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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45화 (45/149)

〈 45화 〉 마법소녀는 희망을 잃어선 안 돼!

* * *

Side 하미류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마스터가 사라졌지?

돌아오자 보인 것은 그저 사라져버린 마스터의 흔적 뿐.

영양제가 강제로 뽑혀나간 흔적.

무언가에 의해 병실이 부숴진 흔적.

그리고...

"후, 하... 왔습니까."

팔 한 짝이 날아간 아르멘의 모습.

왜? 그녀의 능력이라면 팔의 재생이 쉬울 터다.

창백한 얼굴.

과다 출혈로 죽기 직전인 모습이다.

회복조차 하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

급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치유 마법을 시전하지만, 상태를 진단하자 사망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떻게, 된 거죠."

"후후후, 파이톤, 이었나요. 그가 배신했을 뿐... 의외로, 아군을, 잘 다루지, 못하나, 보군요."

"파이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자를, 신뢰할 수 없다. 그런, 느낌이었지요."

"..."

"한 방 먹었구만. 뭐, 악당인 녀석이 소환된 순간부터 예상했던 일인가."

"어떻게, 한다. 대리인."

아득.

미류가 이를 갈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영토 지도를 펼친다.

파이톤은 현재 빌런 연합이 가진 유일한 패.

하지만 소환주가 이쪽인 이상 이쪽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방심한 걸까.

아니, 틀리다.

ㅡ내 배신을 눈치챈 거야.

그렇기에 마스터를 인질로 잡았다.

아니면...

"이미 마력 코어를 완성했다...?"

"그렇겠, 지요."

"...미안하지만, 내가 살려줄 수 있는 상처가 아니예요."

"괜찮, 습니다. 주님에게, 돌아갈, 뿐이니까요."

"...광신도로군."

"후후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사 씨."

"그래. 바로 죽여줄까?"

"괜찮, 습니다. 조금만 더... 숨을... 쉬면..."

정보 전달이 마지막 목적이었다는 것처럼, 천천히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아르멘.

그녀의 허무한 죽음에 잠시 묵념하듯 헤리어스가 십자를 그리더니, 이내 총을 겨눠 탕. 하고 쏘아 불태운다.

그 행동에 의외라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카진. 그리고 허참. 하면서 혀를 찬 그가 입을 열었다.

"보통은 준비를 마친 후에 태우지 않나?"

"우리 세계, 좀비 넘쳤다. 우리에겐, 이게 예의다."

"흐음~ 일 리가 있구만."

"...그런 한가한 소릴 할 때가 아닙니다. 마스터가 납치당한 건, 여러분도 위험하단 의미죠. 어중간하게 움직였다가는 저희도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게 될 겁니다."

"마력 코어가 완성했다는 전제하의 이야기 아닌가?"

"지금 타이밍에 갑자기 데려간 데는 이후가 있을 겁니다. 파이톤도 영양제가 필요하단 사실을 모르진 않은데, 그걸 빼고 갔으니까요."

"그렇군. 그럼 녀석이 있는 곳은..."

"빌런 연합의 마지막 위치, 포항이겠죠."

지도를 넓게 띄워 내가 그렇게 발언하며 헤리어스를 슥하고 바라보자, 그 시선에 저격수는 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곧바로 그는 존재감을 지우듯 샤르륵 하고 사라지기 시작. 먼저 가서 준비해달라는 의미를 알아들은 건 분명해보인다.

"그쪽으로 갈 거라면, 리시안셔스도 데려가는 게 어떻겠나."

"...생각은 했습니다만, 카진이 그 말을 할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요."

"그 녀석은 나쁜 녀석이 아니니까. 비록 악당이라는 걸로 취급된다만... 녀석은 그저 도구였을 뿐이야. 사용한 대상의 잘못이지."

"영웅이 그런 소릴하니 제법 신뢰가 갑니다만... 글쎄요. 명령만 듣는 병기도 병기 나름이겠죠."

"아무튼 데려간다는 의미잖나. 뭘 그렇게 꼬아 말하나."

"네."

마력을 일으키며 통신을 연결한다. 연결 대상은 리시안셔스. 제법 긴 시간동안 마력광을 빛내자, 천천히 빛의 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한다.

"리시안셔스, 들립니까."

­ 들립니다.

"파이톤이 배신했습니다. 명령을 수정합니다. 지금 당장, '포항'에 있는 '빌런 연합'을 전멸시키세요. 단, 마스터에게 위험이 있어선 안 됩니다."

­ 명령, 확인했습니다. 바로 이동합니다.

내 명에 따라 곧바로 움직인다는 감각과 함께 통신이 끊어진다.

이제 움직여야할 건 카진과 나.

...역시 카진을 남겼어야 했을까.

용병을 믿고 맡긴 게 실수였을지도.

아니, 틀리지 않았다. 혹시나 전투가 일어나면, 카진이 있어야 후퇴할 수 있을 테니까.

"이봐, 가자고. 우리 정령 씨가 지쳐해서 말야."

"..."

"생각이 많구만. 일단 소환주를 지키고 나서 할 생각 아닌가?"

"ㅡ맞습니다. 미안해요."

"네가 노력하는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단 말이지. 아무튼 간다."

내가 카진의 팔을 잡자, 그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와 함께 쨍그랑! 소리를 내며 완전히 바뀌는 주변 풍경.

"...나는 건 좋은데, 병원 창문을 깰 필요성이 있었나요?"

"크흠, 로망이라는 건 좋은 거지."

"..."

그렇게 나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무사와 함께 밤하늘을 날았다.

­­­­

Side ???

잠에서 깨어났다.

밤.

별님들이 반짝이는 차가운 밤.

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

얼마나 미류를 고생시켰을까.

깨어날 때마다 한 걸음, 한 걸음 변해가는 세상에 조금, 슬퍼진다.

"...?"

그런데, 어째서 나는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분명 마지막 기억은... 미류가 와서 손을 잡아준 기억인데...

"준비는 끝난 거 겠지?"

"물론이죠, 파이톤 님. 부여만 하면 됩니다."

"흠, 내 넣는 김에 이것저것 추가로 넣어도 괜찮나? 이렇게 연약한 몸은 불안하구만."

"음... 넣을 때 하는 건 힘들 겁니다. 이식 수술 자체부터 사망율이 있어서요. 그 후엔 괜찮지 않을까요?"

"허, 사망 확률이 있다고?"

"갑자기 막대한 량의 마력이 들어가는 거니까요."

"흐음... 그럼 개조 먼저 하고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일단 코어가 인간용이라, 인간형만 안 벗어난다면 괜찮을 걸요?"

"흐음흐음, 그럼 준비가 필요하겠구만. 재료 창고로 안내하게."

"넵!"

파이톤.

어째서인지 악당으로서 내 꿈에서 나타났던, 골렘술사 아저씨.

...소환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으니까, 아마 제 꿈에 나타나버려서 소환된 게 분명했다.

그럼 방금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일까?

이식 수술? 개조...?

ㅡ무슨 이야긴지 모르겠어.

"..."

미류, 어디야? 어디에 있어...?

억지로 마력을 움직여보자, 입에 핏물이 올라온다.

생명력이 깎여나가는 느낌.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는 게 맞겠지?

"창월...의 서..."

[확인, 마스터를 찾았습니다. 서브 시스템에게 전달합니다.]

"나를... 지켜줘..."

[확인했습니다. 실체화합니다.]

[잔여 마력이 부족합니다. 대체할 물질 탐색중...]

[지하에 다량의 마석이 있는 걸 확인, 모든 마석을 사용해 육신을 실체화합니다.]

파앗.

흐릿해지는 시야에 푸른 인영이 잡히는 게 눈에 띈다.

미류와는 또다른 모습.

쌍둥이지만, 분위기와 모습이 다른 또 다른 아이.

미류에겐 언니일까, 동생일까.

잘 모르겠지만...

"부탁해... 서연아..."

"...마스터의 이름 갱신을 확인, '하 서연'으로 이름을 갱신합니다. 당분간 주무시길."

"응..."

희미하게 미소를 보여주는 서연이를 보며 서서히 잠들어가는 나. 그렇게 내 의식은 다시 어두운 늪으로 가라앉았다.

­­­­

영주관.

예의 응접실에서 미령이를 앉혀놓고 미경을 부르자, 제대로 몸가짐조차 다듬지 않고 그녀가 뛰쳐온다.

...저런 활발한 이미지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처, 천사님! 부르셨다고..."

"응, 면접."

"면접...이요?"

내 말에 눈을 깜박거리다가 루리에와 미령이를 바라보는 미경의 모습.

그녀가 의아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이내 쓰고 있던 안경을 내리며 곧바로 희미하게 그녀의 눈이 반짝인다.

"네에, 무슨 질문을 하는게 좋을까요...?"

"응, 그럼 내가 물어볼게. 일단 너는 스노우 세력이 속한 게 확실한 거지?"

"네! 천사님이랑 루리에님이랑 사이네님 전부 엄청 사랑해요!"

"...응."

"어, 응, 고마워."

"진담...이네요. 반가워요!"

넌 또 왜 활발해지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 긴장한 표정이었다가, 대답을 듣자마자 표정이 활짝 펴지며 손을 마주잡는 미경이. 생각해보니 두 사람 이름도 비슷하네. 자맨가.

"전 정 미경이예요! 능력은 '마인드 리딩'! 잘 부탁해요! 천사님 엄청 사랑스럽죠!?"

"에, 네? 전 서 미령입니닷! 약 제작이 능력이예요! 천사님 팬이군요!?"

"맞아요!"

"천사님은ㅡ"

"오, 잘 아시네요!"

"...면접 안 봐도 될 거 같은데."

"...응."

갑자기 나에 대해 엄청 부끄러운 토크를 시작하는 두 소녀들을 보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하는 루리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가볍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그럼 쟤 채용은 확정인 거지?"

"응."

"좋아, 그럼 페리아 애들이랑... 프레이트? 그 쪽도 불러서 회의해야겠네."

"회의?"

"응? 전쟁이잖아. 맞고만 있는 건 안 되지."

"..."

근데 전술 폭격기가 2명 정도 있는 거 같은데.

그 잠깐 사이에 땅 5개를 먹은 전적으로 볼 때, 솔직히 전략이라는 게 필요한가 싶다.

라고 말하면 혼나겠지...?

"알겠어."

[Snow : 집합. 성남시 영주관. 회의하자.]

[Rurie : ?]

[Rusie­r : 지금 일어났어. 씻고 금방 갈게.]

[Shavrin : 지금 가마.]

[Yurin : 응.]

[Ryuhyeon : 어? 좀 먼데. 마릴다 데리고 가긴 할게. 좀만 기다려.]

"..."

사이네한테도 보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보다 친구 전체 쪽지같은 게 있다니, 생각 이상으로 편한 기능이다.

"루리에, 3성이야."

"응? 아, 그렇네. 모르는 구나. 이번 전투로 나도 3성이 됐다는 말씀! 이제 언니한테 좀 더 의지해도 돼!"

"흐응."

그렇구나, 3성이 됐구나.

하긴 생각해보면 처음 싸운 게 루리에긴 하지만, 사이네랑 루리에가 맞부딪혔을 때를 생각하면 그럴만도 하다.

루리에야 포켓몬이 어쩌고 저쩌고 했지만, 결국 물은 전격한테 약한데, 루리에는 그 물을 활용해 거의 무승부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해냈으니까.

결론적으로 사이네보다 실력이 높았다는 거겠지.

마법소녀는 기본 2성이라고 생각하니까, 실력적으로 좀 더 높은 루리에가 먼저 3성이 된 건 당연한 일이다.

"위험했다고 들었는데, 괜찮아...?"

"원래 마법소녀에게는 시련이 따르는 법이야! 문제 없었다구?"

"..."

피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약사가 합류했으니까, 다들 약을 어느 정도 소지한 채로 싸우게 하면 되지 않을까...

되도록 위험에 처하지 않는게 베스트지만.

"응, 알겠어."

"그러니까 언니라고 불러줄래?"

"네, 언니!"

"너 말고... 그래."

왠지 나한테 언니가 되고 싶은 모양이지만, 좀 꺼름칙하니 그건 그만둬줬으면 좋겠다.

차라리 누나라고 부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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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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