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차원포(???)
* * *
나는 에이브(AYV)의 제안을 거절할 방도가 없었다.
인질이 가장 컸다. 나 혼자만 죽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마왕군을 창설했다.
몇 가지 과정은 필요했다.
암두시아스를 통해 마기를 전대륙에 방출해 마왕과 마왕군의 존재를 알리는 것.
그건 어렵지 않았다. 아스모데우스의 심장을 박은 내가 그녀를 끌어안고 마기를 방출했으니 전대륙은 마왕군 부활을 직감했다.
그보다 더 까다로운 건 이재홍, 김철수, 최세린과 나의 존재를 어떻게 감추느냐였다.
에이브(AYV)와 맺었던 언약 중 한 가지, 나는 용사를 성심성의껏 키워내야 한다는 것.
그에는 내 양심과 판단이 반영된다. 지극히 주관적인 약조라는 것이다.
나는 용사들이 우리 전 용사이자 현 사천왕인 일행의 역사를 알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를 안다면 용사들이 마왕군의 존재의의에 대해 의심을 품고 성장을 가속하지 않을 것이리라 판단했던 까닭이다.
때문에 암두시아스의 마기를 방출함과 동시에 전대륙에 일행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마법을 덧씌웠다. 덕분에 마나가 고갈되어 며칠간 기절했으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세상은 우리를 잊었다.
대신 그 자리에 사천왕이라는 존재가 각인됐다.
*
일행에게 마왕군을 부활시키자고 설득하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노력을 투자하지 않았다.
내가 지구에서의 가족을 만났듯 이들도 각자만의 추억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그게 에이브(AYV)가 보여준 환상임을 직감했기에 그의 전능함을 감지했고, 눈치껏 그가 내게 협박을 가했으리라고 직감했으리라. 이재홍은 툴툴거렸지만 끝내 일행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론 우리는 일맥상통했다.
에이브는 만발의 준비를 하고 덤벼들지 않는 한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말이다.
그의 말을 따라 비위를 맞추고, 기회를 봐 뒤통수를 거하게 치자는 것까지도 말이다.
사실 이야기를 꽤 많이 생략했지만, 나와 에이브(AYV)가 나눈 대화는 제법 길다.
그가 내민 조건은 두 가지였다.
마왕군을 부활시킬 것, 용사를 성심성의껏 길러내 그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할 것.
이게 전부가 아니다.
세세한 것들마저도 그는 지시했다.
가령, 암두시아스.
그녀를 마왕으로 만들라고 말했다.
바지 사장에 가깝지만 그녀는 결국 마왕직을 물려받았고, 현 마왕군의 중심이 되었다. 그때 이그니스의 표정은 읍찹마속 속 제갈량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도 실렉티스는 아닐지언정 내막은 알고 있었기에 올 게 왔다는 뉘앙스의 혼잣말만 중얼거릴뿐 우리를 적대하진 않았다.
되돌아와, 암두시아스를 보좌하는 것은 나를 포함한 사천왕이고,해방해낸 몬스터를 거두었기에 우리는 제법 완성된 조직이었다. 김철수의 몬스터 혐오가 많이 가라앉았기에 가능했다.
그의 논리를 빌려오자면, 인간과 대립 구도를 만드는 것은 몬스터이다. 그들을 대량으로 포용했으니 썩 기분이 좋진 않았겠지. 그래도 조직은 나름 유지됐다.
현재 얘기를 하자면, 나는 사천왕이자 참모장이고 에이브(AYV)와의 첫 만남. 그리고 그에게 협박받아 받아들이게 된 내용을 곱씹는 중이었다.
차오를 데 그지없는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지만 애써 삼켜냈다.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전까진 달라질 건 없지.’
미지근해진 럼주가 가득 담긴 잔을 잡았다.
그 잔에 조그만치의 냉기를 불어넣어 맨살을 가져다 대기에 살짝 부담스러운 정도로 차갑게 만들었고, 불쾌감과 함께 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키며 눈앞에 가득 쌓인 서류 더미를 해치웠다.
대부분이 식사에 관련된 문서였다.
예를 들어, 뱀파이어들이 짐승의 피가 너무나도 맛없어, 인간의 것을 갈구하고 있으니 끝없이 마왕성에 가두어만 둔다면 종족 독자적으로 인간 사냥을 나설 것이라며 마음의 편지를 가장한 협박장을 보내는 것이라던지.
웨어울프들이 뱀파이어에게 피가 다 빨린 육즙 없는 짐승의 고기를 왜 우리가 해치워야 하냐면서, 따로 차별성을 두어 동등하게 대해줘야 이치에 맞지 않냐고 송곳니를 들이민다던지.
다크 엘프들이 하등 종족들과 같은 식단을 공유하는 것만도 참기 어려운데, 어째서 우리가 육식 주의의 식단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불만을 품고 분노 가득한 문자열을 마구 퍼붓는다던지.
한 쪽을 위하면 다른 한 쪽이 반기를 든다. 파츠를 잃어버린 퍼즐 같이 난감한 상황만이 펼쳐졌다.
지금 취사실을 관리하는 병사는 고블린이다. 사천왕 중 나름 요리에 관심이 있었던 이재홍이 대충 짜뒀던 식단을 토대로 음식을 만들고 있을 뿐인데 각 다른 종족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래서 일은 전문가랑 해야 돼.’
각 몬스터별로 요리에 관심있는 자들을 뽑아 각 하루 별로 취사장 총괄을 돌려본 적은 있으나, 자기 종족에 맞는 요리만 주구장창 만들어냈기에 타 종족의 원성을 끊이지 않았다.
애써 납득하자면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었다.
하나 덧붙여 나는 김철수와 다르게 인간 우월주의는 아니지만, 각 분야의 발전에 있어서 인간을 따라올 종족은 없었기에.
자연스레 요리도 인간의 분야였다. 허나 마왕군에 가입할 인간을 구하기란 말만 늘어놔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다.
마왕군은 요리의 전문가가 필요했다.
약 한 달간 이어진 식사에 관한 민원.
다른 업무보다도 이게 우선이다. 나는 타 사천왕에 비해 비교적 업무가 널널한 이재홍에게 내 업무를 내던지고 조리장을 구하러 인간계에 방문했다.
쌍욕은 좀 먹었지만, 내 노고를 인정해주는지 그는 탄식을 내뱉으며 내 업무를 대신 수행하기 시작했다.
3일, 상당히 짧은 기간이기에 곧장 짐을 싸들고 차원문을 가동했다.
*
서대륙 가장 음식이 발전한 나라 에볼로기아.
그곳의 수도 메일리.
“나는 업무지만, 너는 휴가잖아.”
나는 홀몸이 아니었다. 내 옆에는 한 여성이 찰싹 달라붙어 있다.
“부관이 참모장님 따라오는 게 잘못됐나요?”
내 제자이자 현 내 부관인 디안이었다. 그녀는 날 따라올 이유가 없었다.
내 옆에 착 달라붙어 업무를 같이 해치워주는 고마울 데 이를 데 없는 소중한 인력인 디안.
더군다나 포이즌 슬라임과 봄버의 영안식도 그녀가 거의 진행했기에, 그에 대한 기특함으로 휴가를 내렸고 그녀는 지금 놀고먹고 있어도 모자랄 판인데.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아니, 잘못됐지. 푹 쉬고 오겠다고 보고서까지 제출한 주제에 왜 내 옆에 있는 거냐고.”
“휴가는 저 보내기 나름 아닌가요. 참모장님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업무에 있어서 방해되진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의지가 굳건했다. 이 따박따박 말대답하는 상태의 디안은 꽤나 귀찮다.
“하여간 한 마디를 안 져, 그래 너 마음대로 해라.”
나는 그냥 포기하기로 맘 먹었다. 자기 휴가니까 자기 마음대로 보내는 게 논리에는 맞지.
“대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괜히 어물쩡거리지 말고 말해.”
마왕군은 자금이 충분하니까.
굳이 따지자면 상당한 대기업이다. 인지도만 따져도 어느 무엇에도 비할 바 없다. 그야 세계를 척 졌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
그 거대한 기업인 마왕군을 운영하기 위해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단순한 이유 하나만 꺼내자면 입이 많다.
하지만 금전적으로는 문제를 겪지 않았다. 마왕군을 후원하겠답시고 에이브(AYV)가 대량의 금덩어리를 쏟아부어줬기에 아마 나 죽기 전까지도 다 쓸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돈으로 해결이 안 되는 건 있는 법.
취사장은 완벽하지만, 오너의 실력이 너무나 미흡하기에 종족별로 식사를 준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되짚어봐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시설은 완벽하다. 오로지 오너의 문제였다.
고블린이 그 오너라고 말했다. 우리가 거둔 몬스터들 중 유일하게 식단을 가리지 않기에 요리도 치우치지 않는 맛으로 만들 수 있겠지란 판단이었는데, 이건 그릇된 생각이었다.
고블린은 하등종족이다. 사실을 말했을 뿐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다.
그들은 명령은 누구보다도 잘 따르지만,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상당히 무지하다.
나와 나름 친분을 쌓은 고블린 1호, 그도 마찬가지다. 명령은 곧잘 이해하고 간부들 귀에 듣기 좋은 감언이설도 잘만 쏟아내지만 그건 단순히 그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고블린 종족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리한 그마저도 스스로 생각하는 건 서툴다. 남의 지혜를 빌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세상 어디에 있는 책에도 전 몬스터의 식단을 해결하는 방법 따위는 눈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요리 전문가가 절실했다.
가장 조리법이 발달한 남대륙의 메일리에 들린 이유가 전문가를 찾기 위함이다.
까탈스러운 마법사가 드글드글해서가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의 음식은 내 스승마저도 입을 내두를 정도로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음식이 많다. 비유하자면외국인이 삼겹살을 접한 느낌이려나.
디안과 나는 각자 모습을 바꾸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디안은 흑장발의 여성, 평소 그녀의 화려한 얼굴과는 역졉되게 꽤나 평범한 얼굴로.
나도 굉장히 수수한 남성을. 마법사들은 필수부가결로 쓴다는 모자마저도 쓰지 않은 채 헤실거리는 이를 연기했다.
그를 제하곤 특별할 것도 없는 남대륙 특유의 펄럭이는 옷차림이었으니 눈에 띄지는 않겠지.
오너를 맡을 수 있는 실력 좋은 요리사를 포섭하려면 귀족을 연기할 걸 그랬나란 생각은 여전히 머리 한켠에 남아있지만, 오히려 서민의 모습이 더 친근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서민 모습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우와... 확실히 마탑이 많네요.”
“그야 남대륙이니까. 예전에 한 번 왔던 적 있는데, 기억 안 나?”
“그때는 남몰래 시그니처를 완성시키고자 매일 밤잠을 설쳐서 풍경 같은 걸 눈에 담기 어려웠어요.”
“그건 오늘 처음 알았는데?”
“모르시게끔 했으니까 남몰래죠.”
추억을 하나둘 꺼내는 우리의 본래 목적은 앞서 말했듯 요리사 발굴.
허나 식당이 아닌 공사장 근처에서 나는 우두커니 멈춰섰다. 본래 목적보다 더 신경쓰이는 게 떡하니 눈앞에 있었다.
“빨리 빨리 움직이자! 왜 이리 굼떠!!”
어떤 거대한 건축물을 짓고자 한시 바삐 움직이는 인부들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에 사뭇 의아함을 느끼며 행인 중 한 명을 붙잡아 물었다.
“저게 무슨 공사입니까?”
철골로만 구성된 뼈대만 보아도 인부들이 만들고 있는 저 무언가는 결단코 마탑은 아니었다.
가로로 기다랗게 지어진 것. 가운데 철로 된 원통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구축해나가는데 건물의 형상도 아니었다.
‘무슨 장치 같은데. 차원문 같은 걸까.’
뭐든간 건물의 틀에서 벗어났다는 건 짐작이 가능했다. 내 질문을 들은 행인이 입을 열었다.
“저것 때문에 난리도 아니지.”
“공익을 위한 물건입니까? 영주님의 지시인가요.”
“그쪽들은 이방인인가?”
행인은 위아래로 나와 디안을 훑어봤고, 혼잣말로 ‘옷차림은 이방인이 아닌데...’라 중얼거렸다.
“예, 타 지역에서 꽤 오래 생활했거든요. 실례가 안 된다면 저게 뭣 때문에 짓는 건지...”
말끝을 흐렸다. 가끔씩 느끼는 불길한 예감을 지금 느꼈기 때문이다.
저 건축물을 봤을 때 든 감정이다. 완성품이 무슨 형태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이방인이면 굳이 관심 가지지 마시게.”
그리곤 대답도 제대로 남기지 않은 채 뒤돌아 떠나가려고 했기에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저기요? 저게 뭐길래 대답을 피하십니까?”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당장 이거 안 놔?”
그의 말을 듣고 팔쪽을 바라보니 생각보다 힘이 많이 실려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팔목이 살짝 자주색으로 물들었다.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과장스럽게 손을 놓아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무슨 사람이 힘조절을 그렇게 못 해? 사람 잡을 일 있어?!”
“미안합니다. 강하게 잡으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저도 모르게.”
“헹!”
콧김을 내뱉곤 자리에서 떠나갔다. 그 태도 때문에 저 건축물에 더욱 관심이 끌렸다.
요리장이야 맛 좋은 식당을 찾아가서 구하면 될 노릇, 내게 있어서 지금은 이 불길한 예감의 정체를 알아내는 게 우선이었다.
“저건 뭘 짓는 겁니까?”
“저게 마탑은 아니겠죠?”
“세금이 많이 늘었더군요. 출장을 다녀온 터라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혹여 아는 바 있으십니까?”
행인이 방금 한 사람은 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여럿 들쑤시며 저 건축물에 대해 떠보고 다녔다.
하지만 모두가 대답을 회피할 뿐, 만족스러운 정보를 얻는 것에는 실패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 뭘 짓고 계신 건가요?”
급기야 목에 둘린 회색 수건으로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내는 인부에게 직접 물었다.
내가 여러 차례 물었을 때에는 마땅한 대답을 들었던 적이 없기에 디안이 직접 나서 물은 것이다.
“흠...”
그는 디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리곤 손을 휙 저어 뒤돌아 다시 공사에 나섰다.
대답은 커녕 경멸의 눈빛마저 받았다는 사실에 조금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디안은 빙긋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어떤 종이 더미가 펄럭이고 있었다.
“설계도에요.”
“...나는 분명 손버릇 고치라고 누누히 말했어.”
“이번에는 도움 됐잖아요? 그리고 참모장 부관인 것보다 소매치기가 더 건전한 삶 아닐까요.”
“얘가 진짜!”
순간 욱 하는 감정이 올라왔으나, 디안의 말대로 소매치기가 참모장 부관보다야 나은 삶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 덕에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 이번에만 애써 넘어가기로 하며 설계도를 쫙 펼쳤다.
“대포?”
설계도 속 장치는 상당히 무기에 가까운 외형이었다.
“가운데에는 최상급 마석인 흑수정을 사용하네요. 차원석은 왜 필요한 걸까요?”
“물건을 어딘가로 보내는 건 아닐 거야. 단순 택배를 위한 거라면 흑수정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어 청수정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지. 내 생각에 평화랑은 거리가 먼 물건이야. 출력하는 부분에 무언가를 극대화시키는 마도구가 끼워질 거라 그려져 있거든. 전쟁을 펼치려는 의도가 아닐까.”
“누구한테 대적하려는 걸까요.”
글쎄, 다크 드래곤?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 차원석을 구비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아의 아내 산미기엘이 눈 떡하니 뜨고 있는데, 그녀의 여러 복잡하면서도 역한 마법 때문에 꼬인 좌표를 모두 계산하여 원거리에서 공격을 성사시키리란 건 솔직히 나조차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저 흉측한 물건의 표적은 다크 드래곤은 아닐 것이다.
아니면 남대륙 서해에 잠들어있는 블루 드래곤?
그렇다기엔 에볼로기아가 아닌 서해에 있는 다른 마을이 있다. 차원석을 대량으로 투자하면서까지 수도에 만들 이유는 없을 거라는 거다.
‘...찝찝한데, 드래곤이 아니라 다른 대상을 집어넣어도 크게 바뀌는 건 없어. 곧장 반박할 거리가 내 머릿속에 떠올라.’
저건 누굴 처부수기 위한 무기일까?
대상에 타대륙이나 타국을 집어넣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남대륙에도 실렉티스는 있다.
함부로 전쟁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야 이번용사들이 우리를 토벌한 후 혼란스러워진 세상에 의아함을 느낄 테니까.
그러니 자연스레 배제. 이때 세금이 올라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 무기의 완성과 연관되지 않을까.
나름 합당한 추론이였다. 차원석이랑 흑수정은 기가 찰 정도로 더럽게 비싸니까, 대상은 웬만치 거대한 세력일 터.
“거대한 세력... 남대륙이 증오할만한 거대한 세력이라...”
“저희 아니에요?”
“...그러네?”
왜 이 가능성을 자연스레 배제해뒀는지는 모르겠다. 너무 당연하기에 생각이 미치지 못 한 건가.
이제는 용사적 사고방식이 아닌 악의 집단의 참모장 같은 사악한 사고방식만 이어지는 것일까.
너무나도 간단한 답을 두고 헛짓만 하고 있었다.
“마왕군 토벌 용도겠네.”
“부술까요?”
“좀 지켜보고, 떠나기 전엔 무슨 수작을 부려놓긴 해야지.”
불길한 예감의 정체가 밝혀졌지만, 생각보다 싱거운 문제였다. 완성 전에 부수면 그만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에볼로기아의 자랑인 유명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옮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