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마법소녀는 항상 약
* * *
"네가 영토의 초월자 중 하나인가."
온통 칠흑으로 칠해진 기사가 대검을 겨누며 묻자, 병사를 두갈래로 양단하며 단신으로 쳐들어온 샤브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허허. 하면서 기가 막히다는 것처럼 웃는 남자.
그리고 붉은 안광을 더 짙게 만들면서 그는 입을 열었다.
"건방지군. 내 병사들을 무시하고 나한테 들어온다는 건, 죽을 각오가 됐다는 의미겠지?"
"죽는 건 네놈이다."
"입을 놀리는 수준만큼 실력도 있길 바라마!"
샤브린이 가볍게 웃으면서 흑기사를 도발하자, 그는 선선히 도발에 응하면서 먼저 달려든다.
대검의 무게를 이용한 내리찍기 공격.
대놓고 힘을 압살하겠다는 공격에 샤브린은 자신의 피투성이 검으로 공격을 흘리는가 싶더니, 이내 빗겨나간 순간 그녀의 손에서 검이 사라진다.
그리고 동시에 반대편 손에 잡히는 하나의 레이피어.
그 레이피어가 대검을 노리고 들어오는 순간, 라크헬름은 수상함을 느끼며 대검을 몸으로 당겨 공격을 피해낸다.
"감이 좋군."
"흥."
레이피어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곧바로 그녀의 손에서 레이피어가 사라지며 동시에 잡히는 건 묵빛 창.
사거리 농락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듯 능숙하게 창으로 라크헬름을 찔러 들어가자, 그의 안광이 살짝 일렁이며 공격을 회피하고 창을 쳐낼 타이밍을 재기 시작한다.
ㅡ물론 의미는 없었다.
창의 연속 찌르기가 끝나는 타이밍에 대검이 그대로 창을 쳐내며 베기를 시도하지만, 오히려 좋다는 것처럼 튕겨나가는 창에 마력이 맺힌다.
그리고 동시에 횡베기.
라크헬름의 횡베기와 창의 횡베기가 부딪히는 순간, 카앙! 소리가 아닌 키기기긱! 소리와 함께 라크헬름의 대검에 있던 마력이 갉아먹히기 시작한다.
"다잉 랜서."
그리고 창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는 걸 보며 안광을 빛내는 라크헬름. 그리고 그의 대검에서 일어난 마력 역시 순간 폭발하듯 강해지기 시작하며 창과 검은 힘겨루기를 시작한다.
"페이탈 스트라이크!"
"흠...!"
자체 근력에서 밀리는 건지, 샤브린의 창이 점점 밀려나기 시작하고, 그걸 깨달은 그녀는 오히려 힘을 풀며 창을 없애버린다.
그러자 대검을 헛스윙하는가 싶더니, 그 원심력을 이용해 그대로 연격을 날리는 라크헬름.
어느새 공격을 받는 샤브린의 손에는 회색빛 검과 검붉은 검이 동시에 들려있었다.
카강!
양손에 들린 검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검을 흘려내며 동시에 파고 들어가 마력이 담긴 다리 걸기를 시도하는 샤브린. 그러자 라크헬름은 흥. 하면서 그대로 어깨 보호구로 몸통 박치기를 날린다.
샤브린의 가슴팍에 몸통 박치기가 닿기 직전 눈 앞에 마력폭발을 일으켜 살짝 몸을 물리는 그녀. 서로 약간의 데미지를 입고 거리가 벌려지자, 샤브린의 손에는 활 하나가 들린다.
"썩 귀찮군. 무구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칭찬으로 듣지."
벌어진 거리로 쏘아지는 마력이 담긴 화살 세례.
몇발은 보호구로 튕겨내고 몇발은 검으로 막아낸 그가 샤브린에게 닿기 직전, 샤브린의 화살 모양이 달라진다.
다른 화살과는 다르게 곡선의 십자 형태를 띄고 있는 화살.
뭔가 다르다는 걸 확인한 라크헬름이 검면으로 샤브린을 강타하려고 하자, 그녀는 웃으며 시위를 놓아버린다.
쿠웅!
"흐읍?!"
그대로 충격과 함께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라크헬름.
하지만 생각보다 충격이 강하지 않은 듯 목을 한번 돌리며 우득.하는 소리를 낸 그가 다시 달려들자, 샤브린의 손에는 다시 한 번 창이 들린다.
"무식하기 짝이 없구나."
"하, 무식한 사람한테 당하는 놈이 할 소린 아닌데."
"피차 원래 전력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
붉은 안광을 번쩍이며 말하는 라크헬름과 사나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샤브린. 라크헬름의 공격이 닿기 전 다시 한 번 샤브린이 사거리를 이용해 찔러 접근을 차단하지만, 이미 공격을 읽었다는 것처럼 연격을 자연스럽게 흘려내기 시작한다.
"대검치곤 능숙하게 흘리는군."
"하, 능력치 제한만 당하지 않았으면, 진작 끝났을 전투겠지."
"그건 어떨까. 내 마력이 제한당했다는 거에 감사해야할 거다."
거리를 주자마자 이어지는 대검의 연속 공격에 창으로 검면을 치며 튕겨낸 후, 다시 한번 손에 잡힌 레이피어가 검을 노리고 들어간다.
그러자 검을 물리면서 인상을 찌푸리는 라크헬름. 부딪히면 안 되는 무기라는 건, 굉장히 껄끄러운 녀석이었다.
"후, 서로 간보는 건 그만하도록 하는 게 어떤가?"
"벌써 지쳤나?"
"나야 끝을 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상한 게 보여서 말이다. 저 괴물놈, 현 능력치 제한을 뚫은 모양이군? 영웅으로선 간과하기 힘든 일이다."
라크헬름의 말에 순간 흘깃하고 하늘을 보는 샤브린.
그러자 마법소녀들과 화려하게 슈팅전을 펼치고 있는 한 촉수 괴물을 보며, 그녀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뜬다.
언뜻 보이는 마력량만해도 이미 4성을 넘은 상태.
오버 4성이라 불리는 탈 4성들이 몇몇 있긴 하지만, 지금 4성이라는 수치는 전장에 만들어지면서 설정된 최대 수치다.
그 제한을 뚫었다는 건, 필시 규칙을 어그러뜨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
확실히 라크헬름과 그녀가 싸울 상황은 아니었다고 그렇게 판단했다.
저 괴물이 폭주라도 했다간 모두 말아먹을 전개니까.
"요격할 방법은 있나?"
"단적으로 말해, 없다. 날아다니는 건 궁병이나 마법사가 처리해야 할 놈이니까."
"초월자치곤 너무 근접전 특화로군."
"원래 영웅에게는 뛰어난 동료가 함께하는 법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씨익하고 웃는 라크헬름. 그런 그의 말에 샤브린은 그저 그런가. 하고 짧게 답하고는 검을 푹하고 땅에 꽂는다.
그와 전투하지 않겠다는 의미.
라크헬름도 영웅이었기 때문에 그 의도를 알아듣고 대검을 내렸고, 샤브린은 잠깐 고민의 기색을 보인다.
요격할 방법은 있지만, 눈앞의 남자를 믿을 수 있을까.
일단 영웅이기에 대놓고 전투를 걸지는 않지만, 샤브린은 그 점을 믿을 수 없어 잠시 망설인다.
그러자 어깨를 으쓱하면서 거리를 벌려주는 라크헬름.
그 모습에 샤브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군. 이번 영토전을 포기한다면, 저걸 나 혼자 막도록 하마."
"그럴 순 없겠는데. 하지만 적어도 내가 나서는 것 자체는 포기하도록 하지.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만, 내 동료 중 하나가 와있어서 온 거니까."
"동료?"
"네 등 뒤에 있는 그녀를 이야기하는 거다."
"그렇군."
샤브린의 등 뒤에 생긴 그림자에서 스르륵 튀어나오는 마이를 보며,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전혀 놀람없는 태도에 헛웃음을 흘리는 라크헬름.
마이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내가 전장에 내려섰을 때부터 들어와있던 건 확인했다."
"...그건, 굉장하군요."
"허, 알면서 내버려뒀다?"
"의미가 없으니까. 그보다 후퇴할 거라면, 빨리 멀리 물러서는 게 좋을 거다."
그렇게 말하며 샤브린은 곧바로 영창을 개시했다.
"Geboren zu zerstören(멸망을 위해 태어났다.)"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전장에 흘러가듯 퍼져나간다.
마력이 담긴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된다.
멸망을 위해 태어난 사람.
마력 속성 자체가 '멸망'이자 '파괴'인, 어떻게 보면 마법소녀에 가까운 소녀.
"Und Zerstörung findet nicht statt.(그리고 멸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녀가 갈망했던 멸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꿈이었다.
영창을 통해 그녀의 과거사가 눈에 잡히듯 펼쳐진다.
어느 세계의 초원에서 도시들을 하나하나 멸망시키지만, 결국 누군가에 의해 계속해서 막혀간다.
하지만.
"nie verlieren.(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으며.)"
그런 그녀에게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다.
매번 막아서는 자를 후퇴시키며 도시를 파괴하기를 반복.
흐릿하게 보이는 과거사를 읽어내며, 라크헬름의 눈에 감탄이 서린다.
그조차도 패배한 경험 자체는 있었으니까.
"gewinnt nie(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승리한 적도 없다.
그녀의 승리는 그저 허물뿐인 승리.
도시를 파괴했지만, 내용물은 하나도 남지 않은 그저 장식품에 가까운 승리.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이미 맞서는 자의 승리조건은 달성된 상황이었기에 그건 승리하고 할 수 없었다.
"Unzählige Geister haben mich gefressen.(무수한 원혼들이 나를 먹어치웠으며)"
그럼에도 그녀에게 죽어나간 자들은 그녀를 저주하고 증오했다.
언데드.
원령의 집단은 항상 그녀를 괴롭히며 그녀가 타락하고, 쓰러지길 바랬고 멸망이라는 속성을 가진 그녀는 그저 고고한 정신으로 그 저주에 맞서며 표정 변화없이 그 저주를 막아냈다.
맞서는 자가 필사적으로 세계를 지키려했지만, 글쎄.
세계는 사람만 살린다고 유지되는 곳이 아니었다.
"Derjenige, der von der Welt geliebt wurde, sah es traurig an.(세계의 사랑을 받는 자는 그 사실을 슬퍼하며 바라봤다.)"
그녀에게 맞서던 자는 그걸 알았기 때문에 그녀를 계속해서 설득했다.
세계를 수호하고 지키는 존재인 수호자.
세계를 파괴하고 멸망시키는 존재인 파괴자.
수호자는 파괴자였던 그녀를 막으며 안쓰럽게 바라봤고, 파괴자는 그저 그런 그의 눈을 보며 의문을 가질 뿐이었다.
자신이 그에게 그런 눈으로 바라봐질 이유가 없었으니까.
"Und diejenigen, die von der Welt geliebt wurden, wurden von denen getötet, die sie beschützten.(그리고 세계의 사랑을 받는 자는 스스로가 지키던 자들에게 죽고 말았다.)"
그렇기에 파괴자는 결국 그와 함께하게 됐고, 수호자는 평화를 되찾은 후 자신이 지키던 자들에 손해 죽어버렸다.
파괴자가 쓰러졌다는 것으로 판단한 왕과 귀족들이 권력이 막대해진 수호자를 견제하고 죽이려 암살자를 파견한다.
쓸모가 없어진 수호자는 그저 자신들의 권력을 빼앗아가는 적일 뿐이니까.
물론,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파괴자에게는 그저 인간들의 욕심을 보게 된 일일 뿐.
수호자는 사람을 지킬 때 가장 강해지는 사람이었고, 사람들에게 공격받으면 한없이 약해지는 존재.
결국 그는 죽었고, 파괴자는 세상에 다시 홀로 남겨졌다.
"Ich habe seinen Willen nicht gehalten.(나는 그의 유언조차 지키지 못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유언.
인간을 미워하지 말아줘.
더 이상 세계를 파괴하지 말아줘.
이 얼마나 어리석고 딱한 존재인가.
파괴자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약속을 이행하려했지만, 인간들은 선을 넘었고 파괴자는 세계를 멸망시켰다.
"...영웅의 행보는 아니군."
"난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세계의 결말에 가까운 이야기를 보며 라크헬름이 불편하다는 얼굴을 하지만, 샤브린은 그저 고요한 눈으로 그렇게 말한다.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그저 세계를 파괴하는 자.
샤브린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루시에르, 마법소녀들의 후퇴를."
그렇다고 해서 현 아군을 죽일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영창을 하는 이유.
그건...
"Ich sitze allein in der zerstörten Welt und graviere mir das Ende der Welt in die Augen.(나는 멸망한 세계에 혼자 앉아 세계의 마지막을 눈에 새긴다.)"
멸망한 세계를 구현하면 그 자리가 영토전의 자리가 되지 않기 때문일 뿐.
제약이 풀려나간다.
세상이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샤브린의 마력이 폭발하듯 퍼져나간다.
마법소녀들이 어두워지는 세계를 피하듯 성벽으로 도망치는 게 눈에 띈다.
그 모습을 전혀 표정 하나 변치 않고 바라보다가, 손에 칠흑의 가면을 만들어 얼굴에 쓰는 샤브린.
그녀의 원래의 모습, 멸망과 파괴의 요정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nding Grab.(끝의 무덤)"
그리고 어둠은 하늘에 떠있던 괴물과 샤브린을 삼키고 그대로 전장에서 사라졌다.
"..."
"어울려."
"...윽."
평소에 한 번도 입지 못한 옷들을 입고 돌아다니니, 묘하게 가슴이 쓸리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나.
유린이가 만들어준 옷에 분명 속옷류도 있었지만, 그거까지 필요성을 못 느껴 거부했던 걸 절절하게 후회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피부가 약하겠지.
마법소녀 패시브로 티는 나지 않지만, 어제 분명 생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부가 쓸릴 때마다 고통스럽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를 반복한다.
뭐야 이거, 신종 고문인가?
유린이도 내 상태는 눈치챈 모양이지만, 어째선지 아까 만든 속옷을 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신종 수치 플레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시 돌려달라고 하자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어."
"...그러게."
유린이의 말에 나는 그저 짧게 긍정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현대인 복장의 연분홍색 눈동자가 흔한 건 아니지만, 그냥 평범하게 컬러렌즈나 마안 계열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 영지 역시 현대와 판타지가 섞인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서로 처음 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한 몫하는 편.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영주성 근처로 가며 나는 곧바로 유린이가 준 안경을 사용한다.
[퀘스트 대상자 위치를 탐색합니다.]
그런 메세지가 퍼지며 나오는 미니맵.
와! 미니맵 기능!
성 내부 구조가 안경을 통해 보이기 시작하며, 2층 어느 방에 목표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
...잡혀있는 것치고는 좋은 대우 아냐?
미니맵 상으로 지하 3층까지 감옥이 있는 게 보이는데, 2층은 응접실이나 손님방이 잔뜩 있는 곳이다.
다만 문에 걸린 자물쇠 표시로봐서는 확실히 잠겨있긴 한 모양인데...
"문이 잠겨있어."
"그래? 그럼, 락픽이 필요하겠네."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허공에 락픽을 만들어내고는 잡는 유린이. 그리고 동시에 다른쪽 손에 왠 큰 보자기를 만들어낸 그녀가 살짝 미소 지어보이더니 슥하고 그걸 덮는다.
"어?"
그러자 그 자리에서 바로 사라지는 유린이.
마법도, 마술도 아닌 괴상한 은신에 내가 눈을 깜박이지만, 이내 유린이의 손이 허공에서 튀어나오며 큰 보자기가 나와 유린이를 동시에 덮는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해 들어오자마자 은신해버린 그 행동에 눈을 깜박이는 나.
안쪽에서는 흐릿하게 밖이 보이는데,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괴상한 미채 망토를 보며 내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이거 해X포터..."
"쉿."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조용히 하라는 것처럼 손가락을 내 입에 댄 후, 곧바로 바닥에 손을 짚고 무언가 만들어내는 유린이.
이내 흙으로 만들어진 원반이 날아오르듯 튀어나오고, 우리는 은폐 상태로 그대로 하늘을 날아오른다.
언젠가 뭐하고 살았는지 꼭 들어봐야겠다.
그렇게 병사들을 피해 성벽을 넘고 미니맵에 따라 방향을 가리키는 나.
성문은 교대하러 나오는 병사들이 나올 때 몰래 들어가고, 마법사들이 이상해하면서 우릴 바라볼 때는 가만히 멈춰서 대기한다.
암살자 잠입 액션 게임을 하듯 몰래몰래 이동하는 스릴감에 내 심장이 조금씩 두근거리기 시작할 때즈음, 2층에 올라서자마자 유린이가 나를 당기며 벽쪽으로 밀착.
목표인 방 앞에 기사 둘이 서있는 걸 알고 잠깐 고민의 기색을 보인다.
정상적인 잠입 액션 게임이라면 좀 떨어진 방으로 들어가 벽을 타고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게 정석이지만, 이 성에는 걸쳐서 밟을만한 벽이 없으니 그 건은 기각.
...애초에 밖에 있을 때 처음부터 비행으로 들어오면 됐나?
잠깐 그런 생각이 들지만 뭐, 이미 들어와버린 이상 그 방법은 사용하기 힘들다.
남은 방법은...
ㅡ기사들을 몰래 쓰러뜨리고 강제로 들어가는 것.
원래 암살이라는 건 목격자만 없으면 성립되는 일이다. 딱히 암살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곧바로 마법을 준비한다.
그러자 마력 유동을 느낀 건지 기사들이 경계하듯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고, 유린이는 그 모습에 쓰게 웃으면서 미채 망토를 던지고는 허공에 5개의 책을 흩뿌렸다!
"?"
그 책들은 모예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