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마법소녀는 사람을 구해야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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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상황을 정리해보자.
1. 현재 나는 아포칼립스 헌터물의 시작지점에 있지만, 놀랍게도 주변 거의 모든 건물이 작살났음에도 멀쩡한 건물에 살아있다.
2. 이 소녀는 지인이 없다시피하며, 어떤 광경을 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다.
3. 현재 집에 있는 식량은 대충 한 달을 버틸 정도로 남아있지만, 가스와 수도가 끊겨있다. 즉, 식수가 모자라다.
4. 시련의 탑이 등장함과 동시에 모든 인간들에게 '시련의 탑을 끝까지 돌파한다면 상황을 타파할 힘을 얻으리라.'라는 계시가 떨어졌다.
5. 영토라고 불리는 초월자들의 땅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을 집어삼키고 나타났다. 모든 영토는 나라마다 하나씩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적대적인 세력도 있고 우호적인 세력도 있다.
6. 각성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상태창이 있으며, 본능적으로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상태창?"
<유지 유미카=""/>
Lv : 1
플레이어 : Non Player
상태 : 안정
능력치 : [체력 Lv 3], [마력 Lv ??]
능력 : [잠김]
"..."
능력 사용 방법 본능적으로 깨닫는다며.
어째서인지 능력이 잠겨있는 상태창을 보며 나는 얼굴을 살짝 찌푸린다.
일단 상태창이라는 게 나타난 걸로 봐선 나는 각성자인 모양이다.
아니면 저 글이 구라거나.
사실 상태창은 모든 사람에게 보이는데, 각성자만 보인다는 구라일지도 모른다. 본능적으로 능력 사용하는 방법을 익힌다는 것도 구라였으니까,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내 이름...
"유지 유미카는 뭐야. 동양 이름이라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서양 이름이라기도 애매하네."
소녀의 생김새로 볼 때 서양인인 건 확실해보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름은 동양인에 가깝다.
뭐, 혼혈이라도 되는 건가.
그런 간단한 생각을 하는데, 또다시 밖에서 폭음이 들려온다.
또 자동차라도 터진 건가, 생각하지만 지속적으로 쾅쾅! 거리는게 소음이 엄청나다.
누가 온 건가?
다시 창밖을 빼꼼하고 보자 보이는 건 양손에 화염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들면서 녹색 괴물들에게 연속으로 던져대고 있는 남자가 눈에 띈다.
...아까 버스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어떻게 기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으로 그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다만... 저래선 죽겠네.
계속해서 화염구를 던져 녹색 괴물들을 전부 쓰러뜨리고 있지만, 벽이나 차 위로 돌아다니는 괴물들에 대해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잠시 창을 열고 소리쳐 도움을 줄까 하지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둔다.
현재 나는 능력이 잠겨있는 일반인.
지금 내가 이 건물에 있다는 걸 알리는 순간, 죽는다.
...이런 생각을 냉정하게 하는 사람이었던가? 내가?
어쩐지 내 생각을 조종당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나는 집 안에 뭔가 던질게 없는지 확인한다.
내 위치를 알리지 않아도 알려줄 수는 있는 거잖아.
내가 안에서 살아가면서 필요없으면서 동시에 던지기 편한 거라면...
"구슬?"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건 병에 든 구슬들.
각양각색의 색을 가진 구슬들을 본 순간, 나는 곧바로 2~3개를 들어 창을 살며시 연다.
다행히 녹색 괴물들은 남자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상황.
그걸 본 순간, 나는 힘껏 괴물들이 있는 벽쪽과 차 위에 구슬을 투척하고 다시 창을 닫으며 몸을 숙인다.
안 들켰겠지?
혹시나 싶어 숙인 상태 그대로 창을 바라보지만, 딱히 무언가가 이쪽으로 왔다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이다, 그럼 일단 나도 무기같은 거라도 준비해야...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쨍그랑!
"...들켰나보네."
몸을 일으켜 슬며시 빠지려는 순간, 녹색 괴물 하나가 재빠르게 창을 깨며 들어오다가, 유리파편에 찔려 끼에에엑! 하면서 바닥을 구르면서 고통을 호소한다.
그리고 그 창을 통해 여기저기를 긁히며 들어오기 시작하는 녹색 괴물들. 고통에 끼엑! 끄엑! 하면서도 안에 있는 나를 보더니 끄륵거리면서 계속해서 밀려 들어온다.
아직 얼마 넘어오지 못했다.
그걸 생각한 순간, 나는 빠르게 주방에서 식칼을 꺼내 든다.
집 안에 들어선 녹색 괴물은 세 마리.
한 마리는 뒹굴면서 죽어가고 있으니 여기저기 잔상처가 난 채로 들어온 한 마리와 이제 넘어오려는 괴물 한 마리가 있다.
전부 몽둥이를 하나씩.
하나가 리타이어 상태니 일단 나머지 둘을 빠르게 처리해야한다.
끄륵!
여기저기 긁힌 상처를 가진 괴물이 나에게 달려오는 걸 보며 나는 곧바로 녀석에게 달려간다.
그러자 마구잡이로 몽둥이를 휘둘러오는 괴물.
하지만 내 목표는 녀석이 아니었기에 소파에 있는 큰 베개를 녀석의 얼굴에 던진다.
순간적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잠깐 엎어지는 녀석.
나는 그 베개를 밟으며 동시에 넘어오고 있는 괴물의 가슴팍에 식칼을 꽂는다.
끼에에에엑!
그러자 고통스러워하며 넘어오던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괴물. 식칼을 미처 회수하지 못한걸 깨닫자마자 바닥의 몽둥이를 잡으며 한번 앞으로 구른다.
유리 파편 사이를 구른 탓인지 여기저기 베인 느낌이 들지만,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밟힌 것에 화가 난 건지 몸을 거의 일으킨 괴물의 뒤통수에 몽둥이를 내리꽂는다.
그러자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는 괴물. 하지만 약하다.
엎어지며 비명을 지르는 괴물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여러 번 내리찍자, 이내 꿈틀거리다가 축 늘어지는 걸 확인.
그리고 유리 파편이 여기저기 박힌 괴물을 바라보자, 기절이라도 한 건지 움찔거리면서 조용한 모습이 보인다.
"..."
퍼억!
확실하게 녀석을 확인 사살하는 나. 이내 더 이상 들어오는 괴물이 없단 걸 깨닫고 나는 떨리는 손에서 몽둥이를 놓는다.
내 힘이 약해서 위험했다.
남자일 때의 절반도 되지 않는 힘.
이걸로 확실한 건, 내가 각성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각성자라는 녀석들은 대부분 일반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후..."
잠시 호흡을 안정시키자 문득 밖에서 들려오던 폭음이 사라졌다는 걸 깨닫는다.
밖을 바라보자 보이는 건 아까의 녹색 괴물과 덩치가 다른 근육질의 괴물.
그냥 맨 몸에 몽둥이, 가죽으로 된 가리개를 입고 있던 일반 녹색 괴물과는 달리 쇠로 된 갑옷과 투구, 그리고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는 괴물이 그곳에 있었다.
화염을 던지던 남자가 발악하듯 손을 앞으로 내밀지만, 마력이라는 게 부족한 건지 더 이상 화염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대로 사망.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한 번에 두동강 나버리는 사내를 보며, 나는 입을 막으며 몸을 숙여 숨는다.
저건 이길 수 없다.
저런 괴물은 정말로 각성자만이 이길 수 있는 괴물이다.
숨을 죽인다.
다행히 저 괴물은 내가 있는 방향에 관심없는지, 쇳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내 쇳소리가 아예 안 들릴 정도로 멀어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다시 창밖을 본다.
녹색 괴물은 전부 죽어있다.
남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주변이 안전해진 셈이니까.
그런 생각을 할 때, 내 앞에 푸른 창이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첫 몬스터를 사냥하셨습니다.]
[당신의 잠재력에 존재하는 능력을 탐색합니다... 확인.]
[상태창을 갱신합니다.]
<유지 유미카=""/>
Lv : 2
플레이어 : Non Player
상태 : 안정
능력치 : [체력 Lv 4], [마력 Lv 10(99)]
능력 : [안정된 정신 Lv master], [마법 이해 Lv master], [마도의 극치 마법소녀 Lv 1], [변신 Lv ?]
"?"
뭔가 이상한 게 이것저것 보이는데.
이상함을 느낀 내가 상태창의 버튼을 누르자, 네가지 스킬에 대한 설명이 나타났다.
[안정된 정신] Lv master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을 되찾습니다. 정신 계열 공격을 당할 경우, 판정 없이 저항합니다.
[마법 이해] Lv master
한 번이라도 마법을 본다면, 그 마법의 사용법을 이해하고 수식을 읽어냅니다.
[마도의 극치 마법소녀] Lv 1
사용법을 알고 있는 마법이 있다면, 본인의 경지와 관계없이 익힐 수 있습니다. 단, 마법소녀로 변신했을 때 한정합니다.
현재 저장된 마법 : 화염구 Lv 1
[변신] Lv ?
마법 소녀로 변신합니다. 마력 수치가 최대치로 변합니다.
"..."
엄청 황당한 데도 안정된 정신 효과로 어쩐지 담담해지는 제가 있었습니다.
따질 건 많았다.
일단 마법 이해라던가 마도의 극치 같은 스킬은 게임을 많이 한 내 입장에선 이거 개사기 아니냐?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기였다.
어떤 마법이든 한 번 보는 순간 그 마법을 이해해낸다.
그리고 그 이해한 마법을 내가 높은 수준이 아니여도 그대로 익히고 사용할 수 있다.
듣기만 해도 개사기라고 해도 할 말 없을 정도다.
문제는...
"왜 마법소녀일까."
마도의 극치라는 스킬이 마법소녀 한정이라는 점과 변신이라는 마법소녀로 변하는 이상한 스킬이다.
여자애가 된 것만으로도 솔직히 감당 안 되는데, 거기서 마법소녀 변신이라니.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변신."
하지만 궁금해서 스킬을 사용해보는 제가 있었습니다.
변신하면 마력치가 최대치가 된다니, 궁금했으니까.
내가 키워드를 말하자, 그와 동시에 새하얀 빛이 내 시야를 가린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건 옷의 형태가 변하고 있는 느낌.
원래 옷이 파자마라 제법 널널한 느낌이었는데, 지금 변신을 외친 순간부터 뭔가 딱 달라붙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딱 달라붙는 타이즈 위에 이것저것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실제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변신한 뒤 아래를 본 내 감상은...
"...음."
생각보다 간결하다는 생각이었다.
마치 정장과 같은 새하얀 슈트에 미묘하게 짧은 새하얀 치마.
어깨에 뭔가 걸린 걸 발견하고 등 뒤를 보자 새하얀 망토? 같은 무언가가 멋스럽게 휘날리고 있고, 새하얗고 긴 양말이 내 다리를 전부 뒤덮고 있었다.
새하얀 신발의 뒤에 분홍 빛깔의 조그마한 날개가 날려있고, 슈트 한 가운데에는 검은색의 리본에 분홍빛 브로치가 가슴 가운데 부분에 달려있는 걸 확인.
치마가 묘하게 짧은 걸 제외하고는 제법 마음에 드는 복장이다.
...양말이 아무리 길어도 가랑이에 바람이 들어오는 감각은 조금 불편하지만.
[일시적으로 '비행 Lv Master'를 얻었습니다.]
[마도의 극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무언가 충만해지는 감각.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바다 한 가운데 있는 기분.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무언가를 느끼며 그걸 의식적으로 모으려고 하자, 곧바로 내 손에는 화염구 하나가 떡하니 놓여있었다.
...뜨겁진 않네.
아까 남자가 쓰던 화염구의 5배는 큰 크기의 화염구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연스럽게 마력을 퍼뜨리자 화염구는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숨쉬듯이 자연스러운 마력의 흐름.
대충 어떤 느낌인지 기억한 나는 곧바로 푸른 창에 뜬 비행이 뭘까 고민하다가, 신발에 있던 날개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시동어를 읊는다.
"비행?"
내 말과 함께 천천히 떠오르는 몸. 비행이라고 시동어를 읊는 순간에 마력 흐름이 느껴진다.
마치 빙판을 밟고 미끄러지는 것과 같은 느낌. 자연스럽게 허공을 미끄러지는 감각을 느끼며 밖으로 나서자, 그리 좋지 않은 공기임에도 기분 좋은 바람이 나를 스쳐지나가는 걸 느낀다.
...그래도 냄새는 좀 그렇네.
여기저기서 역한 냄새가 몰려온다.
그대로 비행을 종료하며 바닥으로 안착하자, 보이는 건 시체 투성이인 바닥.
동요할 법도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평온한 상태다.
오히려 담담히 내 앞에 나타난 푸른 창을 바라볼 뿐.
[튜토리얼 퀘스트 '마법소녀에게 비행은 기본.'을 완료했습니다.]
[성향을 확인합니다... 성향 선에 가까운 중립.]
[클래스를 히어로로 설정합니다.]
[상위 시스템 권한자, 관리자 M 요청, 클래스 '마법소녀'로 정정.]
[Error. 그런 클래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푸른창이 성향을 확인하고 뭔가 설정한다고 뜨더니, 이내 녹색 창이 나타나 푸른창에 한번 몸통박치기를 하는 게 보인다.
...시스템 창끼리 싸우고 있어.
어이없는 상황을 보며 내가 그저 그걸 바라보고 있자, 이내 다시 나타난 녹색창의 메세지가 변한다.
[클래스 '마법소녀' 생성 완료. 관련 인원들 '마법소녀'로 이적 요청.]
[....확인. 클래스 '마법소녀'로 설정합니다.]
그 와중에 상위 권한자라는 애가 클래스라는 걸 만들 정도로 권한이 센지, 어느새 클래스가 생성되었다고 적힌다.
마법소녀에 목숨 건 사람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걸 왜 시스템 창에서 싸워."
힘을 주는 녀석들이 뭐하는 녀석들인지 몰라도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고 보니 상태창에 플레이어라는 란도 있던 거 같은데... 그거랑 관련된 사람들일지도.
[클래스 '마법소녀' 스타팅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마법소녀는 사람을="" 구해야해!=""/>
세상이 요지경으로 흘러가는 때! 당신은 마법소녀로서 간택받았다.
마법소녀의 주 임무는 당연하지만 사람들이 괴수의 손에 당하지 않도록 괴수들을 물리치는 것!
요즘 마법소녀 세계가 흉흉하다고는 하지만, 당신같은 사랑스러운 마법소녀라면 분명 제대로 된 마법소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주변 필드 보스를 제거하고, 사람을 최대한 많이 구해내라!
임무 조건 : 몬스터 퇴치(0/?), 오크 투사 트라온 처치(0/1), 위기에 처한 사람 구출(0/?)
실패 조건 : 일주일 안에 몬스터 100마리, 사람 구출 10명에 실패할 경우.
보상 : 개인 무기 지급(선지급), 몬스터 퇴치와 사람 구출 숫자에 따라 보상 증가.
실패 시 : 마법소녀로서의 힘 박탈.
"..."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트라온 처치는 실패 조건에 들어가있지 않은 임무다.
트라온이라... 아까 그 근육질 괴물의 이름일까?
아까는 상대할 수 없다는 확신에 숨었지만, 각성자가 된 지금은 다르다.
애초에 그 녀석은 땅을 걸어다니는 전사형 몬스터.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내 상대가 될 수 없다.
문제는 내 공격 스킬도 화염구 하나 뿐이란 거 정도려나.
문제랄 것도 없지만.
[선 지급 보상을 확인.]
[개인 무기 '마법소녀의 스태프'가 지급됩니다.]
"하트 무기는 아니지?"
어쩐지 묘하게 불안을 느끼며 중얼거리자, 허공에서 새하얀 빛이 팟! 하고 터지더니 자연스럽게 내 손으로 무언가가 쥐어진다.
길이는 내 현재 키보다 조금 작은 정도.
달이라도 연상하는 건지 노란 초승달 형태의 금속 가운데, 분홍빛 별모양 보석이 박혀있고, 달의 주변에는 분홍색의 작은 날개가 달린 스태프.
뭔가 넣을 수 있는 홈이 그 스태프의 밑에 달려있고, 나머지 부분은 은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트는 아니긴 하네.
그나마 들고 다니기도 곤란할 수준의 하트가 아닌 것에 감사하며 스태프의 정보를 확인하려는 순간이었다.
[마스터를 확인. 기동합니다. 마스터의 마법소녀 명을 정해주십시오.]
"...마법소녀 명?"
[마법소녀로서 알려질 이름입니다. 신중하게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이름이 유지니까. 유지로 좋다고 생각해."
[기각합니다.]
"응?"
[좀 더 마법소녀에 어울리는 이름을 원합니다.]
"..."
이 AI도 제정신은 아니네.
생각해보면 마법소녀라는 클래스는 방금 만들어진 클래스. 전용 장비를 제대로 지급할 수 없어야 정상인데, 제대로 지급된 시점에서 예상했어야 했다.
이거 그 마법소녀에 목숨 건 애가 만든 게 분명하다.
...그래도 제대로 된 마법소녀 명이 있어야 장비를 쓸 수 있는 거 같은데.
"마법소녀에 어울리는 이름은 어떤 건데?"
[좀 더 귀엽거나 예쁜 이름이 필요합니다.]
이거 나 지금 이름 디스 당한 거 맞지?
원래 내 이름이 아니기 때문에 별로 상관은 없지만, 좀 꼬운 발언이다.
짜증이 일어난다거나 그런 건 없지만. 근데 이 평온한 정신이라는 스킬,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게 아닐까.
어떤 감정을 느껴야할 타이밍에도 평온한 상태를 유지한다니, 나중에 빡치면 빡치지만 냉정해진다 이런 건 아닐 거 같은데.
...뭐, 일단 그 점은 나중에 생각하자.
귀여운 이름을 쓰는 건 좀 껄끄럽고...
내 특징은 뭐가 있을까.
은발.
차분함.
분홍빛 눈동자.
눈처럼 새하얀 옷가지.
...아, 좋은 게 있네.
"스노우."
[확인, 마법소녀 '스노우'를 마스터로 등록합니다.]
그렇게 내 마법소녀로서의 이름이 정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