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마법소녀는 자신의 정의를 관철해야 해!
* * *
[퀘스트를 포기하셨습니다.]
[2단계 진입 시, 다른 지역의 초월자의 관여 비율이 크게 늘어납니다.]
[ㅡ당신은 퀘스트를 거부하고 의지를 관철했습니다.]
[당신의 선택에 경의를 표하지만, 밸런싱 문제로 페널티를 받았습니다.]
[힘내세요.]
"?"
이건 또 뭔 개풀 뜯어먹는 말이야?
내가 퀘스트를 포기하자 나타나는 녹색 창을 보며 나는 그저 고개를 갸웃하고 만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그저 계산상으로 이게 더 낫다는 판단이 섰을 뿐인데, 왠지 좋게 봐준 느낌이다.
서로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뒤 혹시나 싶어 초월자 세 사람을 영지에서 나갔다 들어오게 했지만, 그 즉시 퀘스트는 재시작.
얻었던 스킬까지 비활성화되는 걸로 볼 때 아무래도 이런 류의 꼼수는 금지된 모양이었다.
"결국 2단계에 다른 초월자들이 즉시 쳐들어온다는 이야기군."
"일단은."
"그래, 그렇다면 좀 더 강해져야겠군. 능력 복사는 성공했나?"
"성공했다면 성공했는데..."
사용할 수 없다는 사소한 단점이 있다.
[레벨리온 사이트] Lv 3
무구 '레벨리온'에 내장된 기술. 사용자의 체력을 소모, 그걸 마력으로 치환시켜 마력일섬을 날린다.
사용 조건 : 레벨리온 장비.
이때까지 사용 조건이 달린 스킬을 본 적이 없어서 방심했는데, 스킬 설명을 보면 이해가 간다.
일단 레벨리온 무구 능력으로 체력을 마력으로 치환시키는 게 1차 목표인데, 그 치환을 시행할 레벨리온이 없다.
결론적으로는 못 쓰는 기술.
그렇다고 다른 기술은 쓸 수 있냐?
그것도 아니었다.
"전부 다 무구 전용이네."
"난 내 무구와 평생을 같이 했으니, 참고가 되진 않겠군. 참고할 거라면 차라리 유린이한테 부탁하는 게 나아."
"아... 그것도 확인했어."
샤브린의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면서 멀리서 파괴된 주변 건물을 다시 만들어내고 있는 유린이를 바라본다.
실시간으로 그녀의 능력 사용을 보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녀의 능력 사용 방식 역시 알 수 있었는데...
[크리에이트] Lv 3
자신이 제조 과정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고, 재료까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만들어내는 과정을 한 가지라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능력을 발동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게 돼?"
"음, 되니까 하는 거 아니겠나?"
아니, 뭔 삶을 살아야 이게 되는데.
지금 이 능력으로 집을 다시 만들어내고, 꺼져버린 땅을 복구시키면서 그와 동시에 초월자들의 공격에 대비해 결계 마법이 섞인 성벽을 제작하기 시작하는 유린이를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저 애는 다른 세계에서 용사로서 활동하다가 돌아온 아이라고 했지.
눈앞의 샤브린과 마찬가지로 초월자 취급을 받고 있으니, 아마 용사로서의 활동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세계를 넘어온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때, 잠시 자신의 영토로 돌아갔던 루시가 성 밖에서 나타났다.
"..."
"흠, 무슨 일 있나? 낯빛이 별로군."
"...별 일 아냐. 필드 보스가 죽은 것치곤, 사람이 많이 죽어있더라."
"영주민이 생각 이상으로 약했나보군."
"그랬으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
루시의 발언에 샤브린은 뭔가 눈치챈 것처럼 잠깐 고민의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방금 그 발언에서 뭔가 깨달을 게 있었나?
잠시 고민하던 나는 예전에 내가 잡은 필드 보스의 드랍템을 줍지 않았던 걸 기억해낸다.
인벤토리와 드랍템이라는 기능을 몰라서 생긴 일이었지만, 이미 오크 투사의 드랍템은 존재하지 않았지.
나중에 영주민들에게 확인해보니 아무도 사용하고 있진 않고, 무신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뭐라고 했더라.
마법소녀 님에게 필요하진 않겠지만, 이건 마법소녀님이 최초로 영토를 가지게 된 증거! 가보로 삼겠습니다!
라는 헛소리를 하면서 계속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있던 걸로 기억난다.
아니, 그거 오크 투사의 무기니까 가보로 삼지 말라고.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는 그를 보고는 차마 말리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드랍템?"
"..."
내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묵하는 루시. 아마 드랍템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으니까, 사람들끼리 싸움이 일어난 모양이다.
별 생각없이 퀘스트 실패로 늘어난 몬스터를 잡으러 온 루시 역시 그 광경을 봤을테고,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있는 거겠지.
"원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그래도 내가 막을 수 있었으니까..."
"원래 자기가 생각한 것 외에는 알 수 없는 법이지. 막을 수 있었다? 그건 네가 이미 생각했던 내용인데, 막지 않았을 때 하는 말이다. 네 생각 범위에서 벗어났다면, 이미 그건 막을 수 없는 일이야."
"..."
뭔데, 분위기 왜 이렇게 무거운데.
어차피 방금 이야기에서 일어난 일은 전부 아포칼립스의 생존자들 스스로가 내린 판단이다.
그에 대해 알았다고 해서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전혀 없는 일.
솔직한 말로 루시의 반응은 과민반응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뭔가 힘이 될 만한 말 정도는 해줄 수 있으려나.
"루시."
"응?"
"우리의 손은 작아."
"?"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적고, 구할 수 있는 손도 작지.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신의 손이 닿는 곳까지 구할 수 있어."
"..."
"손이 점점 커질 수록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늘어나고, 우리가 더 멀리 활동하게 될 수록 손이 닿은 곳도 늘어나."
"지금 당장은 지켜내지 못했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에 대해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의 손을 크게 만드는 게 좀 더 옳은 선택이 아닐까."
"자책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건 없지만, 그 일에 대해 곱씹으며 노력하면 좀 더 사람은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
머릿속에 마치 흘러들어오듯 들어온 생각을 그대로 읊자, 루시는 잠시 생각하듯 턱을 만지며 나를 바라본다.
...내가 무슨 개소릴 한 거지.
말을 읊고 보니 너무 두서없이 말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냥 어차피 네가 못 구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 길어지면서 뭔가 헛소리를 한 느낌이 강해졌다.
이상한 놈으로 보진 않겠지?
"네 말이 맞아. 사랑과 정의의 마법소녀라더니, 딱 들어맞는 말이네."
"...그건 제발 그만둬."
나 이걸로 몇 번이나 더 고통 받아야 되는 거야?
더 넓은 곳까지 손이 닿도록인가.
스노우가 한 말을 곱씹는다.
영주민의 절반 이상이 아이템을 얻기 위한 욕망으로 서로 싸우다가 죽어버렸다.
빨리 관측자를 만나야 된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실수.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정확히 알아들은 스노우는 내 생각을 부정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람의 손은 작다고.
사람의 힘으로 구해낼 수 있는 범위는 한정 돼있다고.
초월자의 힘을 가지지 않고 있기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말을 들으면서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녀는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에 가까운 사람.
그런데도 그녀는 스스로의 좋지 않았던 경험을 되짚으며 나에게 위로 겸 조언을 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구해내지 못한 사람이 있었던 거겠지.
무표정했지만 미세하게 변한 표정에서 그런 부분이 드러났다.
눈앞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걸 보며 스스로에게 한 다짐.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처음으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검을 들었을 때가 떠올라버렸다.
내 손에 닿는 모두를 구해내겠다며 다짐했을 때의 모습을.
지금 내 앞에 소녀가 가지고 있는 내 초심을.
"네 말이 맞아. 사랑과 정의의 마법소녀라더니, 딱 들어맞는 말이네."
"...그건 제발 그만둬."
내 말에 소녀가 드물게 표정 변화를 보이며 얼굴을 찌푸린다.
아무래도 사랑과 정의라는 발언이 부끄러웠던 모양이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 말이 그녀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면서 지켜내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그럼에도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움직인다.
꿈과 희망을 주는 마법소녀.
분명 그녀는 나보다 약했지만, 그 심지만큼은 나보다 강한 걸지도 모르겠다.
[마법소녀 스노우에게 감화되셨습니다. 팬클럽에 가입하시겠습니까? Yes/No]
과연 그녀는 이런 세계에서 어디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을까.
어쩐지 궁금해지는 내가 있었다.
다음 날.
초월자인 세 사람에게 원하는 집을 배정해주고 집에 돌아와 푹 쉬고 일어나자, 어느새 우리의 영토는 순백의 성벽으로 뒤덮여있었다.
와, 이게 다 뭐래.
하룻밤 사이에 만리장성이라도 되는 양 큰 범위로 성벽이 세워져있다고 말한다면, 미친년 취급받아도 이상하지 않겠지.
"...이런 걸 보면 진짜 어제 어떻게 싸웠는지부터 생각하게 된다니까. 기적이라고 해도 할 말 없을 일을 태연하게 하는 파티랑 싸웠다니, 진짜 생각도 없지."
"그러게."
나보다 일찍 일어났던 건지 물기 가득한 머리칼을 말리고 있는 루리에. 나는 그녀의 발언에 가볍게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우리한테 선택권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스펙 차이가 너무 심하단 걸 한 번에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라고나 할까.
이런 일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사람과 동 스펙인 사람한테 어제 조언했다는 걸 기억해내며, 나는 그저 쓰게 웃을 따름이었다.
"사이네는?"
"자는 중이야. 어제 지고 나서 엄청 찡찡대더니 제법 늦게 잠든 모양이더라."
루리에의 말에 안심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나. 그래도 징징거릴 힘이 남았다는 건 다행이다.
원래 사람은 자신보다 압도적인 것을 보면 좌절하고 절망하기 마련.
희망을 노래해야 할 마법소녀가 절망하기 시작하면 세계가 어떻게 될 지는 눈에 훤했다.
"근데 스노우, 너 연락처 숫자로 저장해놨었잖아?"
"응."
"1은 어제 본 연금술사? 용사? 걔라고 치고, 나머지 둘은 누구야?"
"..."
글쎄다.
일단 확실한 건 내가 빙의하기 전의 스노우, 유지가 마련해둔 안배라는 점이다.
아마 그에 대한 힌트는 노트북에 있을 거라고 짐작되는데, 그 노트북 비번을 몰라서 알아볼 수가 없는 상황.
인터넷으로 열심히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법을 검색해봤지만, 결론은 사설 컴퓨터 업체로 가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아포칼립스에 그런 곳이 어딨어요.
결국 못 찾는다는 이야기다.
저 메모에 적힌 힌트가 뭔지에 대해서 알아봐야 까볼 수 있다는 이야긴데... 솔직히 감도 잡히지 않는다.
아니, 누가 힌트를 저 따구로 적어놔.
그렇게 투덜거리지만 투덜거린다고 해서 방법이 나온다는 건 아니다.
그냥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몰라."
"몰라? 왜?"
"아포칼립스 전 기억이 깡그리 날아갔어."
"...엥?"
내 말에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루리에. 하지만 이내 잠시 고민하던 루리에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하긴 나같아도 미리 예지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기억을 날려버리고 싶을 거 같아. 관리자의 횡포인가? 그래서 대신 보상 겸 강한 힘을 준 거지."
"...그러게."
일 리가... 있어!
과거에 내가 적어놓은 글귀로 볼 때, 빙의하기 전 유지는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까지도 읽어낸 사람이었다.
미리미리 아포칼립스를 준비하고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그에 따라 아포칼립스 세계를 만들려던 관리자의 눈에 굉장히 거슬리는 녀석이 됐겠지.
그래서 아예 다른 사람의 영혼을 빙의시켰다.
기억을 사라지게 만들면 기억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아예 떠올리지도 못하도록 타인을 빙의시키고, 그런 개입을 한 보상 겸 나에게 마법소녀라는 직책을 내렸다.
굉장히 합리적이고 일 리가 있는 의견이다.
빙의시켰음에도 유지가 만든 안배를 만나는 순간 기억이 떠오르는 건, 관리자 측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겠지만.
"그럼 그냥 2, 3번에 바로 연락하는 게 낫지 않아?"
"...둘 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앗."
내 말에 깜박했다는 것처럼 루리에가 탄식한다.
현재 인터넷이 터지고 전기가 들어오는 곳은 수도권 근처 정도.
서울에 등장한 영토로 추측되는 건물에서 나오는 전파로 인해 인터넷이 된다는 게 우리의 추측이었다.
당연히 수도권 근처가 아닌 영토들은 휴대폰의 의미가 전혀 없었고, 전기를 추가로 공급받을만한 장소도 없었을 터.
아포칼립스 세계가 돼버린지 오래된 현재 상황에서는 전부 꺼져있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아니, 애초에 폰을 살린 채로 우리가 있는 장소까지 온 유린이가 특이 케이스다.
"그럼 어쩔 수 없네~ 과거의 너도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은 못 봤나봐."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휴대폰이 터지니까, 연락하는 모습만 본 걸지도."
"그거네!"
"그거보다 중요한 게 있어."
"응? 뭔데?"
"초월자들이 어떻게 쳐들어오는가."
"? 당연히 그냥 영토에서 나와서 오겠지?"
"..."
과연 그건 어떨까나.
루리에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한다.
2단계 때는 초월자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게 정석.
하지만 내 영토 한정으로 초월자들 역시 공격해올 수 있는 예외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처럼 딱 달라붙은 영토를 가진 초월자면 모를까... 다른 지역의 초월자들은 자신의 영토 외의 영토로 나갈 수 없다는 제약을 가지고 있어, 내 영토까지 쳐들어오기 힘든 상황.
그래서야 2단계에 공격이 가능하다는 텍스트의 의미가 없다.
"아마 워프 게이트 같은 거라도 있지 않을까."
"워프 게이트 엄청 고차원 마법이거든? 그런 걸 쓰고 왔다간 아무리 초월자라도 힘이 많이 빠져서 올 거 같은데?"
"관리자가 열어주는 거지."
"에엥? 관리자가 그렇게까지 관여하는 경우는 못 봤는데?"
"지금 상황은 예외 상황이잖아."
루리에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한다.
애초에 1단계에 초월자가 다른 이의 영토에 도착한 것도 예외 상황.
2단계가 됐을 때 다른 초월자가 특정 영지에 쳐들어올 수 있게 만든 경우의 수도 예외 상황이다.
예외 상황에 예외 상황이 겹쳤는데, 과연 관리자가 나서지 않을 수 있을까?
상태창이라던가 땅따먹기마냥 존재하는 영토 시스템을 만들고 세계를 바꾼 자들.
마치 세상을 게임처럼 만들어놓은 관리자가 룰 위반과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존재를 과연 가만히 놔두려고 할까?
정답은 No다.
"2단계까지 기간이 얼마 안 남았어. 우리는 여기저기서 날아올 초월자를 상대할 전력을 갖춰야해."
"겍, 나 3단계 가서도 너프당한 초월자한테 개발렸거든요...?"
"우리한테는 훌륭한 수련 상대가 있잖아."
내 말에 무슨 말이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는 루리에. 아니, 어제 그렇게 당해놓고 짐작도 가지 않다는 표정은 좀 그런데.
그런 루리에의 반응을 보며 나는 그저 쓰게 웃을 따름이었다.
"마법소녀의 영토에 갈 수 있어."
"마법소녀가 영토를 가지고 있대!"
"침식당하지 않은 거야?"
"파괴되지 않은 거야?"
"재밌겠다!"
"맛있겠다!"
어느 한 공사중 건물.
제법 높은 건물임에도 아포칼립스에 용케 뼈대를 유지한 건물의 안에 세 명의 소녀가 마치 자기 집마냥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쌍둥이.
한 쪽은 붉은 단발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섬뜩한 분위기의 소녀.
한 쪽은 녹색 장발에 녹색 눈동자를 가진 장난스러운 분위기의 소녀.
그런 그녀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멀찍이 떨어져 몸을 떨고 있던 갈색 단발의 소녀가 목소리를 떨면서 입을 열었다.
"저, 저어기..."
"응응~?"
"뭐야뭐야?"
섬뜩할 정도로 이어서 말하는 두 쌍둥이의 행동에 침을 꿀꺽 삼키는 소녀.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 잡은 건지, 소녀는 몸을 떨면서도 곧바로 입을 연다.
"두, 두 분도 마법소녀죠?"
"맞아!"
"눈치가 빨라!"
"어떻게 알았어?"
"뭘 본 거야?"
"기억을 읽은 거야?"
"생각을 읽은 거야?"
"아, 아니 그..."
"넌 우리 노예야."
"우리 생각을 읽지마."
"그러다 죽어."
"그러다 사라져."
"네, 넷! 죄송해요!"
그녀들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푸른 외투의 소녀.
그러자 키득거리던 두 쌍둥이는 각각 새빨간 불꽃과 잘 보이지 않는 녹색 바람을 일으키더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풍령의 마법소녀야."
"나는 화령의 마법소녀야."
""우리는 마법소녀이자 정령.""
""우리의 주인을 위해 일해.""
"너는 우리 주인의 명에 따라 움직이면 돼."
"너는 시키는대로만 하면 돼."
"자유 의지 같은 건 없어."
"너는 우리 꼭두각시야."
"네, 네..."
그렇게 말하며 키득이며 건물을 나서는 두 마법소녀.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갈색 소녀는 의자에 풀썩하고 앉으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누가 나 좀 구해줘..."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구조 요청을 남기면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