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의 마법소녀-4화 (4/149)

〈 4화 〉 마법소녀는 사람을 구해야해!

* * *

처음으로 느낀 건 경외.

하늘을 날아다니며 새하얀 유성우를 떨어뜨리는 그 모습은 가히 전쟁의 천사가 강림한 모습이었다.

별을 그려낸 새하얀 탄막을 쏟아내면서 공격받음에도 아무런 동요조차 없다.

마지막에 전혀 예상치 못한 보스의 폭주. 그런 상황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가볍게 검을 만들어 마무리하는 그 모습은 실로 고결한 기사의 형상이 보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상황이 전부 끝나고 반짝반짝 빛나는 은발을 그대로 유지한 채 우리를 걱정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의 재림.

그렇게 싸웠음에도 옷에는 핏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혹시, 마법소녀 '스노우'씨 맞나요?"

우리의 임시 리더의 물음에 무표정한 상태 그대로 다시 시선을 우리에게 돌리는 천사.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앞에 나타난 창의 버튼을 조용히 눌렀다.

[마법소녀 스노우에 의해 구원받았습니다. 팬클럽에 가입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팬클럽 커뮤니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당신은 마법소녀의 팬클럽 소속이 되었습니다.]

[팬클럽 가입자는 마법소녀에게 팬클럽에 소속된 것을 알려서는 안 됩니다.]

[그 대가로 자신이 위험할 경우, 마법소녀의 가호를 받습니다.]

[소속된 것을 알릴 경우, 팬클럽에서 탈퇴됩니다.]

[플레이어 'akqjqthsutkfkdgo'님이 당신을 돕겠다고 합니다.]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으시겠습니까?]

­­­­

"아, 그냥 커뮤니티에서 봤거든요. 마법소녀가 날아다닌다고."

"...커뮤니티?"

"네, 갤이라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서 갤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는 남자. 갤러리는 대충 어떤 곳인지 알고 있다.

게임 공략 사이트지 거기?

아포칼립스 세계가 됐지만 인터넷이 살아있어서 그런 곳이 아직 활성화되어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

"아, 인터넷은 아직 살아있더라고요. 기지국은 공격 안 당했나?"

남자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게 말한다.

인터넷이 살아있다는 건 알고 있다. 간간히 인터넷이 안 터지는 지역은 있었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인터넷이 멀쩡한 장소가 있단 거겠지.

애초에 우리 집에 전기도 들어오고, 인터넷도 되는 걸로 봐선 습격당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그래도 조만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랑 모이려고 이쪽으로 왔어요. 여기 생존자가 제법 많다더라고요."

"?"

생존자가 많아?

그의 말에 렌의 레이더로 주변을 살펴보지만, 생명체 반응은 여기 있는 사람들 밖에 없다.

세이프티 존에 모여있나?

세이프티 존을 제대로 살펴본 기억이 없으니 그 쪽에 몰려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람들이랑 모이기 위해서 왔다니, 아직 아포칼립스라는 게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인가...?

"식량이 부족할 거야."

"그럴 리가요? 아, 혹시 아직 시스템 창 안 보셨어요?"

"?"

그의 말에 눈을 깜박이며 시스템 창을 살피는 나. 오크 투사를 잡고 나서 뭔가 이것저것 뜬 거 같은데... 보자...

[클래스 '마법소녀' 진영의 '스노우'가 필드 보스 '오크 투사 트리온'을 쓰러뜨렸습니다.]

['오크 투사 트리온'의 영역, '성남시 중원구'가 '마법소녀 스노우'의 영토가 됩니다.]

['스노우'의 영토에서는 더 이상 필드 몬스터가 리젠되지 않습니다.]

['스노우'의 영토에서 던전 게이트가 형성됩니다.]

[당신은 성남시 중원구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현재 필요한 설정 : 세이프티 존, 던전 게이트, 마을]

"?"

[세이프티 존 설정]

세이프티 존 식량 자판기 현황 ­ 1대, 50인분의 음식이 하루 한 번 리젠.

현재 세이프티 존 인원 현황 ­ 45명(영지민 30명)

*현재 집들이 대부분 무너졌습니다. 새로운 집을 지어야합니다.

*현재 자판기 식량은 부족하나, 영지에는 채집할 식량이 많이 남았습니다.

[추가 건설 가능 ­ 확인]

[던전 게이트 설정]

현재 영지에 던전 게이트가 없습니다.

현재 영토 안에 남은 몬스터 ­ 1294마리

영토 안의 몬스터를 전부 처리하면, 던전 게이트가 개방됩니다.

던전 게이트 현재 설정 ­ 누구나

[마을 설정]

현재 제대로 된 생활 거처가 없습니다.

[현재 자동 관리 시스템 '렌'이 관리 중입니다.]

뭔데, 영지 시스템.

그러고 보니 초월자들이 영토라는 걸로 몇몇 마을을 덮었다고 들었는데, 설마 거기서 말한 영토가 이런 걸까?

난 이런 거 관리 못 하는데.

[제가 관리할 테니, 안심하고 마법소녀 활동을 하시길 바랍니다.]

"...응."

렌의 말에 묘한 불안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는 나. 그리고 내가 확인 했다고 생각한 건지, 남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야, 그래도 다행이네요. 오크 투사가 등장했을 때는 죽는 줄 알았어요."

"세이프티 존으로 가."

"그러지 말고 같이 가지 않을래요? 이제 리더가 됐으니 앞에서..."

"..."

나 그런 거 못 한다고요.

그의 말에 내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자, 어쩐지 식은 땀을 삐질 흘리는 게 느껴진다.

딱히 마력도 안 쓰고 있는데, 압박이라도 받았나?

"안 가. 너희가 가."

"하지만..."

"알겠습니다! 마법소녀님!"

"?"

쟨 또 왜 갑자기 급발진이야.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난감하다는 기색을 보이자마자 한 남자가 갑자기 급발진으로 튀어나오며 소리친다.

그리고는 리더의 어깨에 팔을 올리더니, 자기들끼리 뭔가 쑥덕거리기 시작.

갑작스런 상황을 보며 잠시 바라보던 나는 몰래 비행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니, 하지만..."

"지금 천사..."

뭔 이야기 중인진 모르겠지만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직 몬스터가 1000마리 이상 남았다.

살아남은 사람도 추가로 더 있을 거고, 그 사람들을 구하면 추가 보상이 좀 더 강화되겠지.

남은 기간은 4일. 열심히 해보자.

­­­­

어느 한 거대 빌딩.

아포칼립스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파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빌딩의 옥상에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여기저기서 폭음이 터지고, 시체와 육편들이 날아다니는 걸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의 뒤에는 비서 복장의 한 여성이 무언가 그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마법소녀?"

"네, 영토... 라긴 작습니다만, 마법소녀 스노우라고 불리는 자가 아래측에 영역을 선포한 모양입니다."

"음... 제법 가까운데."

비서의 말에 담배를 하나 꼬나물고 홀로그램 판을 들어 올리는 남자. 잠시 화면에서 지도를 살피던 그는 귀찮다는 듯 허공에 판을 휙하고 던지고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 영역 들어오기라도 한데?"

"그것까진..."

"그럼 냅둬. 아직 영지 안정화가 안 됐어. 괜히 힘썼다가 또 뭔 제약 쳐먹으려고."

"아직 이쪽 세상은 시련의탑이 시작 지점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영토를 먹은 건..."

"야, 그래서 그 마법소녀한테 플레이어라도 있어?"

"플레이어는 없습니다."

"NPC는 관심 밖이야. 원주민이 영토 하나쯤 먹을 수도 있지. 별 걱정을 다하네."

"조만간 붙지 않겠습니까?"

"씁, 야. 네가 평소에 좋은 말만 해주는 건 아는데, 애초에 마법소녀라는 진영 자체가 신 진영이거든? 히어로나 빌런 진영이면 몰라도 저런 새내기 진영은 원래 걍 지켜보는 거야."

"알겠습니다."

"가봐, 일이나 해."

남자의 말에 조용히 수긍하며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비서. 그리고 담배를 퉷하고 뱉은 남자는 아래를 바라보면서 한숨만 내쉰다.

"존나 못해먹겠네. 우리 세계 초기랑 뭐가 다르냐 진짜. 야, 미스비."

­ 네, 주인님.

"마법소녀 스노우라는 새끼 따라다녀봐. 인상 착의는 은발에 흰 망토. 옅은 분홍색 눈동자라신다."

­ 알겠습니다. 찾으면 사살합니까?

"사살은 얼어죽을 놈의. 그냥 정보만 주워와. 어떤 녀석인지 알아봐야겠어."

­ 네.

남자의 말에 나타났던 드론은 허공에 녹아내리듯 다시 자취를 감춘다.

그걸 보며 다시 하늘을 쳐다보는 남자.

이런 상황에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

"이걸로 끝이야?"

[네, 영토 내에 몬스터는 전부 소멸했습니다.]

"고블린 밖에 없어서 쉽네."

마지막 고블린의 뚝배기를 별모양으로 깨며 중얼거리는 나.

일주일이 채 되기 전에 몬스터를 전부 처리하자, 자연스럽게 마법소녀 진영 퀘스트가 클리어됐다는 메세지가 보인다.

[마법소녀는 사람을 구해야해!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몬스터 퇴치(2000/2000), 오크 투사 트라온 처치(1/1), 위기에 처한 사람 구출(125)]

[일주일 안에 모든 몬스터 퇴치에 성공했습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모두 안전하게 보호했습니다.]

[트라온을 처치했습니다.]

[보상 정산중...]

[보상으로 100000pt를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강화석x10을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스킬 '별에게 소원을'을 습득했습니다.]

[보상으로 전용 무기 파편 힌트를 2개 얻었습니다.]

[클래스 '마법소녀'의 스타팅 퀘스트를 끝냈습니다.]

[메인 퀘스트 '마법소녀는 꿈과 희망을 줘야해!'가 시작됩니다.]

[메인 퀘스트 조건을 선택해주세요.]

포인트에 강화망겜의 대표주자인 강화석...

보상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몰라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세이프티 존에서 물어보기로 하자.

일단은 스킬 먼저...

Lv : 22

플레이어 : Non Player

클래스 진영 : 마법소녀

상태 : 안정

능력치 : [체력 Lv 10], [마력 Lv 24(99)]

능력 : [안정된 정신 Lv master], [마법 이해 Lv master], [마도의 극치 ­ 마법소녀 Lv 3], [변신 Lv ?], [별에게 소원을 Lv 1]

[마도의 극치 ­ 마법소녀] ­ Lv 3

사용법을 알고 있는 마법이 있다면, 본인의 경지와 관계없이 익힐 수 있습니다. 단, 마법소녀로 변신했을 때 한정합니다.

현재 저장된 마법 : 화염구 Lv 3, 슈팅 스타 Lv 3, 스피드 스타 Lv 3, 세이프티 존 Lv 3, 오버 히트 버스터 Lv 3, 스타더스트 스트라이크Lv 3

[별에게 소원을] ­ Lv 1

별에 각인된 스킬 하나를 발동합니다. 스킬 효과는 랜덤으로 발동합니다.

"?"

뭔가 많이 늘었는데요.

별에게 소원을 스킬의 효과가 이상한 건 둘째치고, 생각보다 스킬이 많이 늘어나있다.

뭐예요, 이것들 본 적도 없는데.

아마 스피드 스타, 스타더스트 같이 스타가 붙어있는 스킬은 분명 내가 레벨업 하면서 늘어난 스킬.

세이프티 존이야 매번 보는 거니 그렇다치고, 오버 히트 버스터는 뭐지?

[오버 히트 버스터] ­ Lv 3

마력을 때려박아 레이저를 발사합니다. 일반적인 광선류 마법에 비해 더 많은 마력을 사용하는 대신, 위력이 증폭됩니다.

"으응...?"

아예 본 기억이 없는 설명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아. 하면서 이 스킬의 출처를 깨닫는다.

사람들 구하러 다닐 때, 엄청 실같은 광선으로 괴물들 뇌를 관통시켜서 잡고 있던 사람이 있긴 했다.

엄청 약한 화력이여도 괴물을 잡고 다니긴 했으니까... 죽기 직전이라 구해주러 갔지만.

군인 아저씨였던 거 같은데...

아무튼 생각 이상으로 강한 스킬인데, 마력 부족으로 사용하지 못하던 모양이다.

"렌, 강화석이라는 거 너한테 쓸 수 있어?"

[나중에 전용 무기라는 걸 얻으면, 그 무기에 쓰셔야 합니다. 제 기능은 인공지능과 마력 증폭 정도니까요.]

"그래?"

강화석을 꺼내고 싶다고 생각하자 나타난 건 붉은색 빛깔을 하고 있는 돌.

음... 뭔가 피 색이랑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아이템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뭐야, 시스템에 아이템 같은 것도 있었어?

"인벤토리?"

[현재 소지 중인 아이템]

[강화석 x 10]

[235742pt]

[전용 무기 지도조각1]

[전용 무기 지도조각2]

"..."

매우 간결한 아이템 창을 보며 눈을 깜박이는 나.

정말 만약의 이야긴데.

혹시 내가 잡은 몬스터들 전부 다 아이템 같은 걸 떨어뜨리고 있었나요...?

그냥 뚝배기를 전부 깨면서 이동한 탓에 아이템같은 게 있는지도 몰랐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기껏해야 주변 환경에서 돌멩이 같은 걸 루팅한다던가, 몽둥이 같은 걸 얻을 수 있는 거였겠지.

머릿속에 스스로 그렇게 세뇌하다보니 문득 오크 투사의 장비가 떠오르지만, 곧바로 생각에서 지워버린다.

이미 지나간 걸 신경 써서 뭐해.

퀘스트나 확인하자.

[마법소녀는 꿈과 희망을 줘야해!]

당신은 살고 있던 지역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에 성공했다!

과연 마법소녀! 하지만 그 덕분에 주변 지역에 있는 보스들이 당신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현재 성남시 수정구와 분당구에 있는 보스들은 민간인들을 쥐잡듯이 찾아다니며 처리하기 시작해 레벨업을 시작했고, 성남시 외의 다른 지역 보스들도 뭔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선택해라, 마법소녀여!

당신은 지금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째, 성남시를 통일한다.

둘째, 아직 인터넷이 살아있는 희귀한 상황. 다른 지역의 생존자들에게 연락, 이곳 중원구에 모은다.

어떤 선택을 하던 다른 성남시 보스는 이곳을 노릴 것이다.

임무 조건 : 성남시 전체 영토화 or 성남시 생존자 중원구로 통합.

실패 조건 : 중원구를 뺏긴다.(생존자가 10명 이하가 됨)

보상 : 전용 무기 지도조각, 10000pt

실패 시 : 마법소녀의 출력 10% 하락, 그만큼 침식당함.

"?"

침식은 또 뭐야.

그보다 이거 말만 마법소녀지 지금 전략 시뮬레이션 하는 기분인데. 대영웅급 장수 하나로 성 먹는 시스템인 거지?

"천사님!"

"천사 아니예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데요."

언젠가부터 생존자 무리에게서 들려오는 천사라는 발언.

내가 왜 천사인지는 그렇다치고, 일단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평소에 평범하게 부른다는 게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

...천사처럼 예쁜 외모긴 하지.

"수정구와 분당구 쪽 몬스터들이 대거 이동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동?"

"중원구로 쳐들어오고 있다고요!"

"..."

아니, 나 아직 조건 선택도 안 했거든요?

조건을 선택하기도 전에 몬스터들이 대거 이동한다는 소식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나. 중원구를 뺏기는 실패 조건이 달려있으니, 예상은 했지만서도.

어쩔 수 없네. 이렇게 된 거...

"전투할 수 있는 인원은?"

"각성자는 50명 정도입니다. 그 중에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있는 건 10명도 안 될수도..."

"그래."

일단 혼자 보스들을 다 잡는 걸로 시작해야겠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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