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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66화 (66/149)

〈 66화 〉 마법소녀는 어떤 상황에도 두려워하지 않아!

* * *

이야기를 나눈 뒤.

애들과 합류해 얻었던 정보를 전달하자, 루리에와 사이네, 세연이까지 기묘한 얼굴로 렌을 바라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침묵하는 렌.

어차피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는지, 루리에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너 기다리는 사이에 피난민 측에 다녀왔어. 우리한테 사례하고 싶다나 본데..."

"...사례? 마을 재건부터 해야 하잖아."

"들어보니까, 초월자가 거점 만들기 전문인 모양이야."

"거점 만들기 전문."

"엉, 그렇다더라. 저어기 보이지?"

"?"

사이네의 말에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벌써 반 이상 솟아오른 강철의 돔이 눈에 띄고 있었다.

...초월자라는 건 사람을 넘어선 무언가였지.

건축계 초월자라니 이 무슨 귀한...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너 오고 듣기로 해서 보류했어. 아까 네 이야기 들어보니 3파전인 모양이던데... 그중에 인류 생존자 연합 측일 거야."

"이번에 새로 만든 성이었는데, 필드 보스 싸움에 겹쳐서 놀랬다나봐요. 베히모스랑 드래곤 활동 영역이 원래 이쪽이 아니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가진 정보상으로도 아니구요."

"그렇구나."

세연이의 말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생존자 연합이 어떻게든 생길 수 있는 이유가 있군.

필드 보스급이 아니라면, 저런 거점을 몇 시간 만에 만들어낼 수 있는 적을 좀비들만으로 뚫기는 힘들 테지.

피오레야 타락 마법 소녀들이 주력이니까, 괜히 전력 빠졌다가 손해 보면 곤란할 거고.

...그렇게 보면, 생존자 연합은 오히려 영원한 밤의 마법 소녀랑 협력해야 하는 입장 아닌가?

아니, 그렇네.

좀비 바이러스는 조금만 틈을 줘도 파고들기 편한 바이러스다.

그 마법 소녀 입장에서는 말을 잘 듣는 좀비가 낫지, 번거롭게 사람들과 어울릴 이유가 없다.

협력 요청을 받으면 하는 척하면서 전부 좀비화시킬 작전을 세우겠지.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그 초월자라는 사람을 만나봐야겠어.

­­­­

"일단 들여보내는 건 기각인 거야."

"?"

한창 거점 앞에서 호위받으면서 거점을 건설하던 초월자는 귀찮다는 눈동자로 그렇게 말했다.

사례하겠다던 사람은 어디에...?

"네 녀석들은 마법 소녀라서 좀비 바이러스에 안 당하는 거 같지만, 안에 있는 우리 애들은 다른 거시야. 들어가고 싶으면 다 털어내고 오는 거시야."

"물의 마력으로 다 씻어냈었는데...? 게다가 마법 소녀들은 패시브로 없어질 텐데..."

"마력으로 된 물에 씻겨나갈 정도였으면 좀비 아포칼립스가 안 일어났던 거시야."

만두 머리를 한 소녀가 인상을 좀 더 찌푸리며 그렇게 말하다가, 세연이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 이내 한숨.

손을 뻗어 작업하는 걸 멈춘 그녀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땅바닥에서 갑작스럽게 샤워 부스가 슥. 하고 솟아오른다.

"아무리 검성의 가호를 받고 있어도 주의가 너무 없는 거시야."

"네?"

"일단 씻는 거시야. 옷까지 전부다. 마법 소녀들도 전부."

얼떨결에 천막이 쳐진 샤워부스에 갇히게 된 세연이가 멍청한 소릴 하자, 초월자는 단호하게 그렇게 말한다.

일단 그러니까... 우리한테도 좀비 바이러스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처신 잘해달라는 거네.

덧붙여 테나와 피루가 몰래 들어가려는 것도 왠지 이상한 강철 안드로이드가 나타나 강제로 씻기고 있다.

음... 일단 우리랑 이야기는 하고 싶은 눈치니까, 원하는 대로 해주자. 손해 볼 일도 아니니까.

­­­­

임시 사무실.

외곽이 되는 거대한 돔을 완성한 그녀는 내부에는 기초 자재만을 소환한 뒤, 사람들과 안드로이드만으로 집을 지어가기 시작했다.

왜 전부 지어주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건가를 물어보니...

"너는 바보인 거시야? 다해주면 사람들은 나태해지고, 발전이 없어지는 거시야. 내가 해주는 일은 기껏해야 모험가 길드 지부 같은 일인 거시야."

"앙? 모험가 지부?"

"그런 거시야. 서로에게 일을 주고, 서로의 일을 하면서 돕고 사는 거시야. 그러다가 내부가 안정화되면, 외부 사냥 퀘스트 같은 걸 내가 발급하는 거시야. 그래서 생존자 연합은 발전할 수 있는 거시야."

"...그렇구나."

근데 그 듣기 힘든 거시야 말투는 그만해줬으면 좋겠어.

아무튼 이 초월자가 하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걸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발전 가능성을 잃고 나태해져서 집 안에만 틀어박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들을 살려둬봤자, 구해서 보호하고 있는 사람만 고생하겠지.

사람은 일해야 활기를 띤다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자기소개가 늦은 거시야. '생존자 연합'의 부길드장을 맡은 '마스'인 거시야."

"별 무리의 마법 소녀, 스노우야."

"흐음­ 본명이 아닌 거시야?"

"마법 소녀는 보통 자기 마법 소녀명으로 불리니까. 어떻게 알았어."

"내 스킬 중 하나가 자동으로 정보를 표시하는 거시야. 진실이면 흰색인데, 네 이름은 빨간색인 거시야."

"...그런 거 보통 안 알려주지 않아?"

"숨겨서 어따 쓰는 거시야."

루리에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마스는 가볍게 흘리면서 반박한다.

아니, 자기 능력은 보통 숨기는 게 정상이니 말이지?

"아무튼 이번 구출 건은 감사한 거시야. 레이드 보스 영역이 이상해져서 고생한 거시야..."

"레이드 보스 영역이 정확히 어떤 거죠?"

"레이드 보스는 자기 구역을 나오지 않는 거시야. 내가 거점으로 잡은 구역들 전부 레이드 보스가 안 나온 지역뿐인 거시야."

"그렇군요...?"

그런 조건이면 굉장히 조건이 까다로울 거 같은데, 잘도 했다고 생각한다.

도시 전체를 둘러보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는 조건이니까.

"그보다 검성의 후예, 생존자 같은데 처음 보는 거시야? 무소속이면 우리랑 같이 움직이는 것도 추천하는 거시야?"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요."

"그런 사람이 마법 소녀들이랑 같이 다니는 거시야?"

"이 녀석은 길 안내를 위해서 같이 다니는 거라고. 딱히 틀린 말은 아닐 거야."

"...이상한 이야기인 거시야. 아무튼 이건 우리 측에서 주는 선물인 거시야."

그렇게 말하며 툭 하고 주머니 하나를 건네는 마스. 이게 뭐냐는 얼굴로 우리가 바라보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입을 열었다.

"정찰 정보집, 포인트, 검성의 무기, 도핑 포션 같은 거시야."

"...?"

"앗, 이거..."

"내가 직접 만든 무기인 거시야. 이제 제대로 싸우란 거시야."

"...방금 구출 작전에 참여하지 않아서 좀 그렇네요."

"무기도 없이 끼어들었다가 죽는 것보단 훨씬 나은 거시야. 다음에 요금으로 내도 되는 거시야?"

"얼만데요?"

"이게..."

세연이의 물음에 귓속말로 무언가 말해주기 시작하는 마스.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이상한 눈으로 그걸 바라본다.

뭐길래 저렇게...

"너무... 많은데요."

"그러니까 그냥 얌전히 받으란 거시야."

"네."

뭔가 이걸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이야기해준 건가.

그렇게까지 일하고 싶진 않았는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인상 깊다.

"검성은 어떻게 알고 계신 건가요?"

"검성의 무기, 내가 만들었던 거시야."

"...진짜요?"

"아까부터 말하는 그 검성은 누구야?"

"아, 그... 후원 플레이어? 같은 느낌이에요."

"아, 그거구나."

세연이의 말에 사이네가 잠시 자기 앞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린다. 생각해보니 사이네는 2성이라서 아직 플레이어 란이 적혀 있겠구나.

...생각해보니 3단계에 2성은 위험한 게?

[현 플레이어의 평균이긴 합니다만... 위험한 편이긴 합니다. 3단계에 나오는 몬스터는 3성을 기준으로 맞추니까요. 사이네 같은 경우는 잡을 만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겠죠.]

"역시 그런가."

그럼 지금 현지 상황도 난항인 거지?

[샤브린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5성 벽을 뚫었네요.]

"아, 네."

그렇지도 않나 보다.

"그러고 보면 마법 소녀들 무구는 하나같이 특이한 거시야."

"네?"

"전부 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인 거시야? 어디 물질인 거시야?"

내가 렌이랑 이야기하는 사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 마스가 흥미롭다는 것처럼 렌을 바라보자, 그녀는 가볍게 별 탄막을 띄워 마스에게 쏘아낸다.

그러자 가볍게 그 탄막을 튕겨내는 마스. 제작계 초월자인데 그래도 슈팅 스타 정도는 막는다 이건가.

"...렌."

[마스터는 괜찮습니다만, 다른 사람의 관심은 받고 싶지 않군요.]

"까칠한 아이인 거시야."

"미안."

"상관없는 거시야."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마치 데이터처럼 홀로그램으로 렌의 형상을 띄우는 마스. 그 모습에 렌이 멋대로 움직이려는 걸 내가 손으로 꽉 쥔다.

이번에 요정화하면서 감정 폭이 늘지 않았어, 렌? 진정해.

[그 잠깐 사이에 데이터를 스캔 당했습니다.]

"?"

[말 그대로 스캔이긴 합니다만... 구성 물질 정도는 알아낸 모양이군요.]

"마스 씨."

"기껏해야 구성 요소인 거시야."

"허가 없이 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야."

내 부름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안다는 것처럼 말하는 마스. 내가 무표정하게 말하자, 그녀는 헌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미안한 거시야. 하지만 이해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시야. 인간들을 더 쉽게 보호할 수 있게 되는 일인 거시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내 능력을 더 밝히는 거시야. 내 정확한 능력은 '구성자'인 거시야."

"구성자...?"

"내가 만드는 모든 물품은 내가 만져본 적 있는 광물로 만들어내는 거시야. 그를 위한 설계도 자체는 필요하지만, 좀 더 튼튼한 광물이 있다면 그걸로 좀 더 좋은 건물이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거시야."

"허가받지 않았단 사실이 문제인 건, 알고 있을 거야."

"에고가 강해 보이는 무기라서 급하게 한 거시야. 미안한 거시야."

[마스터.]

"응."

[딱히 협력할 것이 아니라면, 슬슬 떠나는 게 좋겠습니다.]

"..."

렌의 말에 나는 잠깐 고민의 기색을 보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기분 나빠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래도 신뢰할 수 없어. 우리는 떠날게."

"스노우?"

"저는 검성님 무기를 받아서 그렇게까지 유감은 없지만... 오래 남아있을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식량이나 생필품 정도는 당연히 주시겠죠?"

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자, 루리에가 신기한 걸 본 것처럼 나를 바라본다. 세연이는... 우리랑 다르게 식량이 중요하다 보니 '실례를 저지르셨으니 이 정도는 주겠죠?' 같은 느낌으로 딜을 하는 모양이고.

사실 원래라면 방향이라던가 지원을 좀 받을까 했는데, 렌이 싫다는데 그럴 생각까진 없다.

"가는 걸 잡지는 않는 거시야. 당돌한 꼬맹이가 말하는 물건들을 가져올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리는 거시야."

"응."

그렇게 말하며 집무실을 나가는 마스. 그리고 잠시 후, 사이네가 조금 불만스러운 눈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나도 잘 몰라서 그러는데, 마법 소녀 무기 구성요소는 중요한 거야?"

[유출되면 안 되는 요소입니다.]

"아니, 그렇게만 말하면 모르잖아. 무슨 일이 발생하는데?"

[말하기는 그렇지만, 마스, 저 초월자의 행동으로 생존자 연합은 무너지겠죠.]

"?"

렌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자 들려오는 한숨 소리. 그리고 잠시 후 다른 마법 소녀들이 무언가를 들은 건지, 표정이 제법 심각해진다.

"정말이야?"

"에? 뭔데요? 뭐예요."

[마법 소녀 무기들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의 문제입니다.]

"광물에 문제가 있다고요...?"

[정확히는 3단계와 관련된 문제죠.]

"...?"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는 세연이.

왠지 아직 렌이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어쩐지 정답을 알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3단계.

3단계에 추가되는 요소 중에 '광물'과 연관될 수 있는 소재.

[저희는 유산입니다. '천계'와 마계'의 광물로 이루어진 유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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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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