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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78화 (78/149)

〈 78화 〉 마법소녀는 언제나 마법소녀니까

* * *

성남에 있는 내 집으로 돌아오자 보이는 건, 성남이 예전보다 더 발전했다는 사실이었다.

아포칼립스가 일어나기 전보다 발전한 도시라니, 이게 무슨 헛소린가 싶기도 한데.

"..."

내 집은 주인이 없어서 보수만 한 거 같지만, 다른 건물들은 달랐다.

마치 SF 세계에 온 거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미래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쇳덩어리 집과 거대한 유리막을 본다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 간만간만~ 뭐야, 언제 돌아왔어?"

그런 생각을 하며 비행할 때, 뭔가 히어로 영화에서 보던 강철 슈트를 입은 마릴다가 허공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

"마릴다."

"응?"

"왜 성남이 이런 곳이 됐어."

"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기계 군단 양산 장소로 성남 근처 전체 영토를 기계화시킨 건 너잖아?"

"렌."

[맞습니다. 요새화시켜서 방어력을 늘렸죠.]

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렌이 한 건 어쩔 수 없지.

영토 관리를 맡긴 건 나니까.

"내 집만 내버려두니까 이상해."

"그건 그렇지? 왜, 슬슬 원래대로 돌릴까?"

"...아니, 일단 내버려둬."

"뭐, 언제든지 말해. 도와줄 테니까."

"응."

어쩐지 바꾸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젓자, 마릴다는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후 아직 일이 남았다면서 북쪽으로 날아가는 모습.

주요 기술자인 마릴다가 여기 있다는 건...

"현성은 어딨어?"

[류 현성은 지금 마릴다가 간 공방에서 전함을 제작중입니다. 현재 성남에 소속된 전함은 2대고, 아직 1대가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의 피해를 회복중입니다.]

"...그래."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구나, 수리.

전함 1대에 도시를 그 짧은 시간 사이 기계화시켰으니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여긴 이제 된 거 같아."

[확실합니까?]

"...잠깐만 집에 들리고."

[네.]

현성을 만나진 않았지만, 전함 수리를 위해 공방에 있는 게 분명한 상황이다.

지금 가봤자 작업을 방해하는 꼴밖에 안 되니까... 오늘 보는 건 포기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집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처음에 봤던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누가 매번 청소라도 하는 건지, 먼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

잠시 전체를 살피던 나는 자연스럽게 노트북이 있는 내 방으로 향해 변신을 풀고 침대에 엎어진다.

"...집이 최고야."

[마스터...]

"렌."

[네.]

"너는 아포칼립스가 시작된 이유에 대해 알고 있어, 그렇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네, 어째서일까."

­ 흐암... 그건 당연한 거 아니냐? 저 여우년, 모르는 거 하나도 없잖냐.

[말 조심 하시죠?]

­ 내 진명도 아는 데다가, 악마인데다가 박식하기까지 하잖냐. 어디서 얻어먹은 건진 몰라도 좋은 용도로 준 건 아닐걸?

세르칸의 막말에 렌이 화가 섞인 목소리로 말하지만, 그는 코웃음을 치며 그렇게 말한다.

그러자 정말로 화난 듯 내게서 마력을 요구하는 렌.

...안 돼. 싸우지마.

[마스터, 이건 일방적인 모욕입니다.]

­ 억울하면 진명이라도 까보던가. 주인한테 진명도 못 내세우는 주제에 뭘 그리 잘났다고.

[악마의 진명을 보통 사람이 들으면...]

­ 마스터가 네 눈엔 보통 사람으로 보이냐? 수호자 중에서도 이 정도면 급 존나 높은 거거든?

[ㅡ그건 그렇습니다만, 마스터에겐 할 일이 있죠. 그걸 더 힘들게 할 선택지는 고르고 싶지 않습니다.]

­ 허미슈펄, 이봐, 주인. 뭘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악마가 이렇게 잘 따라? 미친 거 아냐?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한 거라곤 렌을 끝까지 믿은 거밖에 없다.

언제나 나를 도와주고, 위험할 때마다 적절한 조언을 해줬으니까.

기능을 숨긴다던가 심술궃은 점이 없다곤 못하겠지만, 그래도 렌은 내 소중한 동료다.

본체가 악마인 것도 최근에 알았고.

[감사합니다.]

­ ? 이걸 나만 못 듣게 이야기하네? 질문한 거 나거든? 와, 독심술 못하는 거 꼽네.

[실력이 부족한 거죠.]

"뭐? 너 말 다했어? 덤빌래?"

갑작스럽게 아린의 모습으로 변해 으르렁거리며 렌을 붙잡는 세르칸.

그러자 렌이 화염을 일으키며 그녀의 몸을 태우려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지옥불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옥불도 일종의 마력이니까, 가공된 마법이 아닌 순수한 마력은 세르칸에게 통하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어떻게 막고 있는지 관전하고 있으니까.

이럴 때 팝콘이 있어야 하는데.

[...마스터 이게 노는 걸로 보입니까?]

"네가 약하니까 스노우도 노는 걸로 보이는 거 아닐까?"

[뚫린 입이라고 막 말하는 건 여전하군요, 세르칸]

"...진짜 너 누구야? 내가 아는 악마라고? 몇 없는데..."

[고작 이정도도 못 맞추면서 말은 잘했군요.]

"여악마 중에 내가 퇴치 안했던 애가 있던가...?"

고민하는 와중에도 마력 컨트롤을 유지하는 게 일품.

아마 저건 세르칸은 고민하고 아린은 마력 컨트롤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된다.

[아, 그렇군요. 의식체가 하나가 아닌겁니까?]

"아."

힌트 줘버렸다.

내 말에 렌이 웃으면서 마력을 30분할해서 아린에게 보내기 시작하고, 고민하던 세르칸이 당황하면서 그걸 전부 받아내기 시작한다.

어쩐지 원망하는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미안해라.

"거기까지만 해."

[마스터.]

"어차피 장난에 가깝잖아."

[...하아.]

"여기까지? 알겠어."

내 말에 세르칸이 아린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순식간에 지옥불을 잠재운다.

렌이 마력을 끊은 것도 크지만, 그래도 마력 컨트롤은 여전히 일품이네.

"그래서 말해줄 수 있어?"

[음... 그 건은 마스터가 루루를 어떤 방식이든 잡아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쪼잔하네, 이 마도기. 알려줄 순 있잖아?"

[지금 알면 관리자 J가 마스터의 위치를 상시로 알 수 있거든요.]

"...아, 그건 좀 그렇네."

렌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세르칸.

아포칼립스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 알면, 관리자가 내 위치를 상시로 알 수 있다고...?

왜 그렇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도 마스터는 주요 관리 대상이라 위치를 한 번씩 들킬 겁니다. 6성이라는 규칙을 넘었으니까요.]

"6성을 넘어...? 그건 샤브린이랑 루시에르 이야기잖아."

[음... 이 정도는 설명해도 괜찮겠죠. 굳이 지정하자면 마스터의 현재 별은 5성입니다. 마력량만 따지면 6성이고요. 하지만... 그렇네요, 6성 Over가 정확하게 의미하는 건, '시스템의 룰을 파괴한다'라는 조건이 붙은 사람들입니다.]

"시스템 룰을 파괴...?"

[네, 마스터는 이전에 한 번, 루시에르의 등급을 억지로 깬 적이 있죠.]

"응."

엄청 피를 많이 마신 기억이 있다.

[그걸로 마스터는 이미 6성 Over... 음, 관리자 언어로 '버그 플레이어'로 규정됐죠. 그래서 관리자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을 겁니다. 비록 마스터는 3성이었지만요.]

"그렇구나."

[거기서 마스터가 세르칸을 가지러 들어오곤 각성했고, 6성에 걸맞는 스펙을 들고 튀어나오고 말았죠. 버그 플레이어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몰라."

게임에서 버그는 오류를 일으켰다는 의미.

이 세계가 게임이라면 오류라는 건...

[세계의 운명을 강제로 바꾸는 자들을 의미합니다. 현재 버그 플레이어를 체크하면... 루루, 샤브린, 루시에르, 영원한 밤의 마법소녀, ㅡ2명이 더 있지만, 마스터가 만나지 못해 언급 불가군요.]

"영원한 밤의 마법소녀...?"

[네, 그녀는 '초월자'이자 '버그 플레이어'라고 돼있습니다. 버그 플레이어가 세계 간 이동을 해온 건 오랜만에 봅니다만...]

"..."

그렇구나.

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씁쓸한 미소를 입에 담고 만다.

'오랜만에 본다'라고 했지. 렌.

그렇다는 건... 렌은 여러 사람들을 봐왔다는 의미인가.

[ㅡ기밀 사항입니다.]

"기밀이 엄청 많네."

"렌의 기능을 아직도 다 못 쓰나 봐."

[...그렇네요, 6성급 마력인데도 기능이 이상할 정도로 해금이 더디군요.]

"기능 해금은 렌이 스스로 하는 거 아냐?"

[관리자 M이 합니다.]

"...?"

그건 또 몬소리에요.

관리자 M이 렌 기능을 전부 열어주고 있었다고?

관리자 M도 결국 관리자 아닌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자, 렌이 곤란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분은... 언젠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적이라고 하긴 애매한 사람입니다.]

"관리자에 착한 녀석이 있다라... 뭐, 난 이쪽 세계 잘 모르니까."

"나도 몰라."

유지가 알려준 거 외엔 나도 잘 모른다. 애초에 빙의자니까.

그래도 한 가지 사실은 알 거 같다.

"지금 관리자 M한테 문제가 생겼구나."

[그렇겠네요.]

"응, 나중에 찾아보자."

[탑부터 깨야할 겁니다.]

"응."

루루 사건이 해결되면,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하자.

내가 고개를 끄덕인 후 침대에서 일어나자, 두 아티팩트는 다시 허공을 날아오른다.

마음 같아선 한숨 자고 싶은데, 루시에르의 말도 있고 더 돌아다녀 볼까.

다행인 점은 대부분의 도시에 포탈을 설치해놔서 돌아다니긴 편하단 정도.

...누굴 찾아가볼까.

­­­­

"응...? 아, 스노우네."

"안녕."

철원.

북한의 경계선에서 이런저런 지뢰를 터뜨리며 내려오는 몬스터들을 유린이가 홀로 막아서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면 이쪽을 먼저 왔을 텐데, 루시에르는 왜 안 알려준 거야.

투덜거리면서 별의 마력을 모으기 시작하자, 유린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냅둬."

"...? 왜?"

"경험치."

"...아."

절대 벽이 뚫리지 않을 거라는 굳은 자신감.

점점 쌓여가는 몬스터들.

잘 보면 유린이가 세우고 있는 성벽이 점점 간격이 넓어지면서 동시에 원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몬스터를 가두는 양식장.

지능이 있는 몬스터들과 대형 몬스터들이 성벽을 넘으려고 할 때마다 뭔가 이상한 기운이 그걸 가로막고, 중소형 몬스터들은 아예 성벽을 오를 시도조차 못하는 상황.

저 새하얀 돌에 뭔가 기능이라도 달린 건가 싶지만, 그런 기색까진 보이지 않는다.

순환시를 가동해 살펴보자, 모든 성벽의 마력이 허공에 뭉쳐지고 있는 걸 포착.

시야 정밀도를 올리자, 그곳에 활 하나가 떠있는 것이 눈에 띈다.

"용사 활."

"...저거 기능 엄청 많네."

"그래서 저거랑 방패만 들고 왔어."

"..."

내 말에 당연하다는 것처럼 말하는 모습.

그 모습에 내가 할 말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자, 무표정하게 눈동자를 마주치던 유린이가 다시 시선을 성 아래로 내리면서 말했다.

"슬슬, 불러야겠네."

"누구."

"사람들."

그렇게 말하자마자 허공으로 마력을 흩뿌리는 모습.

그러자 5분 정도 흐른 후, 포탈을 통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일반인처럼 보이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근접, 장거리 무구들을 잔뜩 들고 온 사람까지.

가장 인상깊은 사람들이 있다면, 대놓고 기사 복장인데 활이나 새총, 마력 총같은 걸 잔뜩 들고 온 사람들이다.

"장거리 공격밖에 못 넣으니까."

"그렇네."

안전하게 잡으려먼 장거리 공격을 해야 하니 그런 모양.

이런 식으로 싸우면 실전 경험이 안 쌓이지 않을까 싶지만, 모든 지역에 던전이라는 훈련장이 있으니 그렇지만도 않겠지.

나름대로 체계를 잡은 모양이다.

"다들 좋아하네."

"응?"

"손이라도 흔들어줘, 왕님."

"으응...?"

그녀의 말에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손을 흔들자,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소리로 열광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모습에 식겁 하면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나.

유린이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부끄럼쟁이 왕님. 다른 데 갈거면, 목포를 추천해."

"...?"

"마현이 거깄으니까. 한창 미경이랑 작업중이야."

"응."

렌을 대신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멤버들이 거깄는 모양이다.

유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간을 밟고 포탈을 탄 나는 곧바로 목포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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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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