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67화 (67/149)

〈 67화 〉 마법소녀는 어떤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아!

* * *

"천계랑 마계의 유산인 게 무슨 상관이야?"

사이네가 잘 모르겠다는 것처럼 흠. 하면서 팔짱 끼고 말하자, 루리에가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자, 사이네. 3단계에서 추가된 것 중에 '불안정한 천계'랑 '불안정한 마계'가 있다는 건 기억하지?"

"엉."

"일반적인 천계랑 마계면 문제없겠지만, 문제는 불안정하다는 거야."

마치 선생님이 무언가를 가르칠 때처럼 책상을 톡톡. 하고 치는 루리에.

루리에의 말이 맞다.

불안정한 이 세계.

여기서 불안정하다는 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유지가 말해줬으니까.

"불안정한 마계와 천계가 어떤 건진 몰라도 그쪽에서 나는 광물은 이미 희귀자원을 가능성이 있어."

"응, 실제로 그래. 불안정한 이계는 자연이 소멸하고 있는 곳, 광물이 남았을 리가 없어."

"응? 스노우 네가 그걸 어떻게..."

"정보 지원자가 있어."

내 말에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그녀가 바라보지만, 그저 말할 수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저을 따름이다.

유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닐 테니까.

"음... 뭐, 알겠어.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던 광물로 만들어진 건축물을 발견했어. 그럼 걔네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세계에도 그 광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네요, 확실히 그렇게 될 거예요."

세연이가 차분한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이자, 루리에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이제 단체로 쳐들어오는 거야. '광물을 내놔라.'라고."

"없다고 말해도 믿지 않을 거고, 믿어도 전멸당하거나... 마스 씨가 납치당하겠죠."

"납치한 세력 쪽의 화력이 강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다시 말해 마스가 그걸로 뭘 만드는 순간, 끝이다.

그럼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걸 알려주느냐는 건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왜."

[이미 들었습니다.]

"...못 됐네."

특히 렌이.

[보통 이런 집무실에 도청기가 있는 건 기본이죠. 본인이 했던 말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그런 거야?"

"아니, 그거 믿으면 안 되지 스노우..."

내가 렌의 말에 잘 모르겠다는 것처럼 중얼거리자, 루리에는 쓰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역시 내가 이상한 거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본인 집무실에 도청기 까는 사람이 어딨어.

"들었으면 괜찮겠네."

"그런 거시야. 하여간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들은 싫은 거시야."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 하나를 우리에게 건네는 마스. 표정을 보니 굉장히 고민이 깊어 보인다.

...그냥 안 쓰면 되는걸.

"도와준 사람한테 강제 교환을 시도한 사람한테 듣고 싶진 않아요."

"미안한 거시야. 들은 내용은 참고하는 거시야."

"그러시던지."

사이네가 툴툴거리면서 말하자, 마스는 잠시 자기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그녀가 꺼낸 것은 레이더처럼 생긴 물건.

자연스럽게 루리에가 받아들자,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는 거시야."

"뭔가요?"

"특수 객체 탐색기인 거시야. 변종 위치를 찾아내는 기기인 거시야."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진짜 레이더처럼 초록빛이 점멸한다.

근방에 잡히는 건 없음.

뭐, 안전지대니까 여기다가 지어놓은 거겠지.

"필드 보스도 감지될 테니까, 잘 사용하는 거시야. 노란 점은 변종, 빨간 점은 필드 보스인 거시야. 가운데 초록색은 현재 위치인 거시야."

"...고마워."

썩 좋은 선물이다.

지금 우리는 빨리 대륙 정반대편에 있는 텍사스로 달려야 하는 상황.

필드 보스한테 걸려서 한참 따돌리고 돌아갈 정도의 시간은 없으니까, 확실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들은 내용은 명심해. 그때가 됐을 때, 우리는 도와줄 수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시야."

내 말에 마스는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걱정이고 뭐고, 쓸 생각은 만만으로 보이는데.

[선택은 저 마스라는 자가 하는 거니까요.]

"그렇네."

우리가 해줄 말은 이미 끝났다.

남은 건 저 사람이 어떻게 판단하냐는 것뿐.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고 사용할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별문제는 없을 테지.

그건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바로 떠나는 거시야?"

"더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벌써 시간이 오후 3시인 거시야. 하룻밤 자고 가는 게 나은 거시야?"

"신뢰를 잃게 한 건, 당신 스스로야."

내 말에 마스는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다.

...묘하게 느낌이 이상한데.

어째선지 꺼림칙함이 느껴진다.

­­­­

마법소녀 파티가 떠난 직후.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집무실 의자에 앉아 정면을 바라본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나타나는 건, 기이한 마술사 복장을 한 남자의 모습.

헐렁한 신사 양복.

거대한 마술사 모자.

수상함을 극대화하는 검은 선글라스.

누가 봐도 아포칼립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모습을 한 남자의 등장이었다.

"이걸로 된 거시야?"

"물론물론! 아~주 멋진 연극이었습니다! 마스."

마스의 말에 과장된 몸짓을 취하며 웃어젖히는 관리자 M.

그 모습을 보던 분홍 머리칼의 소녀는 그저 한숨을 내쉬곤, 테이블에 쌓인 종이를 보며 말했다.

"나한테도 이득이 있으니까 한 연극인 거시야. 그래서 너한테 저 흰둥이가 뭐인 거시야."

"흐음... 그렇군요!"

"뭐인 거시야...?"

관리자 M이 뜸을 들리는 걸 느낀 마스가 이상한 걸 보는 눈으로 보며 말하자, 그는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여전히 기분 나쁘고 이상한 녀석인 거시야.

마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실험체입니다."

"실험체?"

"예,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 그렇군요. '어떤 실험'으로 인해 조건을 만족한 객체입니다. 당사자도 그걸 알고 있죠."

"당사자도 알고 있는 거시야...?"

관리자의 말에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는 마스.

하지만 이내 자신과는 관련 없다는 걸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리고 서류 작업을 하며 관리자 M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그녀.

그러자 그는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이거이거, 매정한 사람이군요!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낸 사이잖아요?"

"로리콘인 거시야? 우리가 밤에 했던 건 마법 소녀가 찾아올 거라는 이야기뿐이었던 거시야."

"스스로가 유녀라는 자각은 있군요!"

"죽고 싶은 거시야?"

그가 도발하듯 말을 내뱉자 마스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노려본다.

그 시선에 좋다는 것처럼 몸을 살짝 떠는 관리자 M.

징그러운 걸 본다는 눈빛으로 변하자, 그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레이더는 전달된 거겠죠?"

"그런 거시야."

"그럼 됐습니다! 계약은 성립됐습니다!"

다시 한번 과장된 포즈.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소녀가 곧바로 말했다.

"천계의 물품, 마계의 물품 제조법은 주는 거시야?"

"물론! 허나 저로서도 걱정스럽군요! 어떻게 마족과 천족들의 시선을 피할 생각이죠?"

"그건... 방법이 있는 거시야."

"흐음흐음, 초월자로서 능력 중이라면..."

"아무리 관리자라도 그런 건 이런 데서 언급하면 안 되는 거시야."

마스가 어느새 손에 광학 총을 꺼내며 그에게 겨누자, 피식 웃으면서 손에 지팡이 하나를 꺼내 쥐는 관리자.

잠시 긴장된 분위기가 퍼져나가자, 관리자 M은 어깨를 으쓱하며 먼저 지팡이를 거두고는 말했다.

"천계의 광물로 만든 광학 총이라니, 재밌어 보이는군요?"

"천계나 마계의 광물이라면, 너도 죽일 수 있어 보이는 거시야."

"음~ 데미지 정도는 들어올까요?"

여유롭게 웃으면서 말하는 관리자 M의 모습에 그녀는 한숨만 내쉬며 총을 거둔다.

그러자 재밌다는 얼굴을 하는 마술사.

그리고 잠시 후, 먼 곳을 바라보듯 창밖을 바라본 그가 말했다.

"한두명씩 오기 시작했군요."

"불안정한 천계, 마계의 이야기인 거시야?"

"예, 당신도 준비하는 게 좋겠죠."

그렇게 말하며 관리자는 자리에서 흐려지면서 사라진다.

그걸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서류 처리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소녀.

집무실에서는 사각거리는 볼펜의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은하수가 보이는 밤.

정말 넓~은 평야였다.

제법 한창 날아다닌 거 같은데, 평야의 끝이 안 보인다.

좀비조차 쓰러진 시체밖에 없는 평야.

...얘들 마력 공급으로 움직이는 애들 아니었어? 그냥 진짜 신첸가?

"여기서 잠깐 쉬어가자. 어쩔 수 없네."

폐허가 된 건물이고 뭐고 아무것도 보일 기색이 보이지 않자, 루리에가 한숨을 내쉬면서 먼저 땅으로 내려선다.

그에 따라 한 명 한 명 내려서는 우리들.

세연이는 너무 오랜 시간 안겨서 날아오른 탓인지, 몸이 찌뿌둥하다는 것처럼 풀어가기 시작한다.

"이번엔 평평한 땅이네요. 억지로 돌을 부수고 할 필요는 없겠어요."

"그러게."

텐트를 설치하면서 말하는 세연이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영창을 시작한다.

내가 펼치는 마법을 깨닫고 냐옹­하면서 동시에 마법을 준비하는 테나.

이중 신성 결계에 사일런스 필드까지 더하니, 저번에 만들었던 결계보다 더 견고한 결계가 완성됐다.

"저번보다 숙련도 늘지 않았어?"

"...스킬 레벨이 올랐네."

지금 확인해보니 스킬 레벨이 올라간 모습.

지금 8레벨인 걸로 봐선 조만간 마스터 찍힐 거 같은데...

숙련도 올라가는 조건이 뭔지 모르겠다.

[마법 사용, 새 마법 습득으로 올라갑니다.]

"자세히 아네."

[...]

렌이 마족 같은 형상을 보인 뒤로 말 히나하나가 조금씩 수상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마법 관련으로.

"렌."

[네, 마스터.]

"덧붙여서 네 마법을 내가 보면, 따라 할 수 있어?"

[할 수야 있겠지요. 마스터의 눈은 특별하니까.]

할 수는 있다.

그렇다는 건 지금 하면 내가 위험하단 소리로 들리는데.

[제가 사용하는 건 굳이 따지면 파이렌과 비슷하겠지요. 다만, 지옥계 마법이라 스펙이 좀 많이 다릅니다.]

"내 마력 회로는 약한 거야."

[사실 마스터의 마력 회로 자체라면 문제가 없습니다만, 그렇군요. 단계 제약 때문에 문제입니다. 현재 마스터는 3성이라는 제약에 걸려 있으니까요.]

"음..."

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별이 올라가는 조건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올라가지 않겠지.

렌이 지적하는 건 그 점이다.

마력 회로가 약한 건 아니지만, 단계 제약으로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

실제로 스타라이트 브레이커가 회로를 과부하 시키는 이유와 썬더 레이즈로 과부하 됐던 이유도 지금 단계에서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기 때문이리라.

"텍사스 주까진 얼마나 걸릴까."

[현재 비행 속도로 3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루루 괜찮으려나..."

[객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미 타락했거나 망가졌겠죠.]

"..."

역시 그렇겠지.

평범하게 생각해서 지금까지 걸린 기간을 생각하면, 이미 위험에 처하고도 남았을 시간.

게다가 우리가 실수한 거 때문에 더더욱 시간이 지연됐다.

루루가 죽었을 가능성도... 고려된다.

물론 피오레라면 마법 소녀를 죽일 바에야 자기 말로 쓰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루리에를 바라보지만, 별생각은 하고 있지 않은지 피루랑 이야기 중인 상태.

...생각하지 않으려는 거려나?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스노우."

"응."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어?"

사이네가 나에게 이야기를 걸어온 건.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