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마법소녀는 희망을 잃어선 안 돼!
* * *
"전투수송함 '유그' 가동 시작~ 목적지는 단양! 출발한다!"
Yes, sir
마릴다의 활기찬 지휘에 답하며, 지휘실의 모든 기기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무수한 버튼이 있는 판과 각 조종석?으로 보이는 탁자들에 앉아 열심히 조작하기 시작하는 안드로이드들.
들어보니 현성이랑 마릴다가 합작으로 만든 애들이라는데, 뭐가 다른 건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뭔가 화려해보이는 조작과 함께 어두웠던 화면에 불이 들어오면서, 거대한 화면에 정면과 각 측면의 화면이 노출된다.
저것도 마력으로 보는 건지, 아니면 카메라를 달아놓은 건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기한 장면이다.
"도착하는데 30분 정도 걸릴 거야~ 그 때까진 쉬어둬. 그리고 그 뭐야, 이상한 약? 그거 의존도 올라가니 어쩌니 해도 엄청 낮은 수치잖아. 적어도 체력은 풀로 채워둬."
"...응."
"저희한테 명령할 수 있는건 마스터 뿐인 거예요☆"
"유레하, 틀린 말이 아닌 걸. 먹어두자 일단."
"나는 좀 곤란해. 지금도 머리가 욱신거리거든. 그래도 최대한 몸을 쉬어둘게."
마릴다의 말에 다들 조금 떨떠름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체력을 만전으로 유지하기 위해 치료환을 먹는다.
그리고 이동 간에 잠시 침묵.
마릴다는 계기판에 뭔가 조작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정면 화면에 어떤 생명체에 대한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자, 이게 만티코어야. 스펙은 다 다르지만 대체로 4~5성. 근데 레이드 보스니까 아마 5성일걸? 솔직히 지금 덤빌 녀석은 아냐."
"어떤 멍청이가 깨운 건진 몰라도, 민폐란 거군."
"그 말대로. 그래도 여기 파티에는 4성급 사람들이 제법 되니까, 아주 못 잡을 녀석은 아냐. 5성 레이드 보스는 4성급 10명에 가까운 스펙이긴 한데... 뭐, 다들 원래 성급은 4성이 넘는다고 들었으니, 그 점은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문제는 화력이야. 4성급 딜러가 1명밖에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지. 마법소녀들이 연계해서 오버 스펙을 낸다 쳐도, 4성급에 딜링이 나올지 애매하거든? 보통 5성 레이드 보스를 4성끼리 잡을 때, 딜러는 최소한 4명이 정석이야. 내가 어느 정도 커버치고, 샤브린이 커버친다 치면 2인분. 현성이 이것저것 화력 충당하면 1인분. 마법소녀들이 또 충당해서 1인분. 이렇게 4인분이 맞춰지는데... 문제는 이 파티, 버퍼도 힐러도 없지?"
"..."
그렇네, 레이드에 필수인 사제 계열이 없다.
유린이가 서포팅해준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성향은 디버퍼&딜러에 가까운 타입.
미류가 어느 쪽인진 모르겠지만, 마릴다가 저런 말을 하는 거 보니 버퍼나 힐러는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고 내가 힐러로 전환할 수도 없고... 아르멘의 스킬이 마법이었으면 모를까, 뭔가 기도하는 형식이라 복사가 되지 않은 탓에 그런 계열 스킬도 없다.
루리에가 힐 정도는 할 수 있었던 거 같은데.
"루리에."
"힐러로 전환하기엔 스펙이 좀 많이 딸리는 힐러 같은데... 어쩔 수 없지."
"힐러가 있는게 어디야... 뭐, 어쩔 수 없네. 그러고 보니까 그 영토전 영상에서 봤는데, 올스텟 증강 스킬 있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마릴다.
올 스텟 증강 스킬 발언에 나는 그저 표정만 굳히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보여준 스킬인데, 안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
대사치기 엄청 부끄러운데.
벌써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다.
"그럼 그거라도 쓰고 시작하고... 아씨, 너희 스펙 확실하게 다 모르니까 작전 못 짜겠잖아. 스노우 네가 짜!"
"..."
이미 짤만큼 짜지 않았어?
모르는 것치곤 제법 상세하게 말하다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곧바로 만티코어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갔다.
"만티코어, 다시 설명하지만 사자의 몸, 사자 머리, 전갈 꼬리, 박쥐 날개를 가진 괴물이야. 특히 전갈 꼬리는 찔리면 즉사는 아니여도 지속딜에 죽을 거야. 절대로 맞는 일이 없도록 해야해."
"말은 쉽네☆"
"꼬우면 못 피하고 죽던가. 나랑 상관없어."
"..."
"꼬리 쪽은 내가 리프로 계속 견제할 거고... 사자 머리랑 몸통에서 오는 공격은 루시에르? 네가 잘 막아야 돼."
"어, 노력해볼게."
"그리고 계속 기동 공격 갈기는 건, 마법소녀들이 잘 피하면서 마법 갈겨줘. 우리는 이게 좀 다행인 게, 비행 능력 가진 몹은 비행할 수 없는 환경에서 엄청 까다로운 적이거든? 근데 비행이 가능한 인원이 오지게 많다는게 이 파티의 장점이야. 마법소녀 중에 회피 기동 잘할 자신 있는 애는 어그로 끄는 것도 좋겠네."
"속도 보고."
"그래그래~ 아무튼 만티코어는 브레스만 조심하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레이드 보스는 아니야. 브레스랑 꼬리 공격만 잘 피할 수 있으면 농락하면서 잡을 수 있는 보스고, 비행도 별로 큰 의미가 없는 상태니까 더 쉬워졌을 거야~"
그렇게 웃으며 말하는 마릴다의 모습에 다들 알겠다는 의사를 표하며 잠시 후, 나를 바라본다.
왜들 보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들려오는 도착 5분 전 목소리.
희미하게 수송선 밖에서 들려오는 괴물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나한테 뭘 바라는 건지 깨닫고 한숨을 살짝 내쉰다.
"창월의 서 측도 받아야해. 내린 후에."
"그렇다고 하네."
"후후~! 뭐 좋아! 아직 만티코어는 도착 안 한 거 같으니까! 유그! 착륙 지점 살펴봐!"
어쩐지 묘하게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뚱한 얼굴로 마릴다를 바라본다.
그러자 왜, 뭐~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곤 전투 수송함의 착륙에 집중하는 그녀. 그걸 잠시 보던 사람들이 잡담하고 있을 때였다.
[배리어 전개합니다.]
쿠웅! 콰아아아아아아!
"뭐야!?"
"미치... 아니, 저 거리에서 브레스를 갈겨!? 미친 거 아냐!?"
유그가 충격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하자, 화면이 붉게 물들며 전방의 상황을 알린다.
제법 먼 거리에서 날면서 화염 브레스를 날리는 모습.
보통 저런 거리에서 마법을 써봤자 닿지 않는 게 정상인데, 무슨 놈의 사거리가 이렇게 긴지 제법 강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다행인 점은 배리어가 깨져나가진 않았다는 정도.
문제는...
"우와, 전부 충격 대기! 떨어진다!"
한창 착륙을 위해 이것저것 배치하고 있던 탓에 방금 충격으로 인한 기울기가 제법 위험했다는 점이었다.
정위치가 아닌 옆으로 착륙하고 있다고 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잘못하면 옆 부분에 있는 전력이 전부 폭사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 배리어를 돌려야하지만, 브레스가 아직 끊기지 않고 들어오는 상황.
이건...
"포를 쏠 수 있는 곳이 어디야."
"지금 이 위치에서 2층 아래... 아니, 어디 가려고!?"
"윈드 스텝."
그녀의 말에 곧바로 마릴다가 말한 방으로 점프한다.
장애물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공간을 넘을 수 있네.
생각 이상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하며 공간을 잠시 둘러본다.
대포같은 걸 쏘는 게 아니라 레이저를 쏘는 거라 그런지, 중앙에 푸른 구체같은 게 떠있는 공간.
다만, 실시간으로 조금씩 갉아먹히는 느낌으로 줄어드는 게 눈에 띄는 모습이다.
아마 배리어나 포를 쏠 때 여기서 마력을 불러내고 그러는 걸까.
양 옆에 포라고 적힌 레버 같은 게 달려있는데, 아마 이걸 당기면 마력포가 쏘아지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건 됐고, 지금 브레스때문에 엿먹기 전에, 빨리 끝내자.
"렌."
[별의 마나니까 그렇게 많이 들진 않겠죠.]
"?"
별의 마나에 뭔가 있나요.
그렇게 생각하며 마력을 일으키자, 렌은 자연스럽게 그 마력을 푸른 구체로 유도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점점 거대해지면서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구체.
이윽고 구체의 크기가 거의 3배에 가까워지는 순간, 통신을 통해 마릴다가 경악하면서 소리쳤다.
야이, 미친... 빨리 쏴! 정순한 건 좋은데 너무 많잖아! 옆에 레버 당겨버려!
"..."
아직 마력 거의 안 썼는데요.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지만, 순순히 그녀의 말대로 레버를 당겨버린다.
그러자 쿠웅! 하는 진동과 함께 30% 정도 크기가 작아지는 마력 구체. 잠시 후, 크아아아아아앙! 하는 소리가 들린 걸로 볼 때, 아마 브레스를 쏘며 방심하고 있던 만티코어에게 제대로 명중한 모양이다.
전부 빨리 내려! 고속으로 날아온다!
아무래도 적중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건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다가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곧바로 다시 포대에 마력을 불어넣는다.
그러자 수송선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며, 다시 한 번 레버를 당기는 나.
조금 뽑기하는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는 건 비밀이다.
쿠웅! 파아아앙!
미스! 아니! 내리기나 해! 바로 날아올라야 돼! 너만 내리면 끝이야!
"응."
그녀의 말에 수긍하며 동력실을 벗어났다.
내가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오자마자 유그는 다시 천천히 날아오르기 시작하고, 제법 가까워진 거리에서 만티코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멋스러운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머리.
닿는 모든 걸 부숴버릴 거 같은 크고 단단한 발톱.
그리고 부드러울 거 같은 사자 몸뚱아리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박쥐 날개.
마지막으로... 보통 사자 꼬리와는 다른 하늘로 치솟아있는 갑각류의 꼬리.
생각보다 크구나.
15층쯤 되는 빌딩을 연상시키는 크기의 만티코어를 보며, 나는 곧바로 지팡이를 앞세운다.
지상을 힐끗보니 미류 일행과 우리 일행이 합류한 모습.
저 녀석이 더 다가오기 전에 빨리 외쳐야했다.
어쩐지, 몸과 입이 떨려서 제대로 발음하기 힘들지만, 어떻게든 해내야한다.
"매... 매...."
저번에도 했잖아.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느끼며, 나는 짝! 하고 양뺨을 손으로 때리는 행동을 보인다.
정신 차려.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능력치 10% 상승이라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정의의 이름으로! 까지 발동해야 비벼볼 수 있는 적.
이미 제대로 형상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상황인데, 망설일 틈이 없었다.
"매지컬 스타링!"
마음을 다잡고 눈을 질끔 감으며 소리친다.
그러자 내 말에 따라 나타나는 거대한 분홍빛 별 모양.
저번에는 그냥 파동으로 퍼졌던 거 같은데, 뭔가 마법진 마냥 나타나는 마력에 나는 눈동자를 떨면서도 이어서 소리친다.
"서로 사랑하면서 정의를 구현하죠! 스타 프리즘 파워 업!"
그 별의 마나를 퍼뜨리려는 것처럼 지팡이를 휘두르자, 온 사방에 별모양 마력이 탄막처럼 퍼져나간다.
맞은 아군들에게 씌워지는 별의 마력과 체감될 정도로 올라가는 마력과 체력.
그걸 느끼자마자, 나는 곧바로 다시 만티코어를 향해 지팡이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마법소녀 스노우!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내 말이 끝자마자 다시 나타난 분홍빛 별의 마력이 공중 기동을 하는 만티코어를 향해 날아가 유도탄처럼 적중한다.
조금... 느려졌나?
비행 속도가 미미하게 느려진 모습.
본인도 느낀 건지 크르릉...하며 경계 태세를 보인 만티코어는 이내 원인으로 보이는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스터를 노리는 건 불편하네요? 괴물 주제에."
"유레하, 그걸로 하자."
"응☆ 윈드 트랩!"
"익스플로전."
두 정령의 화려한 폭발과 함께 전투의 막이 올랐다.
먼저 내려와 장비를 정비한 루시에르가 기계로 날아오르려 할 때, 그의 시선에 하늘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루리에가 포착된다.
그 시선을 따라가자 보이는 건 스노우의 모습.
...여전히 가터벨트가 달린 팬티를 입고 있는 모습에 순간 시선을 돌리려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절대로 물러날 수 없는 전투에 대한 긴장감과 굳은 의지가 담긴 표정.
무표정에 가까운 표정이었지만, 그는 저런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나 같이 절대 물러나지 않았던 전쟁 영웅들.
어떤 사람은 죽었고, 어떤 사람은 평생을 불구로 살아가던 그런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불태워 끝까지 맞서 싸웠던 사람들이었다.
스노우도 마찬가지였다.
잘 보면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쉼호흡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눈동자가 떨린다.
그걸 바라보며 루시에르는 자신이 저 어린 소녀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전생자인 자신과는 다르게 기껏해야 중학생인 소녀.
사랑과 정의를 외치며 호기롭게 맞서 싸웠지만, 이번 괴물은 지금까지 싸워 온 적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녀가 이제껏 싸워온 적은 기껏해야 인간 크기의 괴물들이거나, 진짜 인간들.
지금 그녀의 정면에서 날아들고 있는 괴물은 그런 인간을 가볍게 씹어먹고도 개미마냥 전부 터뜨릴 거 같은 괴물.
당연히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으리라.
"루리에, 역시 나도 탱커가 아니라..."
"...스노우가 한 결정이니까, 어쩔 수 없어. 그런 아이잖아. 저 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걱정되는지 슬며시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루리에. 그리고 그 순간, 스노우는 제 뺨을 강하게 때리며 눈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정신 차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처럼 하는 행동.
그 모습은 루시에르가 보기에는 무척이나 마음 아픈 모습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그 역시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매지컬 스타링!"
그리고 호기롭게 외치면서 입가에 억지 미소를 담는 소녀.
그런 그녀의 주변에 분홍빛으로 된 별빛 마력이 별모양으로 생겨나고,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 눈으로 가볍게 소리치기 시작한다.
"서로 사랑하면서 정의를 구현하죠! 스타 프리즘 파워 업!"
그 말과 함께 퍼져나오는 분홍빛 탄막.
평소에 그녀가 주로 쓰던 슈팅 스타를 연출하는 모습에 순간 흠칫하지만, 우리에게 닿는 순간 온 몸에 활기가 돌아오는 걸 느낀다.
저번과 같은 스킬인데, 이펙트가 다른 거 뿐인가.
모든 인원에게 감싸지는 따스한 별의 마력.
괴물을 눈앞에 두고도 모두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을 가진 마력에 루시에르는 입에 쓴 미소를 담고 만다.
"마법소녀 스노우!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어서 선언하는 적을 처단하겠다는 대사.
저번에 고전 마법소녀 대사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핀잔을 줬던 대사를 들으며, 루시에르는 곧바로 스노우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방금 버프와 추가로 날린 무언가로 분명 어그로가 끌렸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예상대로 그녀에게 빠르게 날아들기 시작한 만티코어를 보며, 나는 루리에와 동시에 그녀의 근처에 도착해 곧바로 스노우를 안으며 방패를 앞으로 내민다.
그러자 생겨나는 순백의 영역.
내 행동에 루리에가 살짝 떨어진 곳에서 회복 마법을 준비하고, 어느새 뛰어들어온 쌍둥이 자매가 곧바로 마법을 시전한다!
"윈드 트랩!"
"익스플로전!"
콰광! 콰과과광!
어느새 그렇게 많이 깔아놓은 건지, 만티코어가 오는 길목들이 우르르 폭파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땅에서 날아드는 바람의 마력과 푸른 사슬.
바람의 마력이 폭발하는 장소에 만티코어를 아주 잠깐 묶어두자, 푸른 사슬은 완벽하게 그자리에 만티코어를 묶어내는 것에 성공한다.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타앙! 하는 소리.
콰아앙! 크아아아아앙!
만티코어의 문에서 일어난 폭발을 보며 땅을 보자, 헤리어스가 저격에 성공하고 탄환을 재장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꼬리는 묶어놨어! 브레스 조심해!
"루시에르."
"?"
"답답해."
"아, 미안."
마릴다의 외침에 녀석의 꼬리 부분을 보자, 30기가 넘는 소규모 비행선이 꼬리의 공격을 전부 회피하면서 시간을 끄는 모습.
나는 답답해하는 스노우를 팔에서 놓아주려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팔은 몸을 고정시켜달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 하나둘 새겨지는 분홍빛 마법진.
"처음부터 전력 전개."
"그거 위험한 거..."
"괜찮아. 마력은 충분하니까. 오히려 묶여있는 지금이 기회야."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는 푸른 사슬을 보며, 스노우는 눈을 무지갯빛으로 빛내면서 말한다.
그 마력 반응을 느낀 건지, 곧바로 입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하는 만티코어.
그걸 본 순간, 루리에의 창과 나와 똑같은 기계 날개를 등에 단 보랏빛 소녀가 움직인다.
"아쿠아 웨이브!"
"아쿠아 웨이브."
"...아쿠아 필라! 수신제!"
마치 루리에가 뭘 하려는 건지 안다는 것처럼, 당연하게도 루리에와 같은 무기를 사용해 아쿠아 웨이브를 일으키는 마족 소녀.
그걸 잠깐 힐끗 바라본 루리에가 곧바로 추가 마법을 발동하자, 하늘에 먹구름이 생겨나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시에 허공에서 피어나는 있을 수 없는 해일.
장벽의 효과와 공격의 효과를 동시에 가진 해일이 만티코어를 공격하려는 순간, 괴물의 입에서 화염 브레스가 생겨나 해일을 그대로 밀어내기 시작한다!
콰아아아아아!
분명 상성상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밀려나기 시작하는 물의 마력들.
모든 해일이 꿰뚫리고 이쪽 방향으로 브레스가 그대로 통과해 들어오기 시작하는 걸 보며, 나는 이를 악물고 공격을 막아낸다.
"끄으으으윽!"
마나가 부족하다.
막아내고, 지켜내려고 하는 마음의 구현인 신성력은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출력이 제한당해 있는 별의 마력.
몸 속에 있는 별의 마력이 30%조차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며, 루시에르는 이를 악물고 브레스를 막아선다.
지켜야하는 사람 숫자가 모자란 건가?
아니면 출력 제한은 능력보다 우위에 있는 건가?
모른다.
불편하다 못해 사람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는 이가 부서질 것 같은 정도로 깨물며 간신히 버티기 시작한다.
위험한 줄다리기다.
조금만 방심했다간 지금 가슴팍에 안겨서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소녀와 함께 불타버리고 말겠지.
루시에르는 그렇게 돼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녀는 아니다.
저 브레스에 그대로 직격하면, 분명 죽는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가 힘겹게 막고 있을 때였다.
"루시에르."
"크..."
"미안."
안겨있던 소녀가 마법진을 그리면서 그의 입술을 막은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고, 루시에르는 생각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