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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77화 (77/149)

〈 77화 〉 마법소녀는 언제나 마법소녀니까

* * *

거대한 메카의 형상이 보인다.

건X처럼 인간 형상이 아닌 효율적으로 기체.

다리에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탱크의 바퀴.

양팔에는 뭔가 전류가 흐르는 쇠꼬챙이가 붙어있고, 몸체는 그 꼬챙이 바로 앞에 상어의 몸체처럼 나선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저런 상태로 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나? 하고 바라보지만, 마치 로켓 펀치처럼 쑤욱! 하고 날아오는 꼬챙이.

아.

"프로텍션."

[프로텍션.]

­ 세피로트 전개!

"오..."

회피 기동을 하면서 동시에 거대한 분홍 결계 2개와 푸른 마법진 실드가 나타나 꼬챙이를 튕겨낸다.

꼬챙이가 튕겨 나가자마자 내 날개의 방향에 둥둥 떠다니는 푸른색 핀 비트 10개.

...그럴 거면 같이 나와서 싸우는 게 낫지 않아?

­ 어이어이~ 마력 전환 방식 자체가 존X게 비효율적인 물건이라고? 굳이 2명분 마력을 쓸 필요가 있나.

"흐음."

고개를 끄덕이곤 녀석의 키보다 높은 고도로 날아오르자, 투두두둥. 하고 왠 로켓포가 튀어나오더니 유도 미사일이 12발 연사 된다.

슈팅 스타를 소환해 전부 터뜨리고 동시에 조준.

순환시를 발동해 기기를 주시하지만, 마력으로 움직이는 생명체는 아닌 모양이다.

"루나 블래스터."

­ 오케이!

세르칸의 물질 변형으로 렌을 들지 않은 팔에 푸른 십자형 레이저 생성기를 준비.

곧바로 달의 마력을 모아 포격화시켜 발사하자, 녀석의 주변에 자기장 배리어가 펼쳐지며 공격을 무효로 한다.

"원소 배열 개시."

상대의 공격을 예측해낸다.

기계 생명체의 사이드에서 나타나는 무기 확인.

다연발 미사일 포대.

발사까지 1초. 적중 도달까지 0.5초.

유도탄으로 추측.

바람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윈드 커터."

발사되기 전 상대 무구에 0.8초 만에 바람의 칼날이 도착해 망가뜨리자, 퍼엉! 하고 몸속에서 폭발하는 모습.

0.5초 내 왼쪽 꼬챙이가 발사.

전격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자력."

만들어내는 건 척력.

전류가 흐르는 꼬챙이가 알아서 밀려나듯 빗나가고, 나는 세르칸을 단검으로 변형시킨다.

동시에 렌을 장검으로.

"세피로트 전개."

[오우!]

핀 비트를 띄워 올린다.

비트 전부에 생성하는 건 마력포.

내가 직선으로 날아가는 순간, 유선형 몸체가 열리며 거대한 포대 하나가 나타난다.

에너지가 모이지만, 늦다.

바람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공간을 밟아 도착한 곳은 녀석의 코앞.

에너지가 모이는 포대 안에 검을 찔러넣는다.

"일렉트릭 웨이브."

파지지지직!

위잉­ 위잉­

마력을 베어내며 동시에 일렉트릭 웨이브로 몸속부터 망가뜨린다.

그러자 위험을 알리듯 들려오는 경고음.

대놓고 자폭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모습이다.

"세르칸, 베어."

"알았어!"

단검을 몸체에 찔러넣은 채로 말하자, 아린이 주로 변하던 붉은 전사가 나타나 단번에 적 몸체 윗부분을 작살낸다.

전류가 튀어 오르는 게 심상치 않다.

"렌."

[괜찮겠습니까?]

"응."

[네, 그럼...]

렌을 놓고 뒤로 물러나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하면서 검은 불꽃이 솟아오른다.

자폭보다도 강렬하지만, 기둥 형태로 위로 솟구치는 모습.

도시를 태울 걱정이 없는 거대한 화염쇼를 보며 내가 손을 뻗자, 렌이 슈욱 하면서 빨려 들어오듯 손에 잡힌다.

"...방금 녀석은 어느 정도 수준이야?"

[얼추 5성은 돼 보이는 군요. 안 보는 사이에 마력량도 그렇고, 회로도 좋아지셨습니다.]

"응."

렌의 말에 단순하게 답한 후 세르칸을 허리춤에 찬 뒤 그대로 비행.

제법 높은 고도로 이동해 현재 상황을 관측한다.

그 순간 터지듯 도시 하나급 재해가 펼쳐지는 모습.

...저게 뭐야.

아직 순환시를 가동하던 상황이라, 저게 얼마나 끔찍한 마력인지 관측한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만다.

"샤브린인가...?"'

디스트로이 월드.

그 능력을 제대로 발동했을 때 저 정도 스펙일 거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는 헛웃음을 짓고 만다.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얼마나 괴물이 된 거야.

[마스터.]

"응."

[혹시 시스템이 보이십니까?]

"?"

그녀의 말에 상태창을 호출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명백한 이상 사태에 고개를 갸웃하자, 처음으로 듣는 미성의 웃음소리가 머릿속을 울린다.

"...렌?"

[아, 이런. 죄송합니다. 상황이 재밌게 됐네요.]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이네는 아직 나오지 않은 모양이고, 한국은 재앙들이 하나하나 제압된 모양입니다.]

"음..."

솔직히 지금 상태로 누구랑 싸워도 지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모르는 일이었다.

초월자들은 많고 괴물도 많으니까.

당장 그 드래곤이랑 싸우게 되면, 빡세지 않을까.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뭔가요?]

"이거."

다행히 인벤토리는 동작하는지, 내가 원하는 물품을 떠올리자 손에 구슬 하나가 만들어진다.

윈을 봉인한 구슬.

지금이라면 윈을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다.

순환시로 윈에게 만들어진 괴물의 부분도 절제할 수 있다.

그것도 아니면 세르칸에게 도움받자.

쨍강!

내가 구슬을 깨뜨리는 순간, 검은 안개 같은 게 피어오르며 허공에 촉수 괴물 하나가 나타난다.

동시에 촉수를 전부 모아 에너지 포를 날리는 모습.

...너 나랑 처음 보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며, 에너지 포가 쏘아진 곳으로 돌진해 마력의 흐름 자체를 끊어낸다.

­ 스노우, 스노우, 죽여야, 먹어야...

"역시 침식이 문제구나."

순환시로 그녀의 몸을 관측하자 보이는 건, 70% 가까이 몸을 차지하고 있는 침식의 마력.

그녀가 휘두르는 촉수를 전부 예측해 피해내며, 촉수의 핵이 위치한 부분을 검으로 내리찍는다.

살짝 빗겨내듯 중심을 찌르자, 움찔! 하더니 경련하는 모습.

그 모습에 촉수 괴물의 핵을 꺼내자, 다행히도 원래의 윈의 상반신이 모습을 보인다.

­ 희, 망...

"구하는 게 늦었어. 미안해."

­ 아, 아...

별의 마력을 퍼뜨린다.

침식의 마력을 전부 밖으로 쳐냄과 동시에 검으로 서걱. 하고 괴물의 몸체 자체를 분리한다.

그러자 상반신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피.

곧 사망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미 준비는 끝난 상태다.

"세르칸."

"나참, 이럴 때는 A라고 부르라구요?"

세르칸이 어디선가 꺼내는 인공 몸체를 꺼내더니, 순식간에 상반신과 연결하는 데 성공.

내가 상반신을 베어냈지만, 고통조차 없는지 소녀는 그저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살았네."

"물론이죠! 제 의술은 세계 최고니까요!"

"의술이 아니라 마법이잖아."

"마도 의학이거든요? 아무튼 다행이네요. 변형 생명체라는 게 재료 수급은 무한이라서."

"아무래도."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흐릿흐릿해지더니 축 늘어지는 윈을 안아 든다.

잠시 사이네가 들어갔던 던전을 힐끗 보고, 성남시 기지로 일자로 비행하는 나.

여러 사람이 반기는 걸 가볍게 넘기며 그녀를 어느 방에 놓아둔다.

"마~스~터어♡"

"유레하, 상황 보고."

"체에­ 그러기에요?"

"말해."

"네에☆ 샤브린과 리시안셔스는 복귀 중이고, 루시에르랑 대형 플라잉 소드가 대치 중이에요☆ 마법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통하긴 한데, 어떻게든 잡을 수 있을 거 같데요★"

"응."

"미국은 영원한 밤의 마법 소녀? 진영으로 후퇴했다고 하네요! 상황 보고로는 '빛의 마법 소녀'가 미국 영토의 절반을 소멸시켰다는데, 잘 모르겠어요."

"..."

그건 좀 무서운데?

내가 들어간 지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예측해도 피할 수 없는 공격은 분명 존재할 터.

...미국에 가는 건, 사이네가 합류한 뒤에 해야겠다.

"그래, 고마워."

"헤헷☆"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좋다는 얼굴로 갸르릉 거리는 유레하.

어쩌면 고양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반응이지만, 애써 가능성을 부정한다.

잠시 그녀와 떠들던 나는 일단 루시에르의 상황을 보기 위해 그쪽으로 날아갔다.

­­­­

결론적으로 만나면, 이미 상황은 종료돼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모습으로 황금빛 별의 마력을 두르고 5m가 넘는 신성검을 만들어 휘두르는 모습은 장관.

계속해서 부딪히며 갉아 먹히던 자이언트 플라잉 소드가 하나둘씩 금이 가더니, 파편이 돼선 침묵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어, 왔냐?"

"...굉장하네."

"굉장할 거까지야. 마법 면역이라 좀 고생했네."

순환시로 보이는 마력은 내가 마지막으로 본 마력 이상.

아무래도 몸에 갈무리하고 있던 마력까지 전부 뽑아내서 사용한 거 같은데... 그렇다 치더라도 수치가 이상하다.

"루시에르, 혹시..."

"무지개 눈 예쁘네. 마력 이야기하려고?"

"응."

"뭐, 너나 나나 비슷해진 거 같긴 한데... 당연히 6성도 넘었어. 언젠가부터 시스템도 안 나오더라."

"..."

6성을 넘으면 시스템 창이 안 나타난다는 건가.

렌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알려줄 생각은 없는 거 같고.

"그럼 지금..."

"샤브린, 너, 나는 6성 오버야. 이미 일반적인 초월자는 넘었어."

"사실 원래 스펙이 이 정도라서 더 강해질 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원래 스펙이 그 정도셨구나.

이전 차원이 멸망했다고 들었는데, 왠지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 건, 기분 탓인가.

이런 괴물이 어떻게 죽었데.

"뭐, 나는 힘 쓰는데 제약이 있어서. 아무튼 한국은 걱정 안 해도 돼."

"근데 라크헬름은 왜 고전한 거야. 그 스펙이면 충분히..."

"고전? 불사자들 때문에 막힌 것도 있는데, 그보단 라크헬름이 아예 성을 요새화해서 그래. 안에 사람들까지 날려버릴 순 없잖아."

"..."

아, 생존자들 때문에 함부로 힘을 못 쓴 건가.

그렇다면 이해된다.

"샤브린이 잡아두고 내가 라크헬름과 담판 지으려 했는데... 뭐, 더 좋은 수단이 생겼으니까. 그렇게 점령할 거야. 걱정 마."

"응."

"사이네는?"

"아직."

"그래? 그럼 뭐... 할 일없겠네?"

"응."

사이네가 나올 때까지 유예기간이 생겨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먼저 미국으로 갈까 싶기도 한데... 루루를 내가 맞상대할 수 있을까?

"그럼 한국 상황이라도 한 번 살펴보던가."

"...응?"

"네가 왕이잖아."

"...아."

그런 것도 있었지.

잊고 있던 걸 떠올리며 감탄사를 흘리는 나였다.

...내가 왕이었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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