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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36화 (36/149)

〈 36화 〉 마법소녀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야해!

* * *

싸울 때와 마찬가지로 웃는 낯으로 내 앞에 도착한 아르멘. 그렇다는 건 사이네를 쓰러뜨리고 왔단 의미인데... 의외의 결과다.

딱히 죽이고 온 것 같진 않고, 그냥 급하게 합류하러 온 느낌이다.

"흐음... 제가 배신의 현장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배신? 하! 웃기시네. 애초에 난 빌런 연합에 들어간 적도 없거든? 내 소속은 언제나 '소환주'뿐이니까. 게다가 너도 딱히 빌런 연합 소속은 아닐 텐데?"

"그렇사옵니까? 저로서는 어찌되든 상관없는 이야기겠지요."

마릴다의 말에 그저 웃으면서 말하는 아르멘. 그리고 그녀는 잠시 우리를 슥하고 둘러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그 별무리의..."

"별무리의 마법소녀, 스노우야. 습격은 끝났어. 물러나."

"습격? 무슨 말인지요."

"?"

"제가 행하려한 일은 그저 모든 이들을 신께 인도하려한 것일 뿐. 딱히 습격이라고 할만한 일은 없습니다만."

"습격이 아니다라..."

그녀의 말에 다시 헬멧을 쓰며 팔을 내미는 현성. 그러자 근처에 있던 안드로이드들이 뭉치기 시작하며 그녀에게 각종 무구를 조준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도 아르멘의 미소는 지워지지 않는다.

"희생자가 없어서 그렇지, 자칫 잘못했다간 많이 죽어나갔을 지도 모른다만?"

"모두 주님께 돌아가는 것일 뿐이지요."

"미친, 광신도냐."

"주님의 은총을 받아보지 못한 분이시로군요. 마음 같아선 제가 인도해드리고 싶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아르멘은 주변을 슥하고 둘러본다.

각종 안드로이드들이 포위한 상황과 작동이 멈춰버린 기계 군단.

렌을 겨누고 있는 나와 손을 겨누고 있는 현성. 어떻게 봐도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는 걸 파악한 그녀는 잠깐 노란 마력을 일으키다가, 불안정하게 일렁이는 마력을 보며 움직임을 멈춘다.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인 모양이군요. 신께서 주신 저의 신앙이 바닥나고 있으니까요."

"퍽 얄팍한 신앙이로군."

"마음대로 말하시길. 신께서 주시는 신앙은... 제가 그날 그만큼만 일하게 하기 위한 주님의 배려심이니까요."

이상하네, 변신 스킬은 마나가 무한일 텐데.

일반적인 마법소녀라고 하기엔 이상한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지만, 현성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것처럼 주변 안드로이드들에게 손짓으로 명령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초록색 프리즘으로 된 육각구에 갇히게 되는 아르멘.

"어쨌든 이 자리에 온 건 악수로군. 넌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을 테니까."

"빛은 붙잡을 수 없는 존재이지요."

"빛도 잡을 수 있는데?"

그런 말과 함께 현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대로 새까맣게 물드는 프리즘 구체. 그러자 안쪽에서 후후후후... 하면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현성은 당황하면서 다시 손가락을 튕긴다.

"뭐야, 어떻게 한 거지?"

"?"

다시 까맣게 물든 구체가 밝아지자, 어느샌가 아르멘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있었다.

그걸 보며 황당하다는 기색을 보이는 현성. 당황하며 담배를 습관적으로 꺼내다가, 이내 내가 빤히 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음... 하며 다시 담배를 담배갑에 집어넣는다.

별로 신경 쓰진 않는데...

"미안하군, 무조건 잡은 거라 방심했어."

"그걸로 사과할 게 뭐있어! 빛까지 먹어치우는 장비가 만들기 쉬운 것도 아니고. 애초에 별무리인가 뭔가하는 쟤는 아무것도 안했잖아."

"동향 동지라 내가 용서해달라 한 거지, 네가 하는 짓이 용서받을 짓이라고 생각해? 이봐, 마릴다 씨. 내 편 들어주는 건 고마운데, 여기 영주는 스노우랑 사이네라는 애다? 패장 처형권도 가지고 있어."

"힉."

처형이라는 말에 식겁하면서 현성의 뒤에 숨으며 눈치를 보는 마릴다. 솔직히 말해서 딱히 살려둘 이유는 없는 건 맞는 말이다. 심지어 그녀는 적에게 기계 군단을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이니까.

살리면 내가 볼 수 있는 이득은... 아군으로 만들었을 때 내 쪽에서도 기계 군단을 만들 수 있다는 정도인가?

동맹인 현성이 만드는 기계 군단은 휴머노이드 들과 건X같은 인체형 로봇.

마릴다가 만드는 기계 군단은 말 그대로 효율적으로 만들어진 기계 장치들.

물론 전기에 약한 걸로 봐선 그렇게까지 효율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내가 쏘아낸 마법이라는 점도 있고, 물에 젖어서 데미지가 극대화된 점도 고려해야겠지.

사실 우리 애들이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릴다는 사용 가치가 있는 장수다.

"일단 조건이 있어."

"뭐, 뭔데...?"

"네 현재 소속은 빌런 연합이지."

"아니, 그건 들어가고 싶은 게 아니라..."

"맞아, 아니야."

"맞긴 하지만..."

"소속을 우리 진영으로 옮기면, 살려줄게."

"젠장, 나도 그러고 싶은데 불가능하다고."

내 말에 곧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는 마릴다. 표정을 보니 진심으로 안 되는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이유는."

"내 정확한 소속은 '창월의 서'야. 애초에 소환주의 기술인 '영웅 소환'으로 소환된 거라고. 내 멋대로 옮기는 건 불가능해."

"사역마...?"

"허, 초월자를 소환수로 부리는 사람이 있다고?"

"사역마라니 실례네! 인류 최후의 전선에서 나름대로 이름 날리던 사람이거든!?"

"어, 그래."

"야이... 하."

내가 별 감흥없다는 얼굴로 말하자, 뭔가 소리치려다가 곧바로 자기 상황을 생각해 억누르는 마릴다. 사람이 끓는 점이 생각보다 낮네.

[마스터]

"응?"

[목포를 제외한 모든 영토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현재 의왕시는 '루리에'가 격퇴시키는데 성공, 본거지인 성남시에도 침입자가 확인됐습니다. 서로 대치중입니다.]

"?"

그걸 왜 이제 말해줘.

­­­­

성남시 성 외곽.

성벽 위에는 몇몇 경비병이 머리에 구멍이 난 채로 쓰러져 있고, 눈을 뜬 채로 죽은 병사들의 눈을 감겨주던 순백의 기사가 몸을 일으킨다.

그와 함께 탕! 하며 묵직한 총성이 들려오지만 순백의 기사에게 닿자마자 핑! 하며 튕겨나갈 뿐.

그걸 땅에서 지켜보던 갈색 로브의 남성이 낄낄 거리면서 말했다.

"영토전에서 열심히 방어만 하던 인물 아닌가? 기습적인 건 통하지 않는 모양이구먼?"

"...당신은 누구죠?"

루시에르의 질문에 보라색 수정구가 달린 스태프를 지팡이처럼 땅에 대는 로브의 남자. 그러자 땅에서 왠 흙으로 된 식탁과 의자가 솟아오른다.

그러곤 앉으라는 것처럼 건너편을 가리키는 남성.

그 모습을 본 루시에르는 조용히 성벽에서 뛰어내리며 검을 뽑아든다.

"오, 무섭구만. 너무 그러지 말게. 기껏해야 셋 아닌가."

"...저들도 가족이 있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죠."

"각성하고도 머리에 구멍이나 뚫리는데, 무슨 쓸모가 있겠나."

"진심입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을 쓰레기 취급하는 남자의 발언에 그저 거슬리는 쇳음으로 낄낄거리면서 그는 답하지 않는다.

그러자 눈동자에 잔잔한 분노를 가진 채로 검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하는 루시에르.

그러자 로브의 남자의 스태프가 한 번 더 바닥에 꽂힌다.

쿠르르릉.

땅이 조금 흔들리며 남자가 있던 자리에서 솟아오르는 골렘.

한 기도 아닌 10기가 넘은 흙골렘이 나타나자, 루시에르는 경계의 태세를 보인다.

현재 단계는 2단계.

현재 단계에서 10기가 넘는 골렘을 소환한다는 건 원래 스펙 자체가 심상치 않다는 의미니까.

"어떤가, '수호자'여. 그대는 이 골렘들이 공격하는 걸 막아낼 수 있겠나?"

"..."

그의 말과 함께 그대로 성 쪽으로 돌격하기 시작하는 골렘들을 보며, 그는 모은 마력을 전부 실드에 옮겨낸다.

"볼리션 오브 디펜스."

또 다시 펼쳐지는 새하얀 장막.

마을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장막이 나타나 골렘들의 길을 가로막자, 흙골렘들이 부수기 위해 계속해서 결계를 두들긴다.

미동조차 없는 수호 결계.

그걸 보던 남자가 손을 저어 추가로 땅에서 송곳을 일으키지만, 그럼에도 순백의 결계는 전혀 흔들림없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허, 이런 강도라니 놀랍군. 이미 현재 단계는 뛰어넘은 수준이야."

"뭐야뭐야~☆ 주인님의 마을에 불이 켜졌어!"

"유레하, 스노우 님의 마을에 침략자가 있나봐."

"꺄하~★ 침략자~! 잡아먹으면 주인님이 기뻐하실 거야!"

남자가 감탄하고 있을 때, 녹색과 붉은 색의 소녀가 하늘을 날아오른다.

파이렌과 유레하.

마을 안에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게 쉬고 있던 두 마법소녀들의 등장이었다.

"흐음...? 허, 피오레인가 머시깽이가 쓰던 물건들 아닌가. 저들이 왜 이 영토에 있지?"

"우리가 물건이래, 파이렌!"

"우리가 스노우님의 소유물은 맞지, 유레하?"

"맞는 말이네☆ 하지만 남이 말하는 건 기분 나쁜걸~★ 토네이도!"

유레하의 말이 끝나는 순간, 흙골렘들에게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연달아 일어나는 4개의 돌풍.

흙골렘들은 무게가 있어서인지 휘말리진 않지만, 날아가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서 잠시 움직임을 멈춘다.

한 기의 흙골렘 위에서 앉아있던 로브의 남자는 가볍게 실드를 펼치며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편안한 모습.

그 모습에 유레하의 눈이 가늘어진다.

"흐으으으응..."

"유, 유레하?"

"너희 생각보단 고위 마법사야. 어중간한 마법으로는 안 통할 거야."

"후후...후후후후..."

"아. 루시 오빠, 이상한 거 건드리면 안 돼..."

"?"

"흐으으으응 내 마법이 어중간하다 이거지? 파이렌! 그거 하자!"

"유레하, 그러면..."

"꺄핫☆ 어중간한 거에 터지겠다잖아~ 불꽃놀이 하자♡"

루시에르의 말을 결정타로 싸한 미소를 입가에 담는 유레하. 그 모습에 파이렌이 그에게 핀잔을 주지만, 녹빛 마법소녀는 싸한 눈으로 골렘들을 바라보며 손을 뻗는다.

"유레하... 난 정밀 조작 힘들다니까."

"내 마법에 입히기만 하면 돼."

"하아아..."

그녀의 말에 한숨을 쉬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지휘봉을 쥐고 지휘하는 것처럼 손을 움직이는 파이렌.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바라보던 로브의 남자와 루시에르는 이내 일어나는 사태를 보며 살짝 눈을 크게 뜨고 만다.

콰광! 쾅! 콰과광!

골렘들이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내린다.

결계의 앞에서 버티고 서있던 흙골렘들이 흙을 흩뿌리며 순식간에 터져나간다.

마치 내부에서 폭발한 것처럼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 흙들.

루시에르는 잠깐 놀란 눈으로 그녀들을 보다가, 이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 묘기, 사람한테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무생물이라서 한 거니까 걱정 마☆ 사람한테 할 수 있는지는­ 상상에 맡길게♡"

"그거 참 무서운 소리구만."

그렇게 말하면서 재밌다는 것처럼 깔깔거리는 유레하. 파이렌은 그런 유레하를 불안한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이제 괜찮아?"

"무슨 말이야~☆ 일단 저 할방구부터 죽여야지★"

"흐음흐음, 그 정도 마법은 내 실드를 못 뚫을 텐데?"

"흐으으으응, 보고도 그런 여유라니, 자신만만하네!"

"허허, 당연하지 않겠나? 그건 네 녀석의 힘이 아니라 옆에 있는 소녀의 힘이잖나."

"..."

까득.

노인의 발언에 웃는 낯 그대로 이를 가는 유레하. 그 모습에 파이렌이 급하게 그녀의 몸을 잡지만, 녹색 소녀는 천천히 허리를 잡는 붉은 소녀의 팔을 풀면서 말했다.

"괜찮아, 파이렌☆ 그렇게까지 화나진 않았어."

"정말이야...?"

"그럼~ 나를 믿지 못하는 거야?"

"응."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상천데!?"

파이렌의 단호박 발언에 허공에서 휘청이는 유레하. 하지만 이내 짜증이 좀 풀린 것처럼 한숨을 내쉰 소녀가 붉은 머리칼를 쓰다듬으며 말헀다.

"내가 가는 건 화나서도 있지만, 사실이기 때문이야. 적어도 근접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거든."

"하지만..."

"괜찮아, 누가 바람을 잡겠어!"

"잠깐, 설마 결계 밖으로..."

"그러니까 다녀올게!"

"멈춰!"

루시에르가 소리치지만, 유레하는 그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결계 밖으로 나서서 돌진하기 시작한다.

ㅡ그 순간.

유레하는 갈색 로브의 입가에 담기는 미소를 보았다.

노림수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곧바로 회피 기동을 시작한다.

루시에르가 고함을 지르는게 보인다.

그리고...

타앙!

한 방의 총성과 함께 유레하의 고개가 픽! 하고 뒤로 날아가듯 솟구친다.

그와 함께 추락하기 시작하는 녹색 소녀.

"유레하아아아아?!"

그리고 파이렌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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