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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49화 (49/149)

〈 49화 〉 마법소녀는 희망을 잃어선 안 돼!

* * *

­ 냐옹!(주인!)

"으응...?"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들려온 고양이 울음소리에 나는 눈을 부비적대며 잠에서 깨어난다.

그러자 정말 오랜만에 보이는 테나의 모습.

...맨날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나가서 놀러다니더니, 왠일이야.

"안녕... 테나야..."

­ 캬아아아아!(안녕같은 소리하냐옹!)

"...?"

발정기니?

갑작스럽게 급발진하는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면서 바라보자, 테나가 이상한 실험관같은 걸 내 앞에 놓는다.

...뭐야, 이 녹색 액체는.

내가 자는 동안 독살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니겠지.

"렌."

[음... 미약 성분이랑 어제 그 의존 성분, 수면제 성분 등등 많이 섞였네요.]

"미령이 만든 건가...?"

[네, 그래보이는군요. 덧붙여 루리에와 미령은 아직도 자는 중입니다. 미령같은 경우엔 화장실이나 씻으러 나온 적이 있는데, 루리에가 한 번도 깨어난 적이 없군요.]

"?"

그거 좀 심각하지 않아?

[죄송합니다, 두 사람이 잠들어있는 것만 확인하고 그 이상 확인하질 않았습니다.]

"아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일단 가봐야겠네."

­ 냐옹.(늦었다옹)

"?"

­ 냐냐냥...(소리에도 빛에도 반응을 안한다옹...)

"일단 가서 때려보면 알겠지."

어지간해서 깨어나지 않는 상태라는 소리 같은데, 머리를 때리든 어떻게 하든 해서 잠에서 깨우기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의존도가 높아진 건... 모르겠다. 일단 물약같은 거니까, 물의 마력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든 해야지. 어, 나네.

­­­­

침실로 가자 당연하게도 잠겨있는 방안.

가볍게 마력을 흘려 걸쇠 부분을 물리적으로 열어버리고 난입하자, 미령이 얌전히 앉아서 루리에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으음... 표정을 보니 대충은 눈치채고 오셨나봐요?"

"약에 의존 성분같은 게 있었어."

"어머나, 이런 영토에 감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곤 전혀 몰랐네요? 근데 어쩌죠? 이미 하룻밤동안 의존성은 엄청 올렸는데. 민감도도... 봐요?"

그저 루리에의 손등을 살짝 쓸었을 뿐인데, 그녀의 몸이 크게 떨린다.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이런저런 냄새가 심하게 난다.

밤이 지나는 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파악할 수 있을 정도.

일단 루리에를 깨우는 게 먼저일지도...

"저의 사랑스런 루리에 언니, 슬슬 일어날 시간이예요?"

"멈춰, 그걸 먹이면 이 자리에서 죽이겠어."

보랏빛 액체를 루리에에게 먹이려는 미령을 보며, 나는 곧바로 슈팅 스타를 허공에 띄운다.

...조금 약화됐다. 하늘이 보이지 않아서 일까.

"어머나 무서워라. 언니, 저 사람이 저 죽이려고 해요."

내 경고에도 바로 물약을 먹이는 미령의 행동에 곧바로 슈팅 스타를 날리지만, 포션을 마신 루리에의 눈이 떠지더니 곧바로 아쿠아 실드가 펼쳐지며 공격이 튕겨나간다.

그 행동에 얼굴을 찌푸리는 나. 루리에의 눈에 초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게다가 바라보는 건 미령 뿐.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상태다.

[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군요.]

"?"

내 생각을 부정하듯 곧바로 말하는 렌을 보며, 나는 눈을 잠시 깜박거린다.

안니... 나도 못 알아보고 저러고 있는데 심각한 게 아니라고?

[딱히 악령은 아닙니다만... 악령 정화를 응용해서 약기운을 흡수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할겁니다.]

"약기운...?"

"루리에 언니, 저 사람이 저 괴롭히려고 해요. 혼내주세요."

"..."

미령의 말에 루리에의 눈동자가 떨리며 나와 미령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본다.

루리에가 아무리 약기운에 취했어도 나에 대해선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

그걸 본 순간 나는 주저없이 정화의 구체를 손에 띄운다.

"악령 정화."

"봐요, 언니. 스노우는 언니를 악령으로 취급... 뭐죠, 그거."

내 스킬명을 들은 미령이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다가, 흰 구체가 녹색과 보라색으로 섞이기 시작하는 걸 깨닫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루리에의 눈에 점점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녀도 허공에 물구체를 띄우는 모습.

스스로 약기운을 몰아내려는 건지, 붉은빛과 녹색빛, 보랏빛이 전부 섞이는 구체다.

"어, 언니? 그러지 않아도..."

"너는... 루루가 아냐, 미령아."

약을 뽑아내는 작업만으로도 제법 몸에 감각이 닿는 건지, 자꾸 움찔움찔하면서 몸을 떠는 루리에. 그녀가 싸한 눈동자로 미령을 노려보고 있자, 오히려 기분이 좋다는 것처럼 환한 미소를 보이는 모습이 보인다.

와, 진성 변태잖아.

"하아하아... 그, 그런 것도 좋네요. 하지만 루루 씨는 이미 없잖아요, 언니."

"루루는..."

"루루 씨는 피오레 소유인 걸요. 포기하는 게 낫지 않아요?"

"?"

"?"

"으응...? 모르셨나요?"

아니, 일단 루루는 누군데?

지들만 아는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을 보며, 내가 고개를 갸웃하지만 루리에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걸 보니 뭔가 있는 모양이다.

대충 느낌이... 루리에 동생인가?

"루루가 왜 피오레한테 있어."

"진짜 몰랐나보네요... 실수 크게 했네. 데헷."

"빨리 말해!"

평소의 루리에와는 다른 분노가 눈에 담긴다.

그와 함께 파지직. 하고 솟아오르는 보랏빛 침식의 마력.

...어라?

그 반응에 내 구체를 보지만, 딱히 침식의 마력이 흡수되는 기색은 없다.

내가 렌을 바라보자, 잠깐 스캔하는가 싶더니 말하는 그녀.

[음... 3성이 된 게, 침식의 마력으로 억지로 끌어올린 거였군요. 감정 컨트롤이 실패할 때, 자동으로 올라오는 모양입니다.]

"그거 심각한게..."

[아직 제대로 침식당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어느 정도 정신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불안 요소긴 합니다만, 이미 마력에 완벽하게 동화된 상태는 어쩔 수 없죠.]

"..."

렌의 말에 내가 침묵하는 사이, 어느새 루리에의 창이 미령의 목 앞까지 닿는다.

금방이라도 죽일 거 같은 상황.

보랏빛과 푸른빛이 동시에 넘실거리는 루리에를 바라보던 미령이 키득거리기 시작하며 말했다.

"모르겠네요? 알고 싶으면 조건이 있는데요."

"...뭐가 필요한데."

"흐음~ 몰라서 묻나요?"

루리에의 말에 창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서려고하는 미령. 그러자 루리에가 놀라선 창을 뒤로 뺐지만, 이미 그녀의 목에선 피가 주르륵 하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루리에 언니가 제 것이 되면, 못 만나게 해줄 것도 없죠?"

"..."

저걸 고민하고 있네.

미령의 말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루리에를 보며 나는 한숨을 쉬고는 손가락을 내리긋는다.

솔직히 말해서 동생이라는 게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치는 좋다.

하지만...

"뭘 고민해."

"꺄윽!?"

루리에가 뭔가 하기 전에 윈드 트랩으로 충격을 주자, 미령이 그대로 바닥으로 쳐박히면서 기절한다.

솔직히 그냥 죽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랬다간 루리에와 사이가 나빠질 확률이 높다.

일단 가둬놓기만 할까나.

"렌, 가둬놔줘."

[네.]

"잠깐만, 위치라도..."

"피오레한테 있어."

"...피오레가 어디있는지, 모르잖아."

"음..."

일 리는 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대충 짐작가는 점이 없지는 않다.

루루라는 애가 누군진 몰라도 피오레에게 잡혀 있었다는 건, 마법소녀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최근에 만난 새로운 마법소녀는 해외에서 온 아르멘. 마법소녀라기엔 좀 이상한 아이였지만, 아무튼 빛을 다루는 마법소녀였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다.

아르멘이 한국에 온 이유가 뭘까.

"최근에 왔던 미국 함선, 한국에 온 이유가 도망쳐나온 게 아닐까 싶거든?"

"도...망?"

"응."

내 생각은 이렇다.

아르멘 같이 제법 강력한 마법소녀가 미국 함선을 타서 도망쳐나와야 했던 이유.

지금 미국에는 '마법소녀'를 잡아들이는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물론 미국에 마법소녀가 더 있다는 장담은 못하지만, 마법소녀를 수하로 쓰고 있는 피오레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다.

뭐하는 녀석인지 몰라도 절망의 마법소녀를 만들어서 촉수괴물을 이식해놨으니까.

"ㅡ그러니 피오레는 미국에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하지만, 그건 심증이지 확실한게..."

"그럼 미령이 말하는 게 진담이라는 보장은."

"..."

"피오레라는 이름은 우리 영토전에서 밝혀졌잖아.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어."

내가 그녀의 말에 차분히 설명하자, 루리에는 한참을 고민한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라는 고민.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배신자의 말이랑 내 말 중에 고민하는 건 조금 서운해지려고 한다.

"언니, 나 못 믿는 거야?"

"!"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루리에의 눈이 크게 떠진다.

우와, 조금 쪽팔리는데.

내 입에서 언니 소리가 나오게 하다니, 절대로 굴려줄 테다.

그런 생각을 하며 루리에를 바라보자, 그녀는 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는가 싶더니 이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나에게 다가와서 폭하고 안아주는 그녀.

...아무래도 고민은 나를 믿어주는 쪽으로 끝난 모양이다.

"미안해, 언니가 못난 모습을 보였어."

"..."

언니라는 걸 강조해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 우리 사랑과 정의의 마법소녀를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 그렇지?"

"으... 응."

에반데.

루리에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수긍하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 진짜. 누가 사랑과 정의의 마법소녀냐고.

속으로 그런 말을 삼킬 때였다.

[BMS : 살아있습니까.]

[Snow : ?]

누구세요.

루리에가 나를 안은 채로 토닥이는 사이 눈앞에 나타난 채팅창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나.

아예 처음 보는 아이디인데다가 친구 추가도 안 돼있는 아이디다.

[BMS : 미류입니다.]

[Snow : 아.]

[BMS : 혹시 포항 시와 관련된 작전같은 거 짜고 있습니까?]

뜨끔.

미류의 말에 내가 순간 움찔하자, 루리에가 좀 더 토닥이기 시작한다.

아니, 우는 거 아니니까.

[Snow : 그럴리가.]

[BMS : 묘하게 침묵이 길었습니다만?]

[Snow : 뭘 말하고 싶은데.]

[BMS : 별 건 아니고, 레이드 보스가 깨어나있으니 가능하면 협력하자는 의미였습니다.]

[Snow : 레이드 보스?]

...모라구열?

­­­­

바람에 가려진 상태로 괴물의 이동 경로를 살피는 미류의 모습.

차마 괴물에게서 멀리 떨어지진 못하고, 계속해서 힐끗힐끗 그걸 살피는 푸른 소녀를 보며 카진이 말했다.

"그렇게 신경 쓰이면 싸우지 그러나."

"지잖아요."

"아가씨가 계속 신경 쓰니 나도 신경 쓰여서 하는 말이네."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피해가 너무 큰 걸요."

지도를 보며 괴물의 루트를 잠시 그어보는 미류.

괴물의 경로는 포항­>청송­>안동­>영주­>단양­>제천으로 향하는 대각선 경로.

결국 오다보면 우리 영토를 치고 들어오는 그런 경로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어벤져는 말 그대로 풍비박산 나겠지.

미류로서는 일반 시민의 피해를 막아주고 싶지만, 지금 자신의 상태로 막을 수 없는 적이다.

"만티코어..."

"그래서 아가씨, 우리 원래 전력이면 이길 수 있는 상대인가?"

"...충분하겠죠. 리시안셔스 혼자서도 잡을 겁니다."

"허, 그건 놀랍군."

"...? 영웅이라면 당연한 겁니다."

카진의 반응에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말하는 리시안셔스. 그녀의 말에도 전쟁 영웅인 그의 입장에서는 영 인정할 수 없는 말인지, 그저 끙. 하면서 한숨을 쉰다.

카진의 상대는 전부 '인간'이었으니까.

"애초에 넌 영웅이라기 보단..."

"맞습니다. 저는 도구입니다. 그러니까, 괴물을 전부 상대했습니다."

"..."

그녀의 말에 침묵하면서 말을 아끼는 카진. 그 모습에 미류는 잠깐 리시안셔스를 보다가 이내 다시 괴물을 주시한다.

괴물을 상대로 리시안셔스가 선전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

그걸 알아챈 건지, 리시안셔스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전달한다.

"지금 만티코어와 싸우게 된다면, 95%확률로 제가 부숴집니다. 저 괴물은 현재 제한된 스펙으로 상대할 적이 아닙니다. 최소한, 마릴다를 요청합니다. 물론 싸우라고 한다면 싸우겠습니다."

별 감정 없는 목소리로 답하는 리시안셔스를 보며, 미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그러자 알겠다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마족 소녀. 그 모습에 카진은 허참. 하면서 말했다.

"진짜 본인을 도구인 줄 아는구만. 가능하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됐어요. 말 잘 들으면 좋은 거죠. 아무튼 저희 영토에서 받아칠 준비하죠. 인간들이 죽어나가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시간이라도 벌어야하니까요."

"...쯧."

미류의 냉정한 말에 카진이 잠시 혀를 차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감정과는 별개로 그녀의 판단이 맞다는 거 정도는 그도 알고 있었으니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구하고 싶었으리라.

미류도 그 심정을 모르진 않았다.

현재 인원으로는 확률이 너무 극악이라서 시행하지 않을 뿐.

"일단 스노우에게 연락하겠습니다. 그 후, 판단하기로 하죠."

그렇게 그녀는 스노우에게 연락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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