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마법소녀는 항상 약속을 지키는 소녀들이야!
* * *
그저 지면만이 남고 모든 것이 검게 물들어 버린 세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마치 자신의 현재 상황같다며 자조한 윈은 계속해서 느껴지는 풍압에 더 비행하지 못하고 땅으로 안착한다.
그러자 땅에서 솟아오르는 식물들.
귀찮다는 것처럼 침식을 일으켜 식물들과 땅을 내리치자, 땅이 보랏빛으로 물들며 더 이상 식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본 모습은 아니로군. 하긴, 다른 마법소녀들이 싸우던 자는 같은 마법소녀였으니."
어디에서 들려온 건지 모를 목소리에 윈은 반사적으로 360도 전체에 촉수를 휘두르지만, 느껴지는 건 풍압이 촉수를 눌러 내리고 있다는 사실 뿐.
그 사실에 불쾌해진 그녀가 모든 촉수에 총을 소환해 온 사방에 난사하지만, 무언가 맞는 소리조차 없이 탄환은 전부 사라진다.
어둠으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두려움.
계속해서 몸을 짓누르는 풍압.
혼자가 아님에도 혼자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을 일으키는 괴물에 대한 공포.
그게 전부 시너지를 일으켜 절망이 되고, 절망의 감정을 먹고 자라는 괴물의 마력은 더욱 강대해진다.
그 마력을 활용해 이번에는 전자의 마법소녀에게서 흡수한 능력 파편으로 모든 방위에 전류를 쏘아내는 괴물.
하지만...
ㅡ괴물이 아무리 전류를 뿜어내도 주변이 밝아지지 않았다.
무언가 맞는 감각도 없었다.
밝아지는 기색조차 없었다.
전기를 뿜었음에도 전기가 뿜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윈의 마력을 더더욱 커져가기 시작하고, 그녀는 더더욱 필사적으로 전류를 뿌려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해도 자신의 몸조차 보이지 않았다.
몸을 덜덜덜 떨기 시작한다.
이번엔 촉수를 모아 레이저를 만들어 360도로 휙하고 회전시킨다.
하지만 촉수가 모인 것도 레이저의 빛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까지 알아낸 순간, 그녀는 모든 공격을 멈추고 그저 가만히 기동이 정지된 것처럼 행동을 멈춘다.
"발악은 끝났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괴물이 말했다고 하기엔 매우 이성적인 대답이 들려온다.
지성은 그대로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샤브린 생각할 때즈음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불안해졌는지 다시 소리치는 윈.
나도, 나도 싸우고 싶지 않았어! 그저, 희망을 보고 싶었을 뿐이야. 내 희망인 스노우! 스노우만 보면 나도...!
"스노우를 봐서 어쩔 생각이었지?"
스노우 스노우... 스노우를 어떻게 하냐고?
어딘가 고장난 것처럼 스노우를 연이어 부르다가, 이내 멈칫하면서 촉수를 입에 대는 윈. 그러다가 이내 아! 하는 반응과 함께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스노우의 능력을 내걸로 만들 거야! 그럼 나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겠지! 더 이상 절망하지 않았도 않겠지!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어! 내 능력이 절망이기 때문에 내가 절망할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희망을 먹어치워야 해! 희망을 먹어치우고 능력을 얻으면, 더 이상 괴로울 이유가 없어. 맞아맞아 희망을 먹어야해먹어야해먹어야해먹어야해먹어야해
"...과연, 이런 게 침식인가."
완전히 고장나 삐걱이는 촉수 괴물을 보며, 샤브린은 고요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녀의 상식선에서 저렇게까지 망가진 괴물을 되돌릴 수단은 없지만, 스노우는 어떨까.
잠깐 고민하던 샤브린은 이내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마법이 있는지 자신의 책을 뒤지기 시작한다.
봉인과 관련된 마법.
모든 걸 파괴하던 그녀였기 때문에 영 익숙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중얼거리며, 그녀는 책에서 원하는 내용을 찾는데 성공한다.
"흠... 그러니까... 모든 죽어가는 자들에게 안식을. 프로텍트 실."
계속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촉수 괴물에게 날아가는 녹색의 봉인.
그 마력의 실이 윈에게 닿는 순간, 그녀는 갑작스럽게 휙! 하고 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시작지점을 향해 날아간다.
마력의 근원을 따라 도착해 후웅! 하고 촉수를 날리지만, 아무것도 닿지 않는 걸 깨닫고 눈을 크게 뜨는 윈.
샤브린은 그런 그녀를 보며 그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네 녀석을 구해줄 수 없다. 네 녀석에게 줄 수 있는 건 안식 뿐이겠지."
안...식? 쉴 수 있어...? 그럼 쉬게 해줘. 쉬고 싶어. 더 이상... 더 이상...
"그러니 잠시 봉인돼있어라. 스노우는 정화의 힘을 지녔으니, 네 녀석이 가진 끔찍한 기억도 잊을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스노우... 스노우... 희망... 희망...
"그래."
나도, 구원받을 수, 있어?
"...글쎄, 내가 장담할 일은 아니겠지."
스노우... 응, 잠깐... 쉬고 있을...게...
그렇게 말하며 녹색 프리즘같은 곳에 갇힌 채로 천천히 눈을 감는 윈.
그걸 잠시 위에서 바라보던 샤브린이 턱하고 프리즘을 잡자, 그대로 빨려 들어가듯 그녀의 몸에 사라진다.
그리고 바닥에서 땅이 툭하고 솟아오르더니, 그 자리에 앉는 샤브린.
잠시 눈을 감으며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듯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
지금 무슨 사태가 일어난 거지?
기사 2명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뻗어버린 상황을 보며, 잠시 멍하니 그걸 바라보는 나.
5종류의 책에서 나온 갖가지 마법을 보며 나는 그저 감탄사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일어난 마법은 사일런스.
기사가 뭔가를 소리쳤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2번째 마법은 에어 바인드.
우리에게 달려들려던 기사가 발이 걸린 것처럼 그대로 넘어지려는 기색을 보였다.
3번째는 왠 펀치를 날리는 마법.
갑작스럽게 기사들의 옆에 있던 벽에서 튀어나온 주먹들이 그들을 공격했고, 놀라운 반응속도로 기사들이 방어하려 했지만 균형이 무너진 상황이라 그대로 적중당하고 만다.
4번째는 락 바인드.
그렇게 넘어진 기사들의 온 몸을 묶어낸다.
마지막 책에서 나온 건 예의 광학미채 망토.
기사들을 묶어내고 광학미채 망토를 덮음으로서 입과 몸이 완벽하게 봉쇄된 기사들의 모습이 사라진다.
"가자."
"...응."
놀라운 점은 그 모든 게 마법에 가까운 '크리에이트' 스킬이라는 점이다.
왜냐면 마법이었으면 나에게 저장됐을텐데, 새로운 마법으로 저장된 게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역시 도라x몽. 창조 스킬로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다니 대단해.
그렇게 생각하며 문 앞으로 가자 기사를 밟았는지 약간 물컹한 감촉을 느끼곤 발을 떼며 잠시 사과한다.
발을 옮긴 곳은 딱딱하긴 했는데, 아마 기사의 갑옷 부분 중 하나인지 움찔하는 기색이 보이는 게 더 문제.
...어라? 그럼 앞에 물컹한 감촉은 어디지? 얼굴인가?
유린이는 아무런 생각도 없는지 기사가 있건 말건 그대로 밟고 지나가 락픽으로 문을 따기 시작했다.
철컥!
1분채 걸리지 않고 능숙하게 눈을 따는 걸 보며 감탄사를 표하는 나. 사실 이건 좀 예상된 게, 게임의 용사들은 열쇠가 아닌 걸로 자물쇠를 따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락픽이 필요하겠네. 라는 발상이 바로 나온 시점에서 제법 자물쇠를 따봤다는 이야기니까.
그렇게 문을 따고 들어가자 보이는 건 각종 책이 꽂혀있는 서재와 가운데 있는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있는 안경 낀 갈색 머리칼의 전형적인 학자 복장의 남성.
오래된 책냄새가 이곳이 도서관과 같은 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촛불과 흘러내리는 촛농이 그가 잠든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우와, 다크 서클 심하네.
아무래도 밤샘이라도 한 모양인지, 자고 있는 얼굴에 다크서클이 길게 늘어져있다.
"자고 있네."
"응."
"음... 데리고 나가야 돼?"
"그래야지."
퀘스트는 그를 데리고 탈출하는 것.
문제는 우리가 투명 망토를 입고 탈출하는 도중에 그가 일어나면 소동이 일어날 거라는 점이다.
...역시 깨우는 게 낫겠네.
그런 생각을 한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흔든다.
그러자 으음... 하면서 인상만 살짝 찌푸리는 남자.
그걸 본 유린이가 내 반대쪽으로 가더니, 귀에다 대고 후하고 숨결을 불어넣는다.
"흐헉?!"
과연 소름돋는 감각에 놀라며 남자는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흐트러진 안경을 살며시 잡다가 나와 마주치는 시선.
책상 쪽에 얼굴을 걸치고 살짝 올려다보고 있는 상태라 묘한 얼굴일 텐데, 남자의 얼굴이 살짝 멍해지는 걸 느낀다.
뭐야, 그렇게 이상한 얼굴이야?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면서 불만을 표하듯 입술을 살짝 내밀자, 남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걸 확인. 이내 한숨을 내쉬고 뺨을 잡자, 그제야 남자는 어? 어? 하며 눈을 깜박인다.
"누, 누구?"
"구하러 왔어. 마이가 부탁해서."
"누님이?"
"...빨리 나가야 해. 시간이 없어."
내 말에 의아한 눈으로 깜박이는 남자. 이름이 마현이었지?
하지만 이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보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유린이가 손을 슥하고 젓는다.
그러자 허공에 공간이 만들어지더니 흡수되듯 그 안으로 모조리 들어가는 책.
그 모습에 마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고, 유린이가 곧이어 입을 열었다.
"책 소중. 나중에 줄 테니, 일단 나가."
"아, 음... 네."
유린이의 말에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마현. 그 행동에 유린이는 좋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투명 망토를 꺼내든다.
유린>마현>나 순으로 보자기에 들어가자 다리가 살짝 보이는 걸 깨닫고 마현에게 딱 달라붙어서 몸을 숙이게 만드는 나. 그러자 그는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무표정하게 좀 더 숙여서 움직이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자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걸어가는 그. 얼굴을 왜 붉혀, 미친넘아.
아, 지나가는 길에 또 기사를 밟아버린 건 덤이다. 미안해.
순조롭게 영토를 나서고 혹시 몰라 거리까지 투명 망토를 쓴 채로 나가며 정문을 빠져나간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 도시가 보이지 않을 때즈음 우리가 투명 망토를 벗자, 마현이 제법 힘들었는지 허리를 쭉 펴면서 몸을 푸는 모습이 보인다.
이래서 키 큰 것들은.
내가 작아진 것 뿐이지만, 왠지 투덜거리게 되는 나였다.
"음, 역시 그렇습니까. 용케도 안 들키고 여기까지 왔군요."
"!?"
몸을 푸는 순간 언젠가부터 있던 건지 모를 기사가 바위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선언하고, 유린이와 나는 순간 놀라며 곧바로 전투 태세를 취한다.
마법소녀로 변신한 나와 예의 책을 10권 가까이 꺼내들고 새하얀 활을 꺼내든 유린이.
하지만 이내 마현이 기사를 보더니 손을 흔드는 걸 보며 눈을 깜박이고 만다.
"오, 아레트 경. 이 소녀들이 누군지 압니까?"
"한 쪽은 스노우. 마법소녀이자 영주인 소녀. 다른 쪽은...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모른다는 건 초월자라고 판단되는군요."
"..."
아레트의 정확한 판단에 나는 침묵하지만, 그는 오히려 나에게 기사 예법을 보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현 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
"마이 누님도 그렇고, 아레트 경도 지금의 영웅님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아시는 분이니까요. 예전과 같은 분이었다면, 저를 방에 묶어놓진 않았겠죠."
우리가 당황하며 그걸 보자, 마현은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렇게 말한다.
...영웅이 이상하다라.
아마 이 영토의 초월자인 라크헬름은 원래 멀쩡한 사람이었는데, 이상한 사람으로 변해간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섬뜩하긴 하네.
초월자 급이나 되는 녀석이 미쳐서 날뛰면 끔찍하겠지.
"그래서 저희는 어디로 가야됩니까? 아름다운 레이디들."
"..."
"..."
당연하다는 것처럼 오글거리는 소릴 입에 담는 마현을 보며, 유린이와 나는 서로를 보고 동시에 침묵한다.
아니 뭐... 중세 시대니까,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저런 대사가 나왔던 게 중세시대 기사 로맨스같은 거잖아? 저런 대사를 칠 수도 있지.
근데 좀 역하니까 안 했으면 좋겠어.
내가 질색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눈치채지 못한 건지 그저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마현. 나는 한숨을 살짝 내쉰 후 유린이를 붙잡으려다가 문득 아까 흙원반이 생각나 눈을 깜박인다.
생각해보니 얘 비행할 수 있는데 나한테 안겨서 날아온 거였구나.
내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자, 유린이는 시선을 피하더니 땅에 손을 대며 예의 원반이 만들어낸다.
...그래 뭐, 만들기 귀찮았을 수도 있지. 이해해주자.
자신의 원반에 마현을 태워날기 시작하는 유린이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고 따라 날아올랐다.
잠시 소강 상태가 된 전장.
라크헬름 진형의 적도 절반 이하가 된 상태인 데다가, 기계 군단 역시 20%가 망가진 상황이 된 상태로 모든 진영이 공격을 멈춘다.
이유는 당연히 아까 펼쳐진 거대한 어둠 결계.
모두가 침묵한 가운데 자신의 상대를 잃은 라크헬름이 전장을 슥하고 둘러보더니 하. 하면서 입을 열었다.
"적에게 붙은 겁쟁이 부대에 괴물만 보낸 보라변태. 초월자의 수호 결계에서 빠져나오지 않아 피해 하나 없는 영토... 전장이라고 하기엔 학살극이 따로 없군."
"라크헬름 님..."
"됐다, 마이. 우리 군이 운이 없었군."
마이가 위로하듯 그의 투구를 쓰다듬자, 그는 투구를 벗어 오른쪽 팔에 끼고는 왼팔로 마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잠시 후, 성벽을 스윽 하고 둘러보던 그는 영주인 스노우가 없단 걸 깨닫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내 눈을 한 번 감았다 뜨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우리 군의 완패. 너희 영주에게 전해라. 오늘의 패배, 이 라크헬름이 기억할 것이라고. 그리고... 피아 구분없이 괴물이 날뛰려는 걸 막아낸 초월자에게 전해라. 다음에 만날 때는 정상 컨디션에서 싸우자고. 전군, 돌아간다!"
"미친! 우리 피해가 얼만지 알아? 내 친구...커헉!"
어떤 사람이 눈을 부릅뜨며 따지려고 들자마자 그의 대검이 움직여 그 자의 목을 잘라낸다. 그러자 싸늘한 공기가 퍼져나가고, 그는 씨익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또 불만이 있는 자가 있으면 말하도록. 명령에 불복하는 애송이는 필요없다."
"..."
당연하게도 나서는 사람은 제로.
결국 마법진을 통해 라크헬름이 후퇴하고 그 마법진 위에는 항복 표시인 흰 깃발이 세워진다.
그리고 잠시 후 루시에르와 안드로이드 역시 조금 이야기한 후에 후퇴.
2개의 흰 깃발이 세워지자 남은 건 괴물을 소환한 마법진 뿐.
잠시 후, 샤브린이 채 나오기도 전에 마지막 마법진 위에 '대장 처치' 메세지가 뜨며 영토전이 종료됐다는 메세지가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뿌려진다.
"오오오오!?"
"뭐야, 끝난 거야?"
"??? 우리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결국 루시에르의 보호막으로 근접 능력자들은 싸우지도 못하고 전쟁이 끝난 건 덤.
성벽 하나로 피해 0으로 영토전이 끝났다는 소식에 당일 마을은 환호성과 소소한 술파티가 벌어졌다.
[퀘스트 '마법소녀는 선량한 사람의 편이야!'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스킬 '정의의 이름으로!'가 정식으로 스킬에 등록됩니다.]
[퀘스트 '마법소녀는 마을을 지키는 히어로야!'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동맹을 제외, 두 영토의 포인트 '235925 pt'를 얻었습니다.]
[한 달동안 영토전을 당하지 않습니다.]
"끝났네."
"끝났구나."
"네? 레이디들, 무슨 이야기 중인가요?"
"영토전, 끝났어."
"..."
그 놈의 레이디 발언 좀 그만했으면 좋겠는데요.
유린이가 그 말에 성실하게 답하는 걸 보며 나는 한숨을 잠시 내쉰 후 퀘스트 클리어 메세지를 바라본다.
왠지 큰 에피소드가 끝난 느낌이 들지만, 솔직하게 이번 영토전에서 한 게 있어야지.
내가 한 거라고 해봤자 좀 부끄러운 버프를 걸어준 게 끝.
우리 애들이 열심히 해준 결과였다.
[Rusier : 영토전 끝났어. 그쪽은 어때.]
[Snow : ???]
[Rusier : 왜.]
뭐예요, 채팅 기능도 있었어요?
갑작스럽게 등장한 메세지 아이콘을 클릭하자 보이는 푸른 채팅창.
내가 렌을 슬쩍 흘겨보자, 한동안 침묵하고 있던 그녀가 말했다.
[안 물어봤으니까요.]
아, 네. 그러시겠죠.
요즘에 렌이 물어보지 않은 건 대답하지 않아서 큰일이다. 분명 3성되면서 나오는 기능 물어봤던 거 같은데...
[그건 플레이어 공용 기능입니다.]
뭐가 다른 거죠.
[등급 기능과 공용 기능은 별개죠. 덧붙여서 친구 기능도 따로 있습니다. 현재 친분이 있는 플레이어는 등록됐을 겁니다.]
빨리도 말해주네.
아무튼 제법 괜찮은 기능으로 보여 친구 기능을 열자, 유린이와 샤브린, 루시에르, 그리고 최근에 본 현성이라는 사람의 이름까지 친구 리스트에 표시된다.
다른 마법소녀들은 아직 3성이 되지 못한 모양.
하긴, 3성이었으면 어제 본 그 마법소녀한테 4명이나 붙을 이유가 없었다. 대충 나랑 비슷한 수준이었으니까.
[Rusier : 피해는 0명. 기계 군단이 도와준게 도움이 됐어. 그래서 그쪽은?]
[Snow : 구출해서 복귀중.]
[Rusier : 좋네. 소소하게 파티 중이니까, 돌아와서 음식들 먹으면 돼.]
[Snow : 영토 식량 관리자는 난데.]
[Rusier : 네 디바이스가 아니라?]
[Snow : .]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사실이 슬프다.
아무튼 피해 0명이라니 새삼스럽게 루시에르의 방어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성벽을 만들어놓은 유린이가 신의 한수기도 하지만.
"영토전... 아, 그래서 영웅 님이 없었구나."
"응."
"그, 레이디 스노우가 영토전 영주인 거죠?"
"맞아."
"와, 영토전 이용해서 절 데리러 오다니, 상상도 못했네요."
"..."
사실 원래 작전은 목포 시에서 존버하는 거 였는데, 어쩌다보니 구출까지 하게 됐다.
전부 라크헬름이 직접 쳐들어와서입니다. 감샤합니다.
잠시 얼굴도 모르는 영웅에게 감사를 표한 뒤 목포에 설치된 텔레포트 게이트의 앞에 도착해 하품을 하는 나.
묘하게 시선을 느껴 옆을 보자 빤히 나를 바라보다가 흠칫하는 마현의 모습이 포착된다.
유린이는 그런 마현을 수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뭔데, 할 말이라도 있나?
"왜 스노우인지 알 거 같군요. 아름답습니다, 레이디"
"...응."
오글거리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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