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35화 (35/149)

〈 35화 〉 마법소녀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야 해!

* * *

"비켜어어어어!"

"후후, 너무 당황하시면 몸에 해롭습니다."

파직! 파직!

비행으로 날아가려는 자신을 방해하는 아르멘을 보며, 사이네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공격한다.

뇌령폭주로 인한 버프가 있음에도 그저 시간 끌기에 집중하는 그녀를 뚫어내기는 요원.

계속해서 머리 위에 빛으로 된 십자가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아르멘에게는 제대로 된 공격조차 닿지 않고 있었다.

"젠장..."

분명 사이네가 공격할 때마다 파직. 하고 전류가 튀어서 공격하는데, 노란 마력이 그 전류를 전부 차단하니 답이 없는 상황.

사이네는 잠시 입술을 깨물다가 이내 뇌령폭주의 전력을 손 안에 응집힌다.

상대를 한순간이라도 뚫고 지나갈 방법이 필요하다.

전력을 아낄 때가 아니라고, 사이네는 그렇게 판단했다.

"일렉트릭 퍼니쉬먼트!"

"주여, 절대적인 수호를."

응집된 전류를 전부 한 점에 집중해 아르멘에게 쏘아낸다.

당연히 그걸 막아내기 위해 방어 마법을 펼치는 아르멘. 그걸 본 사이네가 재빠르게 그녀를 지나치며 비행하기 시작한다.

"주여, 성역을 빠져나가려는 악한 자가 있사오니, 제가 그를 벌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악?!"

터져나오는 전류를 막아내는 상태 그대로 또다른 마법을 발동시키는 아르멘.

그러자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나온 노란빛 결계가 주변 전체를 감싸고, 무시하고 전류를 일으켜 뚫으려던 사이네가 쾅! 하고 부딪혀 이마를 부여잡는다.

"일렉트릭 브레이크!"

하지만 이내 아직 아르멘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다시 온 몸에 전격을 두르고 그대로 몸통 박치기를 시도하는 사이네.

아르멘이 전류를 다 막고 움직일 때즈음, 몇 번의 몸통 박치기 끝에 결계가 깨져나가며 사이네의 이동 제약을 없앤다.

"주여, 간악한 자들을 벌할 하늘의 사슬을."

"일렉트릭 웨이브! 일렉트릭 태클!"

그러자 곧바로 새하얀 빛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사이네는 다시 다리에 전격의 마력을 모아 내려오는 사슬을 그대로 발로 차버린다.

떨어지던 도중 그녀의 공격에 차이자 퍼져나가는 전격의 파동.

그걸 본 아르멘이 제법 놀랐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허공에 십자를 그리며 말했다.

"속박을 그런 식으로 캔슬하다니, 놀랍군요."

"닥쳐!"

"하지만 이건 어떻습니까? 주여, 그의 십자가를 내려주소서."

계속해서 빠져나가려는 사이네의 앞에 나타나는 성화(?火)의 십자가.

노란 마력으로 이루어진 불이 붙은 십자가가 정면에 나타나 쇄도해오자, 사이네는 결국 비행을 멈추고 오른팔에 마력을 최대한 응집하기 시작한다.

스스로에게 내성이 있는 전격의 마력이 팔을 조금씩 갉아먹을 정도로 응집된 마력.

그걸 본 아르멘이 천천히 그녀의 뒤로 다가왔지만, 사이네는 집중하고 있는 건지 눈치채지 못한다.

"하아아압!"

스킬이 아닌 순수한 마력의 권.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처럼, 큰 동작으로 눈앞까지 온 십자가를 쳐내자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십자가가 뒤로 넘어가며 기울기 시작한다.

그러자 바닥에 채 닫기 전에 그대로 사라져가는 성화의 십자가.

사이네가 예의 전투 자세로 되돌리며 잠깐 숨을 고를 때즈음, 인기척을 느끼고 곧바로 몸을 숙인다!

파앙!

"어머나, 아쉽네요. 그래도 놀라워요. 그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십자가를 넘어뜨리다니."

"미친년."

결국 떨쳐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숙인 자세 그대로 홱. 하고 관절기를 시도하는 사이네.

그러자 아르멘의 다리에 마력이 뭉치면서 그 상태 그대로 사이네가 다리 관절기를 시도하고, 전혀 통증 없이 그걸 받아낸 아르멘이 웃으며 자신을 묶은 사이네의 다리를 팔로 잡는다.

파지지직! 치이이이!

그러자 잡은 손에서 일어난 전격의 마력에 화상을 입는 아르멘의 손. 하지만 통증이 없는 사람마냥 그대로 잡아챈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수직 낙하를 시작했다!

"!?"

"아무리 그래도 이 고도에서 떨어지면 아프겠죠?"

다리에 관절기를 걸고 있던 탓에 아래를 향하고 있던 게 미스일까.

급히 관절기를 풀곤 다른쪽 다리로 아르멘의 머리를 향해 발차기를 날리지만, 그대로 다른 손으로 그 다리를 잡아챈 그녀에 의해 낙하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에 식은땀을 흘리는 사이네.

이대로 낙하하면, 엄청나게 체력이 까일 건 확실했다.

콰아아아아앙!

"?"

"?"

그때였다.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의 귀에 거대한 폭음이 들린 건.

­­­­

콰아아아아앙!

10개의 빛의 기둥이 전함에 직격한다.

전함 역시 안드로이드들처럼 실드가 있는지, 거대한 필드가 펼쳐져 마력포를 막아내지만, 그것도 잠시.

2개, 3개, 4개가 부딪히기 시작하자, 끼기기기긱. 하며 전함이 날고있던 그대로 점점 위로 몸체가 들어올려지기 시작하고, 8개가 되는 순간 결계가 무너지며 그대로 쨍그랑! 소리와 함께 전함에 구멍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러자 쾅! 쾅!하면서 내부로부터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추락하기 시작하는 거대한 전함.

...자세히 보니까 모 우주전쟁 게임의 배틀캐리어 닮았네.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지상에 수리된 건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라, 이거 사람들 위험한게!?

"렌. 막아야해."

[찌그러질 생각이시라면...]

"..."

무린가.

그런 생각을 할 때, 계속해서 터지는 전함에 로봇들이 들러붙기 시작한다.

몸이 터져나가면서도 묵묵하게 전함을 들어 올리더니, 이내 폐허가 넘치는 지형으로 전함을 옮기는 로봇들.

그리고 강철 슈트를 입은 남성이 내 옆에 멋있게 쾅! 하고 착지하더니, 몸을 일으키며 머리 부분이 드러난다.

"늦진 않아서 다행이네."

"...응."

오, 잘생겼네.

훤칠한 미남형에 머리를 싹하고 쓸어넘긴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잠시 감탄한다.

초월자는 영웅적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라는데, 얼굴까지 잘 생긴 건 좀 비겁하지 않나 싶다.

하긴 라크헬름도 흉터가 좀 있는 상남자 이미지였으니까.

"근데 그런 마법도 익히고 있었어? 진작 썼으면 편했을 텐데."

"내 기술 아냐."

"그래? 특수 기술인가...? 그래도 별 속성은 흔하지 않는데."

이제는 내 기술이지만.

기술 자체는 일단 저장됐으니까, 나중에 보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같이 함 쪽으로 날아갈 때였다.

­ 네 녀석드으으으을! 아무리 적이라도 너희한테는 피도 눈물도 없냐아아아아!

조그마한 우주선에서 누군가 소리친 건.

­­­­

Side 루리에

수신제를 뛰어넘는 해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온 사방에서 리시안셔스를 향해 쏟아져내리는 폭류.

거대한 메스로 하나하나 베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지. 하며 나는 그저 쓰게 웃으며 몸을 뒤로 물린다.

"또 다른 스킬이 있었습니까, 흥미롭... 큭!"

말을 하던 도중 파도에 휘말리는 몸을 바닥에 팔로 만든 검을 꽂아 지탱하는 리시안셔스. 아무래도 같은 별이 되서 그런지, 연속으로 베어내는 건 못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저 아이는 이동 속도가 느린 근접 캐릭터.

원거리에서 공격했을 때 모든 공격이 파훼되면 억지로라도 뚫어야겠지만... 계속해서 데미지가 누적된다면 굳이 근접한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 상태도 바닥이라는 점일까.

흔들거리는 시야를 억지로 붙잡으며 뒤로 물러난 채로 바닥에 탁. 하고 다리를 내리꽂는다.

욱신거리는 다리로 겨우 정신을 부여잡는 나.

아까부터 희미하게 들려오는 유혹 때문에 정신이 어지럽다.

ㅡ결국 내 힘으로 3성이 된 거잖아? 좀 더 쓰자고~?

"웃기는 소리하네. 말했지, 너는 나한테 힘만 주면 된다고."

ㅡ크흐, 얼마나 버틸지 기대하겠어. 평소에도 신경을 찌를텐데 말야.

3성이 되면서 침식과 어느정도 동화된 탓에 지속적으로 유혹을 당하게 됐다.

등가교환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내 정신이 약해지는 순간, 나는 침식에 먹혀버리고 말겠지.

그나마 희미하게 남은 잔재와 융화된 거라 괜찮지만, 제대로 된 침식이 그걸 타고 들어오면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때가서 생각할 일.

지금은 저 침략자를 후퇴시키는 게 중요하다.

"..."

각성하고도 후퇴가 한계라니, 조금 처참하긴 하지만.

"물러나, 어차피 당신은 이제 나한테 접근할 수 없잖아."

"...그렇습니다, 좀 더 많은 무기를 보고 왔으면 좋았겠습니다만, 지금은 무리군요."

자신에게 오는 해일을 두동강내며, 상대는 천천히 몸을 뒤로 물리기 시작한다.

빌런 연합이라고 했던가.

마족까지 들어가있는게 무서운 곳이네.

그래도 이제 안심해도...

"다만, 이대로 물러나는 건 심심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의 손이 므네의 형태로 변한다.

보이는 건 보랏빛으로 살짝 물든 므네가 아닌 각성 전에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는 므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걸 바라보자, 소녀는 무감각한 눈으로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입을 연다.

"아쿠아 웨이브."

"뭐!?"

삼지창을 척하고 마을쪽으로 향하며, 그녀는 물의 파동을 일으키곤 그대로 도주하고 시작한다.

그 행동에 깜짝 놀라며 물의 마력을 강제로 회수하려고 하는 나.

하지만 내 마력이 아닌 상대의 마력이라 회수하는게 늦어진다는 걸 깨닫고 얼른 물의 파동 앞에 서서 반대로 아쿠아 웨이브를 발동한다.

"크으..."

마력 회로가 상해서 그런가 체력이 절반 깎여나간다.

남의 무기에 들어있는 스킬을 쓸 수 있다니... 참 뭣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물의 파동을 막아낸 것을 끝으로 의식을 놓았다.

­­­­

뭐야 이건.

마치 모 게임의 탈출정을 보는 것과 같은 미니 비행선이 내 앞에 착지한 걸 보며, 나는 조용히 마법을 준비한다.

방금 발언상 이 우주선에 타고 있는 건 적.

굳이 자비를 둘 필요는 없다.

"잠깐잠깐잠깐!"

내가 오버 히트 버스터를 장전하기 시작하자, 양손을 번쩍 들고 비행선에서 튀어나오는 금발 곱슬머리의 소녀.

어떻게 봐도 마력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 모습에 나와 현성은 순간적으로 시선을 교환한다.

가진 거라고 해봤자 지금 허리춤에 차고 있는 권총과 칼 하나.

...마치 해적을 연출하는 느낌이지만, 딱히 위협스럽진 않다.

"넌 뭐야?"

"흐, 흐흥! 내 말을 들은 준비는 됐나보네!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냐!? 저 함선 만드는데 드는 재료랑 비용이 얼마나..."

"오, 제작자인가. 죽이면 편하겠군."

"잠깐마아아아안?!"

진작 마력을 흩어낸 나와는 다르게 그저 레이저 포를 손에 달고 있는 현성이 손바닥을 내밀자, 소녀는 힉! 하면서 다시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그 모습에 내가 그의 팔을 잡고 고개를 젓자, 이내 한숨을 내쉬며 겨누는 걸 거두는 모습.

어쩐지 이 애는 나쁜 아이로 보이지 않는다.

"시, 식겁했네..."

"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으..."

"말해."

"아 씨... 침략한 건 미안하게 됐어! 우리도 지금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말야! 좀 도와줘!"

"?"

갑작스럽게 소리치는 그녀의 행동에 가만히 그를 바라본다.

침략한 건 미안하게 됐다는 건 빌런 연합 소속이라는 의미.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잠깐, 너 초월자 아닌가? 제작 쪽인 거 같은데."

"초월자? 흐흥~ 내 제작 기술이 초월급이긴 하지. 내 이름은 마릴다! 위대한 로베트 시의 최후의 별이었던 사람이라고! 라고 해도 여기선 의미 없으려나... 그럼 그냥 천재 기계공이라고 생각하면 돼!"

"...로베트 시? 거기 혹시 페트럴 서쪽 인류 도시를 말하는 건가?"

"어? 어떻게 알아?"

"그랬군."

"?"

모예요, 왜 니들만 아는 이야기해요.

내가 두 사람의 대화를 멀뚱거리면서 보고 있자, 현성이 아. 하면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인다.

그리고 마릴다에게 시선을 옮기더니,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세심하게 관찰하기 시작하고, 그런 행동에 소녀는 얼굴을 확 붉히며 가슴을 가린다.

"뭐, 뭘 보는 거야! 이 변태가!"

"아, 미안하군. 표식을 찾고 있었다."

"아?! 그건 여기... 랄까, 너도 그쪽 출신...?"

"뭐, 어쩌다보니."

"뭐?! 미친! 진짜로?"

팔 부분을 걷어 뭔가 종같은 표식을 보여주던 그녀가 현성의 말에 놀라면서 소리치고, 현성은 그저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잠시 침묵.

고민하듯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나에게 말했다.

"미안하군, 스노우. '로베트'의 사람이라면 정말로 사정이 있을 확률이 높으니, 조금만 양보해주지 않겠어?"

"...?"

아니, 그러니까 너희만 아는 이야기하지 말라니까.

아무튼 현성의 발언으로 볼 때 확실하게 적이라고 말하긴 애매한 존재라는 의미 같다.

으음... 솔직히 좀 껄끄러운데.

놀라울 정도로 피해가 없다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잘 막은 거지, 까딱 잘못 했다가는 죽은 운명이다.

물론 전쟁에서 장수를 노리는 건 당연하지만... 날 죽일 뻔한 애를 용서할 정도로 착하진 않은데.

"이렇게 부탁하마."

"...알았어."

내가 부탁에 약한 걸 아는 것처럼 고개까지 숙이며 말하는 현성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안심했다는 얼굴로 마릴다에게 다가가는 그. 그러자 소녀는 흠칫하더니 이내 무언가 그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 때였다.

"음... 좀 곤란하긴 하네요. 제가 부탁받는 건 사이네만 막아달라는 거니까요."

노란빛을 흩뿌리며 예의 마법소녀, 아르멘이 도착한 건.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