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 마법소녀는 언제나 마법소녀니까
* * *
미국의 어딘가.
크샨을 따라 루리에와 세연이 도착한 곳은 뭔가 징그러운 녹색 물질이 바닥에 잔뜩 깔린 장소였다.
모 우주 전쟁 게임 벌레 종족의 지역 오염과 비슷한 물질.
밟을 때마다 생명체처럼 딱딱하고 두근두근하며 박동이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에 세연이 얼굴을 살짝 찌푸린다.
"징그럽네요."
우리 진영의 '영역화'라서 어쩔 수 없구나, 회색 영혼아. 미안하게 됐다.
"미안할 거까진 없지만요."
크샨의 사과에 고개를 젓고 하늘을 날고 있는 루리에를 슬쩍 바라본다.
푸른 마법 소녀 역시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은 모습.
하늘에서 바라보면 더한 풍경이 보였을까 하고 생각한 세연이 가만히 길을 걷자, 왠 이상한 내장으로 막혀있는 문과 그 앞의 거대한 거신상이 그 앞을 막아선다.
파레, 문을 열어주게나.
우음.
크샨의 말에 검은 갑옷의 거신상이 철컥. 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자연스럽게 팔을 움직여 내장을 짓누르듯 누르는 모습.
그러자 길을 막고 있던 무언가는 문 전체에 걸쳐져 있는 고정 줄을 떼면서 위로 스르륵 하고 알아서 올라간다.
"...좀 그렇네."
그 모습을 보며 속이 메스껍다는 얼굴로 땅으로 착지하는 루리에.
마나로 물을 만들어 삼킨 그녀는 한숨을 한 번 푹 내쉬면서 그 성으로 따라 들어가기 시작하고, 성에 들어선 순간, 자연스럽게 문이 다시 봉인되며 퇴로가 막힌다.
"..."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지만, 크샨을 믿고 그대로 걸어가는 두 사람.
잠시 후 기괴하게 생긴 각종 좀비가 전시된 연구실을 지나치고, 끝에 있는 문에 크샨이 손을 대는 순간이었다.
"잠깐, 크샨! 손님을 데려왔으면 말을 해야지!"
영원한 밤, 내가 평소에 옷은 입고 살라고 했지 않았는가?
"방금까지 씻고 있었거든?! 암튼 열지 말고 기다려!"
미안하군, 잠시만 기다려주게나.
"...씻을 수 있나요?"
음? 그렇다네.
이제껏 루리에에게 의존해 청결만 유지하고 있던 세연이 눈을 반짝이자, 크샨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
미국에 있으면서 한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들어와, 물의 마법 소녀랑... 뭐야, 검성이네?"
의외의 것을 봤다는 것처럼 검은 마녀는 세연을 힐끗 바라보곤 중얼거린다.
보라빛 마녀 모자에 검은 시스루 원피스.
검은색 웨이브 파마 머리칼을 한 고등학생 남짓한 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눈 밑에는 진한 다크서클.
제법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은 건지, 생각 이상으로 피곤해 보이는 모습.
그걸 본 세연이 잠깐 크샨을 바라보자, 그는 흐음. 하면서 밤의 마법 소녀의 모자 째로 머리를 누르면서 말했다.
영원한 밤아. 내가 잠은 제대로 자라고 했을 텐데?
"아잇, 어떻게 자! 지금도 실시간으로 필드 보스들 오고 있거든요!? 바쁘단 말야!"
여차하면 파레가 막아줄 걸 무슨 걱정이냐.
"파레도 말아먹을 드래곤은 못 막거든!? 하필 레드 드래곤이라서 귀찮아 죽겠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에 크샨이 한숨을 내쉬곤 그녀의 머리를 놓아준다.
그러자 허공에 양손을 뻗으며 붉은 눈으로 무언가를 조작하기 시작하는 모습.
씻으면서도 실시간으로 조작하고 있던 건지, 여기저기 물기가 덜 닦인 모습이 눈에 띈다.
"아, 그 검성 씨? 씻고 싶으면 저쪽에서 씻어. 그리고 물의 마법 소녀는...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루리에야."
"그래, 루리에 씨."
"알겠어요!"
세연이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욕실로 이동하고, 루리에는 그녀의 검은 그림자가 가리킨 소파에 앉고 푹신한 감각에 잠깐 몸을 기댄다.
매번 날아다니고 딱딱한 곳에서 야영하던 상황에 푹신한 소파는 간만이었기에 조금 휴식을 취하는 모습.
허공에 계속해서 조작하기 시작하던 밤의 마법 소녀의 눈동자가 검게 변할 때 즈음,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루리에의 건너편에 자리잡는다.
"에휴, 겨우 퇴각시켰네."
"그 드래곤이 좀비 떼보고 퇴각...했다고요?"
"드래곤은 제대로 싸우는 게 아니라 간만 봤어. 그리고 말 놓으라고, 어차피 루리에 씨도 그게 편하잖아."
"...그럼 그렇게 할게, ...영원한 밤 씨?"
"아, 그렇네. 으음... 여기에 저주가 있진 않을 테니 상관없나? 루카샤야. 루카라고 불러."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 소녀가 손을 딱 하고 튕기자, 그럭저럭 멀쩡하게 생긴 좀비 둘이 두 사람에게 음료를 건넨다.
냉장고라도 있는 건지 차가운 음료를 잠깐 바라보다가 홀짝이는 루리에.
잠시 도살장 같은 부엌의 환경을 본 그녀는 조심스럽게 음료를 놓고 말했다.
"솔직히 마법소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명 경시네."
"어차피 내가 아니었어도 다 죽었어. 피오레한테 죽을 거면, 차라리 내 전력으로 쓰는 게 낫잖아?"
"그걸 말이라고...! 그걸 구하는 게 마법 소녀잖아!"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선 성향'의 마법 소녀나 그렇겠지. 난 악 성향이거든? 어떤 방식으로든 인류라는 종을 남기면, 그게 그거 아냐?"
"...이 이야기를 하면, 끝도 없겠지?"
"그렇지, 현명해서 다행이야."
"그래, 그래서 그 악 성향의 마법소녀 씨가 무슨 일로 나한테 대화하자고 하는 거야?"
이 주제는 전혀 맞물릴 수 없다고 판단한 루리에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자, 루카는 키득거리면서 빨대로 음료를 빨고는 말했다.
"드래곤 잡아야 하는데, 물을 쓰는 애가 필요해. 협력하자."
"필드 보스?"
"그 녀석 필드 보스라기엔 너무 센데... 굳이 따지면 월드 보스 아닐까?"
"아무튼 그걸 잡고 싶단 거네."
"일단 그래. 좀비들은 독이나 쓰지 순수한 물의 원소는 못 쓰거든."
"..."
루카의 제안에 루리에는 잠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감으며 고민에 빠진다.
레드 드래곤.
그 자체는 루리에 일행한테도 제법 위협이 되는 녀석이니까, 빨리 치워버리는 게 좋은 건 사실이다.
문제는 스노우와 드래곤.
둘에게 무언가 관계가 있다는 점일까.
정확히는 렌이라는 무구와 관계있는 거지만, 그 점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 건은 버티다 보면 해결될 테니까, 협력 안 해도 될 거야."
"뭐? 네가 그걸 어떻게 확신해?"
"스노우랑 아는 사이 같거든. 그 드래곤, 제대로 싸울 생각 없어."
"...스노우? 아, 그 재밌는 녀석?"
익숙한 이름에 기억해내려는 듯 얼굴을 찌푸리던 루카가 이내 아! 하면서 기억났다는 것처럼 웃으면서 말한다.
루리에가 고개를 작게 끄덕인 후 침묵하자 으음 하면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보이는 루카.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스노우는 어딨는데?"
"수호자 각성시키러 갔어."
"수호자... 응? 걔 별무리의 마법 소녀 아냐?"
"응."
"지가 수호자면서 또 뭔 수호자 각성이래."
"...?"
"별의 마력을 가진 사람은 전부 수호자야. 새 수호자라도 나온 건가? 아, 그래서 파괴자가 튀어나왔구나?"
루리에의 말에 슬쩍 인상을 찌푸리던 루카가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그럼 올 때 방어라도 부탁해. 그래도 상극이라 막을 만 할 테니까~"
"...그 정도는 괜찮겠네."
"그렇지? 그럼 우린 동맹이다? 스노우한테도 잘 말해?"
그렇게 말하더니, 곧바로 다시 눈이 붉어지는 모습.
또 뭔가 허공에 조작하려는 순간, 크샨이 눈을 붉게 빛내며 나타나 그런 루카를 바라본다.
그 모습에 윽. 하더니 다시 눈을 검은색으로 바꾸는 밤의 마법 소녀.
자라.
"그, 그치만..."
자라.
"내가 조작 안 하면 전부 바보 멍청이..."
자라.
"...네."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크샨의 말에 입술을 삐죽하고 내밀더니, 삐걱대는 나무문을 열곤 들어가는 모습.
잠시 따라 들어갔던 크샨이 5분 정도 지나자 다시 문을 열고 나와서 루리에에게 고개를 숙인다.
미안하게 됐네, 순수한 영혼이여. 영원한 밤이 말을 잘 안 듣는 아이라서 말이다.
"괜찮아요. 그보다 크샨의 소환주가 루카 아닌가요? 생각보다 말 잘 듣네요."
음? 아, 그렇군. 그대는 잘 모르겠군. 내가 영원의 밤의 아버지라 그렇다네.
"...네?"
크샨의 말에 멍청한 표정으로 루리에가 바라보자, 그는 붉은 안광을 반달 형태로 바꾸면서 말했다.
우리 일족은 언제나 자신의 부모가 죽으면,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까진 지성을 가진 언데드로서 생환시키지. 그리고 모든 걸 전수하고 자식이 생기면 내려놓게 된다네.
"...만약 죽기 전에 자식이 지성을 가진 언데드를 못 만든다면요?"
그럴 일은 없지. 지성을 가진 언데드를 만드는 건 우리로서도 '비기'라네. 본인이 시행하는 것이 아니야. 일족의 '저주'로 만드는 거니까.
"그렇..군요."
아무튼, 편히 쉬게나. 한동안은 우리 측에서 막아줄 테니.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터.
"감사합니다."
크샨의 말에 루리에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곤 소파에 그대로 기댄다.
잠시 후 새근거리면서 루리에가 잠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거실은 세연이가 다 씻고 나올 때까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됐다.
Side 사이네
고요했다.
정중앙에 단 하나의 마법진만이 만들어져 있는 동굴.
분홍빛과 노란빛이 서로 조화를 이룬 채로 새겨진 마법진 위에서 자신을 잃는다.
환영이 보였다.
모두가 웃고 떠들던 멸망 전 세상.
물론 힘든 일도 많았고, 슬픈 일도 제법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기억.
모두에게 외면받았던 기억.
그걸 잊기 위해 수련했던 기억.
각양각색의 기억이 흐르듯 내 내면을 스쳐 지나간다.
나에게 기억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이유는 뭘까.
전용 무기 던전이라고 들어서 왔는데, 뭔가 이런 것들을 보여주니 낯 간지러워지는 느낌이 강하다.
묻겠노라.
"..."
그대는 무엇을 위해서 싸우고, 어째서 나아가려고 하느냐.
누군가의 미성.
처음 듣는 목소리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기이한 미성을 느끼며, 나는 조용히 허공을 바라본다.
무엇을 위해서 싸우고, 어째서 나아가려고 하는가.
"그렇게 거창한 건 없다고?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그에 필요한 힘이 부족해서 나아가는 거야."
아는 사람들의 기준은 무엇이더냐?
"말 그대로 내 손, 내 눈에 닿는 사람들을 지키는 거야. 적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외라면 전부 지켜내고 싶단 말이지."
그래서 그대가 마법 소녀로구나. 그렇다면 묻겠노라, 그대가 힘을 얻었을 때, 무엇을 하려는 거지?
"친구의 동생을 구할 거야."
친구의 동생을 구한다?
"내 친구인 루리에의 동생, 루루가 파괴자가 됐어. 기억까지 잃고 날뛰고 있지. 그 녀석을 구할 거야."
내가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한다.
내 힘으로는 부족하겠지만, 스노우를 도와 루루를 구해낸다.
침식에 당한 거라면 침식에서 빼내고 싶다.
파괴자로서의 힘 때문이라면, 파괴자로서의 힘을 제거해주고 싶다.
그저 그런 생각뿐이었다.
가족을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던 동료인 루리에에게 가족을 되찾게 해주고 싶었다.
제법 재밌는 말이구나. 허나 너의 기억에는 이미 그걸 해낼 수 있는 동료가 있다만?
"스노우라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노우는 나를 믿고 여기에 데려다줬어. 자신만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믿음에 보답할 정도로 강해질 순 있는 거 아니겠어?"
그대는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대답을 하는가?
"몰라, 알 게 뭐야. 내가 알고 있는 건..."
잠시 눈을 감으며 말을 멈춘다.
내가 지금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단 하나.
"네가 나를 도우면, 나는 파괴자와 싸울 힘을 얻을 수 있단 거야."
그렇겠지, 그렇다면 좋다. 새롭게 나타난 수호자여, 내 시험에 어서 오너라. 견디는 건, 너의 힘에 달렸으니.
풍경이 변한다.
피어나는 건 새빨간 꽃의 화원.
피로 된 것처럼 일반적인 색보다 더 진한 붉은 빛을 흩뿌리는 꽃들이 넓은 공터에 잔뜩 깔려있었다.
그 정도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
문제라면...
"체력이..."
"그대의 특성은 '무술가'겠지. 무술가에겐 체력과 스테미나가 기본이노라."
"...!?"
"내가 내리는 첫 번째 시련이다. '피를 앗는 꽃'에서 너의 체력을 회복시키거나, 늘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해라. 1시간을 버텨도 합격으로 쳐주지."
주황빛 기사 갑주를 입은 여성의 말에 나는 다리에 따끔함을 느끼고 아래를 바라본다.
날카로운 꽃잎과 다리에서 체력을 지속해서 앗아가는 잎.
꽃들이 자아를 가진 것처럼, 근처에 내가 닿을 때마다 움직여 열심히 몸을 비비는 게 눈에 띈다.
"마력은 사용해도 좋노라. 그러나 마법을 사용해선 아니 된다."
"무슨 조건이 그래?"
"마력으로 부족한 체력을 충족할 수 있다면, 그것도 자신의 체력을 가진 것으로 칠 수 있기 때문이노라."
그렇게 말하며 주황빛 머리칼을 가진 기사는 평온한 얼굴로 꽃들 사이에 앉아 뭔가를 소환한다.
그게 술이라는 걸 깨닫고 얼굴을 찌푸리자, 그저 미소만을 보이는 모습.
제법 짜증 났지만, 여기서 버틸 방법을 당장 생각해야 했다.
"..."
저 녀석은 어떻게 버티고 있지?
분명 꽃들이 열렬하게 공격하고 있음에도 평온한 모습.
오히려 술을 마시면 피가 빨리 돌기 때문에 더더욱 위험한 상황인데 정말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갑주로 막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다르다.
손이나 그런 부분에도 닿았을 때 꽃잎이 오히려 튕겨 나가는 모습이다.
그런 와중에 꽃도 상처 입지 않는다.
...스노우라면 답을 알았을까?
잠깐 그런 생각을 하지만 고개를 바로 젓는다.
이 시련은 나를 위해 만들어진 시련이다.
자리에 앉아 마력을 움직인다.
여기저기가 따끔하고 간지럽지만, 마력의 흐름을 파악해 꽃들이 공격하는 범위를 살핀다.
얕고 지속해서.
내 피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약간 더 빠르게 깎여나가고 있다.
마력을 컨트롤해 그 부분을 막자, 꽃잎이 살짝 타오른다.
이 방법이 아니다.
"그 아이들을 해하려고 마력을 움직여선 안 되니라. 네가 해야 할 건 '수호'의 길이니까."
"알아!"
내가 선택한 건 보호하는 길이다.
꽃들이 내가 보호해야 할 사람이라면 아무리 위협적이라도 상처를 입혀선 안 된다.
내 마력은 전격의 마력.
조금만 공격성을 띄어도 모두가 태워진다.
...아냐, 아냐. 전격의 마력이 아니야.
전격의 마력만 있다면 저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는 건 불가능해.
희미하게 섞인 별의 마력을 찾아낸다.
처음 써보지만, 어차피 내 마력인 건 마찬가지.
자연스럽게 유도해 꽃들이 나에게 상처를 낼 수 있는 부분을 막아내자, 꽃이 계속 튕겨 나가기만 하고 피해를 주지 못한다.
...아니, 이것도 아닌데?
튕겨 나가는 건 같지만, 내 쪽은 흘리는 게 아니라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있다.
"별의 마력은 수호의 마력이지, 방어의 마력이 아니니라. 이해하지 못한 건가?"
"..."
수호랑 방어는 같은 소리라고!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건 알 거 같았다.
다시 별의 마력을 움직인다.
감싸는 건 내가 아니라...
"..."
주변에 있는 모든 꽃을 별의 마력으로 감싼다.
꽃들이 말랑말랑한 별의 마력에 갇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간다.
하지만 자신이 보호받고 있어서인지, 딱히 데미지를 입지도 않는 모습.
...그런 건가.
"좋군."
"체력을 시험한다더니, 마력 컨트롤을 시험하는 게 어딨어?"
"그걸 유지하는 게 체력이지."
"...쯧."
집중이 흐트러지려는 걸 느끼며, 다시 집중해서 보호를 계속한다.
이렇게 한 시간.
간신히 희미한 별의 마력 한 줌까지 모두 짜내는 것에 성공한 나는 첫 번째 시련에 통과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