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24화 (24/149)

〈 24화 〉 마법소녀는 항상 소녀여야 해!

* * *

목포에서만 3명째.

이쯤되면 내가 마법소녀를 끌어들이는 센서가 있는게 아닌가 조금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 다행입니다."

"마이, 라고 했지. 어떤 일로 날 찾아온 거야."

"명령 자체는 스노우 님은 데려오는 겁니다만... 그렇군요, 스노우 님은 이미 플레이어입니까."

잘 됐다는 것처럼 그렇게 끄덕이는 마이. 잘 됐다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지금 저는 스펙을 2정도까지 낮추고 들어왔습니다. 3성인 스노우님을 상대로는 이길 수 없죠."

"스펙을 낮춰?"

"제 스킬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편법으로 영토 이동이 가능하죠. 설마 2단계가 되기 전에 3성을 찍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 좋네요. 굳이 싸우지 않아도 후퇴 명분은 있겠어요."

"그래서."

"현재 제가 있는 곳의 영주인 '라크헬름'은 현재 광주 광역시에 위치한 영주입니다. 1단계라 아직 빠져나가고 있지 못하는 초월자죠. 아마 이번 영토전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응."

초월자가 직접 참가한다는 소리려나.

그건 좀 무섭다. 샤브린이랑 부딪혀본 바로는 내가 플레이어가 됐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 거 같진 않다.

"아마 라크헬름은 저를 보내겠죠. 몇몇 수하도 함께 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리 많은 병력을 보내진 않을 겁니다. 질보단 양을 추구해 많은 수하들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라크헬름이 신뢰하는 건 3명 정도 거든요."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협력하죠."

"?"

"영토전의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영토전에서 도움도 드리겠습니다. 대신..."

"대신?"

"제 동생을 광주시에서 구해주십시오."

[마법소녀는 악당을 용서해서는 안 돼!가 클리어 되었습니다.]

[목포 시가 영토로 편입됩니다.]

[마법소녀 '유레하'와 마법소녀 '파이렌'이 마법소녀 '스노우'의 소속이 됩니다.]

[마법소녀 '스노우'의 영토가 총 4개가 되었습니다.]

[왕국이 선언됩니다.]

[왕국의 이름을 말해주세요. 입력하지 않을 경우, 플레이어의 이름인 'Snow'가 왕국명이 됩니다.]

[마법 '스타 프리즘 파워 업'을 얻었습니다.]

[서브 퀘스트 '마법소녀는 선량한 사람의 편이야!'가 시작됩니다.]

[마법소녀는 선량한 사람의 편이야!]

당신의 앞에 있는 새로운 마법소녀는 현재 누군가에게 강제로 소속되어 있는 마법소녀다.

그 누군가에 의해 협박당하고 있기 때문에 갖가지 음지의 일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본성은 선 그 자체.

이건 정의의 마법소녀로서의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녀가 협박당하는 원인인 '마현'을 구출해서 광주에서 탈출하라!

달성 조건 : 광주광역시에 있는 '마현' 구출.

실패 조건 : 생포 or 사망.

보상 : 스킬 '정의의 이름으로!' 획득.

실패 시 : 상상에 맡깁니다.

특이사항 : 임시로 '정의의 이름으로!'를 획득합니다.

[스킬 '정의의 이름으로!'를 얻었습니다.]

"..."

정의의 마법소녀로 증명하고 싶은 생각없는데요.

그렇게 소리치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 그런 말을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에 그저 한숨을 내쉰다.

그보다 실패 시 상상에 맡깁니다는 또 뭐야.

요즘 퀘스트 재미로 만들고 있는게 분명하다.

"저기..."

"알겠어. 하지만, 영토전 후에."

"네! 감사합니다!"

내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몸을 푹 숙이면서 감사 의사를 표하는 마이. 사실 마이가 영토전에서 날 도와주면 배신했다는 사실을 상대 측에서 알게 될 텐데...

하지만 시간이 없다.

해주고 싶어도 못 해주는 상황이란 말이지.

"저... 죄송하지만 마법 한발만 팔에 쏴주실 수 있나요?"

"...뭐?"

갑작스러운 마이의 말에 나는 굉장히 드물게 표정 관리에 실패하고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내가 잘못 들었나?

갑자기 자해하고 싶다는 선언을 하다니, 얘 마조히스트인게...

"아뇨아뇨아뇨! 그런 쪽이 아닙니다! 아예 안 다치고 가는 건 이상하잖아요."

"아."

그녀의 말에 나는 수긍하며 조심스럽게 별의 마력을 운용한다.

나한테 당했다고 말하기 가장 적절한 마법은 당연히 슈팅 스타.

그렇다고 진심으로 때릴 생각은 없으니까, 가볍고 약하게 3발로...

아니, 잠깐만.

"마법소녀는 상처같은 거 안 입잖아."

"...그래요?"

"..."

아니, 왜 모르세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처음 각성했을 때 상황이 떠오른다.

마법소녀라는 클래스가 생기면서 어울리는 애들을 전부 마법소녀 클래스로 옮긴다고 했지?

그 후로 전투한 적이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돌아가서 그 특성을 설명하면 면제받을 수 있을 거야."

"...네, 그럼 영토전 때 뵙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검게 물들면서 스르르 사라지기 시작하는 마이. 오... 그림자 계열인가? 엄청 간지난다.

"일단..."

방금 배운 마법이 너무 많으니까, 조금 확인해보자.

[스타 프리즘 파워 업] ­ Lv 1

별의 마력을 흩뿌려 아군 진형에 소속된 모든 아군의 능력치를 10% 상승시킵니다.

영창 : 매지컬 스타링! 서로 사랑하면서 정의를 구현하죠! 스타 프리즘 파워 업!

주의사항 : 큰 소리로 소리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음.

"..."

너만 아는 거 내놓지 말랬지!

첫 번째 스킬부터 정신이 어질어질해진다.

...스킬 효과는 엄청나다.

Lv 1이 전체 능력치 10% 상승.

다른 버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10%라는 수치는 쉽게 볼 게 아니니까.

그래, 냉정하게 이번 영토전에 쓰고 시작하면 정말 좋은 스킬이다.

"매.. 매지..."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소리치는 것도 주저되는 내용.

말하기도 전에 얼굴이 화끈해지는데, 소리쳐야 한다고...?

그것도 엄청 많은 사람들 앞에서?

"..."

무리, 절대 무리.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그래, 다른 스킬을 확인해보자.

[정의의 이름으로!] ­ Lv master

적대 진형이 자신의 지역에 존재한다면, 적군 전체에 '무기력' 디버프를 작동합니다.

정신력이나 마력 수치에 따라 저항할 수도 있습니다.

* 무기력 : 저항 실패시 아군 지역을 벗어날 때까지 의욕을 잃고 모든 능력치가 10% 다운합니다.

영창 : 마법소녀 스노우!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주의사항 : 목소리를 들은 적대 대상들에게 적용.

"..."

스타 프리즘 파워 업의 디버프 버전 스킬에 씌워진 악의를 보며, 나는 얼굴을 한 차례 부여잡는다.

싫어... 살려줘...

왜 부끄러운 건 안정된 정신이 발동하지 않는 거냐고.

억지로라도 발동하기 힘든 주문을 보며 나는 잠시 얼굴세수를 2번 하고, 이내 흔들거리며 땅에 도착해 근처 나무에 기댄다.

아아... 별이 엄청 예쁘네요.

잠시 하늘을 보며 힐링하다가 눈 앞에 뜬 두 스킬 메세지를 보며, 나는 몸을 부르르 떤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현실일 리가 없어.

게이머의 감각이 말해주고 있다.

이 스킬을 쓰면 아군을 많이 살릴 수 있고, 피해가 엄청 줄어들 거라고.

하지만 남자였던 내가 말하고 있다.

내 존엄은 완전히 멸망할 거라고.

"...애초에 여자애라도 이건 못 말할 거 같은데."

거 관리자 아저씨, 자기 환상을 제 스킬에 넣지 말라고요.

분명 남자일 게 분명한 관리자에게 속으로 투정해보지만, 그런다고 주문을 바꿔주진 않겠지.

한숨이 늘어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내일의 내가 분명 쌍욕을 박을 내용을 입에 담으며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희미하게 들리는 벌레 소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숲의 소리.

그런 난장판이 일어났었는데, 용케도 벌레들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동물들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됐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늑대가 생각나 살짝 얼굴을 찌푸린다.

"..."

새크리파이스 리저렉션을 빨리 배웠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나와 연동되었던 사람의 능력을 잠시 떠올리자, 또 다른 스킬 창이 모습을 드러낸다.

[새크리파이스 리저렉션]

자신의 현재 체력의 절반을 소모해 5분 안에 사망한 사람들을 살려냅니다.

이때 살아난 사람과 능력 대상자는 10분에 10%씩 3번 회복하게 됩니다.

영창 : 잠깐 그들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

5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주머니에서 탄환 하나를 꺼내든다.

빙의 전에 군대를 다녀오긴 했지만 탄약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그저...

"..."

보고 있자니,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잠에 취해있던 나는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살며시 눈을 뜬다.

테나라도 올라와있나 싶어 보자, 거기서 보이는 건 아름답게 반짝이는 녹빛의 머리카락.

침대에 멋들어지게 흩뜨려진 머리카락과 양 무릎을 살짝 벌려 꿇고 내 다리 위에 앉아있는 소녀를 보며, 나는 잠시 눈을 깜박여 시야를 제대로 회복한다.

입고 있는 옷은 녹빛의 투피스.

다시 말해 나한테 닿은 부분은 제법 민감한...

"주인님♥"

"..."

어쩐지 대사에사 하트가 느껴질 정도로 끈적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나는 그에 오히려 섬뜩함을 느끼며 몸을 일으킨다.

그러자 아앙~ 하면서 살짝 몸을 뒤로 넘기더니 풀썩하고 쓰러지는 소녀.

...당연하지만, 그녀는 유레하다.

"뭐하는 거야."

"싫다~ 몸도 마음도 전부 주인님의 것이 되버려♥!"

"..."

내가 얘 왜 이러냐는 얼굴로 파이렌을 보자, 그녀는 뭔가 문제 있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한다.

...여기선 또 순수한게 문제네.

아니, 그보다 정령인데 왜 이렇게 성향이 다른 거야.

"지금 몇 시야."

[새벽 6시입니다.]

"...유레하."

"네☆"

"...텔레포트 게이트 만들어줘. 여기에."

"아항? 주인님, 머리가 좋네요☆. 목적지는 어딘가요?"

"성남 시 성벽 하늘."

내가 뭘하려는 건지 금방 깨달은 것처럼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 유레하가 곧바로 뭔가 허공에 조작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파앗­ 하는 빛과 함께 땅에서 갑작스럽게 동화되기 시작하는 텔레포트 게이트.

푸른 차원문과 벽이 연결된 것을 보며, 나는 잠시 속으로 감탄하면서 게이트에 손을 뻗는다.

"늦었어. 너랑 이야기는 나중에. 일단... 돌아가야해."

"네♥"

"..."

적응 안 되네, 진짜로.

나한테 느리다던가 매도하던 그 유레하가 좀 더 나은 느낌도 든다.

아니, 이건 좀 마조히스트 발상인데.

아무튼 아직 2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2단계의 기준은 아침 9시부터.

그 전에만 영토로 넘어가면 상관없다.

"사정은 들었어?"

"음~ 어느 정도는요?"

"그걸 듣고 멀쩡한 것도 대단하네."

"그치만~ 생각나지 않는 걸 생각해도 의미 없잖아요★?"

정론이다.

그녀의 대답에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나. 그리고 잠시 후, 내 몸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사라졌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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