

콰득.

"끄아아아악!"

가장 가까운 마족부터 천천히 먹어 치우기 시작하는 루루.

동시에 그녀의 손에 모여드는 빛의 광선.

"나의 하수인이여, 내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먹어 치워라."

"거대한 악의가 이곳에 강림할지니!"

고오오오오­

동시에 공격 준비를 마친 마왕의 거대 구체와 루루의 빛의 포격이 서로를 겨눈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손으로 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루루의 손이 등 뒤의 시침에 얹어지고, 마왕은 수상함을 느끼고 그대로 구체를 투척한다!

"어비스 플레임!"

"리플레이."

서걱.

"컥?!"

그야말로 한 수.

마왕의 앞까지 가서 증발했던 참격이 다시 생성되며 결계 안쪽에서 마왕의 목을 친다.

그와 함께 루루의 손에서 나간 빛의 포격과 어둠의 구체가 충돌.

서로 힘겨루기를 하듯 점점 커지는 마력량에 마족들은 서로 황급히 도망가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려고 한다!

"너희들은... 도망갈 수 없어. 더 스페이스."

쨀깍.

그녀의 손이 움직임과 동시에 일정 범위 내 세상이 전부 회색빛으로 물든다.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땅으로부터 솟아나는 빛의 짐승들.

모든 짐승이 마족들의 근처로 위치한 순간, 사라지는 회색 영역.

그리고 루루의 조그마한 입이 열리는 순간...

콰득!

"끄아아아악!"

"캬하아!"

모든 마족의 몸체가 먹혀버린다.

뭔가를 입에 씹듯 우물거리기 시작하는 루루.

그와 함께 그녀의 마력 회로가 점점 원래 상태로 복구되기 시작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점점 안정되기 시작한다.

"맛있어."

스노우에겐 압도적인 전력차와 빛의 짐승이 없어 사용하지 못한 포식.

마족이라는 적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 그녀는 튀기는 피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을 들으며 앞으로 걸어간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허무하게 죽어버린 마왕의 머리가 있는 곳.

가볍게 뿔을 잡고 들어 올린 소녀가 앙. 하고 입을 벌리더니, 이내 뿔을 아그작. 하고 씹어먹기 시작한다.

마치 물렁뼈를 씹는 듯한 으드득 소리가 한동안 지속되고, 잠시 후 모든 마족이 격추됐을 땐 더이상 루루의 표정은 지쳐있지 않았다.

완벽하게 회복한 것처럼 활기가 넘치는 모습.

"잘 먹었습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그녀가 영역을 그대로 회수하고 이동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얼음과 전격이 동시에 떨어져 내린다!

"너희는..."

"루루."

"...언니?"

루루가 마치 기억이 돌아온 것처럼 예전과 같은 목소리로 루리에를 부르자, 순간 푸른 마법 소녀는 눈을 크게 뜨며 그걸 바라본다.

돌아온 건가 기대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 사이네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고개를 젓는 모습.

그러자 루리에는 잠시 침묵하더니,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무슨 말이야?"

"루리에."

"알아들었어."

"흐음, 이상하다. 본인이 언니라고 분명 말하지 않았나...?"

이상하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갸웃하더니, 빛의 짐승들을 사방에 소환하며 키득키득하면서 웃기 시작하는 모습.

잿노란빛이 더욱 노란빛에서 벗어나 이제 회색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걸 보며, 사이네가 얼굴을 찌푸린다.

"타락인가."

"타락?"

"마지막 선을 넘었나 봐. 마법 소녀로선 할 수 없는 죄악을 저질러버렸어."

"...루루?"

"왜, 언.니.야~?"

완전히 변해버린 성격을 보며 루리에는 수해를 일으킬 준비 한다.

그와 함께 사이네의 근처에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전류.

아예 아군에게 1도 영향을 주지 않는 전류를 보며 루리에는 힐끗 그녀를 바라본다.

"이상하네, 내 언니라면, 나한테 먹혀도 문제가 없지 않아?"

"네 마음대로 활개 쳐선 안 돼, 루루."

"무섭네. 푸흐흐."

마치 군세처럼 빛의 하수인들이 수없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군세를 덮기 위해 일어나는 거대한 파도.

그렇게 그녀들의 전투는 시작됐다.

­­­­

"어라...? 마족 아저씨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칠흑의 보석을 줍던 소녀가 놀란 눈으로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한다.

마력이 사라진 것과 전에 본 소녀의 마력이 강대해졌단 사실을 알아채곤, 조금 공포가 담긴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보는 모습.

잠시 후 보석을 주워든 소녀는 총 6장의 악마 날개와 천사 날개를 동시에 펼치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나쁜 사람들이었어... 어차피 마족이었어...!"

'...정신이 불안정해졌군.'

자신을 꼭 쥐고 움직이는 소녀를 보며, 피오레는 눈을 빛낸다.

봉인된 상태지만, 자신을 꼭 쥐면서 무의식으로 마력을 흘리고 있는 소녀.

마왕의 억제력이 왜인지 약해진 탓에 조금씩 봉인이 풀려가던 그가 침식의 마력을 그녀에게 천천히 흘려 넣기 시작한다.

"갑자기... 어지러운데..."

비행하다가 순간 휘청하지만, 안전한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억지로 정신을 부여잡고 날아가는 소녀.

조금 시간이 흐르고 어느 건물 옥상에 안착한 소녀의 움직임이 우뚝. 하고 멈춰선다.

"흐음..."

갑자기 무표정한 얼굴이 되더니, 잠시 온몸을 조금씩 움직여보는 모습.

잠깐 허공을 바라본 소녀가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더니, 입가에 저열한 미소가 담기기 시작한다.

"하... 하하하하하하! 미친, 이게 무슨 능력이란 말인가! 빌어먹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미친 듯이 소녀의 목소리로 웃어대던 소녀가 잠시 후 뚝. 하고 웃음을 멈춘다.

그리곤 빛과 어둠의 마력이 뒤덮이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변해가는 모습.

우드득. 하고 육체가 접히는 듯 펼쳐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녀는 피오레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번 육신은 훌륭하구나. 이런 힘이라면... 루루 년도, 스노우 년도 잡을 수 있을 테지!"

그렇게 말한 그의 눈에 마력을 읽어내는 힘이 담긴다.

광역으로 스캔하듯 퍼엉! 하면서 온 사방에 퍼져나가는 마력.

잠시 후 그가 크흐. 하면서 서쪽을 바라보자, 그곳에서는 분홍빛 마력을 흩뿌리며 날아오는 한 마법 소녀가 있었다.

"..."

방금 퍼져나간 마력을 느낀 건지, 인상을 미미하게 찌푸린 채로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올리는 은발의 마법 소녀, 스노우.

그녀의 눈이 무지갯빛으로 물드는 걸 보는 순간, 피오레가 캬하하하하하! 하고 소리 지르면서 허공에 막대한 마력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아, 너를 얼마나 조종하고 싶었던지! 반갑구나! 별 무리의 마법 소녀여!"

"피오레...가 아니네. 모습은 피오레인데."

[영혼이 강제로 덮어쓰기 당했습니다. 현재 육신의 주인인 영혼을 제압하고, 피오레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구나."

무표정하게 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손에는 단검,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전투를 준비하는 모습.

침식의 마력이 스노우를 덮치기 위해 날아가자, 스노우는 그 공격을 거의 무시하듯 뚫고 피오레에게 날아든다!

"뭣... 미친년이!"

침식의 마력에 당하고도 전혀 지장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피오레는 마법 소녀들의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허공으로 퍼져 나타나는 칠흑의 깃털.

깃털에 스노우가 스치는 순간, 폭발하며 그녀에게 데미지를 입혀온다!

"흐흐흐흐."

그걸 보며 웃으면서 허공에 계속 침식의 마력과 마력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피오레.

생각보다 강한 마력량에 잠시 스노우는 후퇴하며 그를 주시한다.

"렌, 혹시 저거 마법 소녀야?"

[그런... 모양입니다.]

"중년 마법 소녀라니, 취향 나쁘네."

"중년이라니! 나는 아직 창창한 20대다!"

"...?"

그 점이 가장 놀랍다는 것처럼 그를 바라보는 스노우.

여전히 그를 무시하는 태도에 피오레는 이를 으득 갈더니 사방을 빛과 어둠의 구체가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그에 맞춰 허공을 빛내는 슈팅 스타.

허공에 탄막들이 서로 부딪히며 이곳에서의 전투 역시 시작됐다.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