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270화 (270/296)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270화

EP 43-인과응보(2)

초상관리부 산하 초인지원청 공안관리국의 치안관들은 걸어다니는 사법기관이다.

한명 한명이 고위 헌터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현직 검사를 포함한 한국 최고 엘리트들을 치안관보로 달고서 온갖 사건을 (주로 물리적으로) 해결한다.

문제는 이들이 관리하는 헌터들이 태백산맥을 쏘다니며 온갖 사건을 일으켰다는 점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치안관들이 북한 문제의 전문가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한국 관료주의의 특성상 힘 없는 조직이 어어- 하다가 온갖 일거리를 독박 쓰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 *

안 그래도 음침한 인상인데 과로에 시달려 다크써클이 판다 수준이 된 치안관 조정식이 여도연에게 말했다.

“그, 비둘기 마약 치킨 걔네 있잖아요.”

“어.”

“얘기 들어보니까 그 새끼들 짐승만 조종한 게 아니라 사람을 약에 빠뜨려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닌 것 같은데 간첩 아닐까요?”

몇 초 고민한 여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도 북부와 서울 강북도 다스리지 못하는 한국 정부가 실효지배하는 북한 권역은 오직 강원도뿐이었고, 그마저도 사람들 먹여 살리는 문제는 강원군벌에게 위임한 상태였다.

명목상 북한의 지배기구인 평양 민주정부는 내부 단속도 버거운 상황이고, 평안군벌과 함경군벌이 판치고 있으니 북한에 간첩이 돌아다니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 윗대가리의 윗대가리가 중국이나 러시아 사람일 순 있겠지. 근데 우리가 거기까지 잡아야 하냐?”

“그건 아니죠.”

“일단 철원에서 약장사 하던 새끼들 다 잡았으니까 국장한테 보고하고 끝내. 그럼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에이씨, 우리가 마약 조직까지 잡는 건 암만 봐도 아닌데…….”

여도연은 불평하는 조정식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으로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여다솔의 뒤통수를 쓰다듬던 조정식이 까불거렸다.

“담배 찾으세요?”

“닥쳐.”

여도연은 안주머니에서 꺼낸 막대사탕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조정식과 여다솔에게 대뜸 질문을 푹 찔렀다.

“너네는 언제 관둘 거냐?”

“관두다니요?”

“거지 같잖아.”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은 조정식은 치안관 노릇에서 거지 같은 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범죄자 한 명 잡다가 수십 명이 죽은 뒤로 단체 트라우마에 빠져 충청방어선 위로는 한 발자국도 안 올라오는 경찰청.

지들이 상전인 것처럼 툭하면 머슴 부리듯이 파견 요청하고서 정작 언론에는 지들이 다 한 것처럼 떠드는 검찰청.

급하면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고위 헌터를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다는 소리로 알아듣고서, 치와와만 한 소형 괴수 한 마리만 나타나도 돈 들어가는 헌터 길드 대신 치안관을 부르는 강원도청.

괴수 잡아달라고 불러놓고, 온 김에 사람도 몇 명 죽여달라고 뻔뻔하게 라이벌의 범죄 행위를 신고하는 북한 군벌.

“생각해 보니까 좀 거지 같긴 하네요.”

“지금 상황이 사실 말이 안 되잖아. 경찰은 자기네 초상능력자는 엄청 뽑아대면서 정작 충청방어선 위로는 한 명도 안 보내고. 그렇다고 치안관 숫자 늘리려니까 입에 게거품을 물고서 반대하고.”

“한승문 장관이 만든 조직이니까 지금 정권에서는 싫어하겠죠. 애초에 경찰은 옛날부터 우리 싫어했어요. 업무가 완전 겹치니까.”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여도연의 입꼬리가 특정 단어에 반응해 스르륵 풀리며 슬며시 올라갔다.

“장관? 언제적 장관이냐? 이제는 시장이다. 그것도 서울시장. 어디 장관 나부랭이에 비비려고…….”

여도연이 자신만만하게 피식 웃으며 소파에 팔을 걸치고 길쭉한 다리를 꼬았다.

“아이, 참, 국회 보좌관으로 취업했다고 방방 뛰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장이랜다. 시장. 이러다 나중에 뭐가 되려나 몰라.”

“동생이 잘나가서 좋으시겠네요.”

“뭐…… 딱히 좋은 일은 아니지? 그만큼 책임질 것도 많아지니까.”

‘뭐 어쩌라는 거지’

라고 조정식은 생각했지만 주먹이 무서웠으니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여도연은 한참이나 동생 자랑을 하다가 이성을 되찾고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동생이 계단에서 굴렀다는데 아직도 내가 문병을 못 가고 있다. 부산까지 뛰어가면 금방이긴 한데, 내가 자리 비웠다가 그사이에 누구 총 맞아봐라. 우리도 총 맞으면 죽는 건 비슷하잖냐.”

“그렇죠. 총 맞으면 죽죠. 누님 포함해서 몇 명 빼고.”

“근데 윗선에서는 우리는 전부 총 맞으면 안 죽는 줄 알고 모든 일에 치안관만 투입하고 있다고. 사실 우리가 마약조직 잡으라고 있는 데는 아니잖아. 헌터가 깽판 치면 그거 잡으러 가는 거 아냐.”

“경찰이 해야 할 일이 자꾸 우리한테 오는 건 맞아요. 물론 헌터 한 명 제압하다가 경찰 몇십 명이 죽을 수도 있긴 한데…….”

“그치. 그런 상황에 우리가 나서야 하는데 우리한테 충청방어선 이북 일을 전부 떠맡기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어쩌면 그런 식으로 우리를 전부 관두게 하려는 건 아닐까요? 꼬우면 나가라, 뭐 이런……. 권고사직?”

“나는 이미 초인지원청 윗대가리들이 맛이 갔다고 본다. 대부분 경찰간부 출신 아니냐? 경찰에서 우리가 나서긴 좀 힘드니까 그쪽이 수고해달라고 말하면 기가 팍 죽어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정치인 누나 아니랄까 봐 굉장히 똑똑해 보이는 말씀을 하시네요.”

“그리고 치안관이라는 제도 자체도 너무 주먹구구식이었어. 존나 센 헌터 몇십 명 풀어놓고 단도리하는 방식이 통하던 시점이 이미 지나갔다고.”

여도연과 조정식이 진지하게 논의를 하고 있으니 여다솔이 해맑게 끼어들었다.

“와! 나 방금 둘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초졸은 가만히 있어.”

“뭐래 중졸이.”

개문 사태 당시 조정식은 고등학생이었고 여다솔은 중학생이었다.

아직까지 졸업장을 못 받았으므로 두 사람은 학력으로 서로를 놀리곤 했다. 진지한 콤플렉스는 아니다.

그러나 여도연은 이종격투기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고졸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온갖 쓴맛을 보았으니 학력이라는 주제가 썩 달갑지 않았다.

“고졸인 내가 보기에 니들은 빨리 치안관 때려치고 검정고시부터 보는 게 낫겠다.”

“누님, 저희가 검정고시를 볼 정도로 미래를 걱정했으면 애초에 치안관 노릇을 했겠습니까?”

“그래 이 앞날 깜깜한 새끼들아. 빨리 탈출하고 취직하라고.”

여도연이 다 빨아먹은 막대사탕을 입으로 툭 뱉어서 휴게실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에 쏘옥 집어넣었다.

“우린 이미 끝났어. 그놈의 같잖은 정의감 때문에 하는 거지.”

여도연의 과격한 발언에 여다솔은 시무룩하게 늘어졌고, 조정식은 ‘그러니까 엿같은 티셔츠나 사라고’ 따위의 말을 꾹 참았다.

* * *

서울에 헌터 아카데미가 하나 더 생긴다는 소식에 전국의 학부모가 광기에 휩싸이는 사소한 일이 있었지만 오늘도 서울시청(세종시)은 평화로웠다.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설마 헌영진 그 인간이 경거망동했다고 강짜를 부리시는 거면……!”

“저는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특수한 교육기관의 설립을 승인한 것뿐인데 그 말씀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네요.”

“후우. 헌영진 헌 협회장의 경거망동으로 강짜를 부린다는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제가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아뇨, 아뇨, 강짜 부리는 거 맞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그다음 부분이에요. 제가 강짜를 부리는 거면 뭐 어떡하시려고요?”

“아.”

“재밌네요. 한 번 해보세요.”

청와대 정무수석이 반쯤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나왔다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아무튼 서울시청은 평화로웠다.

그런 평화로운 시정을 지휘감독하는 온건한 서울시장인 나는 오늘도 부시장들을 뺑뺑이 돌리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노예 1호,

가 아니라 제1행정부시장이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는 점이다.

그나마 제2행정부시장이 게이트와 함께하는 서울형 초상혁신도시계획에 광분하며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공석을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 요즘 내 관심사는 제1행정부시장으로 누구를 앉히느냐에 쏠려 있었다.

“유재경 총리한테 한 명 추천받아서 데려오는 게 가장 편하긴 한데……. 감 정무부시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2부시장도 유재경 라인이잖습니까.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행정부시장이 전부 그쪽이라면 이상한 시그널을 보고 부화뇌동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내부승진이 정석이겠죠? 그냥 옛날처럼 기조실장을 부시장으로 올릴까요? 근데 그 양반 자꾸 부시장 자릴 맡아둔 것처럼 구는 게 좀 그렇던데.”

“아무리 기조실장이래도 시장이랑 코드가 안 맞으면 부시장 못 달죠. 지금 서울시청은 제로부터 다시 쌓은 조직이니 시장님 의중대로 가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자리에 있는 사람을 관례상 어느 자리로 보내는 거……. 너무 관료주의적이지 않습니까?”

“감 기자님…… 제 입 안에 있는 혀처럼 말씀하시는 부분. 너무나도 흡족스럽습니다.”

“설마 제가 누구한테 아부나 하는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저는 그냥 제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릴 뿐입니다.”

심심해서 시장실에 놀러온 감지윤이 그 모습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아빠 사회생활 참 힘들게 한다.”

“지윤아. 너는 나중에 사춘기 왔다고 아빠가 징그럽다는 둥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

“근데 난 솔직한 게 매력이잖아.”

“이미 왔구나. 사춘기…….”

나는 감 기자와 감지윤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문득 이야기했다.

“그나저나 지윤이 골든실드 들어가는 이야기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 직원으로 들어가는 줄 알고서 좀 꺼렸는데 알고 보니까 거기서 매니저를 붙여주는 거더라고요. 여론 관리도 그쪽에서 해준다니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사실 지윤이가 어디 소속되지 않았던 이유가 어떤 사기업이 아니라 사실상 국가에 소속된 헌터로 활동해서 그랬던 거 아닙니까. 근데 국가에서 지윤이를 지켜주지 못했으니까 이제 스스로를 지켜야지요. 저번에 선 넘은 놈들 고소장도 먹여주고 그러십시오.”

“그건 조금…… 시장님께 너무 피해가 가는 게 아닌가 싶네요. 가족들끼리 잘 상의해본 결과 고소는 안 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감 기자를 만류하려니까 감지윤 본인이 끼어들어서 당돌하게 확정지었다.

“내가 아저씨랑 친하다는 걸 다들 알잖아. 괜히 누구 고소하면 정치에 엮여서 일 커질 수도 있을 테니까. 이번 일은 이쯤에서 시마이하는 게 낫겠다 싶어요…….”

“그래. 지윤이 네 결정이 그렇다면 나도 뭐라고 하지 않으마.”

“물론 선거 끝나고 좀 잠잠해진 다음에 고소를 때릴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건 좀 얌생이 같아서 안 그러기로 했어. 난 항상 정정당당하게 싸우니까!”

별다른 컨트롤 없이 마력량으로 찍어누르는 전투 방식이 정정당당한 건가 잠깐 고민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지윤아. 너 혹시 전학 갈 생각 있니?”

“응? 왜?”

“아저씨가 서울에 학교 하나 더 만들고 있는데 너 오면 좋을 거 같아서.”

“난 제주도가 좋은데?”

“지금 당장은 아니고 아마 1년쯤 지나서 결정될 거야. 그때까지 잘 고민해보다가 아저씨한테 말해줘. 잘 하면 친구들도 데려올 수 있으니까. 사실 어지간한 인재들은 거의 서울로 올 거다. 아마도.”

감지윤은 잠시 고민하다가 툭 하고 말했다.

“혹시 시호도 데려올 수 있어?”

“강시호…….”

잠시 잊고 살던 이름을 떠올리니, 내가 그 이름을 잊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팠다.

그러나 그 정도로 괴로워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련을 거친 뒤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빙긋 웃었다.

“당연히 시호도 데려올 수 있지.”

“으응. 알았어요! 서울 갈게!”

감지윤도 해맑게 웃었다.

* * *

다음 날.

나는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통영으로 내려갔다. 내가 잊고 살던 것들을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그중 하나는 내 고향의 풍경이었다.

맑은 하늘 아래 파란 바다가 넘실거린다.

그 모습이 참으로 낯설어서 슬펐다.

원래 내 고향, 통영 앞바다는 갈매기가 노니는 하얀 모래사장에 파도 소리만 들리우는 고요한 자연의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생명의 공간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고깃배의 털털거리는 엔진 소리. 축축한 시장 바닥에 진열되어 몸부림치는 생선들의 비린내.

통영의 바다란 이런 것이다.

누군가는 사방에서 억센 영남 사투리가 들려오는 이곳에서 진저리치며 도망치겠지만, 나에게는 이 생명력으로 가득한 공간이야말로 어릴 적부터 자라온 고향이었다.

그러나 모든 이의 추억 속에 있는 고향이 그러하듯, 어느 날 문득 둘러본 고향의 모습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원래는 저기가 엄청 북적거렸는데…….”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시장에 사람이 없고 바다에 고깃배가 없다. 어촌에 생선이 없고 이따금 보이는 행인들의 얼굴에 활력이 없다.

도시가 완전히 죽어버린 것이다.

낡은 통통배 엔진을 만지는 어부도, 술 취한 항만노동자도, 호객하는 해산물 상인도, 바닷가를 따라 등교하는 학생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내 고향을 죽인 건 언제 어디서 열릴지 모르는 게이트도, 베이징을 수몰시켰다는 S급 해양괴수에 대한 공포도 아니다.

나다.

내가 내 고향을 죽였다.

양판석 정권의 쌀값동결 정책은 어민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고, 그 결과로 어부들은 헐값에 생선을 정부에 넘겨야 했다.

정부는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굶어 죽는 사람이 거의 없게 만들었지만, 땅이라도 쥐고 있던 농부들과는 달리 어부들은 치명상을 입었다.

견디지 못한 어부들은 공장으로 향했고, 이제 해산물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양식장에서 나온다.

거기에 해양괴수에 대한 공포가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자, 이는 어촌의 붕괴로 이어졌다. 남해안의 해안도시 상당수가 유령도시로 변했다.

내 고향도 그렇게 죽었다. 어떤 특별한 재해로 인해서가 아니라, 거대한 사회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심지어 언뜻 자연스럽게 죽었다.

그리고 내 고향을 죽인 정부의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나는 텅 비어버린 수산시장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게 최선이었을까?

나라가 휘청거릴 때 도시를 살리기 위해 농어촌을 조지는 건 검증된 전략이다. 대영제국과 소비에트 연방, 그리고 미국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게 최선이었을까?

모른다.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다. 나는 게이트와 헌터 산업의 전문가인 직업 정치인이다. 물론 선거 나가면 경제 살린다고 말은 하지만 경제 살리는 방법은 모른다.

하지만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모른다. 우리는 이미 차악을 선택했고, 그건 해야 하는 일이었다.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입에 들어가는 물건 가격부터 때려잡아야 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텅 비어버린 내 고향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한 명의 어부도 보이지 않는 언뜻 아름답고 한산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는 무언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향에서 도망치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