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285화 (285/296)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285화

EP 44–개문 開門(4)

“다싱안링-샤오싱안링 산맥을 방위선으로 설정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야블로노비-스타보노이 라인을 준수하기로 이미 협약했잖소?”

“어디까지나 고려해보겠다고만 했었지요. 북부 방위선의 존재의의는 만주 지역의 농업과 치안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굳이 몽골까지 진격할 이유가 하등 없어요.”

“게이트 사태만 고려한다면 그렇겠소만, 그깟 인스턴트 게이트보다 무서운 건, 유라시아 대륙을 떠돌고 있는 수백만 단위의 괴수 군체요. 괴수 호드가 싱안링까지 들어온다면 그때는 이미 늦었소.”

만주 탈환을 위한 연합사령부가 가장 고민을 기울이고 있는 문제는 다름 아닌 ‘북부 방위선을 어디로 설정하는가’였다.

중국은 만주를 둘러싼 흥안령 산맥을 방위선으로 설정하자고 주장했고,

블라디보스토크 군벌은 그보다 훨씬 북쪽으로 나아가 몽골까지 일부 포함한 야블로노비-스타보노이 산맥을 방위선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흥안령 산맥에서 멈추느냐, 아니면 그보다 더 북상해 야블로노비-스타보노이 산맥을 장악하느냐.

이 양자택일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망명한 몽골 대통령과 그 임시정부가 마침내 울란바토르를 탈환하는가. 하바롭스크라는 도시가 전선이 되는가 후방이 되는가, 중국은 러시아 극동군벌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아무르스카야의 농토는 황무지로 남는가 개발되는가…….

이 문제에 달려 있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국가적 위신, 그리고 금전적인 손익은 개인이 감당할 규모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논쟁은 끝없이 이어졌다.

대체 무슨 명분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는 건지 아무도 모르는 일본의 외교관들이 대싱안링-스타보노이 라인을 절충안으로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치열한 논쟁에 휘말리며 북부 방위선을 둘러싼 논란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연합사의 모든 군인과 외교관, 그리고 정치가와 기업가들이 지도의 어느 부분에 선을 긋는가를 두고 한없이 싸우는 사이.

“선양 게이트에 헌터들을 투입해!”

“훈허 강을 따라 진입한다!”

만주 탈환의 첫 걸음인 선양 공략전이 시작되었다.

* * *

선양은 과거 봉천이라 불리던 만주의 핵심적인 도시로, 개문 사태 당시 반파되며 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선양에 근거지를 둔 선양군구의 벙력은 베이징으로 후퇴했고, 선양군구는 자연스럽게 베이징의 중앙병력이 되었다.

그리고 온갖 정치적 혼란 끝에 선양군구의 아버지와도 같은 리충빈이 총통의 자리를 거머쥐었고, 현 총통인 자오펑은 그 리충빈의 후계자였으니.

선양이라는 도시야말로 중국이 만주를 탈환하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는 중국이 단독으로 선양 탈환에 나섰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하지만 선양의 정치적 중요도가 너무나도 높은 탓이었을까.

“챠오리륀 상장님, 선양 공세에 공군을 아예 배제하신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언제 공군을 작전에서 뺀다고 그랬나? 나는 선양이라는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키고 싶을 뿐이야! 어차피 선양을 탈환하자마자 장춘, 하얼빈으로 진격할 교두보로 쓸 것 아닌가?”

“그래도 어느 정도의 파괴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 도시에 괴수들이 얼마나 있을 줄 알고요!”

“흥! 그건 진작에 확인했네. 위성사진과 정찰대의 분석 결과 선양에 남은 괴수는 극소수야. 애초에 랴오닝의 부랑자들이 폐품을 건지러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곳이 선양 아닌가? 선양 탈환은 전투라기보다는 개선식에 더 가까울 걸세.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인도시에 돌아다니는 짐승들 상대로 전투라는 단어가 성립은 되나? 군대가 선양에 들어가자마자 도시는 사실상 탈환에 성공한 거야. 짐승 몇 놈 쏴죽이고 깃발 꽂으면 끝날 일일세.”

선양 공략전의 총사령관 챠오뤼린은 인민해방군 선양군벌 라인의 핵심으로, 정치적인 능력은 특출하나 군사적 재능은 증명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것이 모든 참사의 시작이었다.

“허핑 구에 투입된 특수부대가 습격당했습니다! 톄시와 다둥에 투입된 병력도 전투 중입니다!”

“그곳은 이미 토벌이 완료되었다고 보고된 지역이 아니냐! 대체 어디서 자꾸 괴수가 기어나오는 거야!”

“지하철……! 지하철에서 괴수들이 끝없이 몰려나옵니다!”

선양에 투입된 중국군은 지하철을 고려하지 못한 챠오뤼륀 총사령관의 실수 덕분에, 게릴라가 득실거리는 베트남 정글 한가운데에 던져진 미군의 입장을 느껴보아야 했다.

물론 아무리 포위되었다고 한들 현대식 군대가 그리 쉽게 전멸하지는 않는다.

총알이 통하지 않는 괴수도 분명 존재하지만, 총알은 대체로 괴수에게 통한다.

그러니 적에게 포위된 병력이 버티는 동안, 본대가 도착해 보급선을 연결하면 해결되는 일이다.

챠오뤼린은 그를 만류하는 참모들에게 발악하듯 명령했다.

“모든 병력을 선양에 투입해라! 고립된 병력을 반드시 구해내!”

군사독재 체제에서 군무는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군사적 실패가 숙청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챠오뤼륀은 선양에 총공세를 개시했다. 선양만 탈환할 수 있다면 무수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기로 각오한 것이다.

악전고투 끝에 수많은 희생을 내며 선양을 탈환한 건 언론플레이로 미화할 수 있지만, 병신짓으로 선양 탈환에 실패하면 총알이 머리통에 박히는 신세를 피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수많은 군대가 선양의 미로 같은 시가전에 투입되었을 때.

선양 게이트에 투입된 헌터가 드디어 게이트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린자옌! 게이트 공략에 성공했는가!”

반쯤 누더기가 된 채로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린자옌은 허망한 얼굴로 인민해방군 장교들을 바라보았다.

“…….”

병사들과 의료진을 데리고 게이트 인근을 통제하고 있던 장교들은 기대감으로 벅차오른 얼굴로 린자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불리하게 돌아가는 전황 속에서 선양 게이트가 무사히 공략되었다는 소식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장교들에 눈에 의심 따위는 없었다. 실제로도 중국의 헌터 전력은 선양 게이트 정돈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에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상능력자로 유명한 린자옌은 장교들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었을 뿐이다.

그녀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만약, 베이징 참사 당시 상하이 출신 헌터들이 활약한 데에 질투를 품은 당 고위 간부들이 베이징 출신 헌터들로만 공격대를 구성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선양 게이트 토벌에 참여하면 국가적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욕심에 온갖 잡놈들이 뒷돈 주고 공격대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헌터라기보단 연예인에 가까웠던 린자옌 자신 또한 헛된 욕망에 넘어가 선양 게이트 공략에 참가하겠다고 객기를 부리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선양 게이트 토벌이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린자옌은 차마 그리 말하지 못했다.

직후, 게이트에서 끝없이 쏟아져나온 수천 마리 괴수들의 질량이 그녀를 덮치며 린자옌은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되었다.

꾸물거리는 괴수의 파도는 곧장 선양을 덮쳤다. 총공격 명령으로 미로 같은 시가지에 투입된 수많은 군인들 또한 곧 조용해졌다.

괴성과 비명, 그리고 총성으로 가득했던 도시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를 지켜보던 총사령부의 상황실에도 소름끼치는 고요가 찾아왔다.

* * *

객관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선양에서 죽은 병사들은 중국 입장에서 그리 심각한 인명피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여름 폭우로 댐이 무너져 죽은 사람이 훨씬 많을 정도다. 심지어 그때 죽은 사람들은 언론통제 덕분에 별다른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양 탈환 실패로 인한 피해는 사상자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산술적인 피해가 아니었다.

그것은 체면의 망실이다.

선양 탈환을 진두지휘한 선양군벌 인사들의 위신이 손상되었고,

선양 게이트 공략에 상하이방 인사들이 배제되었다는 사실은 각지의 군벌들이 자오펑 총통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할 좋은 핑계가 되었다.

“베이징에 거대한 해일을 몰고 온 괴수를 상하이 헌터들이 제압했다는 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나? 이거 우리가 진작에 위로해줬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겠군그래.”

“챠오뤼린 그 한간 놈을 당장 잡아다 처죽여야 합니다! 군부의 다음 세대를 전부 지옥으로 끌고 들어간 주제에 혼자 살아오다니!”

“국가안전부 소속의 S급 헌터가 무려 두 명이나 들어갔는데도 선양 게이트 토벌에 실패했다는 건…… 다른 헌터들이 도움은커녕 방해가 됐다는 게 아닌가?”

가까스로 폭탄 테러의 여파를 수습하고 만주 탈환에 집중하려던 자오펑 총통은, 다시 중국 곳곳을 순방하며 군벌들을 회유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했다.

그렇게 중국 총통이 국내 사안에 발목이 잡히고, 한국 대통령은 만주 탈환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 했으며, 러시아 극동군벌 사령관은 병실에서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으니.

연합사령부는 호랑이 없이 여우들만 모여 있는 형세가 되었다.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지만, 호랑이 없이 여우들만 모여 있으니 고기 한 점 더 가져가겠다고 물고 뜯는 것이다.

“보시오! 중국군이 선양에 있는 괴수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유라시아를 떠도는 수백만 괴수 군체는 오죽하겠소?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야블로노비-스타보노이 라인을 사수해야 하오!”

“몽골 대통령이 울란바토르만 찾아 주면 뭐든지 해주겠다고 한 모양인데, 설마 나라 이름을 극동-공화국으로 바꾸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영토에 포함하면서 아예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는 것 아니오? 그 우스운 소꿉놀이에 어울려줄 생각 없소.”

“남 사할린을 넘겨주신다면 우리 일본 외교단이 UN에서 총력을 다해 스타보노이 산맥을 북부방위선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미친 새끼들……. 빅토르 리 상장님께서 북한인들에게 암살된 것으로 착각한 군관들 몇몇이 북한 거주지를 습격해 스물다섯 명을 교회에 가두고 불태워 죽였소. 범인들은 전부 총살했지만 외신에 들키는 순간 우린 끝장이오. 한국 정부에 은밀히 접촉해 수습이 가능한지 물어봅시다…….”

“네, 회장님. 길드장 에이미입니다. 한국이 생각보다 만주 탈환에 적극적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민주주의 국가이다 보니 지지율을 신경 쓰는 모양입니다. 아마 만주 탈환은 선양, 장춘, 하얼빈만 간신히 탈환하고 어영부영 끝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헤이룽장 부동산펀드에서 발 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주는 고구려의 영토였으니 한국이 전력을 다해 북진할 거라고 조언했던 그 얼간이 좀 짤라버리고요.”

“박 중령. 너 나랑 일 하나 같이하자. 연변 경제를 사실상 함흥군벌 애들이 장악하고 있던 건 알지? 근데 만주 탈환 사업 시작되면서 걔네들이 좀 위태위태하단다. 헌터 길드 몇 개랑 손잡고서 연변 암흑가를 아예 우리가 먹어버리는 건 어떠냐?”

번갯불에 콩 볶듯이 시작된 만주 탈환은 철저하게 현장 위주로 돌아갔다.

데스크에 앉아 현장을 통제해야 할 각국 수뇌부가 아직도 폭탄 테러로 인한 마비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 결과, 만주 탈환에 참여하는 실무자들은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고, 선양 탈환이 처참하게 실패했을 때조차 그들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그건 명목상의 맹주였던 중국도 마찬가지다.

본국이 마비되어 어떤 지침도 내려주지 못하고 있었으니, 연합사령부에서 중국 대표 명찰을 달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든 책임을 떠넘기려 안간힘을 썼다.

“한국은 이 와중에 대체 뭘 하는 거요! 테러도 똑바로 단속 못 한 주제에 후방에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폭탄은 모스크바가 터뜨렸다는 개소리는 내 앞에서 집어치우쇼! 당장 북진해서 압록강을 넘어오지 않는다면 모든 비밀을 폭로할 테니!”

“연해주 군벌은 중국을 방패로 삼아 국토를 넓힐 생각만 하는가! 우의를 입에 담았으면 행동으로도 보여라! 당장 하얼빈까지 진격하며 괴수를 소탕하시오!”

당연하게도 한국과 블라디보스토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한국은 이미 남의 손으로 북부 국경의 괴수를 쓸어버린다는 목적을 달성했고, 블라디보스토크는 빅토르 리가 쓰러진 이후로 수뇌부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 결과, 연합사령부의 중국 측 인사들은 국내 민심을 수습 중인 자오펑 총통에게 갖다 바칠 성과를 어떻게든 만들어내기 위해 수상쩍은 비술에 손을 대게 되었다.

“……이 기계만 작동시키면 괴수들을 도망치게 만들 수 있는 거요?”

“물론입니다! 우리 레드먼트 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사이오닉-정신교란기는 주변 마력을 응집해 인위적으로 괴수만이 느낄 수 있는 마력의 흐름을 조장합니다.”

“그러니까, 이 버튼만 누르면 괴수들이 도망친다 이거요?”

“간단히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 * *

아니었다.

“이 정신나간 코쟁이 새끼야!”

“저라고 이럴 줄 알았겠습니까?!”

중국 측 장성들은 레드먼드 인터스트리의 신기술을 시험해보고자 연변 외곽의 소도시에서 사이오닉-정신교란기를 작동시켰다.

그 결과는 기술자들이 장담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막아! 막아! 화망을 구성해라! 쏴!”

“저놈들이 가까이 오면 우린 다 죽는다! 총탄을 다 쏟아부어!”

사이오닉-정신교란기는 정반대로 괴수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었다.

정확히는, 괴수를 미쳐 날뛰게 만들지만 괴수가 도망칠지 아니면 달려들지는 그때그때 다른 것이다.

“……이거. 사이오닉-정신교란기니 뭐니 복잡한 이름을 갖다 붙일 게 아니라, 그냥 괴수들 입장에서 정신 나갈 정도로 시끄러운 스피커 비슷한 거 아뇨?”

“이름이라도 그럴싸하지 않으면 투자가 잘 안 붙습니다.”

그러나 중국군 장성들은 이 기묘한 발명품의 진가를 찾아냈다.

괴수가 도망치든, 아니면 달려들든,

어쨌거나 괴수를 도시에서 끌어내기 딱 좋은 수단이었다는 점이다.

“통한다! 통한다!”

“성공했습니다! 괴수들이 시에서 빠져나옵니다!”

사이오닉-정신교란기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연합사령부의 중국군 장성들은 퉁화 시와 바이산 시에서 두 차례나 도시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괴수를 도시에서 전부 쫓아낸 다음에 텅 빈 도시로 진격해 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괴수를 소탕했을 뿐이니까.

심지어 이 방법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괴수는 밖으로 끌어내 포격으로 죽이면 그만이고, 도시는 멀쩡하게 되찾아 올 수 있었으니까.

연합사령부의 중국군 장성들은 그날로 영웅에 등극했고,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레드먼드 인더스트리는 날로 상한가를 치며 세기의 발명품을 창조한 혁신기업으로 칭송받았다.

그리고 그 보고를 받은 중국 정부는 선양 탈환에 사이오닉-정신교란기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2차 선양 공략전인가…….”

“2차라는 표현 쓰는 순간 공안이 찾아갈 테니 펜대 단속 잘 하게.”

그렇게 실질적으로는 2차, 공식적으로는 1차 선양 탈환 작전이 개시되었다.

그래도 저번 전투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중국 정부는 종군기자 따위는 대동하지 않고 헌터와 전략화전군을 비롯한 핵심 정예병력을 데리고 탈환 작전에 임했다.

“신기하군……. 이 장치만 작동시키면 괴수들이 미쳐 날뛴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주변 마력을 응집해 인공적으로 괴수만이 느낄 수 있는 마력의 흐름을 만들어서-”

“알겠네. 알겠네.”

중국군 장성, 장샹청은 피로한 얼굴로 기술자들의 설명을 대강 들어 넘겼다.

그에게는 높은 지위만큼이나 많은 정보가 허락되어 있었다.

중국군의 핵심 목표는 선양-장춘-하얼빈으로 이어지는 3개 도시를 장악하여 만주 대평야의 농업을 활성화시키는 것.

만주가 핵심적인 식량 생산지가 된다면 베이징의 정상화와 실업난 문제는 물론이고, 자오펑 정권의 불안정한 위치마저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남한과 블라디보스토크의 거만한 외국인들이 만주에서 얼마나 설치고 다니든 아무 상관 없었다. 결국 언젠가 중국에게 쌀을 달라고 무릎을 꿇을 운명이었으니까.

그 웅대한 도약의 시작이 바로 선양 탈환이다. 심지어 전임자가 일을 망쳤다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똑똑히 보았으니, 반드시 이번 일을 성공시켜야만 했다.

“……어제 시험가동의 결과는 분명 정상적이었다고 했던가?”

“예! 선양에 있던 괴수들 중 도망치는 개체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이 이곳으로 유인되었습니다! 현재 선양에 있는 괴수들 상당수가 같은 게이트에서 나온 종이다 보니 사이오닉-정신분열기에도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알겠네. 알겠네. 아무튼 문제없다 이거지…….”

장샹청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사이오닉-정신교란기를 작동시라고 명령했다.

비각성자는 느낄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이 테슬라 코일을 연상시키는 안테나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선양의 괴수들이 광분해 도망치거나, 안테나를 향해 달려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아! 아아……! 아아아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하늘을 쳐다보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공간이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지며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형언할 수 없는 무한한 어둠 너머에서 짙은 마력이 쏟아졌다.

그들은 인류 최초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게이트를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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