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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16화 (16/149)

〈 16화 〉 마법소녀에게 마스코트는 필수야!

* * *

"플레어 썬!"

"오버 히트 버스터!"

싸움 시작부터 큰 기술을 떨어뜨리는 파이렌을 보며, 나는 급한 대로 적당히 마력을 모은 오버 히트 버스터를 기술에 쏘아낸다.

렌에서 쏘아지는 새하얀 빛의 포격과 거대한 화염 구체의 충돌.

화염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태양과도 같은 마법을 보며, 나는 화력 부족을 깨닫고 곧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한다.

조금씩 밀려나며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하는 태양.

그걸 보며 파이렌의 미소가 짙어지는 순간, 내 입가에서부터 푸른빛이 넘실거리기 시작한다!

[아쿠아 브레스, 승인.]

내가 마력을 토해내듯 입을 벌리는 순간, 거대한 물줄기가 쏘아지며 태양을 증발시키기 시작한다.

한순간에 주위 온도가 올라가며 수증기로 가득 차는 결계. 나는 슬쩍 목에 생겨나는 땀을 훔친다.

후덥지근해지는 공간.

계속해서 땀이 흘러내리는 걸 느끼며 오버 히트 버스터를 멈추고 곧바로 아쿠아 웨이브를 재차 시전하기 위해 준비한다.

마력을 얼마나 쓴 거야.

아쿠아 브레스에 의해 거의 대부분의 태양이 유실됐지만, 아직 기세가 남아있던 걸 아쿠아 웨이브로 뒤덮는다.

그러자 그제야 완전히 꺼져버리는 태양.

그걸 보던 파이렌은 이미 다음 스킬의 준비를 마친 건지, 떨어지는 물길을 새롭게 일으킨 화염으로 잠재우며 소리쳤다!

"인페르노!"

"씁."

나에게 직격으로 허공의 공기를 불태우며 날아오는 보라빛 화염.

허공을 태우는 것마냥 허공에 보라빛 길을 새기는 화염을 보며 나는 급하게 그 자리를 피한다.

덕분에 바닥에 있던 애꿎은 나무들이 타오르는 걸 느끼지만, 어차피 사람들은 결계 바깥쪽으로 밀려 나갔을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음 스킬을 준비하는 순간이었다.

"볼케이노!"

[프로텍션.]

"꺄아악!?"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보라빛 불꽃의 기둥에 그대로 직격.

렌이 자동 방어 시스템으로 실드를 펼치지만, 화력이 강해 그대로 깨져 나가면서 나는 그대로 화염에 몸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침식 공격에 당했습니다!]

[침식 공격에 당하고 있습니다!]

[침식율 0%]

[평온한 정신에 의해 정신 공격이 무효화됩니다!]

렌... 발동해!

[아쿠아 웨이브, 승인]

작열통에 잘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 행한 방법은 아쿠아 웨이브를 일으키며 그걸 타고 빠져나오는 것.

잠깐동안 일으켜진 파도를 타고 전격을 일으켜 빠져나온 나는 쿨럭거리면서 피를 한 움큼 토해낸다.

[체력이 30% 이하입니다.]

"하악... 하악..."

피를 토해냈다는 것 외에는 전혀 손상이 없는 몸을 보며, 나는 거친 숨을 간신히 다듬으며 곧바로 다음 마법을 영창, 그러자 파이렌이 가볍게 다발의 화염 구체를 일으키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뭐야? 뜨겁지 않아? 괴롭지 않아?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

"닥쳐."

아직도 온몸에 작열통이 있는 것처럼 욱신거리지만, 이건 전부 환상통.

그 잠깐 사이에 내 몸을 태우던 열기가 사라진 것처럼 별다른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에 들었던 마법소녀의 패시브로 육체 손상과 복장 손상이 제로가 됐고, 정신적 충격은 평온한 정신이 막아버렸다.

그래도 기분이 더러웠던 것만큼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그나마도 평온한 정신이 재차 마음을 가라앉힌다.

...생각은 편하게 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기분이 조금 더럽다.

어쨌든 설마 바닥의 불꽃을 활용해서 공격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깎여나간 체력 수치를 봐선 생각 이상으로 고급 스킬이라는 소리니까...

마법을 읽어낸 내가 따라서 쓸까 잠깐 고민하지만, 어쩐지 감이 '불꽃'은 상대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준다.

쓴다면 방어용 정도.

거기까지 판단한 순간, 나는 날아드는 화염 탄막을 별 탄막으로 모두 격추시키기 시작한다!

콰광콰과과광!

수십발의 탄막들이 충돌하자 다시 한번 내눈에 보이는 건 손을 들어올리고 있는 파이렌의 모습.

아까 녀석이 볼케이노라는 스킬을 사용할 때 저런 제스처였다는걸 떠올리며, 나는 그대로 렌을 창의 형태로 변형시키며 소리쳤다!

"볼케이..."

"아쿠아 쓰러스트!"

솟아오르는 두 줄기의 물줄기와 함께 그대로 돌진.

그걸 본 녀석은 볼케이노를 외치던 걸 멈추고 곧바로 무빙하듯 사이드 비행하며 내 돌진을 피해냈지만, 뒤따라온 2개의 물기둥에 적중당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치이이이­ 하는 소리가 들리며 뭔가 증발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마 화염 관련 방어 스킬이라도 있던 모양.

아무튼 녀석이 뭔가 추가로 하기 전에 나는 곧바로 다음 스킬을 영창했다.

"스피드 스타!"

"익스플로전!"

별 탄막을 회전시키며 재차 근접전을 시작하려는 순간, 녀석이 양손바닥을 짝! 하고 치며 다음 마법을 사용한다.

듣기만 해도 폭발과 관련된 마법.

내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자, 그 자리에서 폭탄이 터진 것처럼 콰앙! 하며 폭발이 일어난다.

위치 지정형 폭파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전격을 일으키는 나. 거의 완벽한 근접 상태가 되자 스피드 스타가 녀석을 갉아먹기 위해 공격한다.

끼이이이익! 하는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에 막히는 소리.

적이 별 장비를 안 들고 있던 걸 생각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생각을 멈추고 근접 마법을 발동한다.

"일렉트릭 브레이크!"

"플레어 스트라이크!"

전격을 두르며 녀석에게 부딪히는 순간, 바닥에서 화염 기둥이 솟아오른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예상한 기습이라 아쿠아 실드를 펼쳐 막아내지만, 그대로 공격에 실패하며 내가 허공으로 튕겨나가고, 결국 적중하는 대상은 파이렌 혼자.

하지만 화염의 기둥에 맞고 있는 그녀는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로 마법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아무리 화염술사여도 그건 좀 아프지 않니...?

"꺄핫, 생각보다 재밌어! 재밌어!"

"...안 뜨거워?"

"응? 화염이 어떻게 뜨거워? 넌 뜨거웠어? 뜨거웠구나? 근데 왜 그렇게 멀쩡해?"

야발넘이 지 화염 내성이라고 농락하는 거 봐라.

녀석의 말에 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곧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한다.

그러자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곧바로 양손에 화염을 응축하는 파이렌.

그 모습에 그저 피식하고 웃은 나는 곧바로 손가락을 하늘로 향했다가, 내리꽂는다!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

"플레어 익스플로...!?"

콰아아앙!

상대의 마법이 발동하기 전에 먼저 발동해 내리꽂히는 빛의 기둥에 녀석은 마법을 채 시전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내리꽂힌다.

지금 지상에는 보라빛 화염으로 가득.

아무리 화염 내성이 있어도 저정도면 데미지를 입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혹시 몰라 좀 전에 떠오른 스킬 연계를 곧바로 동시 영창하기 시작한다.

"쿨럭. 아프잖아! 망할 마법소녀!"

"역시 화염엔 아예 면역인가봐?"

"시끄러워! 익스플로전!"

콰앙!

와, 저거 쿨도 없냐.

내가 할 소린 아니지만, 땅에 쳐박히고 일어나자마자 다시 손벽을 짝!하고 치는 녀석을 보며 나는 공중에서 간신히 회피 기동에 성공, 마법을 완성시킨다.

사용할 스킬은 아쿠아 드래곤.

아쿠아 드래곤의 설명에는 '물이 없으면 발동할 수 없다'가 적혀있긴 한데...

"렌! 아쿠아 웨이브!"

[아쿠아 웨이브, 승인.]

"아쿠아 브레스&아쿠아 드래곤!"

아쿠아 웨이브로 파도를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아쿠아 브레스로 입에서 물을 토해낸다.

그와 함께 그 모든 물의 마력을 기반으로 아쿠아 드래곤을 발동.

그러자 파도와 내 입에서 튀어나온 물이 전부 하나로 응축되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수룡 한마리가 솟아오른다!

오, 이게 되네?

걍 해본 건데, 훌륭한 성과다.

[근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일반 마법은 몰라도 아쿠아 드래곤은 수원에서 물을 끌어오는 게 훨씬 베스트일 텐데요.]

"?"

[?]

"인페르노!"

렌의 말에 내가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날아드는 보랏빛 화염에 드래곤을 움직여 황급히 피해낸다.

지금 렌이 뭐라고 했지?

"수원? 연못이나 그런 곳은 안 보이는데."

"뭐야뭐야? 수원 찾아? 어쩌나어쩌나~ 파이렌은 너무 무서워! 스노우가 수원을 찾는데!"

[여기는 숲이니까, 당연히 지하수는 흐르고 있습니다만.]

"왜 그걸 이제 말해."

[안 물어봤으니까요.]

그야말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렌의 말에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다시 아쿠아 브레스를 준비한다.

녀석도 뭔가 마법을 준비하는지, 점점 주변 마력이 요동치는 게 느껴진다.

이걸로 끝내려는 속셈인가?

아까랑 다르게 표정도 많이 진지하고, 눈동자에서도 화염이 이글거리는 느낌이 든다.

...아니, 너 적중당한 거 기껏해야 아쿠아 웨이브 잔재랑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 뿐이지않아?

아마 내가 수원을 찾는다는 소리에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다.

뭐, 이미 늦었지만.

"진정한 영웅은 눈으로 죽인데! 플레어 버스트!"

"아쿠아 브레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그보다 진짜 눈에서 화염이 나오잖아!

용이 뿜어내는 거대한 물줄기와 파이렌이 눈동자에서 쏘아내는 화염의 포격이 부딪히며, 온 사방이 수증기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하는 시야.

나는 포대처럼 위치를 고정하고 있는 파이렌을 보며 살며시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파이렌."

"그으으..."

"수원은 이미 찾았어."

"읏?"

"아쿠아 필라!"

파직! 콰아아!

내 외침과 동시에 바닥을 뚫고 솟아오르는 4개의 물기둥.

수룡의 브레스를 막아낸다고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파이렌을 4개의 물기둥이 동시에 직격하고, 땅에서 순식간에 허공을 날아오른 파이렌이 여기저기로 튕겨 나가더니 그대로 휙하고 멀리 날아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힘없이 떨어져내리는 붉은 소녀.

그 모습을 본 렌이 말했다.

[지금이라면 침식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

"악령 정화! 보석화!"

렌의 말에 곧바로 날아가는 그녀를 대상으로 스킬을 발동하는 나.

그러자 보랏빛 기운이 내 손에 있는 새하얀 구체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하고, 제법 오랜 시간 그 상황이 유지된다.

루리에 때보다도 많은 양의 기운.

계속해서 기운을 빨아들이던 빛의 구체가 보랏빛으로 물든 순간, 구체는 알아서 응축되며 하나의 보석 조각으로 변해버린다.

"음..."

그걸 보며 인벤토리를 열어 전에 있던 보석을 꺼내 확인하는 나. 확실히 저번거보다 크네­하면서 감탄하는 순간에 작은 보석이 큰 보석으로 쏙하고 들어가더니 큰 보석이 좀 더 커지는 걸 확인한다.

"...성장 시스템이라도 있나?"

[더 약한 침식을 강한 침식이 잡아먹은 거겠죠. 위험하니까 다시 넣어두길 바랍니다.]

"응."

렌의 말에 순순히 인벤토리로 보석을 옮기는 나.

그러고 보니 싸울 때는 신경 안 썼는데... 침식이라는 거, 아까 나한테 전혀 통하지 않았지?

아까는 작열통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지만, 시스템 로그를 올려보니 확실했다.

평온한 정신이 가진 정신 공격 무효 효과가 침식이라는 걸 막아낸 모양이다.

음... 하긴, 침식당한 애들 전부 다 몬스터마냥 인류 적대적으로 바뀐게 정상일 리는 없지.

아마 모종의 정신 계열 공격이리라.

그렇게 추측하며 나는 파이렌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침식의 기운이 아예 사라지자, 밝게 타오르는 모습의 붉은 소녀.

머리카락이 마치 화염처럼 타오르는 빛깔인 그녀를 보며 나는 작게 감탄하고는 볼을 쿡쿡 찌른다.

"...안 일어나네."

[루리에 때도 그랬으니까요.]

어쩐다.

루리에 때를 생각해보면 한동안 일어나지 않을 터.

지금 당장 우리가 쉬어갈 공간이 없으니 난감하다.

...군인 아저씨들한테 그럴싸한 곳이 있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결계를 해제한 직후, 나는 후각을 수치는 냄새에 눈을 가늘게 뜬다.

"...피랑 화약냄새?"

[현재 근처 생존중 생명체, 2 개체입니다.]

"..."

렌의 확언에 나는 얼굴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

"화려하게도 싸우지 말임다?"

"...대단하군."

허공에서 화려하게 퍼지는 물과 화염의 춤에 감탄사를 흘리는 군인들.

희령 일병은 물을 사용해 싸우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연신 감탄하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잠깐 시야를 아래로 내린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다른 병사가 피식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짜식, 아직도 여자 면역이 그렇게 없냐? 팬티 보고 그렇게 반응하는 새끼는 너밖에 없다."

"병장님, 모태솔로면 조용히 하십쇼."

"뭐? 아니, 중령님, 저 새끼가 하극상하는데요!"

"자네는 군인이면서 요라고 하면서 뭘 그러나."

"아니~ 저는 이제 하루면 전역이었잖습니까~ 희령 이쉨, 빠져가지고."

"지현 병장님은 결국 전역 못하셨잖슴까."

"에반데."

희령의 극딜에 쓰게 웃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지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 바닥으로 떨어져내린 보랏빛 화염을 보며 모두가 섬뜩함을 느끼곤 긴장했지만, 이내 자신들에게 열기조차 닿지 않는다는 걸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결계가 그만큼 안전하다는 걸 깨닫고 잠시 포대에 기대 휴식을 취하는 희령. 그 모습에 지현이 말했다.

"쟤한테 반했냐?"

"뭐, 무슨 소림까? 그냥 마법소녀가 신기해서 그렇슴다."

"새끼, 팬티 보고 발정난 주제에 아닌 척은. 싸우는 거 끝나면 고백이라도 해봐라. 떠나기 전에 차이기라도 해야지."

"말하는 게 좀 상스럽군."

"어차피 인생 종치고 이딴 세상이 됐잖아요~? 중령님도 솔직히 지금 살아남은 게 기적이라고 생각 안 합니까? 이런 세계에서 군 규율 같은거 지키고 있다간 미칩니다."

"흠."

그 말에 딱히 부정하지 않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철현 중령. 이내 지현이 다른 병사들과 낄낄 거리면서 떠들기 시작하는 걸 보며, 그는 희령을 바라본다.

눈동자가 푸르게 물들어있는 희령의 모습.

그가 가진 능력을 새삼 떠올린 중령은 조심스럽게 일병에게 물었다.

"누가 이기나?"

"아, 네. 결국 스노우가 이기는 모양임다."

"다행이군. 자네도 고백할 수 있겠어."

"아니, 중령님도 그 소림까?"

"뭐, 어떻겠나. 저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이 우리랑 같이 있게 되면 좋지 않나. 게다가 늙은 내가 봐도 예쁘고."

"중령님, 로리콘은 범죄... 악!"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희령이 소름돋는다는 얼굴로 빠져나가려는 걸 보며, 철현 중령은 머리를 한번 쥐어박고는 흰 망토를 휘날리며 여러가지 마법을 사용해 싸우는 두 사람을 바라본다.

여러 마법이 터지면서 생겨나는 수증기와 폭발에 어쩐지 과거를 회상하는 것과 같은 표정을 짓는 중령.

그 때였다.

"중령님! 포 각도 동남쪽 73도, 북동쪽 62도, 동쪽으로 34도에 한발씩 쏴야합니다!"

"흠!? 전부 준비해라!

갑작스럽게 소리치는 희령의 말에 뒤에서 떠들던 병사들까지 곧바로 몸을 움직여 포를 쏠 준비를 마친다.

탄환을 장전하는 동안,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희령.

그도 알고 있었다.

방금 말한 각도를 아무리 빨리 쏴도 시간이 모자라단걸.

그의 능력은 미래시.

단시간의 미래를 읽는 능력.

그의 눈에는... 자신의 죽음밖에 보이지 않았다.

콰아아앙!

첫번째 포격이 쏘아지고, 약간 먼 거리에 있는 숲에 포격이 부딪힌다.

실시간으로 미래시를 지속적으로 쓰며 식은땀을 흘리는 희령.

아직 미래는 변하지 않았다.

"바로 34도로 돌리고 쏩시다!"

"들었나?"

"네!"

62도로 돌려봤자 이미 늦었다.

희망은 34도.

이번 포격이 맞지 않으면, 전부 끝이다.

"쏴!"

콰아앙!

제법 가까운 거리에 포격이 떨어진다.

그리고 미래시를 재차 발동하는 순간, 곧바로 총을 쥐는 희령.

이번 공격도 불발이다.

"전부 총 들어!"

희령의 표정만 봐도 상황을 짐작한 건지, 희철 중령이 바로 명령을 내린다.

곧바로 전부 K2 소총을 동쪽으로 조준하기 시작하고, 가장 눈이 좋은 병사가 곧바로 소리쳤다.

"정면 15방향 200m... 150m입니다!"

"쏴!"

투다다다다다.

숲에서 튀어나오는 뭔가를 향해 일제 사격을 날리는 병사들.

하지만 나무가 부숴지는 소리만 들릴 뿐 무언가가 적중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병사들은 빠르게 소진된 탄창을 곧바로 리로드한다.

그리고 채 탄창을 끼우기 전.

숲에서 거대한 짐승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 크롸앙!

경계가 아닌 물어뜯기.

보랏빛 늑대가 튀어나오자마자 한 행동은 공격이었다.

가장 앞에서 총을 쏘고 있던 중령을 노린 공격에 총을 채 갈지 못한 희령이 급하게 그를 밀쳐내며 총칼을 찔러 들어간다.

늑대의 가죽조차 뚫지 못하고 튕겨나오는 칼.

그리고...

희령은 그대로 상체가 사라졌다.

"희령아! 이 똥개 새끼가!"

"우욱.."

"그대로 쏴!"

분노에 찬 지현의 외침과 함께 중령과 지현의 총이 불을 뿜는다.

정확한 사격에 늑대의 몸에 탄환이 직격하지만, 늑대의 가죽이 얼마나 두꺼운지 생채기조차 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더 화가 났다는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늑대.

그걸 본 중령이 허탈한 웃음소릴 내고, 그대로 늑대가 휘두른 발에 머리가 터져버린다.

"으아아아아!"

그걸 보며 남은 두 병사가 도주하다가, 늑대가 뿌린 전격에 맞고 쓰러져 그대로 침묵.

남은 건 지현 뿐이었다.

­ 크르르르...

"씨발. 뭘 꼬라봐."

다가오는 녀석을 보며 사납게 소리치고는 뒷걸음질을 치는 지현.

손발이 덜덜 떨려오지만 꾸준히 뒤로 물러나는 그를 보며, 늑대는 약자를 괴롭히는 게 재밌다는 것처럼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걸 보며 지현은 얼굴을 찌푸리다가, 이내 다시 한번 욕을 내뱉으며 말했다.

"씨발, 내가 혼자 갈 거 같아?"

그리고 허리띠에 있던 수류탄의 안전핀과 클립을 동시에 뽑아버리는 지현.

그 수상한 행동에 늑대가 곧바로 지현에게 달려들고, 그는 소리쳤다.

"이게 수류탄 박스라는 거다 이 새끼야! 폭발은 예술이다!"

콰아아아앙!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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