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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43화 (43/149)

〈 43화 〉 마법소녀는 희망을 잃어선 안 돼!

* * *

"다음부턴 그러면 안 돼."

"네에☆ 잘못했사와요♥"

"..."

얘한테는 뭐라고 해도 의미가 없어보이네.

쌍둥이가 쓰러진 저녁.

나는 유레하가 쓰러진 경위를 파이렌에게 듣고, 누워서 얌전히 죽을 먹고 있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그녀가 당한 이유는 상대 도발에 말려든 것.

파이렌의 이야기에 따르면 유레하는 자신과 연계했을 때 화력이 2배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에, 같이 있는 경우엔 별로 겁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한다.

화력이 2배라는 이야기에 내심 각개격파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튼.

"제대로 안 들으면 따로 다니게 할 거야."

"마스터가요? 마스터는 효율주의잖아요♡?"

"...그보다 아군의 피해가 적은 게 더 중요해."

"그런 걸로 해드릴게요☆"

"그리고 마스터는 금지. 스노우라고 불러."

"네에네에, 스노우 님♥"

"..."

도저히 진지해지지 않는 유레하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만다. 하긴 이런 걸로 말을 들을 아이였으면,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지.

그래도 또 누가 당할까봐 불안하다. 오늘 사이네랑 루리에도 위험했던 거 같고... 갑자기 전쟁이라니, 머리 아프네 진짜.

"스노우 님~?"

"응."

"마력 좀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

갑작스러운 유레하의 말에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나. 마법소녀가 마력이 떨어질 리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다가, 오전에 봤던 아르멘을 떠올리며 잠깐 망설인다.

...마력 주겠다고 변신하는 것도 웃기니까, 그냥 평범하게 마력을 일으켜서...

"아이, 참. 눈치가 없으시네요♡"

"?"

"그게 아니라~☆"

[마스터,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유레하, 잠시만."

"...칫."

왠지 유레하가 혀를 차는 모습이 보이지만 무시하자.

렌의 말에 원피스 차림 그대로 현관으로 나가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변신하시길, 집에 온 손님이 아니라 영토에 손님이 온 겁니다.]

"아."

[예의 '창월의 서'집단으로 추측됩니다. 헤리어스의 마력이 섞여 있습니다.]

"..."

창월의 서인가.

그녀의 말에 나는 조금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변신을 사용하며 밖으로 나선다.

밖으로 나서며 하늘을 날아오르자 보이는 건 새하얀 별무리.

땅에 불빛이 많이 사라져서일까.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을 별들이 선명하게 보이며 은하수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예쁘네.

잠깐동안 내가 나온 목적을 잊고 있다가, 잠시 후 렌의 말에 나는 빠른 속도로 동쪽 성벽으로 날아갔다.

[나중에도 볼 수 있으니, 일단 먼저 가시길 바랍니다.]

"응, 미안."

성밖으로 나오자 보이는 건, 예의 날카로운 눈매의 헤리어스와 왠 모 과학이 생각나는 방랑 무사, 그리고 푸른 눈동자에 푸른 곱슬 머리칼을 길게 퍼뜨린 소녀의 모습이었다.

...와, 진짜 이질적인 파티네.

옛 동양 무사와 군인같은 스나이퍼, 교복을 입은 푸르고 긴 머리칼의 여고생이 같이 다닌다니, 시대적으로도 그냥 보기에도 안 맞는 파티다.

오는 동안 소문 안 난게 신기할 정도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옅은 경계와 함께 그들의 앞에 내려섰다.

"아까 이야기는 어느 정도 한 거 같은데, 무슨 일이야."

"밤 늦게 미안하군, 아가씨. 우리 아가씨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말야."

"..."

무사의 말에 나는 잠깐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아가씨라는 말을 하는데, 마현과는 다르게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 약간 드는 건 그냥 내가 원래 남자였기 때문이겠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아가씨라고 하는 걸 보니 교복을 입은 이 사람이 창월의서 대장급인 모양인데... 와, 세상 말세긴 하네.

여고생이 집단 리더인 세력이라니, 인재 부족이라는 건 무서운 일이다.

"안녕하신가요, 미스 스노우. 저는 '창월의 서'의 대리인 하 미류입니다. 이 쪽은 카진, 제 호위죠. 헤리어스는... 따로 설명할 필요 없겠죠?"

"대리인... 마법소녀인 스노우야. 무슨 일로 왔어."

대리인이라는 단어에 멈칫하다가, 이내 현재 세력에서 명령을 내리고 있는 건 대리라고 했던 게 떠올라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상 리더란 이야기.

그렇다는 건 이번 전쟁과 관련된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왔겠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거래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적이랑 거래라는 건."

"딱히 빌런 연합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목적이 있지 않았다면, 애초에 합류하지도 않았겠죠."

"...들어는 볼게."

"감사합니다."

"따라와."

그렇게 나는 세 사람을 데리고 영주관으로 안내했다.

­­­­

스노우가 셋을 데리고 영주관으로 가던 시각.

늦게나마 성남시로 복귀한 유린이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복귀해 휘적거리면서 문을 연다.

"성검을 안 꺼내고 있어서 그런가..."

묘한 피로감을 느끼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거실에 있는 소파에 풀썩하고 앉는 유린이.

잠깐 멍하니 눈을 뜬 채로 천장을 보던 그녀는 이내 갑작스레 탁. 하고 켜지는 천장등에 깜짝 놀라며 시선을 옮긴다.

"왔어?"

"...상혁아."

"요즘 다들 루시로 불러서 그 이름은 오랜만이네."

유린이의 말에 쓰게 웃더니 그는 곧바로 유린이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머리를 그에게 기대는 소녀. 그 행동에 상혁이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준다.

"어리광부리는 거야?"

"...응."

"간만이네."

"네가, 수진 선배만 보니까."

"..."

편한 자세로 지낸 채로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유린이를 보며, 상혁은 잠시 입을 우물거리다가 이내 다물고 만다.

조용해지는 거실.

얼마즈음 시간이 흘렀을 때, 유린이의 숨소리가 점점 규칙적으로 변해가고 그걸 본 상혁이가 조심스럽게 유린이를 자신의 무릎에 눕힌다.

생각에 빠진 것처럼 그녀를 한참동안 바라보는 상혁이. 하지만 이내 다시 느릿한 손길로 그녀를 쓰다듬으며 입을 연다.

"그러게, 전생과 현생은 다르긴 한데 말야."

"흠, 그건 그렇지. 지금 네 감정이 중요한 거 아니겠나?"

"깜짝이야."

대답이 돌아오길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그는 순간 움찔하면서 그쪽을 바라본다.

유린이가 으응... 하면서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기색을 보이다가, 다시 고른 숨소리와 함께 수마에 빠지고 그걸 본 루시에르가 휴. 하면서 말했다.

"샤리, 놀랬잖아."

"무얼, 놀랄 것도 없잖나. 유린이가 널 좋아하는 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받아주지 그러나."

"그건 그런데, 아직은 루시에르로서의 감정이 더 크다 보니, 난 둘 다 좋긴 하거든."

"대놓고 바람 피겠다는 말을 하는 거군?"

"애초에 받아주지도 않았으면서 뭘."

"이런 아포칼립스 상황에선 연인이라는 관계가 굉장히 위험하니까 말이다. 우리라면 괜찮을 거다­ 라는 안일한 발상은 하지 않는 게 좋지."

"...그래, 그렇지."

"다만, 유린이와 네가 연인이 된다는 일 자체는 말릴 생각이 없다. 전력 외로 취급하면 될 테니까."

"말 참 예쁘게 한다, 또."

커플이 되는 순간 전력 외로 취급하겠다는 샤리의 말에 루시는 그저 한숨만 내쉬다가 유린이의 뺨에 손가락을 콕하고 찌른다.

그러자 꿈에서 뭘 먹고 있는 건지 곧바로 손가락을 살짝 물고 빨기 시작하는 유린이. 그 행동에 루시가 헛웃음만 보이며 곧바로 손가락을 빼버린다.

"뭘 먹는 거야 얜 또."

"유린이가 좋아하는 거라면..."

"아이스크림인가... 하긴 음식 자판기에서 간식이 나오진 않지."

"나온다고 해도 성격상 쓸 타입은 아니지. 나오는 갯수에 한계가 있으니까."

"어디서 구할 수 있을려나,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왜 유린이 집에 들어와있던 거지? 뭔가 할 말이 있던 게 아니었나?"

"아니 뭐... 그렇긴 한데, 오늘 엄청 피곤해보이더라고. 그래서 말하려다 말았어. 샤리, 공격한 건 어떻게 됐어?"

"무얼, 지도를 보면 알지 않나. 하나 같이 악에 가까운 인물이더군. 한 지역 빼곤 전부 처리하고 왔다."

"그래... 안타깝네."

"그런 점에선 좀 바뀐 모양이군. 어떤 사람이든 구하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만?"

자연스럽게 소파의 옆자락에 걸터앉으며 말하는 샤브린. 그러자 루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그럴리가. 네 어머니를 찾겠다고 이것저것했던 건 기억 안 나고?"

"흠, 확실히 그렇군. 갱생의 여지만 준다는 건가."

"오늘 과감하게 영주를 잡아도 된다고 한 건, 자비를 줬을 때도 뒤를 찌르려는 녀석들은 믿을 수 없기 때문이야. 물론 갱생시킬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잘 모르겠네. 일단 난 암살당한 몸이라서?"

"세간에서 1대 250은 암살이라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부 죽이고 같이 간 거잖나."

"암살자들 사이에서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라는 말이 돈다던데."

"미친 소리군."

"동감이야.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지."

"보통 그런 경우는 주변에 누가 있어서 살아남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가볍게 웃으면서 당연하다는 얼굴로 루시에르가 말하자, 샤브린은 그저 픽. 하고 웃어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전생에서도 그랬고, 현생에서도, 아포칼립스가 되서도 변하지 않은 루시에르의 성격.

그걸 알고 있는 샤브린이었기에 그저 웃어넘길 수밖에 없는 말이다. 사실이니까.

"아무래도 좋겠지. 그보다 손님이 있는 모양이군."

"응? 아, 스노우가 데려온 사람들 말하는 거지? 헤리어스라는 사람 마력이 있는 걸로 봐선 괜찮을 거야. 뭔가 상의하러 왔겠지."

"흐음...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잠깐 시선을 영주관쪽으로 옮기는 샤브린.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루시."

"응?"

"네가 이번 세계에서도 '수호자'가 된 건 확실한 거겠지?"

"그렇네. 파괴자가 살아있다는 건 느껴지고 있으니까."

"파괴자는 내가 어떻게든 찾아서 처리하마. 너는 나서지 마라."

"그거 원래 내가 해야 하는 싸움인 건 알지?"

"됐다. 어차피 네가 이길 정도라면, 나도 이길 수 있으니까."

"말이 좀 그렇다?"

"탱커가 이기는데 딜러가 질 이유는 없지."

"사실이긴 하지만."

"아무튼 좀 쉬도록. 유린이만 재울게 아니라, 너도 피로가 좀 쌓였을 거 아닌가."

"...그래."

그렇게 말하며 샤브린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그걸 보던 루시에르는 그저 느릿하게 유린이를 쓰다듬다가 소파에 기대 눈을 감았다.

­­­­

응접실.

영주관에 마련된 응접실로 그들을 안내하자 왠지 메이드 복장의 모르는 사람들이 다가오더니, 어디선과 다과와 홍차를 4잔 가져와 우리에게 대접한다.

...응접실은커녕 영주관 자체를 처음 써서 낯선 상황이다. 메이드? 갑자기 왜 메이드가 여기 있지?

잠시 렌을 바라보지만, 렌은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는다.

영주가 영주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점에 대해여.jpg

라는 짤방이 만들어질 수준으로 정말 아무 것도 모르겠다.

"메이드...가 있군요."

"그, 그렇죠."

"흐음, 이 집의 하인인가? 제법 그럴싸한 취미를 가지고 있구만?"

"..."

"실례입니다, 카진."

메이드가 모두 물러나자 들려온 말에 나는 입만 우물거리다가 침묵하고 만다.

아니, 나도 모르는 사실이니까 말이죠? 렌한테 물어보고 싶은데 대답이 없어서...

라고 말하면 영주가 영주관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괴상한 걸 적에게 알리게 되는 상황이니, 굳이 말하진 말자.

"그래서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이 뭐야?"

"음... 좋은 홍차네요."

"..."

"대리인, 말해라."

"죄송합니다. 버릇이... 영주, 스노우.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응."

"마법소녀와 같은 마력 심장... 마법사형 초월자의 심장이라도 좋습니다. 언젠가 얻게 된다면, 양도가 가능하겠습니까?"

"...?"

순간 미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나는 눈을 깜박인다.

마력 심장.

그건 다시 말해서...

"지금 마법소녀나 마법사형 초월자를 죽여달란 거야?"

"아니, 틀립니다. 제가 '언젠가'라고 말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노우 씨가 영토 확장을 하는 사이, 분명 초월자와 부딪히게 되겠죠."

"..."

"걔 중에는 분명 마법사형인... 무한히 마력을 생산하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저희는 그걸 원합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그녀의 눈을 마주 바라본다.

무한히 마력을 생산하는 심장.

물론 그런 징그러운 걸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그런 걸 얻었을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그 무한한 마력을 계속해서 생산하도록 유지하는 쪽이겠지.

그들의 말로 볼 때, 마법소녀도 그런 심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그냥 우리랑 적대해서 한 명이라도 죽이면 얻을 수 있는 목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마법소녀를 공격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그정도 수준이 안 돼서일까.

모르겠다.

"우리한테 뭘 줄 수 있는데."

"창월의 서를 드리겠습니다."

"응...?"

세력 전체가 아예 복종하겠다는 의미.

그 발언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바라본다.

생각보다 센데.

지금 본 창월의 서의 인원은 앞의 셋과 마릴다.

현재 창월의 서가 가지고 있는 땅의 갯수는 넷.

장수급이 이 넷뿐일 가능성도 없잖아 있지만, 장수급이 넷이나 있는게 어디인가.

그런 집단이 알아서 들어오겠다면 아이템 하나는 가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가져간 아이템을 아군 세력을 위해 쓰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하지?

굳이 걷어찰 이유는 없는 제안이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하에.

그저 우리 세력에 들어올 생각으로 한 말이라면, 굳이 얻기 어려운 걸 요구했을 리가 없다.

반대로 우리 세력이 들어올 생각이 없다면, 굳이 찾아와서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의미다.

"어떻습니까?"

"아가씨, 그것만 약조한다면, 우리는 이 전쟁에서 나설 이유가 없어. 우리는 어디까지나 '소환주'를 위해 움직이니까."

"소환주한테 무슨 일이 있어."

"소환주, 못 일어난다. 마력, 실시간으로 줄어든다. 우리, 감당 안 된다."

"...?"

"저희의 마스터는 저희를 감당할 정도로 마력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력을 빨리고 생명력까지 빨리고 있는 상황이죠. 제법 천천히 깎여나가고 있고, 저희가 마석으로 계속 채우고 있습니다만... 막을 수 없더군요. 지금 저희가 빌런 연합과 합류하고 있는건, 그들이 무한으로 마력을 생산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으니, 도와준다면 만들어주겠다고 약조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온 건, 약조가 지켜지지 않아서."

"그것도 있습니다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이 이상 말하긴 힘들겠네요. 마법소녀님."

"그래."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는 말에 예의 흑마법사가 떠오른다.

인간들을 갈아서 미트 골렘을 만들고, 그걸 부리는 파이톤.

내 생각이 맞다면, 빌런 연합은 인신 공양으로 무언가를 하는 집단이 틀림없다.

그런 쪽을 써서라도 소환주를 살리고 싶었다는 걸 테지.

하지만 시간은 적은데, 녀석들이 준다는 보장조차 나오지 않고 있으니... 그래서 그냥 우리 측이 이야기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상대 이야기가 거짓이 없다는 전제하지만.

ㅡ그래도 믿어보기로 했다.

카진도, 헤리어스도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으니까.

미류라는 이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환주를 지키고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진실인게 느껴졌다.

뭐, 사실 무한 동력 마력 같은 건, 우리 마법소녀한테는 전혀 필요없는 거기도 하고.

괜찮지 않을까.

"좋아. 받아들일게."

"감사합니다."

"다만, 마릴다는 돌려보낼 수 없어. 죽이진 않겠지만, 우리를 습격했으니까."

"괜찮습니다. 어차피 한 편이 될 거라면, 거기서 일하는 게 그녀로서도 더 마음에 드는 일 일테니."

"...알겠어. 밤이 늦었는데, 쉴 장소를 알려줄까?"

"괜찮습니다. 오히려 돌아가지 않으면 빌런 연합 측에서도 의심할 테니까요."

"응."

"그럼 다음에..."

미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헤리어스가 허공에 손을 딱. 하고 튕긴다.

그러자 마치 그 자리에 없던 것처럼 사라지는 세 사람.

아니, 마력을 느끼는 내 눈에는 희미하게 바람의 잔향이 느껴진다.

말 그대로 모습만 감추는 마법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마법 리스트를 보지만, 딱히 추가되는 기색은 없었다.

...마법이 아니구나.

생각해보니 마법이 이해된다는 감각은 들지 않았지.

"..."

그렇게 나는 가만히 홍차를 마시다가,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지붕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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