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마법소녀는 악당을 용서해서는 안 돼!
* * *
갑작스럽게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수해의 마법소녀는 도시 한가운데 열리는 게이트에 긴장하며 전투 태세를 취했지만, 이내 그 안에서 일반 시민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서서히 공격 태세를 푼다.
"스노우가 해낸 건가?"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르르 쏟아지는 시민들을 보며, 그녀는 다른 이들을 긴급 호출해 남는 집들에게 자리를 배정해준다.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을까.
더 이상 사람이 오지 않는 걸 느낀 루리에는 혹시 스노우가 돌아올까 싶어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갈색 소녀를 보며 흠칫. 하고 그녀를 바라본다.
"아, 스노우가 아니구나. 어서오세요, 성남시입니다."
"...아, 네. 환영 감사합니다."
"혹시 손님이 마지막일까요?"
"네, 제가 마지막이예요."
"그렇군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눈을 감은 채로 말하는 미경이를 보며 루리에가 살짝 얼굴을 굳힌 채로 그녀의 손을 잡아준다.
그러자 몸을 살짝 떨다가, 이내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녀.
루리에는 그녀를 집으로 안내하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혹시 스노우가 뭐하고 있는지 아시나요?"
"그분은... 다른 마법소녀들을 데리고 온다고 했어요."
"다른 마법소녀... 분명 쌍둥이 마법소녀였죠?"
"네, 그분은 훌륭하게도 두 명의 마법소녀들이 날뛰는 걸 막았어요. 그 분이 이뤄낸 기적을 본 사람들은 전부 그분을 찬양하겠죠. 이 시대의 진정한 메시아로서."
"스노우가 천사로 보이긴 하죠."
"천사?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사람을 살리는 '기적'을 보여주었으니, 그 분은 천사일지도 모르겠어요."
"네?"
미경이의 말에 루리에가 눈을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지만, 갈색 소녀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지 오래였다.
"아아, 스노우 님... 스노우 님은 천사가 분명해요. 그래서 저의 허접한 능력따위 통하지 않았던 거겠죠."
그런 말을 남기며 안내받은 집으로 들어가는 미경이. 그 모습에 루리에는 뺨을 긁적이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곤 다시 게이트 쪽으로 돌아간다.
얘는 또 무슨 일을 했길래 저런 광신도가 만들어진 거람.
새삼스럽게 감탄하게 되는 루리에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마지막 미경이를 끝으로 더 이상 아무도 뱉어내지 않는 게이트를 지켜보던 중,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하는 게이트를 보며 그녀는 눈을 크게 뜬다.
어라, 닫히는 거야?
막아내려고 이것저것 스킬을 써서 억지로 틈을 고정시키려고 하지만, 그냥 쏘아낸 그대로 쏙.하고 흡수되버리는 물의 마력.
그 장면을 본 루리에가 급하게 자신의 몸이라도 넣어보려하지만, 일방통행인지 투명한 막이 들어서는 걸 막아낸다.
"뭐야 이게... 야! 스노우! 안 돌아올 거야!"
게이트를 향해 그렇게 소리치지만, 그런다고 게이트가 닫히지 않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작아져버리는 게이트. 이내 완벽하게 게이트가 닫히고, 루리에는 어이없다는 것처럼 그 자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나무 밑동에 풀썩하고 앉는다.
"또 뭘하려고 안 돌아오는 거야... 너무 자기희생적인 거 아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보내놓고 몬스터가 가득한 도시에 쓰러진 마법소녀들과 함께 남은 별무리의 마법소녀.
아마 후에 찾아올 사람들을 위험하지 않게 하기 위해, 혹시나 방황하는 사람들이 정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반 몬스터를 전부 정리하기 위해서 남은 것이리라.
자기 구역도 지키기 급급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루리에는 그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담을 따름이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스노우는 늦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달해야겠네..."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으윽..."
"...?"
잠시 주변 몬스터를 퇴치하고 내려서자, 드디어 일어난 건지 파이렌 쪽에서 신음성이 들려온다.
멍한 표정으로 눈을 뜨더니 멍청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
이내 눈에 초점이 점점 돌아오기 시작한 그녀는 아직 잠들어있는 유레하의 손을 꼭 잡더니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뭐, 뭐야? 납치야? 우린 정령인데!?"
"...정령?"
역시 침식 상태일 때의 기억은 없는 모양이다. 그보다... 정령이라고? 마법소녀가 아니라?
"너, 너가 납치범이야!? 잘 들어! 우린 정령이야! 육체를 얻긴 했지만, 이미 주인님한테 종속된..."
"...?"
그녀의 설명에 잠깐 순환시를 켜 바라보지만, 어딘가로 연결된 패스는 느껴지지 않는다.
즉, 그녀들은 침식에 당하기 전 누군가와 계약돼있었지만, 지금은 끊어졌다는 이야기다.
"정신 차려. 너에게 그런 패스는 없어."
"무슨... 어?"
내 말에 반박하려던 파이렌은 이내 허공을 더듬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윽고 얼굴이 굳어진다.
그 행동에 마나시를 해제하고 그녀에게 천천히 걸어가는 나.
그러자 파이렌은 내가 두려운 것처럼 흠칫하면서 침대 구석으로 물러나기 시작하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너, 별이야?"
"별?"
"아, 그... 희미하게 별의 냄새가 나."
그건 또 무슨 냄새야.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원피스를 살짝 들어 킁킁. 하고 냄새를 맡아보지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내 행동에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파이렌. 아마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말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그, 속성을 말하는 건데... 너, 별의 정령이야?"
"아닌데."
"이상하다, 생각보다 냄새가 진한데..."
"...변신."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파이렌을 보며, 나는 곧바로 별무리의 마법소녀로 변신한다.
그러자 얼굴이 확하고 밝아지면서 이거야! 하곤 나에게 다가오는 파이렌. 갑자기 내 코 앞까지 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녀의 반응에 나는 눈을 깜박이고 만다.
"역시 별의 정령이구나! 태초의 정령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아니라니까."
"이렇게 별의 냄새를 풍기면서 아니라고 부정해도 소용없어!"
"...하아. 잘 들어.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응!"
해맑게 웃으면서 내 말을 받아들이는 파이렌. 뭔가 동경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착각을 해도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조금 쪽팔리긴 하지만... 사랑이니 정의니 같은 것들을 외치는 거보단 훨씬 마음 편히 외칠 수 있으니까.
"나는 별무리의 마법소녀, 스노우야. 네가 말하는 정령같은 게 아냐."
"이쪽 세계에선 정령을 마법소녀라고 하는 구나!"
"..."
어쩌지, 이 애 너무 마이페이스야.
그녀의 말에 나는 잠깐 얼굴을 부여잡으면서 한숨을 내쉰다.
내가 정령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알려줄 방법이 필요하다.
냐옹~(계약하면 되는 거다냐~)
"...정 내가 정령이라고 생각되면, 나한테 계약을 걸어봐."
"어? 그래도 돼?"
"응."
"신난다! 정령 계약! 마스터 지정 '스노우'!"
[화령의 마법소녀 '파이렌'이 당신에게 계약을 요청했습니다.]
[그녀는 당신을 주군으로 삼길 원합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예/아니오]
이걸로 확인할 수 있다고 안 그랬니?
내가 여전히 가슴에 얼굴을 부비면서 놀고 있는 고양이를 바라보지만, 냐옹이는 냥? 하면서 멀뚱멀뚱 나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아, 이 녀석도 아무 생각이 없구나.
딱히 정령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 계약하라고 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냥 계약하면 편하니까 그랬던 걸지도.
"뭐야~ 계약하자고 한 건 스노우잖아! 얼른 해줘해줘!"
"..."
뭔가 애 속여서 강제로 계약을 따낸 느낌인데.
조금 껄끄럽긴 하지만, 나는 곧바로 그녀의 말대로 계약을 승인한다.
화르륵.
그러자 몸에서 불이 솟아오르며 조금 더 커지는 기색을 보이는 파이렌.
잠시 눈을 감고 몸 주변을 타고 흐르는 화염을 조종하는가 싶더니, 이내 마음에 든다는 얼굴로 아이 같은 웃음을 보인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직 힘은 크게 상승 안했는데, 마나의 질이 다르네! 잘 부탁해, 마스터!"
"..."
이상하다, 난 분명 마법소녀를 데리러 왔던 거 같은데.
왠지 정령을 자칭하는 이상한 소녀 하나를 획득했다! 라는 메세지가 귀에 아른거리는 느낌이 든다.
"근데 마스터! 나 궁금한게 있어!"
"뭔데."
"지금까지 일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혹시 아는 거 있어!?"
"아..."
파이렌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며 그녀를 바라본다.
일단 이 쌍둥이는 진실을 알아야만한다.
그래야만 속죄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방법을 마련할 수가 있을 테니까.
문제는... 이 아이들이 자신들에 한 일에 대한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
"마스터가 아냐. 스노우라고 불러."
"스노우 님! 아는 거 있어?"
"...네 마지막 기억은 뭔데?"
"어..."
역으로 묻는 내 물음에 잠깐 생각에 빠지는 그녀. 하지만 이내 생각났다는 것처럼 얼굴을 확하고 밝게 하며 말했다.
"전 마스터, 유레하랑 불꽃놀이를 했었어! 하늘에 불꽃을 펑펑 터뜨리면서 다른 곳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렸었어!"
"..."
그거 참 광범위 어그로를 끄셨네요.
전 마스터라는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한 건진 모르겠지만, 신호탄과 같은 방식으로 하늘에 불꽃을 터뜨려 위치를 밝힌 모양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초월자랑 몬스터,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어! 자기들끼리 싸우는게 얼마나 꿀잼인지! 마스터한테 나중에 한번 더하자고 하니까,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난 재밌는데."
"그래. 그리고?"
"응? 뭐가?"
"다음은 없어?"
"이상한 보라색 빛을 본 거 같기도 한데, 거기서 끝인걸?"
"..."
또 보라색 빛이다.
특정 초월자가 침식을 발동하는 트리거와 같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건 확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쪽 세계에서도 계속 침식 마법소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말은...
ㅡ침식을 사용하는 자가 이 세계로 넘어와있다.
이 사실 하나는 확실했다. 뭐,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하지만. 관리자를 돕는 포지션이 아니라 초월자 포지션으로 온 모양이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냐니까~? 나도 말했으니까 말해줘 마스터!"
"...응, 간단하게 설명할게.
계속해서 나를 보채는 파이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결국 나는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짓말이지? 내가 사람들을 죽이면서 살았다고...?"
"네 쌍둥이도 마찬가지고."
"그럴...리가?"
역시 내 말에 충격을 받은듯 파이렌이 멍청한 표정으로 침대에 털썩 앉는다.
그리고는 스윽하고 현재 자신이 있는 집을 바라보는 파이렌. 그렇네, 이 집도 제법 그을린 자국이 넘치는 집이다.
내가 오기 전에 파이렌이 한 번 불태웠던 집일 확률이 높겠지.
"아냐, 그럴리가 없어. 별님. 당신 말대로라면 내 전 마스터가 사람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게 돼버려. 우리 전 마스터는 그런 사람이 아냐. 누구보다 사람들을 위하고 지키려고 한 사람이라고."
"...네 마지막 기억이 보라색 빛을 본 거라고 했지?"
"그렇긴 한데..."
"그게 침식이라는 거야.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침식에 저항할 수 없나봐. 나는 너희 외에도 침식 마법소녀를 만났었는데, 침식에 당하면 몬스터들처럼 인간을 적대하게 돼."
"그런...!"
"그래서 나도 지금 너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중이야."
"그게... 무슨 의미야?"
내 말에 파이렌의 눈동자가 떨려온다.
새롭게 주인으로 삼은 사람이 마치 자신들을 버리겠다는 것처럼 말하면, 멘탈이 나가는 건 당연하겠지.
하지만 이 문제는 내가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은 많은 인간들을 죽였고, 그에 따라 원한을 샀다.
침식 상태였다고, 본인의 의사가 아니었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한국이 멀쩡할 당시 나는 당시 심신미약 상태여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어! 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소리.
당사자들에게 그런 말을 하면 썅욕을 먹어도 이상하지 않다.
"전에 본 침식 마법소녀는 그나마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인 적은 없었어. 하지만 너희는 확실하게 내 눈 앞에서 사람들을 죽였지. 이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
"...기억은 없지만, 스노우 님이 그랬다고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계속 활발했던 녀석이 풀이 죽어 고개를 푹 숙인다.
솔직하게 본인에게 기억이 없는 만큼 부정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바로 수긍하는 모습.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갈피는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스노우 님,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좋아? 정말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나는 그 사람들에게 큰 죄를 지었는데."
"..."
생각보다 착한 녀석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긴, 어느 세계에서 왔는지는 몰라도 마법소녀를 정령이라고 부르는 세계에서 온 아이다.
보통 판타지에서 정령은 순수한 게 정석.
그녀의 반응은 아주 예상하지 못한 방향은 아니었다.
"...유레하가 일어나면 같이 상의해보자."
"그, 그렇지. 유레하는 괜찮은 거야, 스노우 님? 못 일어나는 거 같은데..."
"너도 20시간 넘게 잤어."
"헤엑. 많이 잤네."
"...배고프진 않아?"
내 말에 무슨 말이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는 파이렌. 하지만 이내 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스노우 님은 모르는구나? 아닌가? 정령이랑 마법소녀의 차인가?"
"?"
"정령은 밥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어. 살짝 배고플 때도 있긴 한데, 패시브? 라는 걸로 몸 상태는 거의 최상으로 유지되거든. 체력이 5% 이하가 됐을 땐 좀 문제긴 한데... 그 이하로 안 떨어지면 되니까!"
"어..."
그건 몰랐네.
마법소녀 패시브에 있는 육체 관련 패시브에 그런 기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스노우 님."
"응."
"지금 이 도시에는 어둠의 자식들이 생각보다 많은 거 같아."
"...어둠의 자식?"
뭐야, 그 어두운 곳에서 살 거 같은 이름은.
엄청 오글거리는 세력명에 내가 눈을 깜박이다가, 이내 파이렌이 그런 식으로 칭할 수 있는 녀석들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고블린들을 말하는 거구나.
어둠의 자식들이라니 엄청 웃긴 네이밍이네.
"응, 지금은... 고블린인가? 좀 많아보이네."
"그렇겠지. 너희가 방치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구나. 그럼... 그거부터 시작할게. 스노우 님. 허락해줘."
"몬스터를 사냥하는건 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파이렌의 온 몸이 화염으로 뒤덮이기 시작한다.
붉은 망토에 잿빛으로 뒤덮힌 고위 마법사 특유의 로브.
모 영화사의 시간을 되돌리는 사람이 생각나는 복장에 나는 가만히 그걸 바라본다.
아무리 멸망한 세계라도 그렇지 이거 표절 아냐?
그렇게 생각하지만, 뭐 이런 헛소리를 들어줄 사람은 딱히 남아있진 않겠지.
좋게 생각하자.
"다녀올게."
"다녀와."
그렇게 말한 파이렌은 진지한 표정을 한 채로 도시로 날아갔다.
"녀석이 근처에 있다?"
"네, 넵! 스, 스노우가 목포에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목포... 아, 서쪽에 있는 지역이군. 맞나?"
"맞습니다, 영웅이시여."
"흐음... 아직 스노우에게 점령됐다는 문양은 새겨지지 않았군. 좋다, 병력을 데리고 녀석을 데려와라. 데려오기만 하면 네 녀석이 원하는 그 포상을 내리마."
"알겠습니다!"
검은 갑주의 영웅이 그렇게 말하자, 현대 복장을 입은 남자는 히히덕거리며 건물을 나선다.
그걸 보며 잠시 뒤로 손을 넘기는 남자.
그러자 어느 새 그림자처럼 나타난 무희 복장의 소녀에게 사내가 말했다.
"저 녀석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죽이도록. 사리사욕을 위해 모두를 팔아먹을 상이다."
"네."
"흐음... 그나저나 목포면 보라 변태 녀석이 먹으려고 하수인을 보내서 성공한 곳일 텐데... 푸른 전사를 잡은 것도 그렇고 신기한 일이군. 녀석에게는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있는 건가."
"그렇다고 생각되옵니다."
"뭐, 나로선 아무래도 좋겠지. 회수해서 복종할 때까지 타락시키고 써먹으면 될 일이다. 2성으로 시작한 녀석은 거의 대부분 최상위권까지 올라갔으니, 내 밑거름이 되겠지."
"모든 건 주인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후후, 마이. 넌 언제나 나에게 기분 좋은 소릴 하는군. 오늘도 침실로 가고 싶은 거냐?"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하하, 오늘은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나중에 가자꾸나."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왕좌에서 빠져나와 어느 방으로 향한다.
그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검은 머리칼의 무희.
그녀의 손은 과하게 쥔 힘으로 창백해져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