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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55화 (55/149)

〈 55화 〉 2부 에필로그

* * *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10시간이라는 시간은 제법 긴 시간이라 이것저것 물어보기 편했다는 게 맞으려나.

일단 갑작스럽게 연결된 이유는 '사망에 가까운 기절'이기 때문에.

육체의 원주인인 유지 유미카는 사망할 경우 자연 루프가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있는 세계가 그 경계선이라고 한다.

일단 유지 유미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세계를 구한 뒤 돌아가면 자신의 육체와 능력을 그대로 가져가게 해줄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의미없잖아, 그거.

거절했다.

돌아가서 불법체류자가 돼버릴 뿐더러, 내가 프로게이머로서 쌓아온 인연을 잃어버리고 싶진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원하는 게 뭔지 말해보라고 했다.

피지컬을 전성기 상태로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민하더니, 방법이 있을 거 같다고 수긍했다.

그걸로 종료.

그 다음으로 물은 건 내가 해야할 일.

[2Yuzm2i : 일단 가장 시급한 건 루루를 구하는 거예요.]

[Snow : 루루.]

[2Yuzm2i : 현재 미국에 존재하는 피오레의 영토에 묶여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제가 한국 외의 진행 상황을 볼 수가 없어서 잘 모르겠긴 한데... 아르멘이 죽었으니까, 이미 교회는 털렸네요.]

[Snow : ?]

[2Yuzm2i : 아르멘 죽은 거 모르셨어요? 파이톤한테 깔끔하게 사망했어요. 인공 마법소녀 프로젝트 실험체죠. 루루한테서 뽑아낸 마력을 이식받은 아인데, 교회가 망해서 마력 부족으로 죽었겠죠. 현 시점에서 교회를 칠 수 있는 미국 세력은 피오레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피오레를 쳐야해요.]

[Snow : 피오레는 뭐하는 녀석인데.]

[2Yuzm2i : 음... 악질? 마법소녀 수집가라고 불리고, 정신 마법인 침식의 대가예요. 저도 상대할 때 좀 고생했었죠...]

[Snow : 안정된 정신을 들고 있는데, 침식이 통해?]

[2Yuzm2i : ? 전 그런 거 안 들고 있었는데요. 아저씨 고유 능력이겠죠, 뭐. 효과가 뭔데요?]

안정된 정신에 대해 설명하자, 그녀는 잠시 채팅이 없어진다.

그리고 잠시 후.

[2Yuzm2i : 사기캐.]

[Snow : ?]

[2Yuzm2i : 아니예요. 아무튼 그럼 침식엔 면역이긴 한데... 예전에 마인드 리딩이 통한 적 있었죠?]

[Snow : ...그러게?]

생각해보니 유레하랑 싸울 때, 내 공격 패턴이 완전히 읽힌 적이 있었다.

미경이와 대면했을 땐 마인드 리딩이 자동으로 막혔었는데, 뭔가 다른 조건이 있는 걸까.

[2Yuzm2i : 제 경험상 그거 '정신 공격'으로 취급 안 해서 그런 걸거예요. 생각을 읽는다는 게, 공격하는 건 아니잖아요.]

[Snow : 그럼 후에 막은 건.]

[2Yuzm2i : 아저씨가 그 스킬에 대해서 '피해를 입었다.'라고 생각했으니까 작동한 거죠. 본인 생각이 가장 중요한 거 거든요.]

[Snow : 흐음.]

그렇구만.

전혀 생각 못한 발상이다.

[2Yuzm2i : 그러니까 침식이 아주 안 통한다고 생각하진 말고, 조심하세요. 피오레가 데리고 있는 마법소녀 중에 변장하는 마법소녀가 존재하니까요.]

[Snow : ?]

[2Yuzm2i : 동료가 되서 조금씩 침식을 흘려보낼 수도 있단 거죠.]

[Snow : 그렇구나.]

[2Yuzm2i : 그리고 루루를 꼭 구해야하는 이유는 '빛과 희망의 마법소녀'이기 때문이예요.]

희망인 거냐.

지금까지 그녀의 말을 들어봤을 때, 납치 ­> 감금 ­> 탈출 ­> 납치 ­> 감금 ­> 납치 ­> 감금 루트 타고있는 거 같은데... 희망은 죽었어! 같은 느낌인가.

사실 그 정도로 잡혀다니는 마법소녀가 셀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2Yuzm2i : 덧붙여서 루루는 시스템 제약에 영향을 받지 않아요. 지금 5성쯤 되지 않을까요?]

[Snow : ? 그런 애가 왜 계속 잡히는 거야.]

[2Yuzm2i : 침식에 저항 제대로 할 수 있는 거, 아저씨 밖에 없거든요? 심지어 저도 침식 때문에 루프당한 적 있어요.]

[Snow : 그렇군.]

안정된 정신은 역시 위험한 개사기 스킬이다.

[2Yuzm2i : 근데, 피오레한테 잡힌 후에는 항상 미국 쪽에 레이드 몬스터들이 대량으로 풀려나서 걱정되네요. 최대한 빨리 미국으로 가주세요.]

[Snow : 음... 우리가 다 가면 한국 영토 뺏기지 않을까?]

[2Yuzm2i : 마이랑 사이 나쁜 거 아니죠?]

[Snow : 아마.]

[2Yuzm2i : 그럼 문제 없어요. 만티코어 잡은 후에 딱히 위험할 일은 없거든요. 그나마 귀찮은 건 라크헬름이 빈 영토 다 먹는 건데, 그거 초월자들 만났잖아요. 걔들한테 해결하게 하면 되요. 창월의 서 애들은 좀 걱정되긴 한데, 그것도 피오레 잡으면 해결될 테니까요.]

[Snow : 흐음.]

[2Yuzm2i : 자, 요약할게요. 4단계 전에 해야할 거.]

그렇게 말하며 유지는 요약을 시작했다.

1. 루루 구출

2. 마법소녀&대마법사 핵 획득

3. 피오레 처단

4. 한국에 있는 레이드 보스 깨어나기 전에 하나씩 불러내서 제거. 방법은 마법소녀 한명씩 풀어내는 것. 3단계에 하는 걸 추천.

5. 시련의 탑 클리어(5단계 전까지 초월자가 될 것.)

[2Yuzm2i : 이상!]

[Snow : ? 다음은.]

멸망을 막는 구체적인 뭔가가 없는데요.

[2Yuzm2i : 탑 다 끝나고 선택지가 있는데, 그거 탑 관련이라 언급이 안 되네요. 아저씨가 생각해서 세계를 구하는 방향으로 말해주세요.]

[Snow : 음... 그래, 일단 그건 알겠어.]

뭐, 대충 세계 통일시키거나 그러면 되겠지.

시스템이라는 게 뭘로 만들어진 건진 모르겠지만, 아마 관리자라는 작자들을 초월자가 됐을 때 만날 수 있는 게 아닐까.

늘 있는 클리셰니까.

[Snow : 다음에 또 이렇게 길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겠지?]

[2Yuzm2i : 아저씨가 잘 하면?]

[2Yuzm2i : 아저씨는 1코인이니까, 죽으면 안 돼요. 사실 내 몸에 빙의시키려던 게 아니라, 소환 형식으로 부르려고 했던 건데...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좋은 게 좋은 거겠지.]

[Snow : 흐음.]

원래 소환 형식으로 하려 했구나.

영웅 이야기로 이 세계를 구할 용사같은 걸 소환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2Yuzm2i : 아, 그리고그리고.]

[Snow : ?]

[2Yuzm2i : 내 몸 계속 쓸 거 아니면 그... 연애나 그런 건...]

[Snow : 안 해. 나 남자야.]

[2Yuzm2i : 마법소녀 애들 다 예쁘니까 혹할 수도...]

[Snow : 꼬맹이들한테 관심없다.]

[2Yuzm2i : ㅡㅅㅡ^]

[Snow : 뭐.]

[2Yuzm2i : 흥, 그러니까 아저씨인 겁니다. 아무튼 알겠어요. 그럼... 잘 부탁해요!]

[Snow : 그래.]

[2Yuzm2i : 라고 끝낼 것처럼 말했지만 좀 더 떠들죠! 시간 많이 남았어요!]

[Snow : ...그럼, 윈이랑 숫자에 대한 이야긴데.]

그렇게 의식 세계에 있는 동안, 나는 계속 그녀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

스노우가 잠들어있는 동안,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특이사항이라면 라크헬름이 빈 영토들을 털면서 영지 확장을 하고 있다는 정도.

빌런 연합은 자기가 소환한 만티코어에게 전부 쓸려나갔으니 완전히 와해됐고, 어벤져는 어느샌가 창월의 서에 완전히 먹힌 세력이 되서 스노우 왕국에 편입됐다.

그리고 마법소녀들의 근황은...

"루리에는 어디갔어?"

"내가 어케 아냐고! 왜 다 나한테 물어봐! 나도 일어난지 얼마 안 됐거든!?"

사이네는 잠깐 어디 다녀온다는 쪽지를 가장 먼저 발견해 계속 다른 사람들한테 루리에의 행방을 찾는 말을 듣고 있었다.

불행한 점은 사이네는 레이드에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 기절해있었다는 점.

당연히 행방 자체를 알 리가 없다는 점일까.

초월자들이 하나같이 루리에를 찾는 이유조차 모른 채 계속 문의를 받고 한창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스터, 파이렌... 빨리 일어나..."

유레하는 병실에서 한창 깨어나지 않는 파이렌과 스노우의 옆에서 병간호를 하고 있었다.

스노우는 시스템 보정으로 살아나고 있고, 파이렌은 목숨에 지장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까운 사람들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있기 힘든 건 마찬가지.

목숨만 돌려주지, 일어나지 못한다는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유레하였기 때문에 한동안 병실을 떠나지 못한다.

다음은 다른 초월자들의 근황.

한참을 유린이와 샤브린에게 시달린 루시에르는 도망치듯 다른 영토를 회수하기 위해 떠나고, 그런 루시에르에겐 유린이가 한참 붙어다니면서 그를 말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눈 앞에서 첫 키스를 뺏기는 걸 대놓고 본 거라던가, 이것저것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게다가 처음 키스하는 스노우한테 피를 무진장 많이 토해낸 것도 마이너스가 강했던 모양이다.

...한국에 있는 몬스터들이 불쌍해질 정도라는 것만 알아두자.

샤브린은 루시에르가 5성으로 뚫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지, 방에 틀어박혀서 시스템의 제약을 깨기 위해 노력중.

아마 원래 스펙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이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마석은 많이 모아뒀습니까?"

"그렇긴 한데... 안 하는 게 나을 거 같다고 본다고? 아가씨."

"...그렇긴 합니다."

"영웅 이야기가 이상해진 건, 몬스터의 마석들 때문이겠지. 차라리 이곳에 있는 사람들한테 마력을 조금씩 나눠달라고 해보는 걸 추천한다고?"

"고려해보죠. 일단 아직은 안정적이니까..."

미류 일행은 한동안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점을 도우면서 마력을 받는 것에 집중했다.

다만, 그녀가 마력 공급을 받으려면 가장 좋은 방법인 초월자 일행에겐 전혀 다가가지 않았다.

루시에르 일행은 그게 조금 껄끄러운 모양이지만, 당장 창월의 서가 하고 있는 일들은 긍정적인 방향이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말하진 않았다나.

마현이나 미경이는 어디갔냐고?

두 사람은 평소대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스노우가 기절한 거지 렌이 기절한 건 아니기 때문에 종이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두 사람이 맡고 있는 상황.

테나 같은 경우, 뭘 하려는 건지 산이란 산을 다 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다가 몬스터 만나면 인생 날아갈 텐데...

"뭘 그렇게 생각해? 바보 멍청이. 스노우 마력 때문에 정비 다시 해야 하거든?"

"잠깐 정보 정리 좀."

"나중에 해, 나중에! 수리도 바빠죽겠는데 무슨."

정황은 여기까지.

...스노우가 없어지니 다들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잠시 소강 상태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시스템이 스노우가 죽지 않게 살린다고 했지만, 원래 세상에서 나는 본 적이 있었다.

'목숨'을 어떻게든 회복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환자들.

스노우가 그런 상태로 계속 유지돼버린다면... 아마 이 세계는 전부 망가져버리겠지.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다.

내가 동맹한 이유는 찬란한 빛을 뿌리는 스노우가 있었기 때문에.

없다면... 전부 먹어치우고 이 세계를 우리의 세계로 물들일 뿐이었다.

어차피 이쪽의 과학 수준보다 우리가 더 기술력이 좋을 테니까, 회복은 더 빠를 테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전투수송함 수리를 시작했다.

­­­­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정신적으로 엄청 피곤하다.

유지랑 열심히 떠들어서 그런 거겠지.

잠시 미간을 누르며 피로감을 없앤 나는 주변을 슥 둘러본다.

내 손을 잡고 잠든 유레하와 곤히 잠들어있는 파이렌.

나는 잠시 우득 거리는 몸을 풀고 유레하를 들어올려 내가 누워있던 자리에 눕힌다.

그러자 으응...하면서 몸을 뒤척이는 소녀. 내가 잠든 동안 제대로 자리를 떠난 적이 없는지, 몸 전체가 약간 굳어있는 느낌이 강하다.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편안한 얼굴로 새근거린다.

일단... 지금 다 뭐하고 있지?

새벽이라 연락하기 껄끄럽네.

그런 생각을 하며 병원을 나선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무리.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보니 현재 시각은 새벽인 모양이다.

음... 얻은 정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긴 하지만, 일단은 돌아갈까.

내용 전달은 내일해도 늦지 않다. 노트북 먼저 확인하고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치지지직.

귓가에 들려오는 노이즈 소리.

굉장히 멀리서 들려오는 통신이라고 해야 할까?

마력으로 이루어진 통신이 희미하게 닿는 걸 느끼며, 나는 렌을 불러낸다.

그리고 그대로 변신하자 좀 더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하는 통신.

[들리...요...!]

"..."

[들리나요!]

"들려."

[다행이다... 여기는 마법소녀 '루루'의 아티팩트인 하리입니다! 한국에 통신을 연결했는데, 한국입니까?]

"...루루?"

하리라고 자신을 명명한 아티팩트가 내뱉은 말에 눈을 깜박이며 좀 더 통신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최우선적인 목표인 '루루'의 아티팩트.

빛과 희망의 마법소녀와 함께 있어야할 그녀가 어째서인지 먼저 우리 쪽에 연락을 보내오고 있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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