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243화
EP 37-북상北上(6)
「속보, 뤼미에르 EU 집행위원장 피격」
「中 국방부··· “사태 파악 중”」
「루미엘 기사회장, 작전 중 중상」
국경없는 기사회가 평소에는 잃을 것 없는 강성 비정부기구처럼 굴긴 해도, 엄연히 유럽의회와 프랑스 국민의회에 알 박아 놓은 연립여당이었다.
따라서 기사회는 그냥 정치권에 연줄 있는 헌터들이 아니라, 프랑스의 핵무기 사용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집단이었다. 진짜로 가끔 괴수 잡는답시고 전술핵도 쏘고 그런다.
따라서 노아 뤼미에르 기사회장이 중국에서 총에 맞았다는 사실은 전 세계 방송국이 최소 반나절 정도는 긴급속보를 때릴 만한 소식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런데 본인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호들갑이 심하군요.”
“이게 뭐가 호들갑입니까. 종아리랑 허벅지에 구멍이 송송 뚫렸구만.”
“지금까지 죽은 사람이 몇 명인데 권총 3발 맞았다고 방송 나가면 망신이죠.”
옛날이었다면 그 고귀한 희생정신에 감탄했겠지만, 이제는 허구헌날 누더기가 되어 돌아오니 걱정이 반이고 근심이 반이었다.
왼쪽 종아리에 1발, 오른쪽 허벅지에 2발, 그렇게 3발을 얻어맞은 뤼미에르는 양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서 병원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행히 본인부터가 의사 출신이었고, 또 국경없는 기사회와 국경없는 의사회는 (둘 다 세상에서 가장 좆같은 곳만 골라서 돌아다니니까) 어지간하면 붙어다니는 편이라 빠른 응급처치가 가능했다고 한다.
“아이고……! 다리 괜찮으십니까?”
“다음 주에 퇴원해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총알 뽑고 포션 뿌리고 빛으로 지지는 거 보니까 세상 참 좋아졌다 싶더군요. 예전에 카슈미르에서 총 맞았을 때는 거즈 쑤셔박고 버티다가 감염 때문에 거의 반년을 입원했었는데…….”
“대체 어떤 인생을 사셨던 겁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십시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 고립됐을 때는 얼굴 어깨 허리 아그작 아그작 씹혀가면서 괴수들이랑 주먹다짐도 했었습니다.”
“아, 지하철 짜증 나죠. 깜깜하고, 갑갑하고…….”
“그러고 보니 장관도 옛날에…….”
우리는 한참이나 각자 지하철에서 싸웠던 이야기를 했다. 대체 어쩌다가 병문안에서 지하철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잡담이 길어졌을 즈음, 그녀가 본론으로 돌아왔다.
“아, 리충빈 총통이 죽었습니다.”
“예?”
* * *
“시체에 총알 자국이요?”
“르윈도 스쳐 지나가듯 본 거라 확실하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다만 그 작전 자체가 CIA 내부에서 없었던 일이 됐다는 걸 보면 아마 맞겠죠. 제게도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고 했고요.”
“근데 왜 말합니까?”
“이런, 실수했네요. 약기운에 취한 바람에.”
뤼미에르는 능청스레 웃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온몸에 링거를 줄줄이 달고 있었으니 아예 틀린 소리도 아니고.
쯧, 어차피 리충빈 총통의 죽음은 숨길 수 없다. 아마 이대로 실종이 길어진다면 공산당 지도부에서 자체적으로 총통이 괴수 사태에 휩쓸렸다고 판단을 내릴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슬픈 일이다. 그러나 총통이 총에 맞아 죽었다는 건 화낼 일이다. 중국 장성들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아마 핵폭탄 몇 개 터뜨릴 만큼 화날 것 같다.
나는 입에 지퍼를 채우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대체 누가 죽인 걸까.
“웨이지예밍 상장입니다.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원장이었나 정위였나 그럴 겁니다. 중국 군사과학 분야를 담당하는 사람이죠. 거기에는 초상산업 극비기술도 포함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설마 제가 총을 괴수한테 맞았겠습니까? 한때는 주석파로 분류되던 인물이지만, 단순히 옛날 보스에 대한 충성 때문에 암살을 거행한 건 아니고 나름대로 큰 꿈을 꾸더군요.”
“그걸 어떻게-”
“본인한테 들었습니다. 약간 매드 사이언티스트 기질이 있더군요. 저를 불러다놓고 일장연설을 하던데요. 같이 가자고.”
“그래서요?”
그녀는 턱짓으로 허벅지와 종아리의 총상을 가리켰다.
“나머지는 상상력에 맡기죠.”
“세상에. 살아 있는 게 기적이군요.”
“생각할 시간을 달라니까 총을 쏘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잠시 교전이 있었지요. 다행히 우리 쪽 사람들은 무사하지만 피를 조금 봤습니다.”
웨이지예밍 상장이 죽었다는 뜻이었다. 나는 굳이 더 캐묻지 않고서 화제를 돌렸다. 다리 장애인으로서 그녀의 후유증이 걱정되기도 했고.
“어쨌거나 다행입니다. 혹시 후유증 따위는 안 남겠지요?”
“제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힐러라는 걸 잊으셨습니까?”
“그 치유술이라는 게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건데요?”
“베이스는 재생인데, 가끔 정화나 멸균이 가능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게 체질인지 테크닉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는 원래는 못 썼는데 나중에 배우니까 쓸 수 있더군요.”
“허, 의사 출신이라 훌륭한 힐러가 되신 건지. 아니면 훌륭한 의사가 힐러로 각성한 건지 모르겠군요. 설마 직업적성과 각성에 관계가 있는 건가…….”
“아니요.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할 정도로 스토리가 있는 의사가 훌륭한 힐러로 각성했으니까 그림이 좋지 않나요? 그런 케이스가 드무니까 프랑스 정부에서 저를 데려다가 얼굴마담으로 삼은 거죠. 마석도 주고…….”
“아, 그렇군요. 괴수 사냥에 재능도 있고, 나름대로 희생정신도 있고…….”
“그럼요. 정부에 협조적이기도 하고, 리더십도 있고, 멋있고 예쁘기도 하고…….”
“예?”
“왜 그러시죠?”
* * *
바다 건너에서 또라이가 처단됐다는 건 좋은 소식이었지만,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았다. 체감상 국회에 특히 많은 것 같다.
서울시장 선거는 점점 과열되고 있었고, 대충 대진표가 짜이자 계산기를 두드린 선수들이 판에 뛰어들었다.
나라가 반으로 갈라졌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승문 장관은 이미 여러분을 버렸습니다! 헌터 독재의 시대를 가져온 사람이 누굽니까? 국민들이 판잣집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데…….」
「김목윤 후보는 자질검증이 되지 않은 후보입니다. 행정경험이 단 하나도 없는 사람을 국민당 후보로 내세웠다는 건, 당이 정상적인 국정동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제가 팟캐스트에서나마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이호정 의원은 자신이 국민당의 얼굴인지, 아니면 한승문의 사람인지 확실하게 정해야 할 것입니다. 투명한 경선으로 선출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해당행위이며-」
「지금 누가 해당행위를 해?! 전직 원내대표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에요!」
「한승문 장관님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신 건, 국민당에 대한 배신이라기보다는 당권을 장악한 피난민 세력과 선을 긋겠다는…….」
서울시장 선거는 현재 서울시민이 존재하지 않고, 동시에 시장직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이유로 전국구 선거로 결정됐다. 겸사겸사 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도 겸했고.
그러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재보궐이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됐는데,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터졌다.
국민당 비공개회의 녹취록 욕설 파문, 한승문 선거펀드 GS그룹 개입 의혹, 김목윤 목사 처수 과거 위장전입 연루, 피채원 낙하산 논란…….
대부분 영양가 없는 이슈라 지지율에 큰 변동은 주지 못했지만, 유재경 총리의 (계획된)출마 포기 선언은 선거의 판도를 아예 깨뜨렸다.
「도시가 무너졌습니다. 삶의 터전이 무너졌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최초로 이 재앙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저는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결정권자였고, 또 책임자였습니다. 따라서 저는 국방당의 서울시장 후보직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방당 동지들의 성원에 응답하지 못하는 것은 평생에 걸쳐 사죄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러나 공무원을 영어로 하면 퍼블릭 서번트입니다. 저는 제 평생을 국민께 봉사하며 살아왔습니다. 제게는 책임이 있고, 또 이 나라의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이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정치색과, 모든 과거와, 모든 갈등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정치인 여러분, 분열의 정치, 증오의 정치를 멈춰 주십시오.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가려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공무원치고는 너무 말을 잘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상한 경제용어 남발하며 말 더듬던 유재경 총리도, 어느새 닳고 닳은 정치인처럼 애처롭고 악에 받친 목소리로 연설이 가능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거의 매일 뉴스를 탔던 사람이 저렇게 호소하자 동요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유재경이 입은 상처를 너끈히 회복할 정도였다. 그 어렵다는 정치 무관심층, 그리고 중도층을 움직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지지율 50%를 돌파했다. 유재경의 출마 포기 선언이 사실상의 단일화로 작용했기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리고 이걸 위해 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기도 했다.
국민당의 피난민계 의원들은 그 점을 공격했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한승문 후보의 정치적 야합에 대한 실망감이 아닙니다. 과거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합당을 누구보다 반대하던 청년이, 이렇게 보잘것없이 타락했다는 것에 대해 참담함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 권력이 뭐길래 자기 손으로 만든 국민당을 저버리고 원옥분 대통령과 야합했는지…….」
부대변인이 뭣 모르는 척 페북 따위에서 지껄인 게 아니라, 최고위원씩이나 하던 양반이 종편에 직접 등판해서 저격한 멘트였다.
아무래도 신수광이 날아간 이후로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있던 모양이다. 심지어 피난민계 의원들은 유재경 국무총리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강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민주당 지지했다가 탄핵소추당한 선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유재경도 바보가 아니다. 그는 누구를 지지한다는 말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지킨 것이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리고 피난민계 의원들도 바보가 아니다. 그 양반들도 그때 탄핵역풍으로 민주당이 거의 망할 뻔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애초에 숫자가 적으니 탄핵소추안을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냥 지지층 결집해서 먹고 살려고 오버액션을 까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 당선이 되고, 혹시 낙선하더라도 인지도 팔아서 유튜브라도 차릴 것 아닌가.
여기서 진짜 바보는 김목윤 후보뿐이었다.
「정말로 서울시장 하려고 출마한 건 아닙니다.」
「네? 후보님. 지금 뭐라고-」
「애초부터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토론회장이었다.
전국민이 지켜보던 중이었다. 그의 돌발행동은 전국민이 지켜보는 와중에 튀어나왔다. 토론회장의 스태프들이 끔찍한 침묵으로 긴장을 표현했다.
물론 질 거 알면서도 선거 나가는 게 잘못은 아니다. 완주가 목적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걸 대놓고 떠벌리면 지지자들을 바보 만드는 행위였다. 심지어 저런 말투로 지껄이면 안 되는 거였다. 그는 정치적인 금도를 넘었다.
「저는 한승문 후보님한테 이 말씀드리려고 나온 겁니다.」
「말씀하시죠.」
「부디 피난민들을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세상에.
원체 떡대가 있어서 나보다 덩치는 두어 배 컸지만, 토론회장의 김목윤 목사는 처음 겪는 정치판이 버거웠는지 초췌한 몰골이었다. 저게 방송용 화장까지 마친 모습인 걸 감안하면 사람이 파김치가 됐다는 거였다.
그는 모두의 당혹감 어린 시선을 받으며 꿋꿋이 발언을 이어갔다. 자폭에 가까운 행위였기에 차마 사회자가 제지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모든 피난민의 재산을 게이트 사태 이전으로 되돌려 달라? 이게 제대로 된 공약이 아니라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모든 게이트를 전부 닫아버리자? 이게 사실상 경제적 자립을 포기하는 거라는 사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
「사실 저를 지지하는 그분들도 마음속으로는 다 알고 계실 겁니다. 이게 제대로 된 게 아니라는 걸요. 하지만 우리는 그만큼 괴수가 무서운 겁니다. 우리는 그만큼 옛날의 평화를 되찾고 싶은 겁니다. 잃어버린 가족을, 잃어버린 과거를!」
「그…… 진정하시고요. 후보님.」
「이거를, 이거를 단순히 현실물정 모르는 난민들의 헛소리로 치부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지금 수도권 난민들은 단순히 집 잃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인터넷 보십쇼. 난민들은 지금 한국의 기생충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이 나라에 난민들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예…… 울지 마시고…… 천천히……. 네.」
「저는 한승문 장관님이 유재경 총리랑 야합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싸움이 안 되는 선거였는데 무슨 야합이 있고 담합이 있습니까? 다만 한승문 장관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부디 대한민국에서 피난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십시오. 이거는, 이거는 잘못된 나라입니다. 진짜로…….」
「……알겠습니다. 이리 오세요.」
나는 카메라 앞에서 장애인임을 부각하기 위해 최대한 절뚝거리며 김목윤 목사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그렇게 방송은 토론회로 시작해서 인간극장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36%였던 김목윤 목사의 지지율은 15% 아래로 폭락했다. 어차피 저 말에 공감해 줄 사람들은 한승문 찍는 사람들이지 김목윤 찍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 토론회는 사실상의 정치적 항복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민당 피난민계 의원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고, 김목윤 목사는 난민운동권에서 추방당했다. 어느 정도의 개인팬덤을 끌어안고서 말이다.
그래도 이호정은 나름대로 깊은 인상을 받은 모양이었다.
“쓰읍. 영입할까?”
“저 양반 당분간 얼굴도 못 들고 다닐 텐데 무슨 영입이야?”
“나중에 선거 지고 혁신 운운할 때, 비대위에 저런 신기한 캐릭터 하나 있으면 좋지 왜요?”
“그러면 좀 숙성을 시켰다가 꺼내야지.”
“어쨌든 선거 끝났네요. 축하드려요.”
“……에휴…….”
선거가 이 따위로 돌아가도 되나 싶었지만 정치라는 게 원래 그랬다. 언제 어디서 또라이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바닥인 법.
그래도 이번 또라이는 조금 참신한 느낌이 있었다.
* * *
그렇게 무난하게 선거 당일이 되었다. 경상북도지사 재보궐선거에서 옛날 민주당 출신 인사가 당선된 것 빼면 이번 선거에 이변은 없었다.
“……서울특별시장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소속 한승문 후보! 59.1 퍼센트로 가볍게 과반을 돌파했습니다! 사실상 당선이 확실한 상황입니다!”
뉴스 아나운서가 소리치자 선거 캠프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고위헌터씩이나 되면서 로타리에서 앙증맞게 선거송 댄스나 추던 자원봉사자들이 꽃다발을 안겨줬다.
부모님과 여도연은 나 처음 국회의원 됐을 때는 펑펑 울면서 좋아하더니, 이제는 내게 예정된 개고생을 어느 정도 짐작하는 눈빛이었다.
흥분해서 달려드는 자원봉사자들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자, 멀리서 지켜보던 피채원이 슬그머니 다가와 속삭였다.
“후보님, 밖에 인터뷰…….”
“어어. 그래. 빨리 가야지.”
다급히 이동하려고 하자 피채원이 나를 꾹 잡아당겼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썹을 삐뚜름하게 뜨니, 녀석이 약간 부끄러운 기색으로 귓가에 속닥거렸다.
“……축하드려요.”
찰나의 평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