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마법소녀는 희망을 잃어선 안 돼!
* * *
미류에게 자세한 사태에 대해 들은 나는 골치 아픈 상황에 얼굴을 부여잡는다.
아, 미령은 영주관 감옥에 가둬놨다. 죽이는 거 자체는 불편한 낌새를 루리에가 보이고 있었으니까.
일단 마법소녀들을 다 소집하고, 초월자들도 소집해서 한 번 이야기해볼 안건으로 보이는데...
"반대다. 뭘 믿고 그걸 도와주지? 게다가 창월의 서 집단의 영토가 초토화된 뒤에 마지막 영토에서 막는 게 우리로선 베스트라고 할 수 있겠지."
"애~초~에~ 우리 작전은 적진 폭격이었던 거 기억 안 나? 그냥 포항에서 어벤져들의 영토로 공격해야 할 영토가 변했을 뿐이잖아. 창월의서가 현재 동맹도 아니고, 그냥 포격하면 돼."
"일단 창월의 서측 자체가 도와준다는 건, 마릴다만 봐도 알 수 있긴 해. 그래도 현재 전쟁이 걸린 세력이 속한 어벤져는 털어내고 잡는 게 합리적이야."
"무엇보다 죽고 싶은 건가? 지금 스펙으로 4~5성에 가까운 거대 괴수를 상대로 싸우겠다는 건."
다 모이기 전에 진작에 도착한 샤브린과 마릴다, 현성이 하나같이 부정적인 의사를 입에 담는다.
아니, 마릴다 너는 창월의 서 소속이잖아. 뭘 당연하다는 것처럼 아군 공격에 대해서 이야기중인 거야.
아무튼 세 사람의 말대로 지금 우리 전력으로 괴물과 부딪히는 거 자체가 위험한 일인 게 분명.
전부 좋은 말을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가능하면 도와주고 싶어."
"...지휘관으로선 어리석은 말이로군."
"아, 진짜. 멍청한 걸 뭐라할 수도 없고."
"뭐, 얘는 마법소녀니까. 사람을 지키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
내 말에 샤브린은 가만히 중립의 의사를 표하고, 마릴다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현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 아무래도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 이미 생각한 모양이다.
아니 뭐, 마법소녀를 떠나서 전략 시뮬상 동맹 구원이 더 이득인 게 당연한 건데... 얘들은 약한 줄건 줘 타입인 모양이지만, 어차피 동맹이 터지고 나서 공격받은 건 우리 세력이다.
그러면 사전에 도와줘서 차단하면 동맹 우호도도 올라가고, 괴물도 잡고 일석이조 아냐?
"잘 들어, 지금 임시 가동할 수준까지는 수리가 끝났어. 밤새도록 고쳐서 최대한 문제없이 가동하게 만들 거니까, 그 후는 나도 몰라."
"조종은 내가 할게. 그래도 전투지는 어벤져의 영토로. 이것만큼은 양보 못 해."
"응."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골치 아프겠지. 알고 있나, 스노우? 너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죽을 수도 있겠지만, 도와줘.'라고 말하는 거다. 이번에 죽는 사람이 나온다면, 개죽음이겠지."
"..."
"그런데도 어이가 없는 건, 그럼에도 다들 도와줄 거라는 점이겠지."
샤브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푹 내쉬곤 이내 잠시 뭔가 체크하듯 허공에 손을 움직인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하는 루시에르와 유린이.
대충 내용을 들었는지, 유린이의 주변에는 여러 권의 책이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단 다른 마법소녀들 상태 좀 살펴보고 왔는데... 전부 전투할 수준까지는 회복됐어.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은 상태지만."
"..."
파이렌을 제외하고는 전부 리타이어를 한 번씩 한 인원들.
사실상 현재 마법소녀들은 전투에 나서기 애매한 상황이다.
굳이 나선다면 루리에 정도일까.
일반 각성자들을 데리고 싸우고 가봐야 그저 평타에 쓸려나가는 수준정도겠지.
...사실 우리 스펙도 부담가긴 마찬가지기도 하고.
[아예 아르멘이 넘어온 것처럼 해외로 망명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만.]
"너까지 그럴래."
[그러시겠죠.]
이번 건은 렌으로서도 빡세다고 생각한 건지, 슬쩍 망명을 권유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니, 어차피 괴물이고 뭐고, 날아다니는 놈은 아닐 거 아냐? 그렇다고 뭐, 뛰어서 나한테 후려칠 것도 아니고.
[만티코어라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만...]
"만티코어가 날아다니진 않을 거 아냐."
"응? 오고 있는 게 만티코어야?"
"만티코어면 더 빡세겠네. 날개가 있으니까."
...넹?
현성의 말에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몰랐냐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
마릴다 역시 당연하다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걸 보니,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적어도 내가 본 만티코어는 사자 몸, 머리, 전갈 꼬리, 박쥐 날개를 가진 생명체였어."
"...키메라?"
"음... 글쎄. 키메라 합성 생명체니까, 좀 다른데. 아무튼 날아다닌다는 건 확실하지."
그거 참 안 좋은 소식이네요 고갱님.
마법소녀 특유의 비행과 전투수송함의 화력으로 잡는 방법을 생각했었는데, 그 말대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히려 덩치가 큰 전투수송함은 위험해지는 게 아닐까 싶은 이야기다.
"괜찮아~ 만티코어가 날아오를 수 있는 고도보다 높게 잡을 거니까! 대신 직접 포격으로 맞추긴 힘들겠지. 아무래도 나는 생물들은 날래니까."
"..."
그거 나한테는 제대로 쏘지 않았어요?
땅에 있어서 맞았던 모양이다.
"거리도 있고 말이지~ 뭐, 전투 인터셉터인 리프들로 지원은 해줄 거야! 그래도 직접 싸우는 건 스노우, 네가 되겠지?"
"방어는 내가 맡으면 돼. 문제는 내가 날 수 없단 건데..."
"그 점은 내가 비행용 장치를 빌려주지. 루리에르, 네 힘은 기본적으로 장비에서 나오는 거겠지?"
"일단 그렇지."
"그럼 가능해. 갑옷 뒤에 붙여서 달고 날면 되겠군."
"우와... 마이너틱한 모습이겠네."
알아서 척척 하고 방법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멤버들을 내가 멍하니 바라본다.
하긴, 이 사람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었지.
이게... 유비의 마음?
"난, 막을게."
"유린이는 방해 위주로 만들어줘. 직접적인 딜은 샤브린이랑 스노우, 루리에, 파이렌로 하자. 루리에 상태는 괜찮아?"
"...아니, 조금 힘들 거 같아."
"괜찮아, 할 수 있어."
내가 말하는 순간,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등장한 루리에가 조용히 입을 연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들어오는 파이렌과 유레하.
유레하...는 괜찮나? 어제 들러붙을 때도 나름 힘이 약해져있던 기억이 있다.
"괜찮다구요~☆ 유레하 쨩은 그런 걸로 약해지지 않아요★"
"응."
"루리에..."
"괜찮아."
파직.
그녀의 말과 함께 살짝 침식이 섞인 물의 마나가 튀어오른다.
그 모습을 슬쩍 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보는 샤브린.
괜찮다는 의미로 보이는 반응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주력은 샤브린, 루리에, 나, 유레하, 파이렌. 마릴다의 리프와 유린이가 서포팅, 루시에르가 탱킹, 현성은..."
"나는 물량을 지원해야겠지? 탱킹이랑 다를 거 없어."
"응, 그럼 현성도 탱킹. 창월의 서 쪽은 잘 모르니까, 알아서 맞춰달라고 해야해."
"아, 창월의 서 진영은 서포팅에 미류, 딜링에 헤리어스, 회피탱으로 카진이 움직일 거야~ 리시안셔스나 파이톤은 악당이라서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렇데."
마릴다가 창월의 서 진영에 대해 읊자, 루시에르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인다.
파이톤.
그 골렘술사도 일단 창월의 서 진영이었던 모양이다.
...처음 듣는 정본데요!? 아니, 사람 희생시켜서 골렘 만드는 진영이 진짜로 나쁜 진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파이톤, 창월의 서 진영...?"
"음~ 창월의 서가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영웅 이야기'라는 소환주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세력이거든? 그래서 헤리어스까지는 제대로 소환됐었는데... 마석으로 마력을 공급받기 시작하면서 이상해졌단 말이지~ 영웅 이야긴데 막막 악당들이 소환되서~ 대리인도 난감했는지, 아예 빌런 연합에 보내버렸어~"
"..."
그거 적한테 전력 증강시킨 꼴이었단 거죠?
그래도 사실 이해가 아주 되지 않는 부분은 아니다. 일단 무슨 사유였던 동맹이었으니까.
자기 세력에선 껄끄러운 장수를 잘 쓸 수 있는 동맹이 있다면, 그쪽으로 보내는 게 편하긴 하지.
실제로 전략 시뮬이라면 혹시 모를 스파이로 쓸 수도 있고.
아무튼 일단은 합류.
우리들 뿐만 아니라 미류들이랑도 이야기를 맞춰야 하기 편할 테니까, 합류부터 하는 게 좋겠다.
[Snow : 현재 위치를 말해.]
만티코어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도착했을 때, 미류는 단양 시에 있는 어벤져의 영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용은 현재 전쟁을 종료하고 만티코어를 막아내야 한다는 것.
빌런 연합이 뿌린 똥을 막아내야 한다는 사실에 어벤져의 왕이 가만히 미류를 응시한다.
그리고 들고 있던 도끼를 그대로 그녀의 머리로 내리찍자,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칼로 바꾸며 튕겨내는 리시안셔스.
미류는 차분한 얼굴로 어벤져의 왕, 남도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뭔가 불편한 점이 있습니까, 어벤져."
"몰라서 묻는 건가?"
"페리아와 연계하는 게 불편합니까?"
"잘 아는군. 역겨운 배신자 년. 나는 배신자를 굉장히 싫어해. 밑도 끝도 없이 갑작스럽게 우리 동포들을 죽이면서 영토를 먹은 그 녀석들과 힘을 합친다고? 터무니 없는 소릴 짓거리는군."
"무슨 소린지. 전쟁을 건 것도 저희 측이고, 페리아의 영토 침략은 전부 사망자가 한 자릿수, 그것도 우연으로 인한 사망자 뿐이었겠죠?"
"그럼 너는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아~ 실수로 죽임. 미안. 하면 전부 용서가 되나?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하고 도끼를 네 머리에 찍으면 얌전히 맞아야지 그럼."
그렇게 말하며 재차 도끼를 휘두르려는 그의 행동에 미류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무기와 온 몸이 푸른 사슬에 휘감긴다.
그러자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본 미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럼 더 볼 일은 없겠군요. 저는 최대한 사람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만."
"흐, 그냥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그의 말과 함께 온 사방의 벽이 돌아가면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접견실치곤 묘하게 큰 곳이라는 걸 알고 있던 미류였기에 일 말의 당황조차 표정에 담기지 않은 모습.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에서 바람이 일어나며 동양풍 사무라이 복장을 한 남자가 수통을 한 모금 마시고는 검을 뽑아들었고, 그의 옆에서 허리춤에 있던 군용 단검을 뽑아든 군인 남자가 적들을 주시한다.
"리시안셔스, 다 죽여도 좋습니다. 어차피, 죽을 사람들이니까요."
"명령을 확인했습니다."
5:100의 싸움.
하지만 5인 쪽보다 100인 쪽이 좀 더 긴장하고 있는 그 광경은 누가 봐도 이질적인 광경이리라.
그들은 그 다섯의 실력을 알고 있다.
다섯은 저들의 실력을 알고 있다.
그걸로 충분.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건, 먼저 묶여있던 도윤에게 머리카락 검을 날린 리시안셔스였다.
카앙!
눈이 붉어지며 어떻게 사슬을 깨뜨린 도윤이 리시안셔스의 검을 도끼로 튕기자, 한 번에 전부 돌격해오는 사람들.
미류가 허공 몇 곳에 손을 가져다대며 돌리자, 그곳에서 나타난 푸른 마법진이 푸른 사슬들을 흩뿌리기 시작하고, 그대로 휘둘러진다.
콰드득!
사람들이 그 사슬에 맞고 몇 명 튕겨나가고, 쏟아지는 마법과 화살 세례.
"바람이여!"
날아오는 투사체를 검을 한 번 휘둘러 바람 장벽을 세우는 걸로 전부 튕겨낸 카진이 그대로 돌진하고, 바람은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허리춤에 있는 몇 개의 수류탄을 던져는 헤리어스.
날아오는 수류탄을 보며 사람들이 기겁하며 피하거나, 허공에서 맞추는 등의 기행을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수류탄은 허공에서 멋대로 움직이며 그 공격들을 전부 피해낸다.
"뭣...!"
콰앙!
그렇게 전체 폭파.
건물이 무너지려는 것처럼 큰 진동이 울리며 모든 인원이 균형을 잡지 못할 때, 도윤은 리시안셔스에게 도끼 연격을 계속해서 날리고 있었다.
쾅쾅쾅!
날아드는 여러 개의 검격을 휠 윈드와 내리찍기로 쳐내면서 그대로 리시안셔스를 내리찍어 죽이려는 남자.
하지만 마족 소녀는 전혀 표정 하나 까닥하지 않고 그 공격을 전부 쳐내고 피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다리를 푸른 창으로 변경시켜 그대로 남자를 후려친다.
콰직!
"잡았..."
"아쿠아 웨이브."
그런 후려치기를 뼈가 부러지면서 잡아채는 도윤의 행동. 하지만 그녀는 자연스럽게 창의 마력을 일으켜 그대로 사방을 물바다로 만들고, 남자는 파도에 휩쓸려간다.
균형을 잃은 걸 본 순간 일격.
순식간에 왕의 목이 쳐지자, 어벤져의 영토가 전부 미류의 영토로 변했다는 메세지가 울려 퍼진다.
그와 함께 온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붉은 기운.
[전체 마법 '버서크 피어'가 발동합니다.]
[버서크 피어가 사망자의 모든 아군을 광폭화시키며, 광폭화된 아군이 사망자를 죽인 사람을 죽일 경우, 당사자가 부활합니다.]
"허, 제법 희귀한 능력이지 않나."
"쓸 데는 없어보이지만요."
벌써 절반 가까이 죽인 상황에 모두가 광전사가 돼 달려오자, 미류는 그 중 절반 이상을 속박으로 묶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그 후로 벌어지는 학살.
다가오는 자들은 리시안셔스가 전부 처단하고, 묶여있는 자들은 카진의 칼날이 전부 목을 따버린다.
광폭화가 걸려서 마법사나 궁수가 오히려 돌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 약해진 모습.
그렇게 오합지졸에 가까운 적들을 모두 잡는데 걸린 시간은 5분 정도였다.
"만티코어가 오기 전에 여기서 준비해야 합니다. 단양에 대피령을 내리죠."
"음."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의 의사를 표하는 카진.
미류가 허공에 뭔가 조작하자, 단양 시를 포함한 어벤져의 영토였던 모든 지역 사람들에게 푸른 창 하나가 떠올렸다.
[현재 빌런 연합이 있던 '포항'이 소멸함.]
[괴물 '만티코어'가 위로 올라오고 있음.]
[전 어벤져 소속원을 포함, 일반 각성자나 시민들 전체, '창월' 의 원래 영토인 4곳으로 피난 바람.]
[전체가 덤벼도 생존이 가능할 지 알 수 없음.]
[전부 피난 바람.]
[...제발 살아남길 바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