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마법소녀는 언제나 동료와 함께야!
* * *
이른 아침.
루리에와 간단하게 식량을 축내고 있던 나에게 영주민으로 표기되는 한 남자가 도착했다.
자신을 '이 무신'이라는 이름으로 밝힌 남자가 들고 온 정보.
"영토를 가진 마법소녀가 있다고요?"
"네, 스노우님처럼 '마법소녀 사이네'를 자칭하는 마법소녀가 등장했답니다. 영상도 있습니다."
"오, 스노우, 그렇대!"
"응."
퀘스트 대상자려나?
퀘스트에서는 침식당한 마법소녀들을 하나하나 침식을 풀어서 동료로 만들라는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클래스가 새로 생긴만큼 마법소녀로 클래스가 변한 사람도 생긴 모양이다.
침식당한 애랑 힘들게 싸워서 동료로 만드는 거보다 원래 마법소녀인 애를 동료로 만드는 게 더 좋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무신에게 물었다.
"정보는 고마워. 근데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어."
심지어 나는 변신 상태도 아닌데, 곧바로 알아보는 게 이상하다.
내 말에 루리에가 얘가 뭐라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무신이라는 남성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움찔거린다.
뭐, 왜.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우리 집을 알고 있다는 거 자체가 이상한 거잖아.
"푸핫. 진짜로 몰라?"
"?"
"일단 영토 영주민이 영주집을 모를 리가 없잖아."
"...?"
지도 기능이라도 있다는 건가?
"영주민들한테 물어본 적 있었는데, 영주가 사는 곳을 보호하라는 퀘스트가 생긴다고 하더라. 몬스터나 침략자가 오는 걸 막을 때마다 보상을 받는다던가?"
"그렇구나."
"그리고 네가 얼마나 나돌아다녔는데 거주지를 모르겠어. 변신 안 해도 은발에 연분홍빛 눈동자를 가진 사람도 없을 거고."
"...그건 그러네."
"그렇습니다."
루리에의 말에 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다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무신을 바라본다.
그러자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그를 발견.
...얜 또 왜 이러는 걸까.
"말할 게 더 있어?"
"네? 아, 아아. 사실 정보 전달한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무신이 자신의 휴대폰을 켜 영상 하나를 보여준다.
영상 속에 있는 건 노란빛 포니테일을 반짝이며 화려한 주황빛 드레스를 입고 정면에 서있는 소녀의 모습.
주변에 어쩐지 파직파직하고 전기가 일어나는 게, 저게 저 마법소녀의 주력이라는 걸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 능력자라... 평소에도 전기를 일으키고 다니면 귀찮겠네.
이거 나가는 거지?
네, 맞아요.
흠흠, 좋아. 경기도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은 들어라!
이곳 광주시는 이 몸, 전자의 마법소녀 사이네가 점령했다!
알다시피 광주시와 성남시는 바로 옆 동네!
하지만 광주시는 성남시보다 훨씬 큰 영토를 지니고 있지!
그만큼 우리는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원이 많다는 의미다!
이쪽은 안전한 지역이다! 우리 쪽으로 전부 모여라!
별무리의 마법소녀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마!
근데 별무리의 마법소녀가 더 강하지 않나요?
무슨 헛소리야! 내가 별무리의 마법소녀보다 약할 리가 없잖아!
정말요?
하, 구해줬더니 도발이나 하긴!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게요?
현 시간부로 나 전자의 마법소녀 사이네는 별무리의 마법소녀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쫄았어? 안 쫄았으면 튀어나왓!
내가 너 아주 박살내고 성남시도 먹어버릴 거야!
"..."
"우와, 어린애가 있어."
초반에는 그럴싸하게 이야기하는가 싶더니, 영상을 찍던 누군가의 말에 곧바로 페이스가 무너지며 어린애마냥 떼를 쓰는 영상.
솔직히 저런 거에 반응해야 할까 싶지만, 퀘스트에서 마법소녀를 모으란 이야기도 있고...
게다가 성남시를 먹으려고 공격해올 기세가 역력하다.
영상 찍는 사람이 누군진 몰라도 귀찮게 하네.
저런 어린애같은 앨 동료로 삼아야하는 내 처지가 슬프다.
"사람 모으는 실력이 영 없는 아이네~ 못 돼먹기도 했고."
"아무튼 광주 쪽에서 공격해온다는 소식입니다."
"마법소녀 혼자...?"
"...그래도 영토를 벌써 먹었다는 건 제법 강하단 소리긴 해. 1단계라 해봤자 오크 투사, 오크 주술사, 홉고블린 류 정도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 세거든 걔네."
"마법소녀들은 기본적으로 쉽게 상대할 거 같은데."
"뭐, 그건 맞지. 변신이 사기긴 해."
"정보 감사합니다. 도움이 됐어요."
"넵!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천사님!"
"..."
아니, 천사 아니라고.
처음에는 스노우님이라고 하더니 기습적으로 천사라는 호칭을 붙이곤 도망가버리는 무신의 모습에 나는 난감함을 표한다.
도대체 그놈의 천사님은 누가 붙인 별명일까.
한 번 만나서 진지한 이야기를 좀 해주고 싶다.
"근데 마법소녀면서 마법소녀한테 선전 포고하는 건 좀 이상하네. 마법소녀 퀘스트를 제대로 완료했으면, 마법소녀가 있다는 소식에 동료로 삼아야 정상인데?"
"그게 목적일지도."
"응? 아, 패배한 쪽이 아래로 들어가게?"
"응."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번 선전포고는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광주시로 인원을 모으고 싶으면 그냥 무력 시위를 한 번 하고,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보호해주겠다. 와라! 하면 끝.
하지만 영상의 사이네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힘을 숨기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성남시랑 광주시를 비교하는 것 자체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
그냥 나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낸 영상이라면, 얼추 의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법소녀 퀘스트는 완료해야겠는데, 동등한 관계로 받아들이긴 싫다.
그러니까 니가 내 밑으로 들어와라.
그런 의미가 담긴 영상이었다.
"얕잡아보이고 있네~?"
"그만큼 자신 있는 거야."
내 기술은 미튜브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누가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튜브 제목 '사랑과 정의의 마법소녀인 우리 스노우 천사님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렸지.
내가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그 장면과 대사를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찍은 영상이었다.
나한테 기척도 없이 찍어간 걸로 봐선 은신계열이 아닐까 추측되는데... 언제 날 잡고 각성자들 능력 좀 살펴봐야지.
이 새끼가 천사라는 이상한 호칭을 단 범인이 분명하니까.
"근데 마법소녀들끼리 싸워도 되려나? 하긴 중립이긴 한데."
"음..."
괜찮지 않을까.
마법소녀 등장! 이라는 스킬이 증거다.
이 스킬, 침식당한 마법소녀를 만나서 준 스킬인 주제에 사용자 조건이 '마법소녀'다.
즉, 다시 말하자면 침식당하지 않은 마법소녀에게도 발동할 수 있다는 의미.
성향 체크에서 선에 가까운 중립 같은 소리가 있었으니까, 아마 악에 가까운 중립이라는 성향도 있겠지.
그걸 고려해서 만들어진 스킬일 확률이 높다.
"괜찮아."
"괜찮은 건가~ 뭐, 나한테 했던 것처럼 일기토 걸고 싸우면 되겠지~"
"..."
저 영상이 퍼지고 직접 본 뒤로 왠지 루리에의 말에서 가시가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마법소녀 등장 스킬을 발동하기 전에는 안 그랬는데, 발동하고 일어난 싸움을 보고 난 후부터는 뭔가 계속 쿡쿡 찌르는 느낌이다.
"마법 복사도 손쉽게 하는 분인데~ 질 리가 없고 말야."
"..."
"엣, 삐졌어? 미안해, 잘못했어."
"안 삐졌어."
뚱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 루리에가 진심으로 당황하며 나에게 사과한다.
그 모습에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소파에 기대 멍한 표정을 짓는 나.
루리에는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는가 싶더니, 뭔가 깨달았다는 것처럼 손을 탁! 하고 치면서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네가 직접 갈 필요있어?"
"?"
내가 별 표정 변화없이 그녀를 바라보자, 루리에는 자연스럽게 마법소녀 폼으로 변신을 끝마친다.
예전의 연보라빛 창이 아니 푸른 삼지창.
머리에는 금빛 월계관과 비슷한 머리띠를 차고 푸른 가죽 갑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바다의 전사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연하잖아? 여기 마법소녀가 한 명 더 있다?"
"...상대는 전기야."
"얘는? 여기가 무슨 포X몬스터인 줄 알아?"
"..."
X켓몬에서는 전기 괴물이 물 괴물들 전부 가볍게 찜쪄먹던데.
잠깐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볼 때 뭔가 방법이 있는 거겠지.
나는 그녀를 믿어보기로 하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어 물었다.
"거기도 포X몬 있었어?"
"아니? 미튜브에 엄청 널렸던데? 귀엽더라."
X켓몬은 여기서 처음 본 모양이다.
"스노우가 본 거 확실해?"
"네, 자기가 싸웠던 강 근처에서 보자던데요?"
"어디?"
여성의 말에 사이네는 그녀의 휴대폰에 달린 댓글을 바라봤다.
[별무리의 마법소녀 : 내일 내 영상에 있는 강으로 와. 지는 쪽이 영토 넘기는 걸로 하자.]
별 감흥없다는 느낌의 댓글.
그래도 자기가 올린 영상을 보고 반응해줬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었던 만큼, 사이네의 입가에는 재밌겠다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최초의 마법소녀라 그런가 자신감이 쩌네. 저래서 최초인 건가?"
"별무리의 마법소녀는 감정 폭이 적은 편이라고 들었어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인 거 아닐까요?"
"하, 그렇긴 하겠네. 저쪽도 마법소녀 동료는 필요할 테니까."
[마법소녀는 언제나 동료와 함께야!]
새롭게 마법소녀가 된 당신!
당신은 광주시를 통합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했다!
당신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세계에는 침식이라는 것에 당한 마법소녀들이 존재한다!
그녀들을 자유의 몸으로 만들고, 언젠가 일어날 난이도 업에 대비해, 동료를 추가로 모아라!
아, 당연히 마법소녀를 모으란 소리입니다.
임무 조건 : 마법소녀 동료 영입(0/2)
실패 조건 : 사망.
보상 : 스킬 '뇌령 폭주'를 획득.
퀘스트 창을 보며 사이네는 그저 쓴 미소를 지어보인다.
마법소녀의 메인 퀘스트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2명의 동료.
사이네는 별무리의 마법소녀의 상대였던 마법소녀 역시 그녀의 수하로 들어갔을 거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2:1.
자신이 저쪽에 합류하는 게 낫지만, 자존심상 상대와 싸우지도 않고 그 아래로 들어가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요?"
"1:1이라면 가능할 거야. 별무리의 마법소녀한테는 약점이 있거든."
"약점?"
"느려."
"음..."
별무리의 마법소녀가 가진 약점.
그건 광역 공격이 많지만, 정작 직접 움직여서 싸우는 건 비행으로 회피 기동하는 게 전부였다는 것이다.
물론 영상의 마지막에 믿을 수 없는 발검술로 수룡을 베어버리긴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발검술일 뿐.
원래 발검술이라는 게 멋지긴 하지만, 실속은 떨어지는 기술이다.
실전 발검술은 오히려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고 들었으니까.
"확실히 그렇네요. 천천히 움직이는 폭격기 같은 느낌이죠?"
"실드는 좀 거슬릴 정도로 단단하긴 한데, 한 쪽만 막아지고."
"확실히 상성은 좋네요. 그럼 그건 어떻게 할 거예요?"
"뭐가?"
"결계를 만든 후에 별무리의 마법소녀가 그 물을 조종하는 마법소녀 기술 그대로 사용한 거 아시죠?"
"음... 그렇네, 결계 안에서는 상대 스킬을 발동할 수 있는 걸로 보였어. 좀 약화됐지만."
"그러면 보완되지 않을까요?"
"결국 속도는 내가 위니까, 큰 문제는 없어."
여성의 말에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사이네. 그러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미소를 지어보인 후, 사이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다치지마요. 어쨌든 서로 아군이 되기 위해 가는 거잖아요."
"엄마같은 소리하네. 알고 있어. 그래도 전력으로 한 번 부딪혀보려고."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응, 당연하지."
그녀의 말에 사이네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강한 사람이랑 싸우는 건 언제가 됐던 즐거운 법이거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