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6화 (6/149)

〈 6화 〉 마법소녀는 꿈과 희망을 줘야해!

* * *

천사가 떨어져내린다.

그녀의 행보를 담기 위한 영상을 찍던 나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그 장면을 그대로 담는다.

그녀의 팬을 늘리기 위해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던 영상에 그 모습이 담긴다.

희망을 주기 위한 방송이 절망으로 변하는 건 한순간.

채팅창의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기 시작한다.

안 돼.

안 돼.

스노우는 희망의 상징인 마법소녀.

그녀가 지금 여기서 쓰러져서는 안 됐다.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그런 나에게 강한 신념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떨어져 내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눈.

허공에 추락하던 그녀가 허공을 밟는다.

사랑과 정의.

옛날에 마법소녀 물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었을 만한 단어.

직접 입으로 담기엔 어려운 그 단어가 그녀의 입에 담긴다.

"마법소녀 스노우! 이곳에 등장!"

그녀의 몸이 완벽하게 멈춘다.

마력이 움직인다.

그녀에게 날아들던 모든 투사체와 저주가 튕겨져나간다.

돌격해오던 적의 기세를 죽여버리며 그대로 후퇴시킨다.

만들어진 건 원형의 결계.

거대한 원형 결계의 안에 존재할 수 있던 건 마법소녀인 스노우와 맞상대였던 물을 조종하는 적.

상대를 응시하는 그녀의 눈에 굳은 의지가 담긴다.

그래.

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마법소녀.

우리의 천사.

이 정도 시련은 가볍게 짓밟고 나아가야한다.

너는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꿈이니까.

­­­­

쪽팔려뒤지겠네.

아직 내상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나는 그 내상보다 마음이 더 아파오는 걸 느낀다.

이대로 수치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

다행인 건 나 혼자라서 다른 사람에게 보이진 않았을 거라는 거 정도려나.

"뭐야, 이상한 소릴 하더니 결계를 만들려고 시간 끈 거였어?"

"...알 거 없어."

[마법소녀 등장!의 효과로 모든 외부의 간섭이 사라집니다.]

[디버프가 전부 해제되었습니다.]

오, 이건 좋네.

쪽팔림과는 별개로 효과는 완벽하다.

날아들던 투사체는 전혀 접근하지 못한다.

저주들은 닿지 못하고 사그라든다.

내게 닿을 수 있는 건 수룡을 타고 있는 루리에 뿐.

그녀는 대충 상황을 눈치챈 건지 허참. 하면서 잠깐 감탄하더니 이내 입가를 비튼다.

"다 죽어가면서 이제 와서 펼치면 뭐해?"

"넌 착각하고 있어."

"뭘?"

"언제부터 네가 더 강하다고 생각한 거야."

지금 내가 밀린 건 다른 녀석들을 신경 쓰느라 제대로 싸워주지 못한 것 뿐.

내 말을 도발로 받아들인 루리에가 다시 날아오르며 나에게 달려온다.

동시에 그녀를 따라나서는 5개의 물기둥.

그걸 본 나는 곧바로 렌을 한 번 흔든다.

"!?"

"아쿠아 필라."

곧바로 그녀의 물기둥을 내 물기둥으로 격추시킨다.

갯수는 3개.

그녀에 비해 숙련도가 낮기 때문이겠지.

그걸 루리에도 알아채고는 남은 2개의 물기둥과 함께 그대로 돌진.

나는 그걸 정면에서 지켜보며 손을 뻗었다.

"오버 히트 버스터."

"아쿠아 쓰러스트!"

아까보다 위력이 약해진 돌진이 쇄도해온다.

그에 맞서 그대로 정면으로 쏘아지는 빛의 레이저.

아니, 레이저라기엔 너무나도 굵은, 그저 포격이었다.

루리에가 억지로 포격에 맞서며 뚫으려고 노력한다.

추가로 물기둥을 소환하려는 걸 동일 스킬로 끊어낸다.

그녀의 창이 그대로 포격을 계속해서 뚫어내고, 그녀의 실드가 여파를 막아낸다.

생각 이상으로 거센 저항.

나는 웃으면서 렌을 쥔 손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렌,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

[승인]

"읏...! 씨 퍼니쉬먼트!"

하늘에서 빛의 폭격이 내리꽂힌다.

그걸 보며 결국 빛의 광선에 휘말리는 걸 감수하며 새로운 마법을 발동하는 루리에.

강을 휩쓰는 4개의 소용돌이가 동시에 나타나며 포격과 폭격을 동시에 차단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게 네 전력이구나.

와중에 수룡을 꼬라박진 않는 걸 보니, 저 수룡, 자주 사용할 순 없는 모양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수룡을 터뜨리면 저 녀석에게 비행은 없다.

"한 개 더. 슈팅 스타!"

버스터가 서서히 멎어가는 걸 느끼며, 나는 별 탄막 다발을 만들어 그대로 수룡에게 쏘아낸다.

그러자 눈에 띄게 당황하며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그녀. 아무래도 내가 쓰는 숫자만큼 스킬을 유지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소용돌이를 치우면 포격과 폭격의 제물.

그냥 맞자니 수룡이 없으면 위험.

실드를 펼치고 있지만, 수룡까지는 닿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스킬이니까.

[적대 마법소녀의 침식 발동 감지.]

"?"

침식?

그러고 보니 내 퀘스트에 침식이 10% 이상이면 실패라고 떴던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수룡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눈이 검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루리에.

불길함을 감지한 내가 스피드 스타를 주변에 두르는 순간, 그녀는 고함을 지르며 그대로 돌진해온다!

"죽어라!"

아까와는 다르게 수룡을 그대로 오버 히트 버스터에 부딪히며 날아드는 루리에.

점점 밀려나는 광선을 보며 나는 화염구와 슈팅스타를 발동하며 잠깐 고민한다.

뭔가 이상한 기운 같은 걸 달고 덤벼드는 걸로 봐선 능력 강화 계열.

나한테 남은 수는 뭐가...

"아쿠아 드래곤!"

곧바로 똑같은 수룡을 불러내 그녀의 수룡에 충돌시킨다.

기술이 또 다시 복사됐다는 생각에 얼굴을 찌푸리지만, 상대의 수룡이 훨씬 강한지 그대로 폭파.

음, 역시 같은 기술로는 안 되네.

그럼 기대할 수 있는 건...

"별에게 소원을!"

[별에게 소원을 발동.]

[플레이어의 빛을 모집합니다.]

[...도움을 주는 플레이어 586219명 확인.]

[무작위 플레이어의 힘을 받습니다.]

[타이틀 '검성' 플레이어 '제로밋'의 힘을 받아들입니다.]

[소드 모드]

"?"

뭔가 이상한 시스템 창이 계속해서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렌이 자연스럽게 검의 형태로 변한다.

그와 함께 자동 보정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잡히는 자세.

누군가 몸을 조종하는 감각에 저항하려고 하지만, 곧바로 렌의 말에 저항을 멈춘다.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마스터보다 훨씬 강한 사람의 힘이니, 저항하지 마시길.]

"응."

렌의 말을 듣고 손해본 적은 없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잠시 후 루리에가 코앞까지 오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와 내 목소리가 겹치며 검이 휘둘러졌다!

"일견살(一??)."

서걱!

마치 검집에 넣은 검처럼 허리춤에 있던 렌이 내 동체시력을 벗어난 속도로 움직인다.

타겟팅은 수룡.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로밋이라는 사람은 루리에를 죽이는 것 자체는 원치 않았다.

마력이 담긴 검이 수룡을 베어나간다.

보라색 기운이 저항하지만, 그마저도 무용.

단번에 두동강 나버린 수룡이 그대로 물로 변해 사라지며, 루리에가 떨어져 내려간다.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서 무언가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몸의 제어권이 돌아온다.

"그으...으아..."

[침식이 절반 이상 사라졌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마스터.]

"이대로 공격하면..."

[지금이라면 정화가 가능합니다.]

"응?"

정화?

그러고 보니 퀘스트 내용에도 내가 정화할 수 있다고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나는 마법소녀.

정말 뭐같은 기분이지만, 누군가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보일 수도 있는 사람이다.

몬스터라면 모를까 인간형인 적을 죽이면 안 된다고,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뭐, 좋아.

딱히 루리에를 죽이고 싶은 건 아니니까.

...귀여운 여자애가 죽는 건 세계적인 손실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만난 마법소녀 동지를 함부로 죽일 순 없지.

"정화는 어떻게..."

[정화하실겁니까?]

"응."

[승인.]

렌이 시범을 보이겠다는 것처럼 내 마력을 사용해 새하얀 구체를 만들어낸다.

그와 함께 루리에로부터 보라색 기운이 점점 방출되기 시작하다가, 이내 그 구체로 흡수되기 시작.

마력의 흐름을 잠깐 바라보던 나는 곧바로 방법을 알아내 구체를 하나 더 만들어 같이 흡수하기 시작한다.

[스킬 '악령 정화'를 익혔습니다.]

[스킬 '보석화'를 익혔습니다.]

더 이상 루리에에게서 보라색 마력이 나오지 않게 됐을 때.

루리에는 그대로 강으로 떨어져가기 시작하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날아가 급히 받아낸다.

그리고 들려오는 퀘스트 완료 소리.

하지만 그 시스템 창을 보기도 전에 나에게는 다시 각종 투사체들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아, 결계 이미 사라졌구나!?

"일단 정리부터 해야겠어."

[주술사가 귀찮으니, 먼저 처리하시길 바랍니다.]

"인정. 알겠어."

프로텍션과 루리에의 아쿠아 실드로 투사체를 전부 막아내며 그대로 주술사에게 돌진하는 나.

녀석은 사색이 되어 저주를 던지며 도망가지만, 나는 가볍게 회피 기동을 하며 별 탄막들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루리에만 없으면 이것들, 별 거 아니다. 빨리 끝내자.

...슬슬 체력적으로 위험하니까.

­­­­

"이거 물건이네."

1:1 전투 후에 펼쳐지는 압도적인 학살을 보며 남자는 감탄사를 표한다.

낯간지러운 대사를 치면서 화려하게 부활 후 탑의 잔재를 사용한 자를 제압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

어디선가 많이 본 기술이라는 게 조금 걸리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이미 탑을 오를 준비를 마친 수준이었다.

"세계 침식 시작된 지 며칠 됐지?"

"일주일 됐습니다."

"네가 보기엔 어때? 일주일 만에 저 스펙이라는데?"

"역시 미리 제압하거나 포섭해야됩니다. 다른 녀석에게 넘어가면..."

"야, 사랑과 정의라잖냐. 사랑과 정의."

"그런 낯부끄러운 대사를 치다니, 제정신인지는 모르겠군요."

"다시 말하면 저 녀석,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세계를 사랑하는 녀석이다. 침략자인 우리의 손을 잡을 리가 없어."

"침략자라니, 그런..."

"침략자다."

비서인 여성이 부정하려하자, 남자는 단호하게 그 말을 자른다.

침략자.

그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그 단어를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결국 이 세계를 기반으로 우리 세계를 살리기 위해 우리는 이 세계를 희생시키는 거다. 그걸 외면하지 마라."

"허나..."

"반론은 받지 않아. 그래도 저런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와 싸우고 싶진 않군. 가능하면 동맹으로 합의보고 싶은데."

"동급으로 취급하겠단 말씀이십니까? 그래봤자 저 소녀는 기껏해야 아직 2성밖에 되지 않습니다."

"야, 아포칼립스 시작점에 2성이 장난이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쟤가 일주일 안에 잡은 보스가 둘. 지금 주술사를 때려잡고 있으니 셋. 세계에 뿌려둔 드론 정보대로면 지금 보스를 잡은 놈은 10명 뿐이다."

"생각보다 더디군요."

"그렇지. 아포칼립스에서 빠르게 적응한다는 건, 그만큼 미쳐야만 할 수 있으니까."

멘탈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평범하게 살아온 인간으로서는 버티기 힘든 시련이다.

지금 이미 적응한 자는 사이코거나, 엄청난 적응력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미친 겁니까?"

"저 녀석, 감정 변화가 거의 없는 걸 테지. 외치기 직전에 마음을 다 잡았을 때 빼고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가 없었어."

"...듣고 보니 그렇군요. 심지어 탑의 잔재를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없이 쓰러뜨렸죠."

"그래, 명경지수로 감정 통제를 제대로 하는 자여도 저 정도로 동요가 없을 순 없어. 그렇다면 감정을 잃어버린 자겠지."

"하지만 그럼 이상하지 않습니까? 사랑과 정의라니..."

"그래서 마음을 다 잡을 때 표정 변화가 생긴 거다. 애초에 삶의 목적이 없다가, 자기가 쓰러지면 어떻게 될 지를 자각한 거겠지."

"그런!"

"다른 사람들이 전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희미한 감정이 살아난거다."

"허..."

"뭐, 아무튼 우리는 건드리지 않는다.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지."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허공에 떠있던 홀로그램을 사라지게 만든다.

남자의 입가에 담긴 건 희미한 미소.

어쩐지 먼 곳을 보는 시선에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만이 담겨있었다.

­­­­

"엣취."

드물게 코가 간지러워짐을 느끼며, 나는 물이 차갑나? 하면서 좀 더 온수를 튼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처음 내가 있었던 집.

내가 구해낸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수도를 연결해 한창 목욕을 즐기고 있는 나였다.

응? 여자 몸 보고 아무렇지도 않냐고?

...그래 야발, 아무렇지도 않더라.

옷을 벗기 전까지만 해도 심적 갈등이 엄청났는데, 막상 옷을 다 벗고 가슴을 만져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이게... 그게 없어진 것에 대한 반동...?

그런 생각을 했지만, 사실 원인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싸울 때조차 마음이 평온해진 상태로 움직이게 만드는 빌어먹을 스킬, 안정된 정신.

심지어 이 뭐같은 스킬은 패시브라서 꺼지지도 않는다.

나는 평생 흥분하기 힘든 몸이 됐다는 소리다.

어차피 남자랑 그짓을 할 바에야 혀 깨물고 죽을 거지만.

[혀 깨물어도 안 죽습니다.]

"능력자 사기."

[애초에 혀를 깨물었을 때 사람이 왜 죽는진 압니까?]

"몰라."

[출혈로 죽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 혀가 목으로 말려들어가서 생기는 질식사입니다.]

"...능력자도 숨 못 쉬면 죽잖아."

[숨을 못 쉬어도 마력이 있는 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피부로 호흡이 가능하니까요.]

그건 몰랐는데.

생각보다 마력이라는 건 만능이었던 모양이다.

"왜 멋대로 마음 읽고 있어."

[덧붙여 남성분들과 해도 평온한 정신 상태니까...]

"조용히 해."

렌한테 마음 읽는 기능까지 있었다고...?

이때까지 내가 갈등하는 거랑 그런 것들 전부 읽고 있었단 거지?

"..."

존나 쪽팔려.

[괜찮습니다. 저만 보니까요.]

"...시끄러."

[아무튼 이번에 세력이 늘어나서 좋군요. 그럭저럭 써먹을 전투요원이 20명쯤 되어보입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20명 밖에 안 돼?"

[마스터가 몬스터 다 쓸어놓고 뭘 바랍니까?]

"...."

듣고 보니 그건 또 맞는 말이다.

후에 알고 보니 능력 각성의 조건은 몬스터를 잡는 것.

성남시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몬스터를 내가 잡아버렸으니, 잉여 인간인 민간인이 많아지는 건 당연했다.

나중에 몬스터라도 끌고 와서 애들 각성부터 시켜야겠다.

물론 사지 다 잘라놓고.

[마스터, 아무리 평온한 상태여도 매번 그렇게 잔인하게 처리하는 건 보기 안 좋습니다.]

"남이사."

렌의 말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욕조를 나선다.

적당히 몸을 씻어낸 후 의자에 앉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하는 나. 쓸데없이 머리카락이 길어져서 말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머리카락이 엄청 반짝거려서 자르긴 아깝다.

그러고보니 나 그렇게 싸워도 몸이나 머리카락은 그대로네. 버근가?

[마법소녀 패시브입니다.]

"..."

좋은 건가?

솔직히 이제 세면도구가 추가로 생산되진 않을 테니, 생각해보면 엄청 좋은 패시브 같기도 하다.

[마법소녀가 꼬질꼬질하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건 누구 지론?"

[관리자 M의 지론입니다.]

그 변태 작자 지론이구나.

어떻게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 같기도 하고.

[일단 마스터, 혹시 잊은 거 없습니까?]

"뭐가."

[현재 플레이어 신청이 1233554명 와있습니다.]

"그게 뭔데."

[아, 그 부분 부터였군요. 마법소녀 클래스가 처음 만들어져서 튜토리얼을 깜박한 모양입니다.]

"?"

[플레이어는 간단하게 말하면... 마스터, 성좌라는 건 아십니까?]

"소설에 나오는 영웅들이 별된 거?"

[네, 플레이어는 그거랑 비슷합니다. 수도 없이 많은 차원의 영웅들이 내가 너의 후원자가 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내는 거죠.]

"..."

러브 콜이라.

그건 다시 말하면, 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단 소리네.

[시련의 탑이 있는 모든 세계는 서로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마스터의 수준이 도달하지 못해서 보지 못 합니다만, 3성급 스펙이 되는 순간 보이겠죠.]

"3성?"

[플레이어의 스펙을 뜻합니다. 현재 마스터는 2성까지 스펙이 올라와있고, 지금 시점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스펙이죠.]

"그렇구나."

[동요가 없네요.]

아니, 뭐...

솔직히 지금 학살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스펙이 엄청 높다는 건 예상한 부분이라 감흥은 없다.

나한테 왜 이런 힘이 생긴 건진 모르겠지만, 이미 생긴 건 생겨버린 것.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거실로 나오자 보이는 건, 멍한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난 루리에의 모습.

몇 번 눈을 깜박이던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다.

"아, 일어났..."

"마법소녀!? 마법소녀인 거지!?"

"어? 어... 엉."

엄청 뜬금없는 소리를 나에게 하면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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