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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74화 (74/149)

〈 74화 〉 마법소녀는 언제나 마법소녀니까

* * *

날아드는 검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본다.

보자마자 든 생각은 너무 빠르다는 것.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이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닌 연격이라는 것.

피하기 시작했다간, 뒤에서 거대한 활을 들어 올린 푸른 갑주의 소녀에게 당한다.

렌을 검으로 변형시킨다.

검격의 시작점으로 검을 찔러 들어간다.

처음엔 내려치기.

다음은 대각 베기.

다음도 대각 베기.

상대의 검이 움직이는 경우의 수를 읽어낸다.

내려치기를 선 차단당하자, 자연스럽게 튕기는 검을 안정화하며 대각 베기로 전환된다.

대각 베기를 슬쩍 뒤로 물러나는 거로 피하는 순간, 내 비행 높이보다 조금 더 높은 고도에서 날아드는 푸른 빛의 화살 세례.

피해낼 수 없다는 걸 확신하고 하늘에 프로텍션을 펼치자, 당연하게도 붉은 갑주의 소녀가 달려든다.

카앙!

계산이 느려.

좀 더 빨리 계산해야 해.

순환시를 약하게 가동한다.

머리가 조금 지끈거리지만, 그래도 평소보단 나은 모습.

평소처럼 완벽한 색채의 세계가 아니라 선의 세계가 펼쳐진다.

마력의 선이 보인다.

활을 들고 있는 소녀가 마력을 모으는 걸 확인하고, 다음 공격의 발사 각도를 예측한다.

ㅡ이 감각은 유지의 것이 아냐.

이건 프로게이머 시절 내 감각이다.

처음 보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어낸다.

상대의 습관과 공격 방식을 읽는다.

아린의 검을 피해내며 성격을 관찰한다.

마력 강화로 올라간 출력을 이용한 마구잡이 검술.

특유의 속도가 있고, 자체적인 파괴력도 있다.

하지만 검 자체에 능숙하지 못해 움직임을 파악하고 먼저 쳐내면, 방어하기 쉽다.

세르칸의 화살을 읽는다.

정교한 궁술.

아린의 서포팅에 만족하는 것처럼, 내 퇴로만을 쏘아내고 적중시키는 화살은 떨어뜨리지 않는다.

등에 뭔가 여러 가지 물건이 매달린 것으로 볼 때, 활 말고도 무기가 있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내가 가진 건 별의 마력.

아린이 들어오는 중간 지점에 손가락을 그어 공격로를 차단하고, 동시에 세르칸에게로 돌진한다.

한 박자 늦게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가 떨어져 내리며, 동시에 활을 조준하던 세르칸의 시야가 가려진다.

물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아쿠아 커터."

"세피로트 전개!"

물의 칼날을 쏘아내자, 그녀의 등 뒤에 있던 핀 비트가 날아올라 마력 레이저로 실드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X담?

잠깐 그런 생각을 하지만, 일단은 아직 전투 중.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가 슬슬 사라지기 시작할 때 즈음, 달려오는 나를 향해 세르칸이 차분하게 활시위를 당긴다.

그리고 동시에 나타나는 아린의 모습.

"가속!"

그녀의 몸에서 붉은 마력이 피어오른다.

고속으로 나에게 이동해오는 그녀를 보며, 나는 곧바로 다음 마법을 발현한다.

"스피드 스타."

"윽?!"

거대한 별 탄막이 몸 근처를 회전한다.

아린의 검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톱날이 돼 그녀를 갉아먹듯 공격해간다.

최대한 공격을 막아내려 하지만 악수.

스피드 스타는 내가 마력을 공급하는 한,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스킬이다.

잠시 아린을 딜레이시킨 사이, 세르칸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슈팅 스타를 하늘에 띄운다.

10개의 별 탄막이 떨어지자, 활시위를 당기기 전 핀 비트를 힐끗 바라보는 모습.

그러자 실드를 없앤 핀 비트가 레이저로 그 탄막들을 모두 격추한다.

"하아아아!"

아린의 검에서 마력이 불타오른다.

동시에 세르칸의 활시위가 놓인다.

...마력으로 불태우는 검이 도착할 때까지 0.5초.

바람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내가 도착한 곳은 세르칸의 바로 앞.

설마 눈앞까지 도착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건지, 세르칸의 눈이 크게 떠진다.

내 윈드 스텝을 아린이 알아채기까지 1초.

불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인페르노."

세르칸이 급하게 회피 기동을 하지만, 반응이 늦었다.

내 손에서 피어난 화염의 꽃에 직격당한 세르칸의 오른팔에 화상이 번져간다.

마력으로 덮어 빠르게 반응했지만, 이미 오른팔의 상태는 너덜너덜한 상태.

그리고 동시에 마력을 두른 검이 내게로 도착하기 전에 다시 바람의 마력을 일으켜 피해낸다.

"후."

세르칸이 얼굴을 찌푸리며 활시위를 다시 당긴다.

0.25초 정도 반응 속도가 느려졌나.

나쁘지 않은 성과지만...

남은 마력의 잔량을 확인한다.

40%.

아까 스타더스트 스타라이크가 마력을 너무 많이 먹어 치웠다. 당분간 사용을 중지한다.

아무리 계산해봐도 이 마력으론 이길 수 없다.

도망갈 준비를 해야...

ㅡ마법 소녀는 물러나지 않아.

머릿속에 피어오른 생각에 인상을 찌푸린다.

물러날 수 없다면, 여기서 뼈를 묻는 수밖에 없다.

기계적으로 예상 승률을 계산하지만, 소수점 밑 자리의 승률조차 나오지 않는다.

렌이 있거나, 마법 소녀 특유의 무한 마력이 있다면 충분히 견적이 나오지만...

"일단 여기까지 할까? 너무 과몰입하는 것도 안 좋아."

그런 생각을 할 때 즈음 아린과 세르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끼며 순환시를 해제하는 나.

...다음부터는 좀 더 약하게 사용해야 할 모양이다.

"이번 패착은 스타더스트를 썼다는 점인가..."

그게 아니었다면, 장기전을 시도하며 마력을 쌓으면서 싸웠을 테지.

그럼 분명 승산이 있었다.

"패착? 2대1인데 무슨 패착이야."

"...1대다는 흔한 일이잖아."

"세르칸, 너 어느 세계에 떨어져 있는 거야?"

"음... 나도 잘 모르겠다만? 너하고 떨어진 후로 차원 이동한 곳이 폐쇄 공간이라서."

내 말에 아린이 세르칸을 바라보면서 묻고, 그는 허공에서 흔들거리면서 그렇게 말한다.

폐쇄 공간인가.

던전 같은 곳에 꽂혀 있어서 원해서 그 자리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아, 눈 색 돌아왔다."

"...?"

"그러니까... 이렇게 쓰는 건가?"

내 눈을 보곤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순환시를 배껴 쓰는 모습에 나는 눈을 깜박인다.

순환시는 마법이 아니다.

마력시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속하는 일종의 '재능'에 가까운 무언가.

내 마법 이해로도 정확한 원리를 분석하지 못한 마안에 가까운 능력이다.

...그걸 한 번 본 것만으로 카피한다니, 대체.

"으아, 어지러..."

무지갯빛으로 변했던 아린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더니, 눈 아프다는 것처럼 잠시 눈을 깜박이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잠시 후 흐음... 하면서 고민하는가 싶더니, 세르칸에게 말하는 모습.

"이거 나하곤 안 맞는 거 같아."

"그렇겠지. 저 꼬맹이의 타입은 기동 포격 요새고, 넌 고정 포대잖아."

"고정 포대라니 실례네. 나도 근접전 많이 하거든?"

"광역 기술을 쓰려면 위치 이동 못하잖아."

"아픈 곳 찌를래?"

세르칸이 아린을 놀리고, 그녀는 그런 세르칸에게 으르렁거린다.

...렌과 내가 저런 모습으로 보일까.

아니, 나는 렌의 말을 그냥 들어주는 타입이니까 조금 다를지도.

그래도 여기 사람이 있다는 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암튼 1차 테스트는 합격이긴 한데, 아직 부족해. 세르칸을 쓰려면 2명분을 감당해야 하거든."

"...?"

"세르칸, 평소에도 마력 무지 잡아먹어."

"상관없어."

"으응...? 아직 네 마력으론 무리야. 시간 비율 1대50이니까, 마력이라도 쌓아서..."

"내가 살던 세계에선, 세계의 지원을 받고 있어."

내 말에 이게 뭔 소리야... 같은 느낌으로 바라보지만,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그녀를 바라보자 그제야 내가 진담을 하고 있단 사실을 깨닫는다.

세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마법 소녀라는 클래스 자체가 일반적인 클래스가 아닌 걸 생각하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각성하면 무조건 마력 무한이라니, 사기잖아.

"...잘은 모르겠지만, 마력은 부족하지 않단 의미지?"

"응."

"그럼 상관없긴 한데... 그럼 내가 체면이 좀..."

"무슨 체면을 따지고 있냐. 어차피 후계자 시험이면서."

"우씨, 너 자꾸 태클 걸래?!"

"전성기 30%도 안 되는 스펙으로 나 잡을 순 있냐?"

"쯧, 이래서 세르칸 부수고 죽었어야 했는데."

"살벌한 소리 하지 마라!?"

전성기 30%?

순환시로 잡혔던 마력량을 생각하며, 나는 진심으로 놀라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자 아하하... 하면서 어색한 미소를 흘리는 모습.

그녀가 가졌던 마력량은 마법 소녀에 필적. 즉,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마력량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타입이 고정 포대라고 했으니, 화력형 마법사일 터.

그 마력량에 화력형 마법사였다면, 현대로 따지자면 핵미사일이랑 동급이란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나라 하나만 멸망시키는 게 아니라 수십 개도 부수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근데 그게 전성기 30%라면...?

"괘, 괜찮아. 차원 마도사라서 그런 거니까? 아마...?"

"네 동기 혼자서 다 잡아먹은 거 생각하면, 차원 마도사가 문제 아니지 않냐?"

"윽."

그녀의 뒤통수를 쿡쿡 찌르면서 말하자, 아린이 아픈 척하면서 세르칸은 톡하고 쳐서 튕겨낸다.

그러자 한숨을 쉬는 세르칸.

"에휴, 아무튼 됐다. 제자로 하고 싶으면, 마법이라도 가르쳐주지 그래? 알아서 잘 배울 타입인데."

"응? 그건 세르칸 네가 가르쳐주면 되잖아."

"어이."

"왜? 내가 쓸 수 있는 거, 너도 다 쓸 수 있게 개조한 게 언젠데."

"스승 노릇 하고 싶은 거 아니었냐?"

"데헷."

"...가르쳐줘."

만담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조용히 그들을 응시하며 말한다.

내 말에 으응...? 하면서 바라보는 아린이. 그리곤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단 사실을 깨닫고, 그녀 역시 표정이 진지하게 변한다.

그리고 잠시 시선을 마주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한숨을 쉬곤 말했다.

"일단 너희 세계가 어떤 곳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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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봐도 우리가 있던 곳보다 심각한 거 같지?"

"어, 내가 왜 얘랑 만났는지도 알 거 같은데."

내 이야기를 얼추 들은 아린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면서 팔짱을 낀 채로 고민한다.

마법을 가르쳐주는 걸 고민한다기보단, 다른 쪽을 고민하는 모습.

뭘 고민하는 건지 묻기 전에 그녀가 먼저 말했다.

"일단 그 세계, 구조가 좀 이상하네."

"응."

"원래 차원이라는 건 그렇게 뚝딱하고 이어지는 물건이 아니야. 장기적으로 벽을 부수고, 통로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지."

"...?"

"즉, 너희 세계의 침공은 거의 10년 이상 전부터 시작됐다는 이야기야."

"10년..."

아포칼립스가 시작된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아린이의 추측으로 10년 전부터 시작됐다면, 원래의 유지 유미카가 막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녀의 회귀는 10년 이상 전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런 떡밥을...

"게다가 차원 전체에 금제가 걸려있다고 했지? 등급이라든가."

"응."

"그럼 애초에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모형 정원'에 가까운 차원인데... 차원 마도사 사이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야. 만든 녀석이 있다면, 이미 앓아누워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걸?"

"그건 그럴 수가 없어. 루프 하는 아이가 있었는걸."

"루퍼가 있으면 좀 이야기가 다르네. 누군가 만든 게 아니라 우연히 탄생한 차원인가... 그래도 침공을 위해 세계가 만들어졌을 확률은 그대로. 등급으로 나뉘고, 마법 소녀라는 클래스가 생기고... 마치 게임 같은걸."

게임인가.

확실히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세계다.

유지 유미카는 재야 장수고, 각지에는 영토를 가진 영주가 있다.

영주들은 힘을 회복하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재야 장수들은 자신의 세력을 꾸리든 타 세력에 들어가든 힘을 기른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 전쟁게임처럼 타 대륙(차원)에서 오는 적들이 등장하고, 영토들을 점령하기 시작한다.

...정말 게임 같은 세계다.

"네가 해야 하는 정확한 목표는 뭐야?"

"목표..."

세계를 구하는 것.

유지 유미카와의 계약도 있고, 사람들을 안정화하는 게 마법 소녀의 일이니까.

"세계를 구하는 게 목표... 거창하네. 그럼 일단 너한테 걸린 '제약'을 해제할 필요가 있겠어."

"제약...?"

"넌 시스템이라는 녀석한테 힘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응."

"혹시 반대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

"반대...?"

"지금 여기선 시스템이 통하지 않는데, 넌 마법을 쓰고 있잖아."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에게 제약이 걸려있다.

마력이 무한인데, 마력 회로가 망가진다.

수준급 이상의 마법을 쓰면 회로에 무리가 가서 사용할 수 없다.

ㅡ무한한 마력이 회로를 타고 항상 흐르고 있는데, 이상한 거 아닌가?

별의 마력을 가진 루시에르를 각성시킨 적이 있었다.

그 때 그가 도달한 경지는 5성.

원래 기량이 6성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2단계'의 한계인 '4성'을 넘었다.

그것도 내가 마력을 강제로 열어서 5성으로 만들었다.

그때 내가 부순 건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제약하는 사슬 같은 거였다면?

마력을 일으켜 몸을 관조한다.

마력 회로를 최대한 가속한다.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회로에 무언가, 걸리는 것처럼 중간 부분이 막혔다가 다시 흐르는 걸 반복한다.

프로그래밍으로 따지면 저 부분의 부품이 망가진 것과 같은 모습.

내가 강제로 깨부수려고 마력을 집중하려 하는 순간, 또 다른 별의 마력이 내 마력 회로를 감싸며 그 행동을 막아낸다.

"...?"

"그거 아냐, 그렇게 하면 펑 하고 터질걸."

그렇게 말하며 아린이의 몸에서 무수한 별의 마력이 폭발하듯 퍼져나간다.

마치 나를 감싸는 것처럼 포근하고 천천히 스며들어오는 별의 마력.

마력 회로의 크기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런가,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오류로 걸리는 부분을 억지로 뚫는 것보단, 확실한 방법이었다.

회로가 커지면, 가용 용량이 늘어난다.

아린이가 노리는 건 걸리는 부분이 있어도 확실하게 스펙을 상승시킬 방법이었다.

"자, 그럼 여기서 훈련할 건, 마력 회로를 주기적으로 늘리는 거랑 내가 가르쳐주는 화력형 마법을 배우는 거야. 알겠지?"

한동안 내 회로를 쓰다듬듯 만져주던 아린이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저렇게 마력을 퍼붓고도 멀쩡하게 말하는 게 확실히 굉장한 모습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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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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