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53화 (53/149)

〈 53화 〉 마법소녀는 희망을 잃어선 안 돼!

* * *

10개의 대형 포격과 금빛의 신성한 검 형상 마력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다.

공간 이동을 사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날개를 펼치다가, 입에 브레스를 준비하는 만티코어.

ㅡ정말로 그걸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포가 닿기 직전, 녀석의 입에서 브레스가 뿜어져나오며 중간에 잠깐 멈춰선다.

하지만 그건 잠시 뿐.

녀석의 등과 온 몸에 황금의 검이 꽂히는 순간, 브레스는 유지되지 못하고 그대로 분홍빛 심판에 휩쓸리고 만다.

비명소리조차 없는 모습에 후. 하면서 잠시 몸을 진정시키는 나. 생각보다 부담이 되는 기술이었는지, 아니면 루시에르에게 마력을 나눠주는 행동 자체가 위험했던 건지.

온 몸이 끓어오르듯 뜨거워져 있다는 걸 깨닫고, 잠시 마력 회로를 점검하며 순환시를 다시 눈에 담는다.

"...?"

이상하다.

녀석이 가진 붉은 색채가 힘을 잃다가, 솟아오르려는 모습을 반복한다.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연기 속에 보이는 적의 마력.

제대로 직격했다면 최소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무력화되야 정상이었다.

왜냐면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는 일단 5성 이상일 때 발동 가능한 필살기 같은 거니까.

아무리 급이 높은 레이드 보스여도 현 루시에르의 필살기로 보이는 기술과 같이 맞으면, 거동에 불편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루시에..."

"젠장, 괴물은 괴물이군."

크아아아아아아아앙!

내가 나를 안아주고 있는 루시에르를 부르려는 순간, 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곧바로 다시 방패를 붙잡는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괴물의 고함소리.

상처입은 야수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포효에 나는 먼지가 걷힌 공간을 바라본다.

콰과광!

먼지가 걷히면서 보이는 만티코어의 모습.

충혈된 눈.

뭔가 금속과 같이 온 몸을 보호하고 있는 쇳빛 가죽.

아까 보았던 것보다 수배는 커진 전갈의 꼬리가 근처를 돌아다니던 전투기를 전부 터뜨리며 등장하고, 등에 있던 박쥐 날개는 강철에 둘러쌓이며, 다시 한 쌍이 된지 오래였다.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전의 상태로 돌아간 거지!?

­ 우와, 깬다. 봉인 괴수가 2페이즈를 가지고 있다고...?

"2페이즈."

"가끔 있지, 변이종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거."

내 중얼거림에 루시에르는 상대해본 적이 있다는 것처럼 그렇게 말한 뒤, 슬며시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잠시 우리를 노려보듯 하늘과 땅을 한번 슥하고 둘러보는 만티코어.

그리고...

팟­

예의 공간이동으로 괴물이 등장한 곳은 계속해서 자신을 붙들던 미류가 있는 곳이었다!

"읏!"

막아야 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내리찍히는 발이 눈에 포착된다.

내가 지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지?

빠르게 주변 장수진을 둘러본다.

카진이 등장과 동시에 검을 뽑아 발을 향해 휘두르고 있다.

헤리어스가 급하게 조준경없이 발을 향해 조준하고 있다.

미류가 마법진을 재빠르게 반응하려하지만, 늦었다.

리시안셔스가 손으로 무언가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눈에 띄지만, 거리가 부족하다.

리시안셔스?

뭐하는 앤지는 모르겠지만, 루리에의 창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는 건, 손에 만들어내고 있는 건... 루시에르의 방패인가!?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루리에­!"

"수해!"

판단은 빨랐다.

현재 실시간으로 움직일 수 있고, 장거리에서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루리에와 유레하.

유레하는 마법 시전에 시간이 걸린다.

루리에는 현재 필드를 적시고 있는 물의 마력으로 곧바로 마법을 발동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

카진의 검이 발에 닿자 풍압이 일어나며 약간의 시간을 번다.

헤리어스의 탄 역시 바람과 관련된 탄환인지 공격이 떨어지는 걸 잠깐 늦춘다.

루리에의 외침과 함께 그들의 바로 앞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빅 웨이브.

수압으로 인해 발이 조금 밀려나기 시작할 때즈음, 고속으로 이동해온 리시안셔스가 거대한 범위로 루시에르의 방패를 발동한다.

"볼리션 오브 디펜스."

세워지는 건 순백의 성역.

괴물이 수압을 이겨내고 발이 내리꽂히기 직전, 순백의 성역이 그곳에 세워지며 공격을 막아낸다.

그와 동시에 괴물의 등 뒤로 비행해 날아가고 있는 유레하.

유레하는 직접 공격력이 부족하다.

나도 같이 공격해야 해.

루시에르의 품에서 벗어나자, 그가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동시에 내쪽으로 서서히 고개를 돌리는 만티코어의 형상이 보인다.

그래.

너는 아직도 나를 보고 있었구나?

"정령화!"

나와 만티코어의 사이에 있던 유레하가 처음 보는 기술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다.

기술명으로 볼 때, 아예 바람의 정령이 돼버리는 기술일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었다.

만티코어의 꼬리가 움직이고 있고, 저걸 직격으로 맞아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내 앞에 남아있지 않다.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

손가락을 내리긋는다.

마력이 불타듯 타오르며 내 몸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순환시가 꺼지며, 동시에 내 눈이 뜨거워진다.

머리가 무겁다.

전에도 느껴본 적 있는 분노할 때 느껴지던 감각.

지금은 분노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한 번에 많은 양을 사용해 느껴지는 불타는 감각에 나는 온몸이 아파옴을 느낀다.

마력의 기둥이 떨어져내린다.

만티코어의 꼬리와 부딪힌다.

독을 뚝뚝 흘리고 내 공격을 뚫으며 움직이는 모습.

맞으면 분명 죽겠지.

그걸 알면서도 나는 또다시 마법을 준비한다.

어차피 이걸로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홍빛 전격이 온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하늘에서는 물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비가 내린다.

만티코어는 지금 강철과 같은 무언가를 온 몸에 두르고 있다.

그렇다면 녀석의 약점은 당연하지 않을까?

파지직.

1. 근처에 수원이 있으면 데미지가 증폭된다.

2. 물 위에서 있을 경우 해일을 추가로 만들어내며 데미지가 증폭된다.

지금 내가 가진... 사이네에게서 얻어낸 전격 기술 중에 이것보다 강한 건 없다.

특히 계속해서 물이 보급되는 환경에서는 이 기술이 가장 강하겠지.

"썬더 웨이브!"

전격의 파도가 일어나려한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려는 전격과 물의 마력을 억지로 렌에게 구겨넣기 시작한다.

나는 일렉트릭 웨이브의 변형 스킬을 보았다.

사이네가 다리에 억지로 스킬을 박아 유지시키며, 적중할 때 폭발시키듯 쏘아내던 기술.

딱히 기술명은 없지만, 무술로서 사용하던 마력 운용을 렌을 통해 강제로 담아낸다.

퍼져나가는 것으로는 데미지가 부족하다.

직접 녀석의 몸에 때려박아야 한다.

소리가 사라진다.

전갈 꼬리가 거의 눈앞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바람의 마력을 발에 불어넣는다.

공간을 밟는다.

나타난 곳은 만티코어의 몸통 부분.

몸이 부하가 걸린 것처럼 온 몸에 분홍빛 전류가 흐르며 삐걱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녀석의 체력은 아직 많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썬더 웨이브 하나로는 부족하다.

하나를 더 만들어내야한다.

"후­하­"

전격의 마력을 추가로 일으킨다.

이제는 몸이 찢어질듯 아파오기 시작한다.

마력 회로 상태가 영 좋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또다른 전격 마법을 불러오며, 입에 시동어를 담는다.

"일렉트릭 퍼니쉬먼트...!"

파지지지직.

아예 렌이 토르의 망치마냥 전류 덩어리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부작용이 온 것처럼 내 온 몸을 타고 오르는 분홍빛 전격.

그리고 내 감각에 정령이 된 유레하가 가느다란 실을 통해 느껴진다.

그래, 지금 너도 같이 들어갈 거라 이거네.

그 감각에 나는 쓰게 웃으면서­ 곧바로 내 생각처럼 망치의 형상이 된 렌을 휘두른다!

"죽어어어어!"

[스킬 '스킬 합체'를 발동합니다.]

[스킬 '일렉트릭 퍼니쉬먼트', 스킬 '썬더 웨이브', 스킬 '윈드 퍼니쉬먼트'를 융합합니다.]

[그런 합체 스킬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rror­]

[관리자의 관여를 확인.]

[성공률 50%]

[진행중... 성공.]

[스킬 '썬더 레이지'를 획득했습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충격이 손을 통해 반탄력처럼 쏟아진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렌을 놓자, 시야가 흔들리는 걸 느끼고 만다.

잠깐.

아직이야.

아직, 적을 쓰러뜨리지 못했어.

점점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전격과 하늘에서 먹구름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분홍빛 전격이 시야에 잡힌다.

불타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끔찍한 고통이 온 몸을 부술 것처럼 쏟아진다.

한계에 닿았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ㅡ웃기지 마!

"레에에엔...!"

변신이 풀렸다.

그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나는 타오르는 몸의 마력으로 억지로 허공에 몸을 고정시키며, 흐릿한 시야에서 떨어지는 렌을 붙잡는다.

다시 지팡이 형상으로 변한 렌의 모습.

다시금 변신을 발동해 마법소녀 폼으로 변하는 순간, 누군가가 내 팔을 잡는다.

"­!"

몸을 피투성이로 한 유레하가 내 팔을 잡고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소리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라? 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야.

뭔가 나에게 전하고 싶은 것 같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손을 살짝 떼어내며 다시 변신하는 순간.

띵­ 하고 의식 세계에 충격이 찾아온다.

ㅡ아니, 그렇지 않다.

"흐...하..."

의식 세계로 들어오는 고통을 안정된 정신이 흘려낸다.

미친, 이상한 기능도 가지고 있었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이 땅으로 추락하는 걸 막을 수 없다.

비행할 수 없어.

유레하도 정령화 때문인지 내 몸을 확실하게 잡아주지 못해.

그렇게 생각하면서 울부짖고 있는 괴물의 형상을 바라본다.

이제 정말 마지막밖에 남지 않았네.

녀석이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건 또다시 나타난 금빛 심판의 검에 떨어지고 있다는 것 정도.

루시에르도 방어가 아니라 딜러로서 참전한 건가.

아까 봤던 화력을 볼 때 루시에르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다시 전격의 마력을 일으키려다가, 몸이 고장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며 별빛 마력을 응집한다.

"스타라이트­!"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지금 그걸 쓰는 건 미친짓이라는 것처럼, 유레하가 떨리는 눈으로 나를 흔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8개의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주변에 내 마력이 엄청나게 많이 뿌려지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분홍빛 번개가 떨어져내리고 있다.

이 마법은 내가 사용한 마력의 잔재로 만들어지는 마법.

몸의 마력을 조금만 끌어쓴다면, 충분히 지금으로서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브레이커어어어!"

그리고 마법을 사용한 순간.

나는 실이 떨어진 인형처럼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거대한 날개를 펼친 천사가 마법진을 그린다.

온 몸에서 피가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옆에서 그걸 말리는 녹색의 마법소녀가 있음에도 그녀는 망설이지 않는다.

지금 상태로 이뤄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일격으로 만티코어의 체력을 확실하게 깎아놓고도 자신의 생명을 불태우며 등 뒤에 마법진을 그리는 별무리의 마법소녀.

다시금 무리해서 심판의 검을 쏘아낸 루시에르는 경악한 표정으로 분홍빛 날개를 가진 새하얀 천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여기서 죽는다고, 미친...!"

루리에가 눈을 크게 뜨며 스노우에게 날아가는 모습.

스노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깨닫고 이를 악물며 핏물을 삼키곤 다시 푸른 사슬을 다발로 소환해 고통에 울부짖는 만티코어를 붙드는 미류.

별무리의 마법소녀의 눈에 이미 초점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샤브린은 떨어질 거라고 확신한 듯 곧바로 그녀의 아래로 움직임과 동시에 어거지로 마력을 끌어올려 레벨리온의 발동 준비를 시작한다.

"스노우­! 그만둬!"

"마스터!? 안 돼요! 그러면 죽어요! 그러지 말아요! 제발!"

루리에가 미친듯이 날아가며 스노우를 말리기 위해 움직이지만, 아까의 시전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순식간에 8개의 마법진이 그려진다.

만티코어는 아직도 번개를 맞으며 정신을 못 차린 채로 사슬에 묶인 채로 발광한다.

확실히 화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루시에르 역시 스노우에게로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마법진이 그려지기 직전에 쏘아지는 붉은 일섬.

샤브린의 붉은 일섬이 만티코어에 닿는 순간, 스노우의 입이 열린다.

"스타라이트­!"

"스노우!"

"마스터!"

"브레이커어어어!"

10개의 분홍빛 포격이 만티코어를 휩쓴다.

그와 동시에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렌을 떨어뜨리면서 변신이 해제되는 스노우의 모습.

유레하에게 팔을 잡히고, 그제야 도착한 루리에에게 그대로 쓰러지며 천사는 죽은 듯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만다.

그걸 보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회복 기술을 스노우에게 난사하는 루리에.

눈에 눈물을 담은 채로 미친듯이 마력을 사용하는 그녀를 보다가, 문득 루시에르는 싸한 감각에 마법에 직격한 만티코어가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홱! 하고 돌린다.

"위험해!"

"?!"

크아아아아아앙!

눈을 완전히 붉게 물들인 채로 공간을 접어 스노우가 있던 방향에 쇄도한 만티코어.

이미 사지가 날아갔고 날개도 한 쪽이 부러졌다.

한 쪽 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남은 공격 수단이라고는 이빨정도.

입에 담겨 있는 화기를 보는 순간, 스노우를 받아든 루리에와 유레하의 표정이 동시에 굳는다.

그리고 브레스가 쏘아지려는 순간.

파아아아앙!

분홍빛 포격이 다시 한 번 만티코어를 폭격한다.

모두의 고개가 포격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본다.

보이는 건, 이제껏 서포팅만 하고 있던 전투수송함의 모습.

기회만을 노리고 있던 전투수송함 유그가 주포를 모으고 있다가, 그대로 만티코어를 저격하는 것에 성공해낸다.

­ 맞았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해맑은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모두가 허. 하면서 헛웃음을 입에 담고, 이내 유레하와 루리에가 스노우를 안고 땅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 변이된 만티코어를 쓰러뜨리셨습니다.]

[레이드에 참가한 모든 플레이어에게 보상이 돌아갑니다.]

[레이드 랭킹을 집계합니다.]

[기여도 1위는 'Snow' 입니다.]

[­error­]

[2단계에서 4단계 레이드 보스가 잡힌 것으로 확인.]

[잠시 집계까지 시간이 소요됩니다. 소요 시간 48시간.]

[레이드 성공을 축하합니다.]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레이드의 종료를 알림으로서 전투는 종료됐다.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