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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81화 (81/149)

〈 81화 〉 마법소녀는 언제나 마법소녀니까

* * *

어떻게 할까.

지금 말에 관해 설명하려면 내 특수성까지 전부 말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니, 생각하면 전부 다 읽힌다.

공격이라고 생각하면 차단되긴 하겠지만, 더는 미경이를 적으로 인식하긴 어렵다.

"그건 감사하지만요, 설명하기 힘든 일인가요?"

"..."

힘들다 못해 말하면 안 되는 일이다.

모든 사건이 다 처리되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 일.

나는 입을 닫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본다.

잠시 내 눈을 바라보던 미경이는 한숨을 내쉬면서 항복의 제스쳐를 취한다.

"뭐, 신님이 죽는 것만 아니면 상관없겠죠.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

"아예 생각을 멈추는 건 사람이 할 행동이 아니라고요...?"

그렇긴 하네.

잠깐 아무 생각도 안 했더니 뭔가 흐리멍덩해지는 느낌이다.

아무튼 더 묻지 않는다니, 그럭저럭 안도할 수 있는 발언이다.

사실 설명해달라고 해도 뭐부터 설명해야 하는지 감도 안 오니까.

"그럼 이것만 말해주세요."

"?"

"떠난다는 건, 언제죠?"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미경이를 보며 나는 잠시 고민의 기색을 표한다.

내가 떠나는 시기라...

"정확히는 '나'는 떠나지 않지만, 나는 떠날 거야."

"...잘 모르겠네요. 주어가 틀린 거 같은데."

미경이가 내 말에 으음... 하며 얼굴을 살짝 찌푸리곤 모르겠다는 의사를 표한다.

알면 나에 대해 완전히 전부 알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연한 일이다.

"저는 신님에 대해 전부 알고 싶은데요!"

"..."

응, 안 돼.

"그래서 결국 아까부터 무슨 이야기 중인 겁니까?"

"신 님이 떠날 수도 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는 남아있고 누군가는 안 남아있을 거라고 하셔서..."

"음... 수수께끼가 아니라면 이중인격입니까?"

"이중인격이라기엔 리딩에 읽히는 건 한 명인데..."

"그렇다면 수수께끼군요, 흥미롭습니다만..."

마현까지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모습에 나는 시선을 피하며 슬며시 비행할 준비를 한다.

슬슬 사이네가 나왔을 수도 있으니까,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음... 좀 걸리지 않을까요? 스노우님이 워낙 빨리 나왔으니까요."

"알고 있었어...?"

"네, 뭐... 일단 한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 자체는 저한테 계속 전달되니까요."

그렇게 말한 미경이가 허공에 손을 젓자, 공간이 열리며 뭔가 종이 뭉치들이 무더기로 떨어진다.

...아니, 시스템으로 작업하던 거 아니었어?

그런 생각을 한 걸 읽혔는지, 그녀가 쓰게 웃으면서 말했다.

"시스템으로 작업하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제대로 정보가 남지 않거든요. 컴퓨터로 작업해놓은 것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종이로도 남겨놓고 있어요. 혹시나 현성 씨가 당하면 전기 공급이 끊기니까요."

"..."

확실히 현성의 위치는 그렇게까지 안전한 위치는 아니니,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다.

우리 전력이 적당한 수준이 아니라서 어지간한 상황에선 당하지 않겠지만, 예외사항은 있으니까.

뭐 아무튼.

"그래도 사이네가 나오면 바로 출발해야 하니까, 가볼게."

"저랑 같이 있는 게 무서우신 거 같은데요!"

"착각이야."

정말로 착각이다.

생각이 읽히는 느낌이 좀 그렇긴 하지만, 딱히 미경이를 싫어하진 않으니까.

지금 사이네 측으로 가는 건, 그저 사이네라면 빠르게 클리어하고 나올 수도 있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구나..."

"응."

내가 테라스로 걸어가자, 미경이와 마현은 안에서 가만히 그걸 바라보며 몸을 숙인다.

...정중할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비행을 시작. 신발에 분홍빛 날개가 활짝 펼쳐지며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할 일 끝내면 다시 올 테니까, 기다려."

"알겠습니다, 아가씨."

"네, 꼭 다시 봬요."

내 말에 수긍의 의사를 표하는 두 사람.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본 나는 곧바로 목포에 있는 포탈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Side 사이네

"3단계는 파괴자 대비다만... 재밌군, 이게 사실인가?"

"뭐가?"

"이번 파괴자는 기억을 찾으면 멀쩡해진다고 하는구나. 파괴자치고는 드문 일이로고."

"응? 아아... 생각해보니 기억을 잃었다고 들었어. 애초에 기억이 원상태였으면, 우리랑 싸울 일도 없었을걸?"

파괴자가 됐을 때 기억을 잃은 이유도 아마 그런 사유인 게 아닐까.

파괴자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선 기억을 잃어야만 한다­ 라는 사유로.

"간단한 일이노라. 너는 전격의 마력을 가진 마법 소녀. 수호의 마력인 별의 마력과 전격의 마력을 융합하고, 그걸 그 소녀의 뇌로 흘리거라. 별의 마력이 뇌를 상하지 않도록 해줄 거고, 전격의 마력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주겠지."

"그래?"

"물론 컨트롤은 해야 되노라. 뇌를 직통으로 맞춰버리면, 구워질 테니까."

"...어렵네."

"한 마디로 원래대로 돌리려면, 그런 세심한 마력 컨트롤에 당하도록 무력화시켜야 하노라. 그건 너와 네 동료가 해야 할 일이겠지."

"내가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노라. 너는 수호자니까,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해야만 하는 일.

전대 전격의 마법 소녀는 그렇게 단언했다.

...해야 하는 거냐고. 젠장.

해내지 못하면 루루를 구할 수 없을 테니까.

여기서 뭔가를 익힌 게 의미가 없어지니까.

"그래서 그건 어떻게 하는데?"

"그렇구나, 흐음..."

직접적으로 테스트하기는 곤란한 내용이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주황빛 기사는 잠시 후, 마력을 뽑아 뭔가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원형에 여기저기 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점이 드문드문 찍혀있는 모습.

허공에 떠오른 과녁판 같다고 해야 할까.

이게 뭐냐는 얼굴로 내가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

"내 마력에 닿지 않고 모든 점을 동시에 꿰뚫어 보아라. 그 정도로 정밀 마력 사격이 가능하다면, 손쉽게 할 수 있을 터이니."

"..."

그게 말이 되냐고요...

일단 시도라도 해보기 위해 그 점보다도 작은 크기의 실낱같은 전격의 마력을 만들어낸다.

...점이 어디 있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데.

눈에 별의 마력을 담아 바라보자 보이는 건, 점이 10개라는 점과 정말 작은 점이라는 것.

추가로 마력을 일으켜 전격과 융합하려는 순간, 파직! 하고 전격이 흩어져버린다.

"...?"

"융합이 미숙하구나. 별의 마력은 전격의 마력보다 더 강한 힘을 품고 있지. 전격의 마력량을 줄이거나 별의 마력량을 늘리도록."

"...소숫점 단위 수준으로 마력을 쓰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안 되면, 포기할 테냐?"

"쓰읍."

그녀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마력 컨트롤을 시작한다.

전격의 마력이 1이라면, 별의 마력은 0.5로.

이번엔 별의 마력이 싫다는 것처럼 다가가지 않는다.

밸런스가 안 맞는 모양이다.

...이걸 언제 다 찾아.

슬쩍 가르쳐달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지만, 침묵한 상태로 명상하는 모습이 보인다.

치사하게스리.

그걸 잠깐 바라보다가 계속해서 비율을 찾기 시작했다.

­­­­

Side 루루

아프다.

기억나지 않는다.

먹어 치운다.

인류를 파멸시킨다.

인류를? 왜?

"...파멸시키는 건 언데드."

인류는 지켜야 해.

나는... 인류를 지키는...

­ 정말로? 인류가 너한테 해준 게 뭐 있는데?

인류가 해주지 않아.

내가 지킬 뿐.

분명.. 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ㅡ나는 어째서 마법 소녀가 됐던 거지?

모르겠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아냐, 다른 이유가 있었어.

내가 마법 소녀로 각성했던 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어.

누군가 계기가 있었어.

기억나지 않아.

누구지?

누군가를 대신하기 위해서 움직였어.

"윽..."

머리가 아프다.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거라곤 인류에게 당한 일들뿐.

끔찍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계속 재생되며 정신을 망가뜨린다.

인류에 대한 증오를 만들어낸다.

인류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낸다.

육체를 탐한다.

정신을 농락한다.

뇌를 침투한다.

타락한다.

­ 인류는 너에게 고통만을 안겨줬지. 너는 바보같이 당하기만 했고.

분명히 이유가 있었어.

내가 인류를 놓지 않았던 이유.

분명 그런 이유가 있었어.

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 그럼 너한텐 인류를 지킬 이유가 없는 거 아냐?

"아냐, 아냐. 너 누구야."

정신을 침투하듯 갉아먹는 세뇌를 빛의 마력으로 정화한다.

인류를 멸망시켜야 한다.

아니야.

인류를 멸망시키는 건, 해야 할 일이 아냐.

누군가의 속삭임은 사라졌지만, 혼란은 가속된다.

중요한 거, 중요한 걸 잊었어.

찾아야 해.

찾아내야 해.

"..."

마력이 경로를 가리킨다.

내 마력과 동조하는 무언가가 저쪽에 남아있어.

나에게 중요한 무언가가... 내 무기일까?

느릿하게 비행해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

시간의 흐림과 상관없이 내 속도, 내 페이스대로 느릿하게 날아간다.

언데드를 소멸시킨다.

아, 나 언데드 왕을 죽여야 했지 않아?

"죽여...?"

이상하다.

언데드 왕을 죽인다.

언데드를 다루는 적을 죽인다.

인류의 위협이 되는 망자를 처단한다.

인류의 위협을 막아낸다.

어라? 왜 막아야 해?

나는 인류를 멸망시켜야 하는데?

인류는 지켜야...

"흠... 천상의 발키리가 어찌하여 이 암흑의 여제를 찾아왔는가?"

"...나의 수족이여, 삼켜라."

동굴에 도착한다.

붉은 안대를 쓴 검은 소녀가 길을 막는다.

먹어 치운다.

먹어 치우고, 나의 무구를...

"어리석구나, 이 암흑 여제의 힘을 맛보고 싶단 말이더냐?"

"..."

흐릿한 눈동자에 내 마법이 검은 공간으로 빨려들어 가는 모습이 포착된다.

동시에 안대를 벗어 던지자 보이는 자줏빛 눈동자.

손끝부터 저려오기 시작하는 걸 느끼며, 곧바로 빛의 마력으로 마안의 영향을 벗어난다.

"석화의 마안...?"

"내 마안이 통하지 않다니, 제, 제법이구나."

명백하게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검은 소녀를 보며, 하수인을 손으로 다시 불러낸다.

"나의 수족이여, 감싸라."

빛으로 신체를 강화하며 동시에 일자로 돌격.

그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뜬 소녀가 왼손의 붕대를 허둥거리면서 풀더니, 곧바로 앞으로 손을 내민다.

검은 화염의 용이 나에게로 쏘아진다.

"흐, 흑염룡의 저주에 당하고 살아남았던 자는 없었지, 자, 이 정도면 됐겠지? 너도 이만 물러..."

"...?"

몸을 태우는 불꽃을 빛의 갑주를 벗어던지는 것으로 해제하고, 동시에 다시 수족을 손으로 불러낸다.

식은땀을 삐질 흘리는 이상한 소녀가 눈에 띈다.

"뭐, 뭐야. 왜 안 통하는 거야!? 그거 어떤 상대든 퍼뎀으로 들어가는 건데!?"

"수족이여, 모여라."

"처, 천상의 방패여!"

빛의 마력을 모아 포대를 형성, 그대로 발포하자 허공에 금빛 방패가 나타나 공격을 막아낸다.

어둠 계열인 것 같으면서도 빛 계열 마법도 사용하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다.

"신성한 봉인이여! 나의 적을...!"

"수족이여, 먹어 치워라."

하늘에서 빛의 검들이 떨어져 내린다.

봉마의 힘을 가진 성스러운 검을 향해 손을 뻗자, 그대로 전부 먹혀 사라지는 모습.

소녀는 흠칫하더니 손에 묵빛 검을 소환, 그대로 레이저포의 형태로 변형시키며 그대로 나를 겨눈다.

"그, 그만둬라! 여가 더 아르테미스의 힘을 썼다간, 네 녀석이 살아남을 수 없다! 퇴각을 윤허하마!"

"비켜."

상대가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사람 한 번 죽여본 적 없는 반응.

몬스터나 제대로 잡아봤을지 모를 인간이다.

ㅡ인류를 멸망시켜야 해.

"...시끄러."

"여, 여는 아무 말도 안 했다만!?"

"나의 수족이여, 멸망의 빛을."

디바이스 대신 활을 만들어 시위를 당긴다.

따라 하는 건, 별빛의 마법 소녀가 사용했던 멸망의 힘.

같은 파괴의 힘을 가진 활의 마력 흐름을 그대로 복사해낸다.

쏘아내면 이 일대는 멸망하겠지.

동굴 안에 있는 물건은... 이런 걸 맞는다고 파괴당하지 않을 물질이라고 직감이 말해준다.

그러니까 귀찮은 벌레를 빨리 죽이고 들어가야 한다.

$#!가 오기 전에.

"..."

시위에 마력이 담기고 소녀의 앞에 예의 방패가 사방에 깔린다.

방패는 온몸을 막아줄 수 없는 물질.

저걸로 막는다고 해서 피해가 없을 수가 없다.

미숙하다.

마법 소녀라고 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미숙한 모습이다.

"죽어."

시위를 놓자 극대 포격이 활을 통해 날아간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허공에 피어오르는 거대한 거울 꽃들.

마력에 닿자마자 깨져나간다.

방패에 공격이 부딪히고, 그 안에 있는 소녀의 육각형 보호막에 공격이 닿는다.

어느 정도 막아내다가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하는 모습.

깨져나가기 직전, 소녀가 힉. 하면서 어둠에 휘감기더니 자리에서 사라진다.

"공간 전이."

자리에서 사라진 순간, 마력을 줄여 공격을 멈춘다.

좌표를 읽어내고, 따라가야...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다. 어차피 볼 일이 있는 건, 저 반파된 동굴이니까.

저런 인간을 죽이는 건, 언제든지 가능하다.

"...루루."

"..."

누군가의 목소리.

슬픈 듯, 쓸쓸한 듯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심장이 덜컥. 하고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들은 적 있는 목소리.

흐릿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

시선을 돌리자 푸른 머리칼을 가진 바다 전사가 그곳에 자리해 있었다.

치지지직.

ㅡ머리에, 노이즈가 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파.

아파아파아파아파.

파도 소리가 강해진다.

원인은 저 푸른빛의 마법 소녀.

내 이름을 슬프게 중얼거린 저 파도의 마법 소녀가 문제다.

제거해야 한다.

그래선 안 된다.

혼란이 가중된다.

일단, 눈앞에서 치워야 한다.

"나의 수족이여, 먹어 치워라."

"아쿠아 웨이브. 프리즈."

수족을 보내지만, 파도가 그 마력을 덮치곤 그대로 얼음 결정화시킨다.

...아까 장난에 가까운 녀석보다 강하다.

신중히 상대해야 한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멈추지 않는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루루, 나는..."

"내 이름을 부르지 마. 난 네가 누군지 모르니까."

신경질적으로 답하곤 활을 만들어 시위를 당긴다.

내 모습에 자신의 디바이스로 추측되는 삼지창을 나에게로 겨누는 파도의 마법 소녀.

그래, 저 사람은 적이다.

...인류 멸망을 막는 적이다.

인류 멸망을 막는데 왜 적...

"닥쳐."

"..."

생각을 멈춘다.

지금 생각해야 할 건, 저 푸른 마법 소녀를 죽이는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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