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39화 (39/149)

〈 39화 〉 마법소녀는 희망을 잃어서는 안 돼!

* * *

상대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징그러운 골렘과 철골렘을 볼 때, 땅에서 싸우는 녀석인게 확실.

늘 하는 말이지만, 제공권이 상실된 적은 나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볍게 별의 마나를 움직인다.

노리는 건 일단은 역겨운 골렘.

멀어서 확실하게 어떻게 생겼는지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하게 생겼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되는 골렘을 향해 손가락을 긋는다.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

폭격이 떨어져내리며 골렘의 움직임이 압력에 잠시 멈춘다.

그걸 보며 재차 마법을 영창한다.

이번에 영창하는 건 플레어 썬.

하늘 위에 마법진이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타앙!

[프로텍션]

렌의 자동방어에 막히는 한 발의 탄환.

실드에 그대로 박혀 전격을 일으키는 탄을 보며, 나는 탄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걸로 볼 때 도롯가에 드문드문 있는 폐허에 숨어서 쏘는 모양이다.

적이 추가로 있는지 몰랐네.

그래도 현대 총기에 마력이 담긴 수준이라 자동 방어가 달린 나에겐 의미 없는 공격이다.

저 정도면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플레어 썬!"

그렇게 생각하며 마력에 억제된 미트 골렘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상태를 보아하니 계속해서 마력 데미지를 회복하는 모양인데, 재생에는 역시 화염이지.

거대한 태양이 떨어져내린다.

그걸 보며 얼굴을 찌푸리더니 자신이 가진 지팡이를 휘젓는 로브인.

그러자 땅에서 흙들이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미트 골렘을 감싸는 홀처럼 방어막을 형성한다.

"그걸로 안 될 텐데."

잠깐 슬쩍 루시가 다시 방패를 잡는 걸 보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아무리 흙이 솟아올라 불을 끈다고 해도 플레어 썬은 계속해서 속에서 미트 골렘을 태우고 있다.

공기가 통하지 않아서 꺼질 수도 있지만, 글쎄... 어떨까.

퍼엉!

흙으로 된 돔이 터져나가며 사방팔방 고기덩어리와 흙덩이가 흩뿌려진다.

그걸 보자마자 슈팅 스타를 소환, 로브인에게 그걸 날리는 나.

그는 아이언 골렘을 조작해 공격을 튕겨내고는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그딴 하위 마법으로 이 늙은이를 농락해볼 생각인가?"

"..."

하위 마법이라니 실례네.

미트 골렘이 터진 걸 보며 당황하는 사이 죽인다는 발상이었는데, 생각보다 멘탈이 튼튼한지 곧바로 방어하는 모습이다.

고깃덩어리 상태로 불타고 있는 미트 골렘을 보며 그는 흐음... 하면서 턱을 잡는다.

아무래도 내가 등장하자마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터져버린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겠지.

뭐, 생각보다 마법 저항력을 높게 만든 녀석이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내 스펙상 못 뚫을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지만.

"흐음, 곤란하군. 스노우가 3성이라는 건 좀 더 예상을 벗어났어."

"..."

"좋네, 내 오늘은 물러나지. 어차피 탐색전이었으니 말이야."

"누구 마음대로? 더트 월."

그의 발언에 내가 싱긋 웃으면서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방금 전 로브인이 만들었던 흙으로 된 돔이 그와 골렘을 전부 봉쇄.

그러자 로브인은 내부에서 감탄사를 내뱉더니, 이내 끌끌 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재밌는 친구군. 언제 연구 한 번 해봐야겠어."

"여유로운데."

별 문제없다는 것처럼 말하는 로브인의 발언에 루시에르는 방패를 든 채로 천천히 돔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곧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하면서 돔을 폭파시키려는 시도가 있는지 확인해보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음.

"...?"

오히려 이상한데.

정말로 빠져나갈 생각이 있으면 벽에 무언가 조금이라도 조작을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그는 벽에 마력조차 불어넣지 않고 있는 상황.

이상하다.

그걸 판단한 순간 나는 곧바로 돔을 해제한다.

해제하자 푸석한 흙이 되어 사르르 떨어져내리는 흙들.

그리고...

"이건 예상 못했네."

잠깐 가려진 시야의 사이 그는 모습을 감춰버렸다.

흙마법을 쓸 때부터 생각했어야 했는데, 좀 안일했나.

설마 아예 바닥으로 꺼져버릴 거라곤 생각 못했다.

"렌, 근처에 적이 남았는지 스캔은 돼?"

[현재 적대 생명체 없음. 다만, 아까 스나이퍼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

적대가 아닌 건 둘째치고, 걔가 왜 우리한테 와?

­­­­

빌딩 안 심문실.

마치 경찰서에 있는 1대1 심문실을 연출하는 장소를 보며, 마릴다는 꿍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놓인 우동을 바라본다.

뭐가 불만인 걸까.

현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저 쓰게 웃는다.

"일단 배고플 테니 먹고 이야기할까."

"심문실에 우동이면 보통 먹고 싶으면 이야기부터 하라고 하지 않아?"

"스노우 앞이었으니까 널 심문하겠다고 한 거야. 실제로 우리 사랑의 마법소녀가 대단한 일을 했고, 일단 적 입장이니까 데려온 게 더 큰 이유지. 딱히 널 심문하려고 한 건 아냐. 물어보기야 하겠지만."

"그건..."

"먹고 나서 사정 말해도 돼. 불겠다."

"으으..."

현성의 말에 잠시 얼굴을 찡그리는가 싶더니, 이내 납득하며 먹기 시작하는 마릴다.

계속해서 현성의 눈치를 보면서 밥을 먹고 있지만, 그는 그저 눈을 감고 잠깐 생각에 빠질 뿐이었다.

잠시 후.

마릴다가 다 먹은 건지 젓가락을 내려놓는 순간, 현성이 눈이 뜨인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심문할 건데, 뭐, 동향이니까 알겠지만 거짓말은 안 통할 예정이야."

"우와, 그 기기가 있다고? 끝나고 만져봐도 돼!?"

"...어, 응."

그저 거짓말을 못하게 하기 위한 소리였는데, 눈까지 반짝이며 말하는 마릴다의 반응에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현성. 그리고 이내 헛기침을 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첫 번째. 네가 영토를 공격한 이유는?"

"빌런 연합과 스노우 간에 전쟁이 일어났으니까? 소환주가 시켰어."

"넌 빌런 연합 소속이 아니라며."

"소환주는 일시적으로 빌런 연합과 동맹중이야. 정확히는 소환주 대리가 그런 방향으로 잡았어."

"동맹?"

동맹이라는 단어에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품에 있던 전자 담배를 꼬나무는 현성. 그러자 마릴다는 현성의 손을 톡톡 치더니 담배피는 모션을 취했고, 그걸 본 현성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허공에 손을 젓자, 새 전자담배 하나가 툭. 하고 떨어진다.

"나참, 심문 도중에 담배피고 싶단 앤 또 처음이네."

"상관없잖아~ 아무튼 소환주 대리도 지금 원해서 합류한 상황은 아니야. 우리 측에도 불만있는 애들 몇 있고. 후우~ 좋당. 아무튼 그냥 소환주의 상태가 안정화될 때까지만 동맹한다는 분위기라 어거지로 수긍 중이라구?"

"흐음."

"게다가 어느순간을 기점으로 '영웅'이 아니라 '악당'이 소환되기 시작해서 지금 고민중이야. 소환주 대리는 악당들을 그냥 빌런 연합에 넘겨버리는 걸로 처리하는 거 같은데, 그쪽 전력을 높여서 어쩌자는 건지..."

"그 소환이라는 거, 좀 자세히 알 수 있어?"

"음... 일단 그 전에 하나 질문."

"말해봐."

"류 현성이라고 했지? 너, 어디 소속이야? 건물 보니까 대충 동쪽 지부 같긴 한데..."

마릴다의 의문에 현성은 그저 쓰게 웃어보인다.

같은 세계 출신이라는 걸 밝혔으니, 당연하게 따라오는 의문일 터.

다만, 로베트 시의 최후의 별로서 죽은 그녀가 자신의 선택을 수긍해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현성이 조금 망설인다.

"저기 말야."

"?"

"너 혹시 '이상 제작자'야?"

"..."

담배를 꼬나문채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마릴다. 그녀의 건방진 행동에 현성이 그녀가 물고 있던 담배를 툭. 하고 쳐버리자, 제대로 물고 있던 건지 악! 하면서 아파하다가 떨어지는 담배를 잡고 찌릿하고 째려본다.

대답하면 상대는 확실하게 정체를 알게 된다.

'거짓말 제거 장치'는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

즉, 현성 역시 여기서 거짓말이 불가능하니까.

동향 사람만 아니었으면 그냥 자백제로 다 쏟았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한 현성이 가만히 침묵하자, 마릴다가 웃으면서 소리쳤다.

"맞지? 맞구나? 와, 어디로 튀었나했더니! 나도 데려가지!"

"...하아. 동쪽이랑 서쪽으로 완전히 갈렸는데 데려가긴 뭘 데려가. 그리고 수송선 안 탄 건 네 잘못이잖아."

"그~치~만~ 최초로 탑 클리어자잖아! 충분히 가능했을 거 같은데?"

"무리. 애초에 그게 가능했으면 멸망을 완전히 막았겠지."

"그렇긴 하지만. 사실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그 말에 입술을 삐죽하고 내밀고 엎드리듯 책상에 기대는 마릴다. 심문받는 사람의 태도는 아니지만, 현성을 담배를 집어넣으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멍청한 마지막 별. 구하려고 수송선도 보냈는데... 진작 무전을 때렸어야지."

"그걸 내가 왜 타? 내가 타면 수송선까지 터질 텐데. 그리고 그거 진짜 열심히 무전때렸는데 아무도 안 닿아서 그 난리났던 거거든?"

"덕분에 내 마지막 무전 상대가 되긴 했군."

"흥, 웃기시네. 내 마지막 무전 상대가 너인 거겠지? 난 죽은 사람이고, 넌 산 사람이잖아."

"...그런가."

그 말에 현성은 희미하게 들리는 노이즈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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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현성(과거)

초월자가 되고 드디어 목적을 달성해 돌아온 날.

나는 이 세계의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메인 관제실에서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가진 영토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이 메인 관제실이 있는 빌딩 뿐.

영토 바깥에서는 무수한 기계 군단과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우릴 밀어내기 위해 들어닥치고 있었고, 필사적으로 막아서는 병사들과 기계 군단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며 나는 감상에 잠길 시간조차 가지기 힘들다는 걸 깨닫는다.

"가야겠네."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내가 초월자가 되는 순간부터 몇날며칠 계속해서 쳐들어오기 시작한 몬스터들과 그걸 기회삼아 쳐들어오는 다른 나라의 왕들.

이 이상 버텨봤자 무의미한 희생만 늘어날 따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시스템 창을 조작할 때, 그의 메인 시스템에 통신이 도착했다.

[여기는 로베트 시! 여기는 로베트 시!]

"...로베트? 아직 살아남았나?"

로베트 시에서 들려오는 기적과도 같은 통신.

상황이 좋진 않은지 화상이 치지직 거리며 상대가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노이즈가 섞인 목소리만큼은 제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응답해! 응답하란 말야! 여기는 로베트 시!]

"여기는 프레이트, 로베트 시, 제대로 송신됐다."

[이상 제작자!? 아니, 근처 통신을 했는데 왜 거기로...! 아니, 상관없어! 나는 최후의 별! 이상 제작자, 너희 군단에 여력이 남았다면 부디 구해줘! 네가 탑을 클리어했단 소식은...!]

"..."

[프레이트! 응답 바...]

"미안하다, 몬스터 군단만 있었으면 우리도 구원이 가능했겠다만, 현제 프레이트는 다른 왕들에게 공격받는 중이라 여유 병력이 없다."

[그럴 줄 알았어! 젠장! 나는 죽어도 되니까, 다른 사람들이라도 구해야만...!]

"대신, 수송선을 보내겠다. 여기는 프레이트, 우리 측에 남은 시간은 30분이다. 30분 후에 우리는 세계를 떠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태워서 양자 게이트로 연결해라."

[뭐!? 젠장! 믿고 있었다구!]

제법 심각한 상황일 텐데 장난스러운 무전을 날리는 상대의 목소리에 나는 고민을 멈추고 헛웃음을 짓고 만다.

순수하게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사람의 목소리.

그런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당장 보내겠다. 양자 게이트는 안전한가?"

[무전하는 거 보면 모르겠어, 이상 제작자? 최후의 쉘터는 계속 버티고 있다고! 1시간이면 터지겠지만!]

"알겠다."

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그 생각으로 보냈던 수송선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걸 관측한다.

수는 대충 500명 정도.

몬스터 군단이 쳐들어오고 있는 환경이라기엔 믿을 수 없는 숫자의 사람들.

그만큼 무전을 날린 최후의 별이 나와 비슷할 정도의 능력자라는 의미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제작자 동료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수송선이 돌아오고 난 후.

나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미친, 최후의 별! 왜 수송선에 타지 않았나!"

[나까지 타면 기계들 작동 정지되거든!? 500명이 탈 시간도 못 벌어!]

"안 돼, 지금 탄 500명 보다 네가 더 중요한 사람이다! 다시, 다시 보내겠다. 얼른..."

[나참, 처음 보는 사람한테 뭘 그리 걱정한담. 아무튼 잘됐다. 고마워, 이상 제작자. 덕분에 편히 행동할 수 있겠어.]

"무슨..."

[한 번쯤 해보고 싶었거든! 예술을 폭발이다! 라고!]

"미친년."

[와오, 고귀한 이상 제작자꼐서 그런 말을 입에 담으면 쓰나.]

"아니..."

[어차피, 못 간단 말이지 이게.]

화상 화면의 노이즈가 흐릿하게 연결된다.

금발의 여성이라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화상 화면.

그리고 그녀의 현재 상태를 본 나는 그 때, 더 이상 그녀에게 이쪽으로 오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피투성이.

한쪽 팔이 날아갔다.

왼쪽 눈도 망가진듯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배에 있어야할 내장은 어디로 간 건지, 그대로 뻥 뚫려있었다.

살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자체로도 기적.

이미 거의 눈이 감긴 그녀를 본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내가 걸을 수가 없어서 말야. 나노 머신 치료로도 안 고쳐지는 게, 저주인가봐. 이건, 어쩔 수 없잖아?]

"..."

[넌 뭔가 해결책을 받은 거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거지? 이상 제작자. 좋겠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아니, 너도 훌륭한 사람이다. 마지막 별."

[그건 고맙네. 아, 나 이제 손에 힘이 안 들어가. 진짜 마지막이니까, 딱 한 마디만 할게.]

"..."

[고마워. 내 가족들을 잘 부탁해.]

삑­

콰아아아­ 삐이이이이이­

완전히 늘어진 상태로 마지막 별에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완벽하게 노이즈로 물든다.

귀를 울리는 노이즈 소리.

잠시 멍하니 그걸 바라보던 나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이며 침묵한다.

누구보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 영웅의 죽음.

아포칼립스 세계에서도 저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그저 입에 담배를 꼬나물고 만다.

나와는 다르게 그녀는 숭고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 세계를 탈출하려는 나는 옳은 걸까.

그런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몬스터 군단이 밀려 들어온다.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초월자 특전) 영토 차원 이동을 가동합니까? (Yes) / NO]

계속해서 들려오는 노이즈.

여기저기를 비춰지는 전투의 풍경.

잠시 밖의 하늘을 바라본다.

적색으로 변한 우중충한 하늘.

그 하늘을 마지막으로 나는 다른 세계로 튕겨져나갔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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