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3부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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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뛰어났다는 게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이었을까.
프로게이머들보다 아주 조금 반응속도가 빨랐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손이 더 빨랐고.
다른 사람들보다 계산이 조금 빨랐다.
그런 내게 프로게이머로서의 제안이 들어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
부모님은 밖에 잘 돌아다니지 않는 나를 보며 제안을 받아들이셨고, 그렇게 나는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팀에 입단했다.
주전이 되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도 그럴게,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못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너는 양심도 없냐? 선배 중에서도 아직 주전 못 된 사람이 천진데...!"
"...? 그 사람들이 저보다 못하는 걸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뭐? 이 자식이!"
누군가는 질투했고.
누군가는 경외심을 가지고 나를 바라봤다.
많은 방해가 존재했지만, 나는 결국 팀을 최고로 이끌었고, 역대 최강의 팀이라는 이명을 받은 팀은 날아올랐다.
ㅡ하지만 그 뿐.
게임을 할 때의 나는 최고였고, 다른 사람들에게 경외를 받는 신이었지만.
일상 생활을 하는 나는 사회 부적응자의 딱지를 떼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게임을 잘했기 때문에 그 재능을 사용했을 뿐이다.
나는 그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며 팀을 최고로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니가 잘하는 건 알지만, 훈수는 좀..."
"야, 그게 되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아무리 해도 안 되니까...!"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 나는 필사적으로 모두를 돕기 위해 조언을 건네며, 모두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
결과는 당연하지만 실패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데는 성공했지만, 모두 내 생각과 발상, 행동을 따라오지 못하고 변명만 내뱉을 뿐이었다.
왜 그 부분이 안 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머리를 굴려도 부질없는 일이었다.
나는 신이 됐다.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일반 게이머들 사이에 팬이 넘치는 게임의 신.
하지만 그럼 이명과 동시에 모두에게 들었던 말이 있다.
ㅡ신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프로게이머들도, 나와 함께 게임을 했던 사람들도.
그 어떤 사람들에게도 나는 이해받지 못했다.
부모님께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나는 진정한 의미로 혼자가 돼버리고 말았다.
수많은 재산이 있었다.
아직도 녹슬지 않고 꽃을 피우는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
외로운 소년은 슬럼프라는 게 존재하지 않고 승승장구했다.
마음이 계속 갉아먹히고.
애정을 받지 못해 무너져가며.
그럼에도 그의 기량은 떨어지지 않았으니.
이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적어도 인간의 삶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삶이었겠지.
어떤 게임을 건드려도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게 되고 의욕을 잃는 악순환.
소년은 그 날도 잠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눈을 떴을 때 희미한 마력의 실로 하리에게서 한 줄기의 통신이 들어왔다.
ㅡ스노우를 찾았다.
정확히 그 말에 대한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잠시 눈을 감고 스노우라는 사람을 시스템에서 검색하자 '별무리의 마법소녀'라는 이명을 발견한다.
다른 마법소녀를 찾았구나.
미국에 있던 마법소녀인 걸까 하며 지역을 보자 적혀있는 지역은 처음 들어보는 지역명.
'대한민국'이라는 곳에 있는 지역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정보란을 살펴보자 보이는 이름.
루리에.
나의 언니.
왕국의 왕인 스노우의 아래에 루리에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스노우를 찾았다는 건, 내 언니를 찾아냈다는 것과 동의어.
아, 그렇구나.
언니는 나를 찾으러 오겠구나.
하리가 나를 찾았으니까, 언니도 나를 찾겠구나...
"재밌는 짓을 했던 걸~?"
"..."
"뭐, 그래도 용서해주기로 할까? 덕분에 스노우가 미국으로 올테니, 죽이진 않으마."
"..."
"그래도 나한테 엿을 줬으니까... 뭘하면 좋을까? 그래도 뭔가 당해야 다신 안 그러겠지?"
"..."
피오레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이미 뇌를 만져보고 타락도 시켜보고 별의 별 짓을 다해놓고, 뭘하려는 걸까.
이제 눈이라도 파려는 걸까.
아니면 심장을 도려내?
아니면...
"뭐, 육체 손상은 무슨 짓을 해도 안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렇지? 얘들아?"
"네, 주인님."
"..."
"재밌겠네요."
"그럼, 죽이지만 말고. 알겠지? 사지 고문같은 걸 필요는 없단다?"
"네."
그렇게 말하며 뒤에서 세 명의 인영이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 몸체에 달려있는 건...
"...!"
[관리자 M, 당신에게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관리자 M, 당신은 계속해서 시스템 권한을 과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계약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저번 중재에서 원래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건 칭찬합니다만...]
[관리자 M : 그래서?]
[당신의 시스템 권한을 축소하고 이번 세계로 일주일 간 추방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부디, 순순히 따라주시길.]
[관리자 M : 너 상급자 누구야?]
[...]
[관리자 M : 하참, 재밌는 소릴 하네. 요즘 꼬맹이들 내가 봐주니까 끝을 몰라 아주.]
[당신이 아무리 힘을 쓴다 해도 시스템은...]
[관리자 M : 웃기는 소리 말고. 진짜 원하는 걸 말해. 시스템 권한 축소? 그런 개소리 한 번만 더 짓거리면 내 밑에 전부다 시스템 권한 회수해버릴 거니까.]
[관리자 J : 아, 진짜 귀찮게 할래? 시스템 축소 딱 일주일만 한다니까. 우리 애가 잘못 보냈어.]
[관리자 M : 시스템 권한 축소하고 저쪽으로 보내면, 내가 시스템 다 터뜨릴 건 생각 안 들고?]
[관리자 J : 아니, 네가 정한 룰인데 왜 난리 피우냐. 내가 잘못했냐? 누가 그렇게 회귀자 편애하래?]
[관리자 M : 저게 회귀자로 보이냐?]
[관리자 J : 그럼 순례 타이틀 단 녀석이 회귀자지 뭔... 어?]
[관리자 M : 저 새끼 1회차 마법소녀야. 개소리 집어치워.]
[관리자 J : 뭐야, 분명 사태 일으키기 전엔 순례의 마법소녀 타이틀이...]
[관리자 M : 그래서 지금 있냐고 아 ㅋㅋ]
[관리자 J : 야발놈이 니가 지웠냐?]
[관리자 M : 했겠냐?]
[관리자 J : 쓰으읍... 그래도 좀 선 넘었어. 안 돼.]
[관리자 M : 뭘 선 넘어.]
[관리자 J : 야, 스킬 합체만 해도 그 단계에서 얻을 스킬 아닌데, 없는 스킬 만들어주는 게 편애지 뭐냐?]
[관리자 M : 너가 인식 못한 거지 니가 무능한 걸 왜 나한테 따져.]
[관리자 J : 뭐 이 새끼야?]
[관리자 M : 그럼 내가 실시간으로 관전하면서 스킬 줬겠니? 실시간으로 관전하면서 무기 만들어줬겠어?]
[관리자 J : ???]
[관리자 M : 이래서 관리자 짬 낮은 시키는. 야, 내가 관리자 권한 다 가져가기 전에 닥쳐라.]
[관리자 J : 슈벌... 그게 진짜라고?]
[관리자 M : 암튼 징계 건은 알아서 취소해라, 본사 가서 엎기 전에.]
[관리자 J : 썩을놈이. 그래도 내 세계에서 그만 관여해라 좀. 누가 보면 네 관할인줄;]
[관리자 M : 뭐, 이제 그럴 일은 없겠지.]
[관리자 M이 로그아웃했습니다.]
[관리자 J : 쓰읍.]
[관리자 J가 로그아웃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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