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8화 (8/149)

〈 8화 〉 마법소녀는 언제나 동료와 함께야!

* * *

[마법소녀는 언제나 동료와 함께야!]

새로운 마법소녀 동료를 구해낸 당신!

아직 이 세계에는 침식당해 조종당하고 있는 마법소녀가 잔뜩 존재한다!

언젠가 일어날 난이도 업에 대비해, 동료를 추가로 모아라!

아, 물론 마법소녀를 모으란 소리입니다.

임무 조건 : 마법소녀 동료 영입(1/2)

실패 조건 : 사망.

보상 : 스킬 '스킬 합체'를 획득.

"스킬 합체...?"

뭐야 이 적당히 사기 스킬일 거 같은 스킬은.

아직 스킬 획득이 불가능해 효과가 뭔진 모르겠지만, 딱 봐도 사기일 거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름이다.

대충 내가 마법을 보고 익히면, 그 스킬들을 조합해서 좀 더 강한 스킬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닐까?

일단 까봐야 알겠지만... 뭐, 일단 마법소녀가 있어야 클리어 가능한 퀘스트다. 당장 신경 쓰진 말자.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다가, 별 생각없이 옆을 바라본다.

어느샌가 내 침대에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는 루리에의 모습.

...분명 다른 방에도 침대가 있어서 거기 재웠을 텐데, 대체 왜 여깄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혼자 자기 무서웠나? 침대가 크니까 지장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욕실로 가 머리를 감고 인터넷을 켜 최근 정보를 확인한다.

여기저기에 적혀 있는 건 현재 자기 상황을 알리는 글들과 아직 고블린들에게 쫓겨 겨우겨우 생존한 사람들의 이야기.

간간히 나에 대한 이야기가 돌고는 있지만, 의외로 그 숫자는 적었다.

하긴 이런 상황에 인터넷을 붙들고 이는 사람들이 더 이상한 거지.

"...기지국은 어떻게 살아있는 걸까."

갑작스럽게 든 의문에 그 내용을 검색해보자, 의외로 인터넷에 리젠된 글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들 인터넷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확인한 사람이 적은 걸까?

간간히 자기 위치를 보고하듯 적은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하면 전부 윗 지방이다.

윗 지방만 인터넷이 되는 걸지도.

"스노우...?"

"응."

"아, 밖에 있었구나. 다행이다."

"?"

"갑자기 사라진 줄 알았어."

"내가 왜."

내 집에서 내가 왜 사라져.

어이없는 소릴 하는 루리에를 보며 잠깐 고개를 갸웃하는 나.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건지, 계속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생각해보면 이 아이는 하루 아침에 자기 세계가 사라지고, 이제 나라도 있으면 됐어­ 같은 느낌으로 나한테 의존하고 있다.

의외로 저런 불안한 반응이 당연한가.

"아무튼 오늘은 어디 갈 생각 없어."

"응! 근데 폰이네? 폰 터지긴 해?"

"전기가 있으니까."

"아니, 전기가 있어도 인터넷은 안 될텐데...?"

"돼."

"이상하네. 난 아포칼립스 터지자마자 안 됐는데."

그렇게 말하며 나한테 딱 달라붙어서 휴대폰을 확인하는 그녀. 가슴이 눌릴 정도로 붙어있는 게 조금 불편하다.

...아니, 솔직하게 기분은 좋지만, 나도 여자라 그런가 그거 자체로 흥분하거나 하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럼 전파가 터지고 있단 거네. 기지국이 살았나...?"

"모르겠어."

"음... 하긴 아포칼립스 시작된지 그렇게 오래 된 건 아니니까. 그럼 확인하러 갈래?"

"...응."

[현재 성남시 안에 남은 기지국은 0개입니다.]

"?"

뭐라구요?

렌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눈을 깜박이며 전파 상태를 확인하지만, 여전히 안테나는 최대치를 유지중.

그렇다고 렌의 말을 의심하진 않는다. 그녀는 어어엄청 하이테크놀리지를 자랑하는 스태프니까.

기지국이 없는데 인터넷이 되는 기묘한 상황.

가만히 원인이 뭘까 생각하며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아포칼립스 세계라서 영토에서 제작할 수 있는 건물도 아닌데, 서울에 거대한 빌딩 하나가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글이 적혀있다.

다만 글쓴이가 서울 토박이인데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건물이라는 평.

들어가려고 해도 이상한 결계로 막혀 있어서 진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던전이라도 되는 건가?

"...현대 기준인 세계관에서 들어온 영토일 거 같아."

"영토...?"

"응, 일단 너한테는 기본적인 설명부터 해야겠네."

"?"

내가 아포칼립스에 대해 잘 모르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엣헴. 하고 어디선가 미니 화이트보드 판을 꺼내 뭔가를 적기 시작한다.

적힌 건 '아포칼립스 시작 후 일어나는 일.'이라는 글자.

그리고 뭔가 계속 적기 시작하더니, 1단계라고 적힌 글자가 눈에 띈다.

"자, 그럼 1단계! 첫 시작이야."

"응."

"1단계는 전부 민간인인 상태잖아? 이 세계는 뿅하고 민간인이 각성해서 갑자기 짱짱 세진다! 그런 전개인 세계관이 아냐."

"민간인 각성 조건... 몬스터를 잡는 거지?"

"응, 맞아맞아. 그래서 필드 보스 외에는 전부 고블린으로 나와."

루리에는 참 잘했다는 것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의외로 나쁜 느낌은 아니지만 좀 어색한 기분.

내가 뭐하냐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걸 알아본 건지 모르는지 루리에는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민간인으로 죽일 수 있는 수준은 고블린으로 끝. 필드 보스는 영토 획득의 최소 조건이니까, 예외로 쳐야겠지?"

"응."

"자, 그럼 일단 1단계에서 인간보다 약한 스펙인 고블린을 잡아. 그러면 각성 조건이 성립돼서 각성하겠지? 이 시점에서 살짝 탈인간이 됐다고 보면 돼."

살짝 탈인간 수준이 아니던데요.

묘하게 태클 걸고 싶은 단어였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시련의 탑과 현실에는 없던 영토가 갑자기 툭. 하고 특정 위치들에 덮어쓰기가 돼. 자, 여기서 뭔가 보이지? 저 빌딩은 이 때 생겨났겠지. 저게 저쪽 세계의 '영토' 개념이었던 게 아닐까?"

"멀쩡한 건물이 영토...?"

"아포칼립스에서 멀쩡한 거대 건물이 흔할 리가 없으니까."

"음..."

일리가 있다.

지금 성남 같은 경우 내가 날면서 쭉 둘러봤는데, 거대한 건물들은 하나 같이 뭐에 폭격당한 것처럼 전부 무너져 있었다.

나름 멀쩡하게 살아있는 건물은 전부 1, 2층짜리 건물.

거대한 빌딩이나 호텔 같은 건물은 살아남은 게 하나도 없다.

성남시 전체를 통틀어도 생존자가 1000명이 될까 말까라서 다들 그런 건물들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실정이었지.

렌의 말로는 집 수복을 먼저 우선시 하고 있다고 듣긴 했지만...

"세계 자체가 그렇게 큰 세계가 아니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신기한 건 그런 세계에서 초월자가 나왔다는 거지."

"초월자?"

"음... 시련의 탑을 정복하면 '초월자'라는 칭호가 주어진다고 들었어. 우리 세계가 3단계가 됐을 때 '공지사항'이 또 떨어졌거든."

"공지사항은 머릿속 메세지?"

"맞아."

새벽에 공통적으로 들려왔다던 시련의 탑에 대한 이야기.

지금은 다들 살아남기 바빠서 제대로 신경 쓰진 못하고 있지만, 안정화가 된다면 다를테지.

초기에 들려온 시련의 탑이 어떤 곳인지 조사하기 시작할 테니까.

"초월자가 되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내가 볼 때는 이런 의미 같거든?"

"?"

"자기 영토를 들고 그대로 다른 세계로 점프하는 거지. 원래 세계가 망하든 망하지 않든."

"..."

그녀의 말에 나는 잠깐 고민의 기색을 표한다.

그럼 다시 말해 지금 인터넷에 나온 저 빌딩이 초월자의 유일한 영토였고, 초월자는 그걸 들고 자기 세계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이쪽에 왔다는 의민가?

조금 억측같기도 하지만, 아주 이상한 말도 아니라서 잠깐 눈을 깜박인다.

"아무튼 대충 그런 식으로 건물이 들어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설명하던 김에 마저 설명할게."

"응."

"2단계는 시작된 지 한 달 후, 공지사항이 떨어져."

"한 달."

"응, 한 달 즈음부터 영토를 가진 사람이 하나 둘 씩 늘어나거든. 그리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초월자들이 개입해."

"...초월자는 최소 3단계 이상에서 온 사람들인데, 그럼 원래 세계 사람들은 이길 수 없는 거 아냐?"

"다행인 건 2단계에선 초월자들이 자기 영토에서 나가지 못해. 아까 그 글에서 빌딩에 못 들어 간다고 했지? 그거 아마 1단계인 주민들 보호하려고 그런 걸 거야."

"그렇구나."

그 점은 다행이었다.

갑자기 괴물 같은 애들이 튀어나와서 날뛰면 어쩌나 했는데.

"2단계부터는 영토에 침입이 가능해져. 물론 침입하면 바로 죽겠지만."

"응."

"대신 2단계부터는 영토 안에 있는 초월자의 하수인들이 영토 확장 작업에 들어가."

"?"

"초월자만 못 나가고, 3단계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지."

"그건..."

"물론 제약이 걸려. 그 사람들은 영토의 주인 외에는 공격할 수 없어. 일반 몬스터는 예외지만. 이때부턴 고블린 말고 각양각색의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하거든."

"다행...인가?"

아니, 다행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영토의 주인이니까, 결국 3단계까지 살아남은 괴물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다.

"걱정 마. 3단계까지 살아남았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통 초월자들한테 보호받았을 뿐이니까."

"그렇구나."

"다만 문제는 덮어쓰기 된 영토지."

"?"

"위치를 덮어쓰기 당하면, 그 영토가 덮어씌워진 위치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전부 영토 주인의 소유가 돼. 음... 쉽게 말하면 생존자 무리가 전부 강제로 초월자의 병사가 된다 정도?"

"..."

"내 주변에 그런 영토가 있어서 빡셌었지~ 강 건너오기 전에 전부 다시 밀어내버렸지만."

진짜 밀어내기만 한 거 맞죠?

어쩐지 침식 상태였을 때의 루리에를 떠올리며 나는 그저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엄청 저돌적이었던 거 같은데, 밀어냈다고 하니 그렇다고 해두자.

"그리고 3단계. 이제 초월자들도 약간의 제약만 받고 움직일 수 있어. 해봤자 능력 출력이 20% 감소한다던가?"

"크네."

"크긴 한데, 시련의 탑이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라서 80% 스펙이면 막 3단계 진입한 사람들은 그냥 찜쪄먹어. 내가 마지막으로 당한 것도 이상한 사령술사 같은 초월자한테 당한 거라서."

"그래?"

그 사령술사인가 뭔가하는 초월자한테 조종당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잠깐.

"그렇다는 건 그 사령술사가 여기에도 있다는 소리네."

"어? 음... 일 리는 있는데, 설마. 그 괴물 정도면 자기 권세로 우리 세계 점령했을걸?"

얘야, 원래 인생은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단다.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인다.

그 사령술사가 아포칼립스를 만드는 녀석들과 연결됐거나, 현재 지금 이 세계에서 생존해있는 건 확실한 사실이다.

루리에가 침식당한 상태로 필드 보스가 됐었다는 게 그 증거.

만약 루리에의 말대로 세계 점령에 성공했다면, 그녀는 영원히 그 사령술사의 꼭두각시로 있었을지언정, 이세계에 떨어졌을 리는 없다.

"3단계부터 이제 탑에 도전하는 게 가능해. 다만 거기가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어. 듣기로는 영토의 주인이 탑에 들어가면 영토가 보호받는다고 하던데... 내가 가기도 전에 습격당해서."

"그렇구나."

"응, 여기까지! 도움이 됐어?"

"응."

최대한 자기가 알고 있는 걸 전달했다는 것처럼 뿌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루리에를 보며, 나는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해보면 루리에도 그렇게 많이 알지는 못하겠네.

3단계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초월자한테 당한 거니까.

그래도 지금 이 정도만 해도 우리 세계에서 정보를 가장 많이 얻은 건 나겠지.

유리한 입장에서 시작한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었다.

"설명하면서 떠오른 건데."

"응."

"저 빌딩이 인터넷이 되는 원인 중 하나일 거 같아."

"?"

"현대에서 넘어오면, 인터넷 없으면 불편하잖아."

"그렇네."

"초월자가 자기 힘으로 인터넷을 활성화시킨 거지. 막 해킹같은 게 능력인 거 아닐까?"

그런 능력으로 판타지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 같은데요.

잠깐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만 딱히 말로 뱉지는 않는다.

그래도 인터넷이 되는 이유로는 제법 가능성이 있는 발언이었으니까.

윗 지방에서만 됀다는 게 좀 결정적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퀘스트가 안 뜨네... 보통 메인 퀘스트는 나올 텐데..."

"나한테 있어."

"마법소녀 퀘스트야?"

"응. 마법소녀는 언제나 동료와 함께야! 라는 제목이야."

"아, 그거 내가 끝까지 못 깼던 퀘스트네..."

"..."

그러고 보니 루리에가 있던 세계는 마법소녀가 없었다고 했지?

엄청 불쌍한 이야기였다.

­­­­

어느 폐공장.

아포칼립스가 시작되고 여기저기 파손되어있는 공장에는 어느 한 무리가 입구를 막은 채로 농성을 지속하고 있었다.

살짝 열린 문을 통해 고블린들이 나타날 때마다 번갈아가면서 능력을 발동해 잡고 다시 도망치기를 반복.

한 여성이 검 한 자루를 들고 근처에 돌아다니는 고블린을 잡고 돌아오자, 그 안에서는 남자들이 휴대폰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야, 그래서 마법소녀가­"

"질리지도 않냐. 네 이야기는 벌써 30번도 넘게 들었다. 자제해라."

"아니, 우리랑 같은 시기에 각성한 애가 벌써 영웅적 업적을 남겼잖아! 어떻게 진정해!"

"너 빼고는 다 진정했어."

"또 쓸데없는 걸로 싸워. 그럴 시간 있으면 근처에 식량이라도 찾으러 다니지? 우리 지금 100일이면 오링나서 죽거든?"

"100일이면 한참이구만 뭘."

"100일 동안 군 식량만 쳐먹던가."

"씁, 그건 좀 그러네."

여성의 말에 한창 마법소녀에 대해 떠들던 남자가 혀를 차면서 ­군용­이라고 적힌 팩에서 밥을 떠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잠깐 한숨을 쉰 여성은 여기저기 뚫린 구멍을 드럼통으로 틀어막으면서 보수.

이 정도만 막아놔도 고블린 들은 진입하지 못하지만... 필드 보스라도 뜨는 순간 얄짤없이 전멸이라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번에 본 필드 보스 순찰 때 본 사람?"

"못 봤어."

"다른 곳으로 이동한 거겠지. 장원구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음..."

군용 식량에 물을 붓고 있는 남자의 말에 여성은 고민의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장원구의 필드 보스는 오크 투사.

듣기로는 아까 이야기가 나온 마법소녀가 등장한 곳의 보스도 오크 투사라고 했는데, 다른 인원들의 글에 적힌 바에 의하면 봤을 때 안 죽으면 기적이라고 한다.

우리 같은 경우는 다른 생존자 그룹이 학살당하는 걸 멀리서 지켜본 게 전부.

확실하게 파악한 건 지금 부딪히면 죽는다는 사실 뿐이었다.

"뭐, 어쩌겠냐. 우리가 필드 보스 잡을 것도 아니고."

"그건 그래."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였다.

콰아앙!

"?!"

한창 식사하는 와중에 뭔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남자 한 명에게 드럼통이 날아든다.

예민한 반응 속도로 곧바로 몸을 숙여 피해냈지만, 그 후 날아드는 무언가에 의해 남자가 두동강 나고, 그걸 본 여성과 또다른 남성은 곧바로 자신의 무기를 손에 쥔다.

"X발! 이 새끼 왜 여깄어!"

"내가 어떻게 알아! 방금 순찰까진 없었어!"

"인간들, 찾았다."

두 사람이 소리치면서 무기를 든 순간, 오크는 남자에게 돌진한다.

다행인 건 남자의 장비가 방패와 한손검이라는 것.

오크 투사가 내리찍는 도끼를 방패로 빗겨내듯 남자가 튕겨내는 순간, 여성이 움직여 오크 투사의 뒤를 노린다.

그러자 자기 도끼가 튕겨나간 것에 기분이 상한 것처럼 그대로 허리춤에 또다른 도끼를 드는 오크.

그걸 본 여성이 사색이 되어 몸을 물리는 순간, 투사의 몸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무슨 휠윈드야 미친!"

"끄, 끄아아아악!"

방패로 공격을 막아내던 남자가 순식간에 갈려나가고, 이내 남은 건 여성 하나.

오크는 콧김을 훅훅 하면서 천천히 여성에게 다가오기 시작하고, 여성은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검을 겨눈 채로 벌벌 떨기 시작한다.

"너, 낳는다. 강한 오크."

"미친 새X, 헛소리 하지마."

"거부권, 없다."

"하아아아!"

오크의 말에 곧바로 검을 꼬나쥐고 돌진하는 여성.

하지만 오크의 도끼가 한 번 휘둘러지는 순간, 그녀의 검은 그대로 채앵! 하면서 뒤로 날아가고 만다.

남은 건 육신 뿐.

오크에게 당할 바에야 죽겠다는 것처럼 여자가 막무가내로 달려 들자, 오크는 곧바로 그녀를 발로 차 날려버린다.

"커...억..."

"인간, 약하다."

이대로 끝인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여성의 눈에 절망이 자리하는 순간이었다.

"오크 주제에 건방지네!"

"후욱?"

파지지직.

허공에 뚫려있던 구멍으로 순식간에 노란 번개가 떨어져내린다.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도끼를 꼬나쥐고 눈 앞에 나타난 노란 머리칼의 소녀를 바라보는 오크 투사.

여성이 멍하니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자, 노란 포니테일을 하고 주황빛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씨익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마법소녀 '사이네' 화려하게 등장! 이제 안심해도 좋다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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