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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58화 (58/149)

〈 58화 〉 마법소녀는 어떤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아!

* * *

"그러니까 여행와서 아포칼립스를 경험했다는 거네. 부모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살아는 계시겠죠."

"응?"

"친구 목록에 떠있거든요."

"뭐야, 세연? 이랬나? 너도 3성 찍었어?"

"우연찮게요."

사이네가 입을 삐죽 내밀면서 한 말에 그녀는 의아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처럼 으르렁대기 시작하는 노란 마법소녀. 아군한테 으르렁대지 말자. 애냐.

아, 애 맞구나.

"그러지 마."

"쳇."

"저, 그, 뭔가 제가 실수했나요?"

"질투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누가 질투해 누가."

루리에의 말에 흥. 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사이네. 솔직하지 못한 아이다.

텐트를 정리하고 그만 좀 놔두고 다녀라 냥! 같은 소릴 하는 테나까지 회수한 뒤, 나는 발만 동동 띄워서 날아다닌다.

걸어다니긴 귀찮으니까...

이번에 길잡이가 생겼기 때문에 걸어 다녀야하는 슬픈 상황이 됐지만, 마법소녀는 날아다니는 사람이다.

굳이 걸어다닐 이유는 없겠지.

세연이를 슥 보니 마냥 신기한지 힐끗힐끗 보는 모습이다.

"마법소녀 씨?"

"스노우."

"아, 네. 스노우. 마력은 안 떨어지시는 건가요?"

"마법소녀로 변신해 있으면 마력이 떨어지진 않거든."

"그건... 부럽네요. 마력이 없으면 전 변종 좀비도 상대할 수 없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들린 쇳덩이로 저글링 한듯 던졌다가 잡는 세연이. 팔에 제대로 된 근육 하나 보이지 않은데, 신기한 일이다.

능력과 관련 있는 걸까.

"신기하네. 그렇게 안 보이는데 힘도 세."

"능력자 세상이다 보니... 별 거 아니예요. 지금 아까 그 변종 좀비급 힘을 이식한 상태라 적응하려고 하는 거거든요."

"이식...?"

"음... 대충 능력이 그런 거예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더 말하기는 좀 꺼려지는 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넘기는 세연의 모습에 나는 루리에를 슬쩍 보며 고개를 살짝 젓는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푸른 마법소녀. 뭐, 그렇지 우리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능력을 공개하겠어.

적어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능력을 숨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마법소녀 분들은 한국에서 오신 거라고 하셨죠? 믿기진 않지만."

"응."

"지도 정보로 Snow를 검색하면 영주명 정도는 보일 거야."

"아, 진짜네요."

루리에의 말에 나와 세연이가 동시에 지도 정보를 열자, 과연, 간략화된 설명으로 나와 내 소속 영주들이 누구누구인지 이름 정도는 표시된다.

물론 나한테는 뭔가 추가로 자질구레한 정보가 보이지만, 워낙 신경 쓰질 않아서.

어라? 그러고 보니...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어."

[그걸 이제 물어보는 겁니까.]

"..."

[일단 파이렌과 마현, 미경에게 인수인계해놨습니다. 현 시점 배신하지 않을 인물 중에 적합한 인재들이니까요.]

그녀의 말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 확실히 그렇지. 마현은 조금 애매한데... 파이렌과 미경이는 믿을만한 아이다.

그러고 보니 영지 실무 보는 사람도 꽤 된다고 했었지. 그 사람들로만으로도 충분히 돌아가는 건가.

[안 돌아가죠. 마스터, 제가 처리하고 있는 업무량의 50% 정도는 처리할 겁니다.]

"...?"

그럼 힘든 거 아냐?

[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끝내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구나."

"뭐가요?"

"아."

그녀의 의문에 지팡이를 톡톡하고 치자, 이해했다는 것처럼 세연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마법소녀의 지팡이에 에고가 있는건 상식이잖아?

아님 말고.

"아무튼 한국의 마법소녀 분들이 어떤 일로 여기로 오셨나요?"

"...동생을 구하러 왔어."

"동생...이요? 루리에 씨는 미국 출신이신가요?"

"이야기하자면 복잡한데..."

침식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다 말해야해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풀만한 썰은 아니다.

그걸 알아챈 건지 쓰게 웃으면서 그럼 됐어요. 하고 이야기를 멈추는 세연의 모습이었다.

그 때였다.

[아, 깜박했네...]

우우우웅!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한다.

모두의 시선을 끈 무언가.

그건...

"..."

[지금 미국은 레이드 보스 여러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주의하셔야 해요.]

"렌! 아쿠아 실드! 프로텍션! 크리에이트!"

[프로텍션]

"아쿠아 실드!"

"일렉트릭 아이!"

그걸 이제 말하냐!

하늘에서 쏟아지는 광선을 보며 우리는 급하게 가진 실드를 전부 전개한다.

갑작스러운 전개였기 때문에 최대한 마력을 집어넣어 보지만, 역부족.

하나하나 깨져나가는 실드를 보며 내가 크리에이트를 연사해 벽을 세울 때, 갑자기 우리의 앞에 서는 세연이.

어쩐지 쇳덩이를 들고 발검 자세를 한다는 어색한 모습에 우리가 눈을 깜박인다.

"...?"

잠깐, 어디서 많이 본 자세...

"일견살(一??)!"

마력이 일어난다.

눈에 담기는 건 검의 형태로 새겨지는 마력의 형태.

우리가 실드로 버티는 사이, 발검이 준비된다.

발검.

그녀의 검이 휘둘러지고, 서걱.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와 함께 광선이 두 동강 나서 흩어지기 시작한다.

하늘에 보이는 건, 거대한 눈동자.

소위 '비홀더'라고 부르는 마물이 우리를 보면서 푸쉬이­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방금 그 스킬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도망쳐."

나는 마력포를 모으면서 동시에 세연이를 붙잡고 날아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어, 어라아? 하면서 당황하는 그녀. 내 뒤로 사이네와 루리에가 뒤따라 움직인다.

뒤를 슬쩍 보자 보이는건 따라오지 못하고 열을 식히고 있는 모습.

지금이 도망칠 기회다.

"저러고 있는데 그냥 한 번에 베어버리면...!"

"레이드 보스라는 건, 그렇게 쉬운 생물이 아냐."

분명 저 녀석도 저렇게 보이지만, 저게 훼이크거나 혹은 다른 공격 수단이 있을 확률이 농후했다.

우리가 상대한 만티코어도 원패턴 같지만, 의외로 이것저것 능력이 많던 아이였고.

그런 녀석도 브레스를 연달아 쏠 수 있었는데, 저 레이드 보스는 광선을 쏘면 지친다? 브레스와 비슷한 위력인데?

그 전제는 불가능하다.

아무튼 우리는 가던 길을 피해 조금 먼 거리에 보이는 바다 쪽으로 날아갔다.

­­­­

이상하다.

어찌저찌 도착한 곳은 어느 해변가.

사람들이 관광을 자주 왔던 곳인지, 이것저것 꾸며져있던 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가끔 보이는 거라곤 수영복을 입은 좀비들 뿐.

구울조차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이상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한다.

"여기는 사람이 적은 곳."

"으음... 아뇨, 제법 있었을 텐데 이상하네요. 좀비 아포칼립스가 터졌을 때, 해안가는 싹 다 전멸했거든요."

"...?"

­ 냐냥?(사람은 없다옹?)

오히려 사람이 많아야한다는 소리다.

그런 상황에서 좀비가 줄었다는 건...?

그워어어...

"하, 그걸 잡아먹은 것도 좀비인 모양인데?"

사이네의 사나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고기를 잔뜩 먹기라도 한 건지, 완전히 배불뚝이가 돼서는 걸어다니는 기형의 좀비.

저것도 변종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마력을 모으기 시작하자, 세연이 내 손을 붙잡는다.

"왜."

"안 돼요."

"...?"

"아, 방금 그 표정 귀엽네요. 아무튼 저 좀비, 경보기 같은 거예요. 저번에 탱커라고 부르신 좀비, 기억하죠?"

"응."

"그 좀비같은 변종이예요. 충격이 가해지거나 마력이 범위 내로 들어오면­ 펑! 하거나 이상한 걸 토해내요."

"..."

아, 어떤 느낌인지는 알 거 같다.

이 세계를 만든 녀석이 좀비 아포칼립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거 같고.

내가 아는 모 좀비 게임에서 본 거 같은 녀석들이네.

근데 그러면 말야.

"오히려 터뜨리고 이동하는 게 나아."

"네?"

현실이고 그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저런 판단을 내릴 지도 모른다.

특히나 세연이 같은 경우 근접 공격이 주로 보이니까 더더욱.

"저건 체액으로 좀비를 유도하는 좀비이야. 장거리에서 터뜨리면, 우리한테 체액이 안 닿으니까 오히려 나을..."

퍼엉!

"그엑, 이게 무슨 냄새야!"

"..."

"..."

­ 냥.(바보냥.)

조졌네.

왠지 머리에서 알람이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곤 곧바로 테나와 세연이를 안아들고 곧바로 하늘로 날아오른다.

뭐, 그렇지. 생각해보면 마법소녀들한테는 지장이 없지 않을까.

어차피 그 게임이 기준이라면, 하늘을 날고 있을 때 조심해야할 좀비는 2마리 정도니까.

...나오면 우리 렌이 막아주겠지?

솔직히 사각에서 공격하는 몬스터의 공격은 막을 자신은 없다.

항상 렌의 자동 방어를 보면 내가 못 보는 공격도 막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사이네! 날아!"

"아, 진짜 일단 다 태우고! 일렉트릭 웨이브!"

파지지직!

여기저기서 보이지 않던 좀비들이 실시간으로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곧바로 슈팅 스타를 하늘에 그리며 생성될 때마다 폭격하듯 떨어뜨리는 나.

그와 동시에 좀 가깝던 좀비들이 사이네의 돌려차기 궤적에 맞춰 전부 타죽기 시작하고, 루리에는 별 다른 행동을 하진 않고 물의 마력으로 사이네에게 묻은 체액을 닦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내 설명을 들었으면 최소한 장거리에서 터뜨렸을 텐데, 보자마자 세보인다고 생각해서 덤빈 모양이네...

아무튼 부너가 터진 지역으로 끝도 없이 몰려드는 좀비를 보곤 사이네도 혀를 차면서 비행으로 날아오른다.

루리에가 마지막으로 신발 측 액체를 닦아주자, 부너가 있던 자리만 어슬렁 거리는 좀비의 모습.

근처에 생각보다 많은 좀비가 있던 건지, 잡아도 잡아도 끝이없다.

캬하하하하학!

그리고 추가로 나타나는 가장 인간에 가까운 좀비의 모습.

일반 좀비와 다르게 기묘한 웃음소리와 함께 나타난 변종은 체액이 터진 곳이 아니라 정확히 하늘을 날고 있는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저건. 기분 나쁘게 스리."

그 모습에 전격의 마력을 손에 만들어내다가, 그저 인상을 찌푸리기만 하고 돌려보내는 사이네.

아무래도 방금 자기가 사고를 쳤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자제하는 모양이다.

와, 사이네가 자제했데요!

내가 잠깐 그녀를 바라보자,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보인다.

"확실히 날아다닐 수 있는 건 유리하네요. 제가 확인해보니까, 주로 소리로 반응했었거든요."

"음... 뭐, 비행은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의 비행이라면 공기 가르는 소리 정도는 나겠지만.

루리에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떻게 할 거냐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세연.

그렇네, 조금 무겁기도 하고, 주변 좀비도 다 끌여들인 거 같으니까...

"일단 주변 건물 옥상에서라도 쉬자. 주변 좀비 다 끌여들였으니까, 돌아오진 않겠지."

"그럴까요... 아, 근데 변종 능력은 어떻게 아셨어요?"

"...게임."

"푸흐, 뭐예요 그게, 게임에서 저런 애가 있었다고요?"

"응."

아니, 진짠데.

"그건 좀 그랬다. 나도 아포칼립스 전에 좀비 게임은 많이 해봤거든?"

"스노우만 아는 나작게라도 있었나보지! 스노우가 이런 걸로 거짓말할 이유가 없쟝."

루리에의 답과 사이네의 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스르륵하고 먼저 날아가기 시작하는 나. 내가 무시하고 날아가자 삐진 걸로 보였는지 루리에와 사이네가 나를 달래려 들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알았어~ 있었을 수도 있지. 삐지지마, 응?"

"..."

아니, 안 삐졌다고요.

왠지 진짜로 삐져야할 거 같은 분위기였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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