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266화
EP 42-정통 헌터 아카데미(4)
올해 여름은 그렇게 덥지도 않았고, 하늘은 파란 물감을 색칠한 듯 청명했다.
나는 세종정부청사의 시장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워 창문 밖의 하늘을 감상했다.
“날씨 좋다…….”
게이트 시대의 아주 드문 장점 중의 하나는 친환경이다.
칭기즈 칸의 의지를 잇는 환경전사들이 게이트를 열고 튀어나오면서 없어진 인류가 대략 3할 정도라고 한다.
가장 많은 사망자는 내륙 지방을 상실한 중국, 그리고 파키스탄과 전면적인 핵전쟁을 벌인 인도에서 나왔다.
의외로 아프리카는 선방했는데, 원래부터 각자도생하던 전통이 있는 데다, 스페인을 장악한 (범죄조직에서 시작된) 헌터길드인 ‘아르마다’가 무려 ‘육로’로 아프리카 군벌들에게 비료를 어마어마하게 수출하면서 식량난이 그나마 해소되었다고 한다.
‘아르마다’는 초상능력자의 특성을 이용한 항공운송을 비롯한 온갖 기상천외한 방식을 개발하며 인류 보전을 위한 차세대 사업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까지가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많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망자를 줄여서 발표할 동기가 충분하며, 공식 보고서는 수상할 정도로 스페인의 ‘아르마다’를 띄워 주기 때문이다. 아마 걔네들이 수출하는 비료가 미국산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그건 지구 반대편 이야기.
나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빴다.
정신없이 일거리를 쳐내다 보니 어느새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산이 조금씩 노랗게 물들고, 바람은 점점 차가워지며 환절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환절기 어르신들이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처럼, 선거철 정치인들의 지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다.
* * *
“충격적인 사실! 감지윤만이 아니라 수많은 헌터들이 일본 야쿠자 자금에 포섭되었습니다! 제 손에 그 명단이 담긴 문서가 있습니다!”
“S급 게이트가 열렸을 때! 한승문 서울시장은 왜 서울이 아니라 세종시로 갔지요? 서울시장이라면 당연히 서울을 지키기 위해 직접 싸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세종시 중대본에서 앉아서 지휘하기만 했습니까! 괴수가 그렇게 무서웠던 겁니까!”
“S급 게이트가 서울에 열려서 망정이지 부산에 열렸으면 어떡할 뻔했습니까! 이게 다 게이트 예보 시스템을 미국이 독점해서 그렇습니다! 주한미군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주 게이트 국방 달성해야 합니다!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주한미군의 호루스 시스템을 확보해야……!”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인 망언의 수위도 점점 높아졌다.
물론 국회에서 저 지랄을 하는 건 아니고 유튜브에서 저러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저게 ‘가짜 광기’라는 걸 알아서 그렇다.
선거 끝나면 정상인으로 돌아올 인간들한테 미쳤냐고 화내봤자 뭐하겠는가.
그리고 나도 요즘에는 그나마 점잖게 지내는 거지, 한때 ‘지작사는 반동분자’, ‘중국은 빨갱이 깡패’ 등의 어록을 남긴 사람이었다.
저 인간들은 법이 무서워서 유튜브에서 지랄하지만, 나는 기자회견에서 질렀다는 게 소소한 매력 포인트다.
역시 이 정치인 한승문이 지금껏 보여준 협치와 관용의 정신을 동료 정치인들이 알아준 걸까? 내가 서울 개발을 뜻대로 밀고 나가는 동안 이렇다 할 방해공작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모든 사건을 순탄하게 수습하고 평범한 일상을 향유하는 중이었다. 드디어 발목 인대도 풀었다.
“야, 채원아. 내가 점심밥으로 먹고 싶은 메뉴가 뭐니?”
“그걸 왜 자꾸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죠.”
“나도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모르니까!”
“으음…….”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타닥거리며 서류를 쳐내던 피채원이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시장님은 지금…… 산에서 양념을 발라 숯불로 구운 장어구이가 먹고 싶으시네요.”
“아!”
“하지만 그건 양판석 전 대통령님과 함께 먹어야 맛있는 음식이니까 지금은 못 먹고요. 두 번째로 먹고 싶은 건 역시 코다리 양념구이……?”
“우리 이모부 횟집에서 가장 맛있는 게 그거였지…….”
자랑스런 통영의 아들 한승문은 물고기가 먹고 싶다.
하지만 전 세계적 식량 위기로 생선은 반쯤 사치품이 되었다. 해양괴수도 생선값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역시 몇 년 전처럼 중국이 쌀 수출 끊으면 대재앙이 발생하는 지경은 아니지만, 여전히 생선 물가는 미쳐 날뛰고 있다.
선거철에 음식 잘못 먹었다가 큰일 날 수 있으니 메뉴 선정에 신중해야 했다. 특히 나처럼 기자를 항상 달고 다니는 사람은 말이다.
나는 램프의 요정 피채원에게 질문을 계속했다.
“채원아. 채원아. 내가 지금 세 번째로 먹고 싶은 음식이 뭐니?”
“제가 거기까지 깊숙이 들어가면 후유증이 있어서 안 돼요.”
“후유증?”
“왼쪽 다리가 정강이 밑으로 감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오오, 신기하네.”
독심술사 피채원의 능력은 나에게도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육체계와 정신계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능력이라, 웬만한 초상능력은 다 써본 나조차도 두통 때문에 컨트롤이 어렵다.
피채원과 접촉을 시작하면 주변인의 심정이 서서히 공감되면서 마음이 감성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몇 분쯤 지나면 환청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실제 소리와 마음의 소리를 구분 못 하는 지경이 되면 정신이 나간다. 특히 누군가의 강렬한 생각이 머리에 박히면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자의식이 희미해진다.
그건 아주 불쾌한 느낌이었다.
그러니 부모님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본 피채원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아직도 꼬박꼬박 신경안정제를 챙겨 먹는 피채원을 볼 때마다 마음이 미어진다.
길게 할 생각은 아니었으니 나는 잡념에서 벗어났다.
“그나저나 다리가 없는 사람에게 집중하면 다리에 감각이 없어지는구나?”
“네. 표층심리를 읽는 수준은 괜찮은데 심층심리까지 파고 내려가면 그렇더라고요.”
“채원이 넌 그걸 어떻게 알아?”
“…….”
무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피채원의 눈동자가 슬그머니 내 시선을 피했다.
녀석은 아무 말도 없이 자연스럽게 서류 작업을 이어갔다.
“시장님. 내일 헌터 아카데미 분원 꿈빛어린이 헌터교실에서 체험학습을 오는데 강연하실 건가요?”
“꿈빛어린이 헌터교실이면 부모 잃은 미성년 각성자들 모아서 애국교육하는……. 그건가? 그거지?”
“네.”
“하아. 반쯤은 내가 기획한 정책이니까 직접 살펴야지. 나중에 공무원 될 친구들인데…….”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뭐 없어?”
“예능 촬영 요청이요. 저번에 스튜디오 녹화 중에 순간이동하는 모습을 방송국에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예 일상 밀착 관찰예능이…….”
똑똑, 누군가 시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라고 허락하니 서울시장 비서실의 최철민 비서관이 절도 있게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시장님.”
“어어, 철민 씨. 무슨 일이에요?”
최철민은 나와 동갑이었지만 언제나 내게 비굴하지 않을 정도로 예의를 지키며, 시청 공무원들에게 인기도 많은 능력자였다.
그러나 남몰래 지나친 권력욕을 품고 있으며, 내 측근이 되어 권력을 잡고 싶고, 자꾸 거슬리게 구는 피채원을 질투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자 P씨의 증언이 있었으니 나한테 찍힌 상태였다.
“방금 제1기 민선 헌터협회장이 선출되어 보고 드립니다.”
“아아, 선거가 오늘이었구나. 알겠어요. 헌터협회가 아니라 각성자협회로 이름 바꾸겠다던 그 양반이 됐죠?”
“네, 헌영진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헌영진 헌터협회장이면……. 헌 헌협회장인가?”
“하하!”
“허헛.”
최철민 비서관과 내가 정답게 웃는 동안 피채원은 정색했다.
“으응. 알았어요. 확인해 볼게요.”
“네. 이만 가보겠습니다.”
최철민 비서관이 꾸벅 인사하고 돌아가자 나는 피채원에게 몰래 속닥거렸다.
“쟤 방금 나를 어떻게 생각했냐?”
“바퀴벌-”
“아냐. 말하지 마. 그냥 너만 알고 있어.”
“네.”
나는 헌영진 헌터협회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인터넷 신문 1면에 헌 헌협회장의 인터뷰 영상이 실려 있었다.
헌영진. 원옥분 대통령과 국방당이 준비한 허수아비. 그리고 2세대 헌터치고 드물게도 불완전한 각성제로 강력한 원소술을 각성한 초상능력자.
특이사항으로는 건설업계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처갓집 회사가 각성자를 이용한 건축과 건축공법 개발로 많은 재산을 쌓음.
원옥분 전북지사가 추진한 새만금 간척사업과 신도시 건설에 적극 참여해 헌터 사회에 이름을 알리고, 국방당 원옥분계 정치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다짐.
“흐음…….”
최철민이 커피라면 헌영진은 TOP다. 이놈은 선거유세 기간 내내 ‘한승문 개새끼’를 외치고 다닌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어디 헌터협회를 각성자협회로 바꾸고, 내 소중한 헌터급수제를 미국물 먹은 알파벳 랭크 시스템으로 교체하겠다던 호언장담이 진짜 광기인지 가짜 광기인지 알아볼 시간이었다.
나는 헌영진의 헌터협회장 당선 수락 연설 동영상을 클릭했다. 그는 스테이지에서 함성을 만끽하는 락스타처럼 강성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존경하는 각성자 동지 여러분! 제가 헌터협회를 각성자협회로 바꾸겠다고 함은, 우연히 각성했다는 이유로 전장에 내몰리는 현 세태가 불합리하기 때문입니다! 왜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는 각성자는 3급 이하 하위 헌터고! 괴수를 잡아야만 4급 이상으로 승급할 수 있는 겁니까?]
[평범한 헌터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 얻는 마석의 수백 배를! 고위 헌터들은 손가락질 한 번, 주먹질 한 번으로 가져갑니다! 이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면 뭡니까 여러분!]
[지금 부모 잃은 고아들이 세뇌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S급 헌터마저도 일본으로 가버리겠다고 합니다! 이건 교육의 문제입니다! 제주 헌터 아카데미의 교육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고치겠습니다! 극소수의 1세대 기득권 헌터를 필두로! ‘특정 집단’이 장악한 이 나라의 헌터 업계를 처음부터 완전히-]
* * *
“미친놈. 정신이 나갔군.”
“예?”
“미치지 않고서야 한가 놈을 건드릴 리가 없잖아. 내가 언제 그렇게 지시했나?”
지하벙커 청와대의 가장 깊숙한 방에는 양판석 대통령이 애용하던 전술지도가 없어지고 전통적인 두 마리 봉황과 무궁화가 돌아왔다.
언뜻 지나치게 과한 장식이었으나 황금 봉황을 양어깨에 거느린 원옥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그 의자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죽을 맛이었다. 별생각 없이 보고한 사안에 원옥분 대통령이 예민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아니, 한승문이 벌써 몇 년째 헌터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데 그 아성에 도전하는 사람이 한 명 정도 나오는 게 뭐가 이상한가?
그러나 눈을 가로지르는 흉터를 매만지는 대통령을 보고 있으면 감히 그 앞에다 대고 ‘이 정도는 평범한 네거티브 아닙니까?’라고 딴죽을 걸 수가 없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진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진정한 실세였던 이미숙 민정수석이 없어진 이후로 청와대는 완전히 살얼음판이다.
“헌영진 헌터협회장이 자기 깜냥을 아직 모르는 모양입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만 이제 와서 조치해 봤자 늦었어. 헌터협회장이 청와대 말 안 들었다고 조지면 선출직으로 뽑은 이유가 있나? 임명직 때랑 뭐가 달라?”
“송구합니다.”
“물론 헌영진이 그놈도 그걸 알고 저러는 거지. 우리가 잘못한 게 있다면 잔대가리가 돌아가는 놈을 갖다 앉힌 거고.”
원옥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
허수아비를 자칭한 야심가. 당선된 후 말을 바꾸는 정치인. 둘 다 정치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케이스는 아니었다.
문제는 헌영진이 가진 개인의 야욕이 국방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원옥분 대통령이 예상하길, 어차피 이번 총선은 국방당의 승리였다.
대통령 집권 1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이었고, 별다른 변수가 없으면 집권 여당은 강고하게 자리잡을 터.
하지만 별다른 ‘변수’ 중에 가장 기상천외하고 막나가는 놈이 한승문이었고, 이는 과거의 행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일부 군인들이 정치적 이유로 하극상을…’
‘빨갱이 깡패!’
‘합당 반대합니다! 인정 못 합니다! 합당 반대합니다!’
‘원옥분 대행이 국군을 정권의 시녀로 바라보지 않는 이상에야…….’
‘국방농단입니다! 1,500억 어디 갔습니까!’
‘괴수를 북한으로 밀어버리자! 이 말입니다!’
원옥분 대통령의 머릿속에서 한승문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정신이 아찔했다.
특히 1,500억. 추경예산에서 사라진 1,500억이 각성자 비밀부대와 북한 핵무기 탈취에 소모되었다는 걸 뻔히 아는 놈이, 원옥분 대통령 권한대행이 1,500억을 횡령했다고 지랄했을 때는 정말 한승문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란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시도했다가 양판석이 조종하는 사법부가 들고 일어나 사법파동을 주도한 전적이 있었으니 그조차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그때 정의봉 집어던지면서 지랄했던 대법원장 놈은 지금 광주에서 양판석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국방당이다. 웃기는 놈 같으니.
한승문을 쳐내면 국방당의 민주당계가 들고 일어난다. 심지어 한승문은 국민당의 창당인이다. 검찰은 한승문을 처단할 수 없다.
그러니 최대한 중앙정계에 얼씬거리지 않게 지방정부에서 서울 개발이나 하도록 놔둬야 하는데, 헌영진이 그놈이 스타 돼보겠다고 잠자던 한승문의 코털을 뽑은 것이다.
“헌영진이를 추천한 인사가 누구였지?”
“국방당 방규원 정책위의장입니다.”
원옥분 대통령은 자기 심기가 불편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할 위치가 아니었으므로 그녀의 지시는 간단명료했다.
“허. 참.”
이 순간, 방규원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공천 탈락이 확정되었다. 무소속으로 기어나와서 아득바득 당선되지 않는 이상 정계 은퇴다.
그러나 이는 신상필벌이지 대책이 아니다. 원옥분이 고심하기 시작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청와대에 들이받지는 않겠지. 미친놈은 맞지만.’
원옥분이 보기에 한승문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관둔 이후로 좀 시들시들해졌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도 엄혹한 시절이 끝나니 성격이 좀 부드러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평소 국무회의에 야당 서울시장 자격으로 참석하면서도 반정부적인 발언을 일삼지도 않았다. 최근 동남아 주민 보호 문제로 협력하면서 건수 하나를 같이 작업하기도 했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뿔 난 황소처럼 청와대로 돌진하지는 않을 터.
아마 헌영진을 집중적으로 수술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공산이 컸다.
“흐음…….”
원옥분 대통령이 헌영진을 지켜줄 이유? 없다. 그녀는 상황을 관망하기로 했다.
한승문이 헌영진과 싸워서 다쳐도 좋고, 헌영진이 빌빌거리다가 원옥분 대통령에게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구해달라고 빌어도 괜찮다.
의외로 상황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원옥분 대통령의 마음이 그나마 편해졌다.
“한승문 경호하는 애들보고 저놈 어디 가는지 보고하라고 해.”
그렇게 지시를 남긴 원옥분 대통령은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업무를 수행했다.
권위주의 물을 빼기 위해 어울리지도 않는 개나리색 옷을 입고서 ‘-니다’체가 아닌 ‘-요’체로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S급 게이트 열렸을 때 코스피에서 공매도한 기업 놈들 잡아서 줘패기도 하고.
이미숙 전 민정수석을 비밀리에 불러들여 손수 위로하면서 차기 마사회 회장 자리를 시원하게 약속하기도 했다. 이미숙은 연신 각하의 은혜를 찬미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를 보낸 원옥분 대통령은 안마의자에 누워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잠들기 직전, 서울시장을 원거리에서 경호하는 국정원 요원들이 한승문, 천금순, 홍선아가 회동했다고 보고했다.
그날 밤, 원옥분 대통령은 정체 모를 불안감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