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62화 (62/149)

〈 62화 〉 마법소녀는 어떤 상황도 두려워 하지 않아!

* * *

[현 시간부로 이 세계는 '3단계'에 진입합니다.]

[서버 업데이트 중 차원 경계가 불안해질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업데이트 내용을 전송합니다.]

[초월자들의 제한이 '5성'까지 풀립니다.]

[몬스터들이 더더욱 강해집니다.]

[불안정한 마계와 불안정한 천계가 인간계로 연결됩니다. 주의하십시오, 그들의 땅은 현재 멸망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인간계의 영토를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시련의 탑이 개방됩니다. 현존하는 모든 플레이어는 시련의 탑 입장 조건 퀘스트를 획득합니다.]

[당신들의 세계를 구하고 싶다면, 시련의 탑을 모두 뚫고 초월자가 되십시오.]

[당신들의 세계를 구하고 싶다면, 초월자로서의 위엄을 보이십시오.]

[이상입니다.]

[서버 업데이트는 7일 동안 진행됩니다.]

[업데이트 전에 이 세계의 인물들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 '마법 소녀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야!'가 시작됩니다.]

[메인 퀘스트 '마법 소녀는 어떤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아!'가 시작됩니다.]

"…."

"…."

우리가 전부 모이는 순간, 무수한 메세지창이 나타나며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다 모예요?

생각해보면 3단계가 언제 시작되는지는 예상 기간만 있었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일어난 사태를 보며 내가 안색을 굳히자, 루리에는 그저 이마를 짚으면서 한숨만 내쉴 뿐.

얼추 예상은 했다...라는 느낌인가?

아무래도 우리 전사님은 3단계가 예정보다 빨리 올 거라고 예상하던 모양이다.

[제 추측에서 오차가 2일 정도 있었습니다. 한국 쪽은 이미 대비가 돼 있을 거고... 큰일인 쪽은 이쪽이군요.]

"그러게, 좀비들도 더 강화되려나."

"그렇진 않지 않을까요. 변종이 늘어날 뿐이겠죠."

"어째서?"

"좀비들은 원래 마기라는 에너지를 수급해야 강화되거든요."

"하아? 마기? 그 마족인가 뭔가 하는 것들이 쓰는 그거?"

"네, 당장 마계라는 곳이 연결된 게 아니라서 일주일 동안은 괜찮을 거 같아요."

"그 말은..."

"일주일 후엔 큰일이네요."

루리에의 말에 웃으면서 말하는 세연이.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몬스터들이 강화된다는 건, 루루를 찾으러 가는데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는 의미.

애써 웃어보려는 게 눈에 띄지만, 글쎄.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웃지 않아도 돼. 그보다 왜 탐색 중이었어."

"그걸 돌아오고 나서 묻는 거냐고..."

"눈을 찾기 위해서 탐색 중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의상."

"맞아, 우릴 노리는 변종 좀비를 잡으려고..."

"방금 들었다면 알겠지만, 시간이 부족해."

"하지만, 그냥 지나친다면 루루가 실망할 거야."

내 말에 루리에는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루루가 실망할 거다...인가.

응, 좋은 말이다. 자신의 동생을 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생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니까.

­ 냐옹?(좋은 거 맞냐옹?)

"좋은 거 맞아, 테나야. 어차피 눈은 바로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여우님이 알 테니까."

­ 여우님? 피루의 이름은 피루야!

"그래, 피루. 네가 봤다던 그 이상한 좀비, 찾을 수 있겠어."

­ 피루의 힘은 강력해!

으쓱대듯 소리친 피루의 눈이 푸르게 변하면서 동시에 허공에 여우 구슬이 떠오른다.

그와 함께 퍼져나가는 푸른 빛.

...퍼져나가?

"아, 일났네."

"얌마아아아아!? 너무 화려하게 쓰잖아!

­ 화려? 가 모야?

"...하아."

"괜찮아. 테나가 펼쳐놓은 결계는 아직 멀쩡해."

­냥!(테나의 마법은 세계 제일!)

"거기까진 안 말했어."

­냐앙...(이럴 땐 맞춰줘라냐...)

퍼져나간 빛 덕분에 다시 한번 생겨나기 시작하는 좀비의 물결을 보며, 우리 일행은 전투를 준비한다.

또다시 좀비 웨이브.

그래도 이번엔 이 일대가 쓸린 적이 있으니까, 괜찮...

"많아."

"드럽게 많다..."

저번 웨이브 급으로 역대급으로 몰려오는 좀비 웨이브를 보며 나는 머리를 한번 꾹 누른 뒤 불의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현재 건물 밑에 쌓여있는 시체 때문에 녀석들이 너무 올라오기 편하게 돼 있으니까, 가볍게 다 녹이고 시작하자. 가볍게.

"플레어 썬."

화염으로 이루어진 태양이 떨어져 내린다.

그 태양이 더더욱 어그로를 끈 건지 웨이브가 늘어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다 녹아버릴 건데, 뭐하러 신경 써.

그걸 보며 루리에가 마법 발동 타이밍을 늦추고, 전격의 마력을 일으킨 사이네가 기어오르는 좀비를 전부 마비시킨다.

그 모습에 웃으면서 화염 마력으로 된 마법을 여러개 다중 영창 하기 시작하는 나.

세연이 감탄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뭐, 파이렌도 할 수 있는 묘기라서 그렇게까지 우쭐대진 않지만.

"인페르노! 볼케이노! 플레어 익스플로전!"

태양이 폭죽처럼 폭파한다.

땅에서 화염 기둥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잡좀비들은 평범하게 전부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변종들은 직접적으로 보고 공격을 회피한다.

발에서 솟아오르는 거에는 전부 당하지만, 태양은 위협을 느끼고 회피한다는 거겠지.

...이상한데, 결계의 위험성은 못 느꼈으면서 태양의 위험성은 느낀다는 건 이상한 일이야.

지금 근처에 있나?

"사이네."

"왜?"

"피루한테 위치 알려달라고 해줘."

­ 피루는 말도 알아들어! 좀비는...

"좀비는?"

­ 피루의 파랑불이 같이 있어!

"..."

그거참 고마운 정보네요.

방금 퍼뜨렸던 푸른 파동이 아마 녀석에게 붙어있는 모양이다.

한눈에 보이지 않는 거로 봐선 그렇게 크진 않을 거 같고, 큰 의미는 없는데.

­ 피루의 파랑불은 반짝반짝해! 포근포근하고, 따뜻해!

"이게 뭔 소리냐?"

"음... 반짝반짝 포근 따뜻...?"

"마나 이야기 아니에요?"

"어?"

마법 소녀들이 결계 내에서 지속해서 마법을 쓰며 깎아내는 탓에 아예 올라오는 좀비가 없자, 세연은 아예 앉아서 피루의 작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기분 좋다는 것처럼 와웅! 하고 좋아하는 피루의 모습. 귀여운 모습이 새끼 여우는 맞는 모양이다.

지금 상황과는 전혀 안 어울리지만.

아무튼, 마나인가.

생각해보니 마법소녀들은 마력 회로가 과부하 걸렸을 때나 느끼는 게 마나지, 마나가 자연스럽게 나와서 어떤 느낌인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불의 마나를 손에 모으며 마나의 흐름에 집중한다.

몸에 충만하게 존재하는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손끝을 통해 나타나는 느낌.

반짝반짝은 잘 모르겠지만, 따뜻하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어째서 그게 마나 이야기인 거야?"

"마법소녀 분들은 전부 속성 마나라서 그런가...? 일반적인 마나만 끌어 올리면, 이런 식이거든요."

세연이가 피루를 쓰다듬는 걸 멈추며, 허공에 푸른 마나로 된 열쇠 형태를 만들어낸다.

내가 만들어내는 마나처럼 바로 마법이 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점토처럼 그녀가 손가락을 찌르자 푹 하고 들어가는 모습.

푹신할 거 같다.

"마나 자체가 반짝이고, 푹신한 느낌이거든요. 따뜻한 건 마나 체질에 따라 다를 거고요. 저는 차가운 마나예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손가락을 훅. 하고 불자, 촛불 꺼지듯 마나가 흩어져버린다.

그렇구나, 마나인가.

확실히 좀비 중에 마나를 가진 객체는 없다고 생각된다.

마나가 있었으면 간단한 결계 하나로 무력화당하진 않았겠지.

사실상 물량이 아니면 마나를 가진 객체를 무력화시키기 힘든 게 저 녀석들의 현실이니까.

...잠깐, 생각해보니 마나를 달고 있으면 간단하잖아.

"순환시."

곧바로 한쪽 눈을 감으며 순환시를 킨다.

컬러로 변하는 세계의 모습.

마나가 없는 아이들은 칙칙한 무채색으로 나에게 비친다.

내가 찾아야 할 건 푸른 마나.

피루가 퍼뜨렸던 파동도 분명 푸른색 마나였으니까, 분명...

"...어라."

푸른 마나를 찾던 도중 모든 좀비의 머리 위에 실같이 이어진 무언가를 발견하고, 나는 눈을 크게 뜬다.

이 도시에 있는 모든 좀비가 어딘가 멀리서 뻗어진 실로 연결돼있다.

눈에 보이는 수백, 어쩌면 수천에 가까운 좀비가 모두 하나의 선에서 연결된 모습.

그 가운데, 마나를 가지고 있는 좀비는 단 하나.

ㅡ찾았다.

실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지만, 당장 중요한 건 모든 좀비의 눈이 되는 녀석을 제거하는 것.

일단... 저 녀석부터다.

곧바로 비행으로 날아오른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모두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만, 상관없다. 상황이 끝나고 설명하면 되겠지.

결계를 빠져나오자, 동시에 무채색 세상에서 굉장한 숫자로 무언가들이 날아오는 게 느껴진다.

바람을 밟는다.

내가 있던 공간에서 시야가 홱! 하고 달라진다.

도착한 곳은 건너편에 있는 쓰러져가는 건물.

그 안에는...

구뤅?

비만 좀비 10마리와 함께 있는 인간형 좀비의 모습이었다.

내가 올 거라고 예상한 것처럼 흰색 광대 분장을 한 상태로 씨익하고 웃는 녀석의 모습.

나는 그 모습에 싱긋하고 웃으면서 렌을 잡는다.

"렌, 아쿠아 실드."

퍼버버버벅!

주변에서 먹보 좀비들이 터져나가는 광경이 보이고, 시계가 가려진다.

하지만 상관없다.

무채색은 내 시야를 방해하지 못한다.

보이는 건 광대 좀비가 자리를 벗어나 도망가려는 모습.

곧바로 별의 마력을 일으킨다.

어디서 쿠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어차피 날 수 없는 녀석들은 마법 소녀를 잡을 수 없다.

"슈팅 스타."

10발의 별 탄막을 소환해 녀석에게로 날린다.

그러자 흐힉! 흐힉! 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자세와 행동으로 간신히 모두 피해내는 모습.

운동 신경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말 그대로 '눈'인가.

경계할 거 없이 바로 움직여도 괜찮을 거 같다.

"에어 봄."

파앙!

녀석의 앞에 바람 지뢰를 설치해 바로 폭파한다.

그러자 내 코앞까지 크엑! 하면서 날아오는 모습.

나는 주저 없이 렌을 칼 형태로 바꾸며, 동시에 그걸 횡베기로 베어 들어간다.

그 순간.

"멈춰."

"?"

녀석의 몸을 베어버리려는 순간,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온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순간 칼을 빗맞힌다.

본능적 행동으로 공격에 실패한 나를 책망하며 동시에 발로 뻥. 하고 벽으로 차버리는 나.

약간의 오물이 신발에 묻지만, 패시브로 인해 금방 사라진다.

"손상율 70%... 못 쓰겠네."

"넌, 뭐야."

"너야말로 뭐야, 미국에선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리고 그 섹시랑 귀여움을 공존시키려고 발악한 복장은 또 뭐야? 왠 천사 날개도 달고 있네. 3단계 되면 나온다던 천사야?"

"..."

내 복장이 어딜 봐서.

...라고 반박하기에는 사람들 시선이 자주 모였던 기억이 있다.

그보다 날개...인가?

생각해보면 전부터 내 등에 뭔가 날개 같은 게 있었지. 신경 쓴 적이 없어서 몰랐다.

"공격해놓고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인 거야."

"으잉? 뭐야, 거기 좀비들 아직도 명령이 안 풀려있어? 말세네. 아, 좀비 아포칼립스는 내가 일으켰지? 데헷."

"...?"

좀비 아포칼립스를 이 녀석이 일으켰다고?

순환시를 취소하며 광대 좀비를 다시 바라보자, 녀석은 이미 사체마냥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입만 나불거리고 있었다.

즉, 지금 대화하고 있는 건 아까 가느다란 실로 좀비들과 연결돼있던 녀석이란 소리.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 자칭 히어로들이 너무 나대서 내가 너희가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야~ 악으로 깡으로 맞이해주렴! 하면서 부활시켜서 전부 인간 공격하게 했지! 좀비 세포는 제대로 파고들기만 하면 알아서 양산되거든!"

"..."

미친년인가.

그녀의 말에 나는 곧바로 그런 평을 내리고 만다.

히어로라는 클래스 명을 대는 녀석들이 많은데, 그걸 극혐해서 전부 죽이려고 들었단 의미다.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발상이다.

"사람의 목숨을 뭐로 보는 거야. 네가 일으킨 사람들도 한때는 사람이었어."

"우와, 인간 찬가야? 극혐~ 아직도 이런 히어로 행세하는 녀석들이 살아있다니 끔~찍~해~"

"..."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고 깜찍한 친군데, 인간 찬가 같은 거에나 빠져 있다니. 혹시 죽을 생각 없어? 내가 인형으로 가지고 놀고 싶은데!"

"...헛소리."

"그래그래~ 아무튼 좀비들이 공격한 건 잘했는데... 와, 너 쩐다. 죽인 좀비 숫자가 몇천이 넘는구나? 인간을 그렇게 찬양하면서 시체들은 전부 죽인 거야? 나빴네! 살인마~"

"네 위치, 서쪽이구나."

녀석의 말을 들으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실의 방향을 말하자, 녀석은 헉. 하면서 놀란 기색을 비친다.

그와 동시에 추욱 하고 늘어지더니 풀썩하고 쓰러지는 좀비.

하지만 순환시를 다시 켠 내 눈에 아직 좀비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너는 네 죗값을 치르게 될 거야, 빌런."

"잠~깐!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긴데!"

"..."

끊은 척할 거면 끝까지 늘어진 상태로 있어 짜샤.

아무튼 뭐가 거슬렸는지, 다시 고개가 꺾인 상태로 흔들거리는 광대 좀비.

잠시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영원한 밤의 마법 소녀라고! 빌런 같은 허접한 클래스가 아니란 말이야!"

"...마법소녀?"

그리고 그녀가 내뱉은 클래스 명은 절대로 그녀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클래스였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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