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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52화 (52/149)

〈 52화 〉 마법소녀는 희망을 잃어선 안 돼!

* * *

[만티코어, 브레스 준비 중입니다.]

아니, 저 괴물은 브레스 쿨타임도 없어?

몸이 묶여서 당장 바로 움직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자마자, 녀석의 목에 붉은 마력이 모이는 게 순환시에 관측된다.

뒤에서 보이는 푸른 색채들이 그걸 막기 위해 준비하는 거 같지만, 색채의 진하기부터 다르다. 루리에와... 누군지 모를 사람이 동시에 물의 마력을 퍼뜨리고 파도를 일으키지만, 턱도 없는 수치.

결국 갑자기 나를 고정시켜준 루시에르가 전부 막아야 한다는 건데... 막을 수 있을까?

[루시에르의 현재 스펙으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의 패시브 능력이 '지켜야할 사람이 많을 수록 강해진다.'라는 걸 믿어봐야 합니다.]

만약 그걸로 막을 수 없다면?

[...일단 막아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버티는 걸 보고,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슬쩍 뒤를 바라보는 나. 마법진이 그려지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저번에 '별에게 소원을'로 시전됐을 땐, 엄청 빨랐던 거 같은데...

[마법 원리가 '주변 마력 잔재'를 끌어들여서 만들어내는 극대 포격으로 보입니다만... 주변에서 마법 사용을 그렇게 많이 한 게 아니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다음부턴 슈팅 스타라도 많이 뿌려놓고 써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붉은 마력포가 푸른 마력들을 하나하나 깨부수며 날아오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붉은 마력.

나는 루시에르를 믿고 마법진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지만, 새하얀 마력에 붉은 마력이 부딪히는 순간, 크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끄으으으윽!"

까득.

이를 악물고 붉은 마력을 막아내는 루시에르의 억눌린 비명소리.

더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루시에르의 몸을 바라보자, 어째서인지 나와 비슷한... 아니, 똑같은 별의 마력이 그다지 유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신성력이라 부르는 새하얀 마력은 충분해보입니다만, 단계 제약 때문에 별의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모양이군요.]

별의 마력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나는 곧바로 마법진 제작 속도를 늦추고 등에 닿는 그의 몸에 자연스럽게 별의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한다.

마법진이 완성되려면 루시에르가 버텨야 해.

그런 생각을 하며 마력을 지속적으로 그에게 보내지만, 무언가에 턱. 하고 막힌 것처럼 튕겨나오는 마력.

방어구가 은은한 빛을 내면서 몸 속에 마력이 부여되는 걸 거부한다는 걸 깨닫고, 나는 얼굴을 찌푸린다.

큰일이다. 마력을 주든 몸 속 마력에 관여하든 해서 좀 더 끌어내려고 했는데, 보호구가 그걸 차단하는 쪽은 생각하지 못했다.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뭔데?

[보호받지 않고, 다이렉트로 체내에 마력을 불어넣는 곳으로 마력을 흘려내면 됩니다.]

렌의 말에 나는 곧바로 그녀가 말한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를 훑는다.

루시에르가 입고 있는 건 풀 플레이트 메일.

전신갑옷이라 온 몸을 방어하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곳은 전부 차단당한다.

...렌, 설마하지만 저길 말하는 거야?

[네, 그냥 간단히 심폐소생술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순간적으로 순환시가 유지되지 못하고 꺼진다.

그러자 보이는 건 이를 갈면서 얼굴을 찌푸린채로 간신히 브레스를 막아내고 있는 루시에르의 모습.

분명 만티코어에게 여러 마법이나 공격이 쏟아지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브레스는 끊어지지 않는다.

망설일 시간은 적다.

순백의 영역이 어그라드는게 실시간으로 보이고 있다.

원인은 마력 부족.

하지만, 나라면...

동일한 마력을 가진 나라면 그걸 해결해줄 수 있다.

"루시에르."

"크..."

내가 부르지만, 전력을 다하고 있는 그의 입에선 대답이 아닌 신음성이 울려퍼진다.

시선만은 잠깐 나를 향하고 있는 걸로 볼 때, 대답할 수 없는 모양.

나는 잠깐 쉼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미안."

그런 후 곧바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마력을 일으킨다.

한쪽 손은 만티코어를 가리킨 채로 마법진을 일으키며, 동시에 몸을 돌려 입을 맞춘 상태를 유지한다.

내 별의 마력으로 그가 가진 별의 마력을 건드리려고 하자, 마력 사이에 무언가 가로막힌 것처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와 함께 입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피의 맛과 코에 스며드는 혈향.

이런 걸로 첫 키스를 날려먹어야 한다니,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그가 나에게 흘려내는 피를 삼키며 마력 공급을 가로막는 벽을 때리기 시작한다.

내가 벽을 때릴때마다 움찔하는 루시에르.

...화력이 부족해.

서로 눈이 마주친다.

내가 뭘하는 건지 깨달은 듯 하지 말라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가 살아야해서 그건 안 되겠다.

더 강한 마력을 불어넣는다.

지속적으로 그가 사용하고 있는 실드로 내가 공급하는 마력이 반절 정도 손실된다.

저놈의 브레스는 끝도 없네.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곁눈질을 하려하지만, 몸을 돌린 상태로 현황을 파악하는 건 무리.

그냥 빠르게 그의 몸에 있는 제어 장벽을 뚫어버리기 위해 몸에 남는 반절의 마력을 기마창형태로 뭉친다.

그리고 일격.

조금씩 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그가 가진 별의 마력이 바깥에서 뚫어내는 내 마력에 호응하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또 한 번 일격.

이제는 장벽 전체에 쩌적. 하고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들끓는 것처럼 새어나오기 시작하는 마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

쩡!

순간, 귓가에 무언가 깨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장벽을 깨부수고 그의 별의 마력이 폭발하듯 방벽에 담기는 순간, 그의 입에서 대량의 토혈이 내 입으로 들어온다.

차마 입을 떼진 못하고 비릿한 맛을 전부 느끼며 마셔내는 나.

그리고 잠시 후, 루시에르는 천천히 방패를 잡고 있던 한손으로 나를 살짝 밀어내는 걸로 자신이 무사함을 알리며 정면을 바라본다.

더 이상 표정에는 힘들다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입술이 떼어진다.

그와 동시에 나를 강하게 안아주면서 아예 방패에서 손을 놓는 루시에르.

더 이상 브레스는 그에게 힘든 공격이 아니라는 것처럼, 순백의 장벽은 굳건하게 유지된다.

"...미안, 미안하다. 미안해."

내 등을 토닥이면서 동시에 그는 입가에 있던 피를 닦아내며 죄책감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 애초에 네가 지키고 있는 입장인데 그렇게 사과할 건 없지.

생각보다 별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다만 피는 좀 적당히 먹였으면 좋았을 거 같다.

[과연, 신기하군요. 피에도 마력이 있어서 오히려 체력이랑 마력이 회복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 효과 알고 싶지 않았어.

애초에 남자랑 키스하는 것도 좀 역한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렌의 말대로 심폐소생술을 한 느낌이라 정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애초에 입술 감촉보단 마력 장벽 뚫는데 집중했고 말이지.

근데 그 장벽은 뭐였던 거야?

[초월자들한테 있는 제약으로 추측됩니다. 방금 깬 장벽 외에도 추가 장벽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방금 깨부순 장벽으로 충분해보입니다.]

...그런 장벽이 나한테 깨질 정도면 다들 평범하게 깨부술 수 있는 거 아냐?

[마법소녀의 마력이 굉장히 많은 양이라 억지로 깨부순 겁니다. 실제로 다음 장벽을 깨려고 하는 건 불가능해보입니다. 그리고 루시에르의 마력이 별의 마력인 것도 한 몫했군요.]

렌의 말에 나는 그래? 하면서 다시 마법진 그리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브레스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하는게 보이며, 동시에 푸른 사슬에 금이 가는 게 보인다.

...저거 깨지면 타겟팅 힘들 거 같은데.

이제야 6번째 마법진이 그려진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크롸롸롸!

땅으로부터 거대한 토룡이 솟아오른다.

그 위에 타고 있는 건, 각종 여러가지 책을 꺼내든 유린이의 모습과 처음 보는 박쥐 날개를 달고 있는 보랏빛 머리칼의 소녀.

그녀가 타고 있는 지렁이같은 흙의 용이 여기저기 퍼져 푸른 사슬을 보충하는 순간, 소녀의 머리카락이 거대한 검이 되며 그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카가가가가각!

날개를 베어내기 위해 움직이는 거대한 메스같은 칼.

하지만 무슨 놈의 날개가 그렇게 단단한지, 쇳소리가 나며 검이 제대로 박히지 않는다.

계속해서 연타로 갈겨도 만티코어가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노데미지.

그걸 인지한 소녀는 곧바로 그 검으로 만티코어의 등을 찔러 들어간다.

푹!

크릉?

그리 깊게 들어가진 않는다.

가죽에 살짝 구멍이 나긴 했지만, 마치 모기에 물린 것처럼 귀찮다는 얼굴로 꼬리를 등 근처로 가로로 휙! 하고 휘두르는 만티코어.

소녀는 재빠르게 점프해 그 공격을 피해내고, 유린이는 몸을 아예 엎드리는 걸로 공격을 피하는데 성공한다.

"스노우, 얼마나 걸릴 거 같아."

"...2분."

"그래."

루시에르의 말에 그렇게 답하자, 그는 순백의 장막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다.

그런 그의 행동에 안심한 채로 7번째 마법진을 그리는 것에 성공하는 나.

그때였다.

파캉!

"?"

"꺄!?"

만티코어를 묶던 사슬이 깨어지며 순식간에 신형이 사라진다.

급하게 순환시를 다시 켜자 그 자리에 보이는 건 사용된 마력의 잔재.

덕분에 마법진이 조금 더 빨라졌지만, 만티코어가 사용한 건 분명 '공간 이동'이었다.

비명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자, 파이렌이 만티코어의 발에 직격당해 추락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HP가 제로가 된 것까진 아닌지 그녀의 마력은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는 상황.

같이 붙어있던 유레하가 눈에 분노를 담으며 녹빛 마력을 일으키지만, 계속되는 만티코어의 중량을 이용한 몸통 박치기에 회피 기동만 할 뿐이었다.

"루시에르. 저길..."

"안 돼."

"어째서."

"저 녀석,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어. 노리는 건 너야."

"...?"

그의 말에 만티코어의 눈을 바라보자, 그을린 쪽의 눈이 정확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소름이 등을 타고 올라온다.

영리한 판단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구한다는 판단을 내리면, 곧바로 공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

내 등 뒤에 모이는 마력과 마법진이 위험하다고 판단 내린 걸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영리한 녀석인가...?

"파이렌은 루리에가 치료하고 있어. 수신제로 만들어낸 해일이 한 방향으로만 가는 특징이 있어서 공격은 효과를 제대로 못 보고 있지만... 그리 걱정하진 마. 유레하라면 회피탱은 잘할 수 있을 테니까."

타앙!

루시에르의 이야기가 이어질 때, 또다시 땅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다.

이번에는 적중 당할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또다시 공간이동을 사용해 공격을 피해내는 모습. 등장한 곳은...

콰앙!

"어림없다."

금빛으로 눈을 빛내며 방패를 잡고 있는 루시에르의 위였다.

이미 어디로 공격이 올 거라고 예측한 것처럼 정확히 공격받는 공간이 좀 더 두터워진다.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는지, 곧바로 꼬리를 향해 약한 불을 뿜어내는 모습.

그 단순한 공격에 피하지 못한 15기가량의 전투기가 박살나버리고, 동시에 움직인 전갈꼬리가 루시에르의 실드를 깨기 위해 쇄도한다!

쩌엉!

이번에는 약간 흔들렸다.

확실히 일반적인 발톱 공격보다는 강한 건지, 장벽이 흔들리는 모습은 보인다.

그와 동시에 뚝. 뚝. 하고 장벽을 타고 내려가는 보라색 독물.

순간 일렁이던 마음이 가라앉으며,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한다.

8번째 마법진이 완성됐다.

앞으로 남은 건 2개.

루시에르의 얼굴을 보니 만티코어의 공격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문제는 만티코어가 슬슬 지상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는 것.

장벽이 두터워 내 주문을 막기 힘들다는 걸 알았는지, 곧바로 날개를 이용해 급하강을 시작하는 녀석이 보인다.

안 돼.

"파이렌을 노리고 있어."

"지상은 걱정하지 마."

그의 말에 내가 지상을 바라보자, 검붉은 마력이 뭉치기 시작하는 게 눈에 보인다.

그와 동시에 솟아오르는 무수한 토벽.

유린이의 크리에이트와 샤브린의 레벨리온 사이트가 준비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법진을 마저 그려넣는데 집중한다.

만티코어를 묶기 위한 푸른 사슬이 다시금 날아든다.

그와 함께 땅에 다가온 만티코어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카진.

그 공격에 만티코어는 다시 공간을 접어 토벽을 깨부수곤 안에 있는 네 사람을 물어뜯을 듯 입을 벌린다.

그리고 그 순간.

칠흑의 검사의 입가가 비틀어지는 걸, 나는 똑똑히 보고 말았다.

"삼켜라, 카오스, 레벨리온."

어느새 그녀의 손에 2개의 검이 잡힌다.

그와 함께 솟아오르는 만티코어보다도 큰 검회색의 아귀 형상.

입을 벌리고 있던 만티코어가 눈을 크게 뜨며 그 아귀를 보는 순간, 아귀는 만티코어를 그대로 잡아먹을 듯 달려든다.

그걸 보며 황급하게 날개를 펼치며 뒤로 회피하는 괴물.

푸른 사슬에 묶인 상태로 하는 회피 기동이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콰득!

아귀가 노린 건 날개.

그대로 회피 기동에 사용하던 날개 한 쪽이 날아가자, 만티코어는 더 이상 날아오르지 못하고 균형을 잃은 채 바닥으로 꼬꾸라진다.

쿠웅!

크아아아아앙!

지금까지 공격 중에 가장 큰 데미지를 입은 건지, 만티코어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면서도 등에 피를 줄줄 흘리면서 사슬을 깨부순다.

아예 먹혀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마력.

사용한 샤브린은 한쪽 검은 사라지게 하고, 레벨리온을 땅에 꽂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무리했네.

그녀의 마력이 제법 많이 줄은 것으로 볼 때, 현재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보인 걸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마스터.]

"응."

10개의 마력광이 피어오른다.

별빛 마력이 사방에서 피어 오르고 뭉쳐진다.

지금 나로서는 원래 사용할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의 응집.

만티코어도 그걸 알아챈 듯 곧바로 쿨타임이 돈 걸로 보이는 공간이동으로 내가 있는 위치에서 거리를 벌린다.

그 순간.

"세상에 어둠이 만연하고."

빛의 수호 기사가 움직인다.

"나에게는 더 이상 지킬 수 있는 게 없었노라."

모든 신성력과 별의 마력이 검으로 모여든다.

"오직 남은 것은 심판을 내릴 힘뿐이었으니."

황금빛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마지막 빛은 모든 어둠을 불사를 심판을 이 자리에 내리겠다."

"스타라이트...!"

루시에르와 눈이 마주친다.

자신을 믿고 준비하라는 신호.

그걸 본 순간 시동어를 입에 담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동시에 진지한 눈으로 도망가기 시작하는 만티코어를 바라보는 루시에르.

"저지먼트."

"브레이커­!"

루시에르의 선고와 함께 별빛의 심판이 만티코어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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