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76화 (76/149)

〈 76화 〉 마법소녀는 언제나 마법소녀니까

* * *

"당장 나갈 방법은...?"

"없어."

"...시험 달성 조건이 뭔데?"

세르칸의 말에 내가 무표정하게 묻자, 한창 내 모습으로 변해 뭔가를 주워 먹던 그녀가 말했다.

"내부에 같이 봉인된 괴물 사냥."

"...응?"

"내가 여깄는 이유, 괴물이 있어서."

"엥? 나도 처음 듣는뎅?"

내 모습으로 말해서 그런지 세르칸이 무표정하게 말을 읊자, 아린이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그녀에게 묻는다.

그러다가 헷갈리는지 머리를 탁. 하고 한 대 때리는 모습.

그러자 세르칸은 다시 검의 형태로 돌아오더니, 귀찮단 목소리로 말했다.

"우연찮게 꽂힌 건 맞는데, 거따가 이상한 놈들이 오! 봉인석이다! 하더니 봉인 추가로 박았다고? 그래서 한 구석에 치워놨지."

"치워놓을 정도면 혼자 잡을 수 있는 게...?"

"음~ 내가 마력이 없어서?"

"...그렇구나."

아린이랑 같이 있으면서 마력이 없다는 것도 웃긴 이야기다.

"아니아니, 이전 마스터 씨는 잔재의식이라서 의미 없다고? 우리끼리 전투야 실제 같은 환상으로 보일 수 있다만, 실제 괴물을 잡을 순 없으니까."

"...?"

"내 몸이 환상이긴 해~"

내가 무슨 헛소리냐는 얼굴로 바라보자, 아린은 순간적으로 흐릿해졌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마력은 마법 소녀급으로 있어 보이는데?

환상이라면 내 순환시에 아예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언제 보든 그녀에게선 별의 마력이 넘실거린다.

"음... 그거 아닐까?"

"...?"

"일단 내 환생체가 살아있으니까, 그 환생체의 마력을 보는 느낌으로?"

"말이 되는 소릴..."

"응? 아냐 아냐, 일단 영혼이 속해있는 육신이 있으니까, 거기서 마력을 빼 온다고 생각하면 편해!"

그게 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할 것 같은 논리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기도 모른다는 의사를 표한다.

...그게 되면 굉장한 마법사네.

"그래서 그 괴물 어디 박아놨는데?"

"저기 있어요."

어느새 푸른 활을 든 소녀로 변신해 말하는 세르칸.

그러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왠 현대의 도시 형상이 빗어지기 시작하고, 60% 정도가 반파 당한 건물들로 만들어진다.

그곳에 있는 건 거대한 뿔을 가지고, 빌딩만한 크기를 가진 붉은 피부의 악마.

...생긴 것만 보면, 덩치만 크지 잡몹처럼 보이는데.

"블랙 소울 시리즈 알아요?"

"...?"

"블랙 소울 시리즈에 나오는 거대 필드 보스라고 생각해봐요."

"...그 시리즈, 2~3대 맞으면 죽잖아."

"네, 그걸 말하고 싶었답니다."

내 말에 잔잔한 미소를 입에 담으며, 앞으로 천천히 날아가는 세르칸.

잠시 후 그녀가 가장 가까운 빌딩을 만지려고 하자,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물처럼 파동이 퍼져나간다.

"...아이기스로 어떻게든 봉인해봤지만, 벌써 60% 정도 깎여 나갔네요. 미안해... 아이기스..."

"..."

완전히 성격이 변한 세르칸이 영 적응되지 않지만, 아무튼 상황은 알겠다.

저 괴물을 잡으면 된다는 의미지?

"아, 확실히 이러면 내가 돕진 못하겠네..."

아린이 결계에 손을 뻗자, 스윽하고 그대로 결계 안쪽으로 팔이 들어간다.

그와 함께 흐릿해지는 팔 부분.

아린인 들어갈 수 없는 모양이다.

"..."

여기서 배운 대단위 마법으로 저걸 잡을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변신해 마력을 확인한다.

이젠 마법 소녀로 변신하든 하지 않든, 그 마력에 근접한 상황.

사실상 마법 소녀 복장이 방어 복이라 입는 것 외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해볼 건가요?"

"응."

"그럼 할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르칸이 결계에 손을 대곤 무언가 읊기 시작한다.

동시에 결계 전체에 퍼져나가는 파동.

순환시로 결계의 흐름을 읽으며, 나는 마력을 변환하기 시작한다.

"원소 배치 실시."

천천히 비행하면서 허공에 각각의 색을 가진 마법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의 변형판 마법.

빨간 마법진에서 화르륵하고 화염이 퍼져나간다.

분홍 마법진에서 샤르륵하고 별빛이 새겨지기 시작한다.

노란 마법진에서 파직하고 전격이 튀기 시작한다.

초록 마법진에서 휘이익하고 바람이 몰이 치기 시작한다.

푸른 마법진에서 촤르륵하며 수해가 회전한다.

이것으로 5개의 마력이 새겨졌다.

"...매개체가 부족한 게 아쉬워."

5단 중첩 마법진.

원래 제대로 된 마법이라면 작동하지 않았겠지만,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를 기반으로 만들어 억지로 톱니바퀴를 굴린다.

완성이야 분명 시킬 수 있겠지만...

"..."

잠시 고민의 기색을 펼치던 내 뒤에 또 다른 마법진이 새겨진다.

검은 마법진에서 그림자가 일렁인다.

하얀 마법진에서 빛이 반짝인다.

그리고 그 모든 마법진을 통괄하는 거대한 분홍 마법진이 가운데 새겨진다.

"풀게요!"

"응."

여기저기로 튀어 나가려는 마력들을 억지로 붙든다.

그 반동으로 몸에서 마력이 튀며 여기저기 피가 튀지만, 그래봤자 마력 회로는 멀쩡하니까 상관없다.

조준하는 건, 내부에 있는 악마.

세르칸이 활을 박아넣자, 거대한 파동이 일어나며 우리의 몸이 결계 안 세계로 들어섰다!

­ 음?! 드디어...!

"때려 부숴라."

­ 무...

"세이크리드 브레이커!"

모든 마법진의 마력이 거대한 하나의 마법진에 응집되며 그대로 쏘아진다.

그러자 그에 반응하듯 얼굴을 찌푸리며 검은 마력으로 무언가 마법을 발동하는 악마.

네가 뭐 하는 녀석인진, 잘 모르겠다.

네가 왜 여기에 봉인된 건진,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이야기가 맞다면.

지금 모두가 위험하다면.

ㅡ시간을 끌 수 없다.

생각보다 강한 개체인지 검은 마력이 내 필살 기술을 긴 시간 방어하기 시작한다.

유지하고 있는 지팡이를 잡은 채로 다른 손으로 마법진을 허공에 그린다.

그러자 경악하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악마.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등 뒤에 마법진을 그려나간다.

"별이여, 모여라."

허공에 뜬 거대 마법진과는 별개의 8개의 별자리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지속으로 마력이 사용되고 있어서인지, 이때까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완성되기 시작하는 마법.

8개의 마법진이 내 등 뒤에 만들어진 순간, 별빛의 포격이 악마를 정조준한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프로미넌스 브레이크!"

내가 그리는 사이 내 옆에서 푸른 마력을 모으던 세르칸의 마법도 완성되며, 10개의 핀 판넬로 이뤄진 거대 마법진에서 거대한 푸른 빛무리가 앞으로 날아간다.

원래의 무지개 광선에 거대한 분홍 광선, 푸른 광선이 겹치자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하듯 갈려 나가는 악마.

...육체만 소멸했다.

순환시로 악마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세르칸에게로 날아오는 무언가를 보며, 그대로 그녀의 팔을 잡는다.

그러자 3개의 포격이 전부 끊어지면서 동시에 하나의 단검으로 변형되는 세르칸.

[대놓고 보이는 거구만, 형씨?]

"...이런데서 놀 시간이 없어."

영혼의 마력 흐름을 읽는다.

영혼은 마력 덩어리 그 자체.

흐름만 끊을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소멸시키는 건 간단하다.

서걱.

끼아아아아악!

나에게 고속으로 달려오는 영혼의 핵을 두 동강 낸다.

그러자 귀를 찢는 비명과 함께 사라지는 검은 영혼체.

그리고 내가 조건을 만족한 순간, 현대 풍경이 사라지며 서서히 원래의 동굴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르칸을 잘 부탁해? 스노우."

"...너도 안에 있을 거잖아."

"앗, 들켰네. 하지만 세르칸이니까, 어지간하면 못 나갈 거야. 그러니까... 잘 부탁해?"

"응."

당연히 이길 걸 알았다는 것처럼 말해오는 아린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앞으로 걸어 나간다.

동시에 보인 건, 내가 들고 있는 지팡이와 똑같이 생긴 렌.

내가 손을 뻗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손에 잡힌다.

"디스펠."

쨍강!

안티 매직 필드를 해제한다.

동시에 던전이 클리어됐다는 것처럼, 서서히 풍경이 사라지는 모습.

자연스럽게 나를 이끄는 공간의 마력에 눈을 잠깐 감았다가 뜨자, 그곳에는...

위이잉­

­ 인간, 발견. 몰살.

아까의 악마보다 더 거대한, 산만한 기계 생명체가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

샤브린이 검을 뻗을 때마다, 푸른 조각들이 튀어나와 공격을 차단한다.

무슨 재질로 만들어진 건지, 세계수의 조각과 파괴자의 검을 감당하는 프로텍트.

그걸 본 샤브린이 마력을 점점 강화하기 시작하자, 푸른 소녀의 손이 움직인다.

푸부부북!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마력 조각을 본 샤브린이 바닥을 한 번 박차더니, 자리에서 사라진다.

동시에 서연의 모든 사각에 뿌려지는 거대한 프로텍트.

쾅! 하고 땅에 거대한 광학 실드들이 떨어져 내리지만, 하늘로 솟아오른 샤브린에겐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카오스 마이트!"

시간이 멈추듯 세상이 색을 잃는다.

아니, 다르다.

서연이 만들어낸 '푸른 돔' 외의 모든 세계가 순간적으로 색을 잃었을 뿐이다.

회색 원형 마력 파동이 터져나가고, 주변에 있던 잔해들이 깔끔하게 소멸한다.

"무릅니다."

"방어밖에 못 하나?"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진 가속력으로 녹색 검을 내리꽂는 샤브린.

돔을 꿰뚫는 검격에 서연이 위를 향해 5중 프로텍트를 펼치고, 4개가 깨지고 1개가 금이 가는 순간, 그녀의 찌르기가 막힌다.

하지만 그뿐.

카오스의 효과가 끝나자마자 휘둘러진 검에 서연은 바닥을 뚫고 그대로 스르륵 사라지더니, 두꺼운 푸른 프리즘에 갇힌 마스터를 데리고 공간을 넘는다.

동시에 날아드는 푸른 조각을 무시하고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돌진하는 샤브린.

그런 그녀를 보며, 서연은 창월의서를 펼친다.

"영웅 서사시, 기동. 응답하세요. 마를."

콰앙!

그녀의 말과 함께 앞에 나타나며 녹색 검을 막아내는 2m의 장신 사내.

등에 쌍 대검을 꽂고 있는 남자가 한쪽 대검을 꺼내 들어 오러로 검을 막아내고, 다른 대검을 발검하며 그대로 내리찍는다.

그 모습에 순간 카오스의 소환을 해제하고, 레이피어로 대검을 찔러 들어가는 샤브린.

검 면에 그녀의 레이피어가 닿는 순간, 쩌적. 하고 금이 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허, 드래곤 본으로 만든 무기를?"

"브레이커."

동시에 다른 손에 있는 레벨리온의 소환을 해제, 힘겨루기하는 대검이 내리 찍히는 순간, 그녀는 옆으로 반보 움직이며 어느새 소환된 브레이커를 휘두른다.

챙강!

대검이 작살나며 사방으로 튀지만, 정령의 가호를 받는 그녀에겐 그저 스쳐 지나가는 파편일 뿐.

레이피어와 브레이커가 동시에 금이 간 걸 느끼며, 샤브린은 두 무기를 돌려보내고, 레벨리온 하나만을 소환해 쥔다.

"제 9계위 마법 발동, 메테오 스트라이크."

"스피릿 버스터, 기동해라."

"이봐, 나를 잊으면..."

"다잉 랜서."

하늘에서 운석이 공간 전송으로 떨어져 내리는 걸 보며, 샤브린은 눈앞의 사내를 무시하며 녹색 검에 마력을 모은다.

당연하다는 것처럼 옆구리를 베어오는 검에 점프하듯 올라타더니, 그대로 묵빛 창을 소환해 일격.

창이 만들어낸 마력 베기에 베인 마를이라는 사내는 곧바로 빛으로 화해 사라지고, 동시에 창의 소환을 없앤 샤브린이 양손으로 녹색 검을 잡고 운석을 향해 휘두른다.

ㅡ녹색의 일섬.

레벨리온 사이트처럼 가로로 된 한줄기의 녹색 참격이 그대로 운석을 동강 내고 지나가며, 허공에서 운석이 폭발에 사방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만들어져가는 세계 침식 마법.

"Geboren zu zerstören(멸망을 위해 태어났다.)"

"응답, 제 9계위 마법 발동. 데몬 게이트."

검에 철컥. 하고 무언가 소리가 퍼진다.

그와 함께 마력이 부스팅 되듯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검붉은 마력.

그녀의 앞에 마족들이 소환되기 시작한다.

3단계에 소환될 불완전한 마족이 아닌, 5성급 전투력을 가진 마족들이 게이트를 통해 하나씩 풀려나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에도 재밌다는 미소만을 입가에 담는 샤브린.

그 모습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서연이 푸른 장벽과 함께 재영창을 시작하고, 샤브린이 전방으로 쏘아진다!

"Und Zerstörung findet nicht statt.(그리고 멸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친, 이건 또 무슨 괴물 딱지야. 어디서 불러낸 거야 미친 계약자는."

5성급 마족 3명이 소환됐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쏘아지는 샤브린을 보며, 경악하더니 괴물의 형상으로 곧바로 마주 서는 마족.

검붉은 마력과 섞인 녹색 검을 막아낸 마족의 팔이 그대로 녹아내린다!

"크아아악?!"

"nie verlieren.(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으며.)"

"어째서...?"

"gewinnt nie(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다.)"

그 후 영창중이던 마족까지 뎅겅 하고 베어내는 샤브린.

육체파 마족 둘이 붙어야 겨우 전진을 막아내는 걸 보며, 서연이 얼굴을 찌푸린다.

ㅡ미래를 예지하는 소녀에겐, 넘을 수 없는 벽이 보였다.

"Unzählige Geister haben mich gefressen.(무수한 원혼들이 나를 먹어치웠으며)"

"방어하세요! 제 9계위 마법 발동. 헬 파이어!"

푸른 프리즘 방어막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고, 지옥에서 사용되는 불꽃이 피어오른다.

지옥의 불꽃은 마족을 강화하며, 동시에 그녀를 휩쓸려고 하지만, 무리.

녹색 빛이 퍼져나가며 뒤에 세계수의 형상이 새겨지기 시작한다.

"Derjenige, der von der Welt geliebt wurde, sah es traurig an.(세계의 사랑을 받는 자는 그 사실을 슬퍼하며 바라봤다.)"

"자, 잠깐만 기다려. 무슨...!"

녹색빛이 퍼져나가며 참격.

악마들이 전부 베여나가고, 서연의 마법이 발동한다.

"데스 버터플라이!"

계위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발동시킨 마법.

그녀의 온 사방에 죽음의 나비들이 퍼져나가고, 동시에 소녀의 손의 창월의 서가 빛을 뿌린다.

ㅡ자리에 있는 모든 시체가 일어난다.

죽어버린 히드라를 포함, 죽어 나갔던 인간들의 시체가 움직이며 샤브린의 전진을 막는다.

그리고 동시에 서연의 머리 위에 나타나는 푸른빛 시계 형상.

"Und diejenigen, die von der Welt geliebt wurden, wurden von denen getötet, die sie beschützten.(그리고 세계의 사랑을 받는 자는 스스로가 지키던 자들에게 죽고 말았다.)"

"...당신도 끝입니다. 시간이 끝나면...!"

"Ich habe seinen Willen nicht gehalten.(나는 그의 유언조차 지키지 못했다.)"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서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려온 소리에 그녀가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건, 흐릿하게 움직이는 누군가의 형상.

손에 잡힌 저격수의 총을 보는 순간, 그녀의 눈이 경악으로 가득 찬다.

타앙!

"큿?!"

"Ich sitze allein in der zerstörten Welt und graviere mir das Ende der Welt in die Augen.(나는 멸망한 세계에 혼자 앉아 세계의 마지막을 눈에 새긴다.)"

"헤리어스! 당신 어떻게...!"

"혼자, 갈 수 없다."

그의 주변에 정령들이 울부짖는다.

분명 마력까지 잡아먹었을 남자의 등장에 그녀가 사용하던 마법이 해제되고, 세계는 검게 물들기 시작한다.

당황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혼자.

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모든 공간에 마력을 흩뿌리듯 거대한 돔을 만들어낸다.

샤브린의 손에 잡힌 칠흑의 가면.

그녀의 가면이 씌워진 순간, 세계는 암전한다.

"Ending Grab.(끝의 무덤)"

풍압은 막았다.

미래를 읽어낸 서연이 다음 수를 읽어내며, 온 사방에 푸른 조각을 만들어낸다.

어디서 나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몇 중으로 돔을 만들어내며 각종 설치형 트랩 마법을 돔 안에 잔뜩 만들어낸다.

이것으로 만전.

그렇게 생각한 서연이 미래를 읽는 순간이었다.

"미친 겁니까!?"

"이것으로 이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지니."

"그걸 쓰면 당신, 나가자마자 언데드들한테...!"

"파멸하라."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요! 멈춰!"

"디스토로이 월드."

그녀의 활시위가 놓이고, 결계 전체가 금이 간다.

샤브린 자신을 놓아버리는 궁극의 일격.

ㅡ존재할 수 없는 어둠의 빛이 지상에 내리꽂힌다.

만들어진 세계가 깨져나간다.

세계가 깨져 원래 위치로 돌아오자, 밖에 있던 모든 괴물이 휩쓸리기 시작한다.

도시 전체를 뒤덮는 검은 마력 폭풍.

세계를 파괴하고도 모자라 후폭풍으로 도시 근처 산까지 전부 날려버리는 일격이 퍼져나가고, 결계 효과로 허공에 떠 있던 샤브린이 떨어져 내린다.

바람의 정령의 도움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는 땅에 사뿐하게 착지되는 샤브린.

하지만 그녀는 쓰러진 그 상태로 몸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갑옷마저 유지하지 못한다.

"..."

언데드들까지 한 번에 쓸어버린 일격.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간에 누워있는 그녀를 향해 누군가 터벅터벅 걸어오기 시작한다.

마술사 복장에 안경을 낀 누군가.

손에 마술에서 쓰는 괴상한 검을 든 사내의 도착에 그녀는 피식 웃으며 그걸 그저 바라본다.

"이런, 같이 휩쓸리길 바랐거늘."

"결계를 사용한 시점에서 예상했거든."

"그런가. 아쉽게 됐군."

"그래, 너는 너무 오버 밸런스여서 말이야. 누가 혼자 6성을 넘으랬나? 룰 위반이다. 플레이어."

"시스템이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 관리자."

"...시끄러. J 새끼만 아니었어도."

남자의 검이 서서히 들린다.

방금까지 주변에 파멸의 일격이 꽂혔으니,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

그걸 안 관리자 M이 느긋한 미소를 보이며, 천천히 그녀에게 검을 내리기 시작한다.

"딴 세계 파괴했으면 그냥 이 세계도 파괴하지 왜 지키겠다고 지X해서 죽냐? 멍청한 년."

"...글쎄, 방심투성이 인 관리자가 할 소린 아니군."

"디스트로이 월드를 쓰면 못 움직이는 건 알고 있다고. 허세부리긴."

"네가 걱정할 건, 그게 아니다."

"ㅡ레벨리온 사이트."

"?"

그가 있던 자리에 검붉은 빛의 일섬이 휘둘러진다.

얼굴이 당혹으로 가득 찬 상태로 공간 이동하며 허공으로 회피하는 관리자 M.

그리고 샤브린은 억지로 시선을 위로 돌려, 자신에게 걸어오는 한 소녀를 바라본다.

"리시안셔스, 제때 왔군."

"...바보입니까. 뒤도 없이 움직이면, 죽습니다."

"그러니 뒤를 만들었지 않나."

"4성인 사람에게 맡기는 걸 뒤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온몸이 파괴자의 무구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검붉은 검, 묵빛 창, 검은 활.

평소에 쓰던 메스 같던 칼을 대신해 나타난 무구들을 본 관리자 M이 허? 하면서 그걸 바라보곤 말했다.

"인공 마족이냐. 그래봤자, 4성으로는 마력이..."

"샤브린, 스노우가 나왔습니다. 곧 오겠죠."

"그런가."

"...뭐라고?"

"그러니, 죽더라도 여기서 막..."

리시안셔스의 말에 뭔가 로그를 뒤지기 시작하더니, 관리자 M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그 모습을 멍청히 바라보는 보랏빛 소녀.

잠시 그걸 지켜본 샤브린이 쓴 미소를 입가에 담더니, 하... 하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리시안셔스."

"네."

"성남으로 옮겨주겠나. 최대한 빨리 회복해야 하니, 비컨을 사용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스노우 이야기는..."

"알아서 팬클럽 화면 보면 알지 않습니까."

"...그렇군."

마법 소녀 팬클럽에서 나오는 '실시간 스트리밍' 화면을 기억해낸 샤브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아니라도 이미 등급을 벗어난 샤브린이라면 '후원자'로서 바라볼 수 있지만, 그녀는 어째선지 스노우를 관전할 수 없을 거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아, 창월의 서 마스터도 회수해주겠나?"

"? 그 공격들 사이에서 살아있습니까?"

"창월의 서가 원 스펙에 비해 너무 약했다. 회복기에 들어갔겠지만, 아마 80% 이상이 마스터 보호에 사용됐겠지."

"그렇다고 해도, 방금 그 마력 폭발엔..."

그녀의 말에 샤브린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마 날아갔을 뿐일 거다. 엄청 가벼웠으니까."

"으음... 일단 찾아보죠."

"그래. 그리고 가능하면, 미류 녀석도 찾도록. 아마 흡수당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버리고 가도 됩니까?"

"안 돼."

여러 가지 시키는 샤브린이 귀찮다는 것처럼 투정 부리면서 말하는 리시안셔스였지만, 당연히 샤브린은 거절.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쉰 리시안셔스는 그녀의 말에 따라 창월의 서의 주인, 미연이를 찾기 시작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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