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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61화 (61/149)

〈 61화 〉 마법소녀는 어떤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아!

* * *

꿈에 가까운 공간에서 모든 걸 깨부수고 날아오자, 희미하게 바깥의 소리가 들려온다.

흘러가는 바람 소리.

야옹­ 하는 고양이 소리.

치이익­ 하는 뭔가 타는 소리.

...벌써 이상해졌잖아.

"으음..."

묘하게 잠기운이 빠져나가지 않는 육체를 가볍게 흔들어 풀고, 그대로 텐트를 나선다.

이미 태양이 쨍쨍한 시간.

타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아하니, 결계에 박힌 좀비 한 마리가 그대로 녹아 없어지는 광경이 보인다.

아침부터 가볍게 안정된 정신 발동하라는 거야 뭐야. 이제 저런 거엔 아무렇지도 않지만.

"보고보고..."

그런 생각을 하며 물의 마력으로 양치하고는 그대로 삼켜버린다. 물론 의미 없는 행동이다. 마법소녀의 육체 어느 부분이든 청결은 자동으로 유지되니까.

목을 살짝 푸니 으득. 하는 소리가 나며 편해지는 느낌. 흰 원피스도 살짝 탁탁 털자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 냐냐옹.(오늘따라 늦었다냐.)

"응, 그러게. 렌. 상황 보고."

[마법수로 추측되는 무언가가 꿈에 관여했습니다. 아마 행복한 꿈을 꾸게 한 후 그 행복한 감정을 먹으면서 성장하는 타입으로 추측됩니다만... 생각보단 빨리 나오셨군요.]

"행복...? 글쎄."

행복...했을까?

꿈의 내용을 생각하며 내가 행복했던 걸까. 라는 고민을 해본다.

그건 아마 내가 유지의 말대로 유지의 육신을 가지고 원래 세계로 돌아갔을 때, 현실 보정이 들어가면 벌어질 미래였겠지.

아니면 과거로 돌아가게 되서 새롭게 프로게이머로서 삶을 살 게 됐다던가.

어느 쪽이든 별로 감흥은 없는 전개라고 생각한다.

­ 냥?(마법수가 더 있는거냐옹?)

[마법수는 적어도 마법소녀 숫자만큼은 있을 겁니다. 잘 나타나지 않을 뿐.]

"...너희 대화도 됐구나. 다른 사람한테 들리게 말할 수 있었어."

[네, 맞습니다. 마력이 들어서 사용하진 않았지만요.]

"일단 묻겠는데, 내가 모르는 기능 얼마나 있어."

[제 기능을 전부 사용하기엔 등급이 부족하시네요.]

"..."

진짜냐...

슬슬 렌이 무서운 무기라는 게 자각되기 시작한다.

영토 업무를 봐주는 것만 해도 만능 스멜이 나는데, 어지간한 일들을 가능한지 알아보면 어떻게든 가능하다는 답변이 나온다.

다른 디바이스를 보면 이런 만능 같은 모습은 없는 거로 보이는데... 왜 렌만 이런 거지?

[별걸 다 생각하시네요.]

"그야 렌은 안 물어본 건 안 말해주잖아."

[그야 물어보지 않으니까요.]

"..."

­ 디바이스한테 말싸움 지는 마법소녀는 주인 밖에 없다냐.

"시끄러..."

평소엔 능동적이면서 왜 이런 점에서만 수동적인지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테나의 말을 무시하다가 갑작스럽게 든 사실에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어라? 방금 냥 소리 안 내고 말하지 않았어...?

­ 냐냥?(뭐냐옹.)

"아냐."

기분 탓인가.

내가 테나를 빤히 보자 테나가 귀찮다는 것처럼 고양이 소리를 낸 뒤 방석 위에 몸을 동글게 만다.

...방석은 또 어디서 가져왔니.

그런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우리 외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단 사실을 깨닫는다.

"다른 애들은?"

­ 정찰갔다옹.

"정찰... 응?"

­ 냥?(또 뭐냐옹?)

스읍.

얘 좀 봐라.

이번에는 확실하게 들었기 때문에 내가 노려보자, 자는 척을 시전하는 테나.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긴 한데, 왠지 놀리는 느낌이다.

...뭐, 됐어.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정찰이라면 '눈' 역할인 좀비를 찾으러 간 건가.

"역시 다들 거기까진 생각이 닿았나 보네."

[세연 님 쪽에서 이야기했습니다. 루리에 님도 얼추 눈치는 채고 있었던 모양이고요.]

"그렇구나."

[다만... 마스터, 조금은 경계하셔야 할 것 같군요.]

"세연이."

[네, 평범하다면 평범한 아포칼립스 사람에 가깝습니다만...]

"아포칼립스에 평범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말을 잘못했군요.]

렌의 말에 나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고, 내가 이미 예상했단 걸 알았는지 그녀는 말을 아낀다.

아포칼립스에 평범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 사람이 평범하고 착하게 보인다면, 히어로 클래스거나 연기.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엔 세연이는...

"애초에 세연이가 한 말에 중학생을 어떻게 하려 했다던가, 혼자 살아남는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많았어. 아마 착한 모습은 연기일 거야."

[평소엔 그런 생각하지 않으셨던 거 같은데, 웬일로 경계하고 계시는군요?]

"피오레가 보낸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다만... 걸리는 건 검성이라는 사람이 후원하고 있단 점이네."

[확실히. 검성은 분명 히어로에 속한 사람으로 보였죠.]

세연이의 뒤에서 후원하고 있는 건 분명하게 히어로로 추측되는 검성.

만약 세연이가 정말로 악한 사람이라면 검성이 힘을 빌려주고, 가르쳐줬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선택적 악당...에 가깝지 않을까?

"음..."

사실 근데 빌런이라고 해봤자 빌런 연합 애들밖에 본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게다가 빌런 연합이라는 작자들도 실제 빌런들은 내 눈앞에 나타난 적이 없고.

그나마 최악이었던 빌런은 파이톤 정도가 아니었을까.

...이상하다, 나 마법소녀 맞지? 그것도 아포칼립스의.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잔인하다 싶은 광경이나, 빌런이라고 칭할 수 있는 존재를 거의 보지 못한 느낌이다.

기껏해야 내가 한 건 몬스터 퇴치 정도.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나한테만 유리한 조건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 유도하고 있는 느낌이...

[마스터, 일단 동료들부터 찾는 게 어떻겠습니까?]

"알아서 돌아오지 않을까."

[서치 범위 내에 있지 않아서 조금 불안합니다.]

"음..."

렌이 불안하다고 하니까 좀 불안하긴 하네.

확실히 아군이 서로 떨어져 있는 건 위험한 일이다.

게다가 뭔가를 찾으러 갔다면 다 따로 떨어졌다는 건데... 더더욱 위험하겠지.

그래도 다들 약한 애들은 아니긴 한데...

"응, 혹시 모르니까 찾아보자."

­ 냐옹?(나도 가냐옹?)

"혹시 모르니까 테나는 여길 지켜줘. 거점 같은 느낌이니까."

­ 냐앙...(알겠다옹...)

"미안해."

­ 냥? (테나는 잘거다옹?)

"응."

그렇게 말하곤 동그랗게 말아 자기 시작하는 우리 테나의 모습.

나는 잠시 자리에 쭈그려 앉아 쓰다듬어 준 후, 일어나 마법소녀로 변신한다.

일단 사이네가 먼저.

멤버 중에 가장 약한 건 사이네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번개의 마력을 찾기 시작했다.

­­­­

"웃기고 있어 진짜!"

좀비를 조종하는 녀석을 찾기 위해 흩어진 일행들.

그 중 사이네는 번개의 마력이 지속해서 튄 탓인지, 중간에 실수로 폭발하는 좀비를 건드리고 말았다.

"그렇게 많이 잡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거냐고!"

결과적으로 펑.

사이네한테 딱히 액체가 튄 게 아님에도 몰려들며 따라오는 좀비에 그녀는 입술을 깨문다.

"일렉트릭 웨이브!"

다시 한번 번개의 마력을 일으켜 근방을 정리하고, 마력을 부스트해 달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먹보 좀비가 터지고, 또다시 적이 늘어난다.

누군가가 구해주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상황.

사이네는 이대로 가다간 도주하다가 체력이 다 떨어진다고 판단한 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며 동시에 하늘로 날아오른다.

"좀비 중에 하늘 공격이 없는 건 다행..."

[있을걸~? 탱커도 뭘 던지면서 싸우는 게 보였고, 죽은 변종 좀비에 모르는 애들 중에 촉수 가진 애들도 있었어~]

"겍."

사이네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건틀릿이 울린다.

시리의 말에 하늘로 좀 더 날아오르면서 한숨을 내쉬는 주황빛 마법소녀.

그녀를 찾는 건지 좀비들이 골목을 뒤지고 있지만, 하늘에 있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한 듯 점점 흩어지기 시작하는 게 눈에 띈다.

"시리, 불편한데 전격 마력 자체는 못 꺼?"

[에~ 사이네가 제어 못 하는 거잖아? 연습해 연습~]

"...그렇긴 하지만! 연습해도 안 되는 걸 어쩌란 거야!"

[그거 네 스승님 앞에서 말하면 재밌을 거 같아.]

"개소리마!?"

협박에 가까운 시리의 말에 사이네가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친다.

"스승님한테 말하면 근성 없는 소릴 한다면서 엄청나게 깠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립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이네의 모습. 잠시 회상에 빠진 듯 하늘에서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있던 그녀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바닥을 바라본다.

"회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포니테일을 묶고 있는 주황빛 리본을 더 꽉 조이는 사이네.

건틀렛인 시리로 양 주먹을 쾅! 하고 친 그녀는 높은 건물로 날아올라 주변을 살핀다.

"변종 좀비 중에서도 지성이나 전술을 세울 거 같은 놈..."

­ 그런 애 본 적이써!

"...뭐야, 시리 갑자기 이상한 소릴 하고?"

­ 시리? 누구야?

"앙?"

시리의 말인 줄 알고 답하던 사이네의 목소리가 우뚝. 하고 멈춘다.

그녀가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건 새하얀 빛을 뿌리고 있는 한 여우의 모습.

여우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사이네를 콕콕 찌르자, 그녀의 눈동자가 커진다.

"뭐, 뭐야 넌."

­ 넌 몬데? 번개야?

"하? 번개?"

여우의 말에 사이네가 되묻자,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

이내 새하얀 신수는 자신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사이네의 옷에 얼굴을 묻고 킁킁대기 시작하고, 그녀는 식겁하며 뒤로 물러난다.

­ 마법소녀!

"어, 마법소녀는 맞는데."

­ 조아! 계약!

"계약?"

여우의 말에 무슨 소린가 싶어 바라보는 사이네. 그러자 여우는 와웅.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앞다리를 뻗는다.

파아아앗!

"우왓?!"

갑작스럽게 확! 하고 퍼져나가는 빛.

제법 먼 거리까지 퍼져나가는 빛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사이네는 잠시 후, 그어어어. 하는 좀비 소리에 혀를 차고 만다.

"조졌네."

­­­­

"...쟨 뭘 하고 있는 걸까."

[좀비 어그로만 3번. 저것도 저거 나름대로 능력입니다.]

또다시 좀비에게 쫓기기 시작하는 사이네를 보며, 나는 가만히 그걸 바라본다.

사이네 옆에 있는 저 여우, 마법수지?

[그렇게 보이는군요.]

"그러고 보니 내가 못 일어났던 것도..."

[그것도 마법수가 관여한 일이었죠.]

"저 아일까."

[아닙니다.]

"확언이네."

[꿈이랑 전혀 상관없는 능력으로 보입니다.]

"그래."

아니면 말고.

아무튼 슬슬 도와줘야 할 거 같은데.

"수신제였나? 그거 쓰려면 조건이..."

[물 마법 3개를 캔슬하고 발동하는 능력이었습니다.]

"까다롭네."

일단 필드부터 바꿔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아쿠아 웨이브와 필라, 실드를 동시에 영창한 후 거기에 사용되는 물의 마력을 한 번에 모은다.

그리고 사이네에게로 조준.

그녀가 내 마력을 느낀 건지 고개를 홱!하고 돌리는 순간, 정확히 그녀가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마법을 발동했다.

"수신제!"

필드가 물바다로 변한다.

점점 발밑에 차오르는 물을 보며, 전격을 일으키는 사이네.

그 전격의 파동에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전부 감전되기 시작한다.

여기다가 루리에가 썼던 수해를 쓰면 딱 좋아 보이는데, 전용 스킬이라 아쉽네.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왔구나! 이상한 촉수 좀비들이 따라와서 귀찮아 죽는 줄 알았어."

"아... 그건가."

그 게임에 나오는 촉수 좀비들이 모티브인 녀석이 있는 모양이다.

장거리에서 촉수 그랩을 날려 당기는 녀석.

뭐, 날아오면 방어 마법으로 튕겨낼 뿐이지만.

"사이네 넌 그냥 맞으면 전격으로 구워버리면 되지 않아?"

"헹. 당연히 그러고 있지. 그나저나 일어났으면 티 내지 굳이 찾아올 거까지 있었어?"

"렌 서치 범위 내에 셋 다 없었어."

"앙? 그런가? 너무 멀리 왔나 보네."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납득한 건지 혀를 차는 사이네. 잠시 후 주황 마법소녀는 주변을 한 번 슥슥 돌아보더니 일렉트릭 웨이브를 한 번 바다에 찍으면서 날아올랐다.

"어쨌든 이쪽은 아닌 거 같으니까, 딴 데로 가보자고."

"어떻게 알아?"

"이 꼬맹이가 말해주던데?"

와웅!

사이네의 말에 답변하듯 짖는 여우.

...눈이 되는 좀비가 있는 위치를 아는 모양이다.

탐색계인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도움은 될 거 같네.

"알았어. 그러면..."

"아, 일단 거점에 가자고? 이 꼬맹이 내려놓고 가야 해."

"? 길잡이잖아."

"아니... 난 전격 마도사잖아. 위험하다고."

"..."

자신의 몸에서 지속해서 튀는 전격을 가리키며 말하는 사이네의 모습. 그녀의 말에 나는 석연찮은 얼굴로 그걸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뭐, 위치만 대충 알려주면 찾을 수는 있으니까.

"알았어. 일단 거점으로 가자."

"오케이~"

그렇게 우리는 다시 테나가 있는 거점으로 이동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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