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217화 (217/296)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217화

EP 33 -범죄와의 전쟁(1)

「장마전선이 북상함에 따라 전국에 비가 내리겠습니다. 부산 일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라디오 일기예보가 들려오자마자 빗방울이 추적추적 떨어지기 시작했다.

투둑, 툭, 투둑.

나는 쯧, 하고 혀를 차고서 와이퍼를 키고는 라디오 채널을 돌렸다.

채널을 계속 돌리다 보면 기분 좋아지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을까 싶다.

「인도-파키스탄 국경선 인근에서 핵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게이트 사태 이후 67번째로 사용된 핵무기입니다. 관계당국은 파키스탄 정부가 인도를 도발…….」

달칵.

「아니, 그러니까, 왜 자꾸 퍼주냐 이거죠. 호주에 각성제를 갖다 바치더니, 이제는 북한에 일본 난민들까지 받아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회주의자들이라면서요? 친일이랑 종북을 동시에 하는 정부는 살다 살다…….」

달칵.

「오늘 새벽, 4급 헌터 김모씨가 대전 일대에서 난동을 피운 끝에 사살당했습니다. 가해자는 천안 총기난사 사건의 유가족으로 알려졌습니다. 네. 다음 뉴스입니다…….」

달칵.

「빠랍빱빠. 뚜비두밥바. 당신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GS 방위대행사가 노력합……!」

달칵.

「헌터노조 와해사건으로 고발된 천금순 GS 그룹 회장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호주 사태 당시 결성된 GS 방위대행사 헌터노조는 1년도 지나지 않아 폐쇄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나는 끝끝내 라디오를 꺼버렸다.

라디오를 꺼버리니 빗소리만 들려온다.

툭. 툭. 툭.

어느새 거세진 물줄기가 후두둑 쏟아졌다. 차량은 비바람을 헤치며 광안대교를 질주했다.

저어 멀리 물안개 사이로, 동백섬 국회의사당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 * *

총선이 끝났다.

새로운 국회는 새로운 국회의사당에서 출범했다. 새로운 국회의사당의 위치는 부산 해운대의 동백섬이다.

굳이 제주도에 짓지 않은 이유는, 국회가 괴수가 무서워서 섬으로 도망치는 것 같아 모양이 빠진다는 거였고,

굳이 부산에 지은 이유는, 양판석이 광주에 개발을 몰아줬으니 실질적인 수도를 부산으로 인정한다는 뜻이었고,

굳이 해안가에 지은 이유는, 대한민국의 해상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국민들에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뭐, 이런저런 이유는 제쳐놓더라도, 일단 지어놓고 보니 멋있긴 했다.

다만,

“어차피 하루종일 여기서 쌈박질만 할 텐데. 그냥 복싱장에 의자 300개 갖다 놓으면 될 것을 뭐 이리 으리으리하게 지어놨대니.”

“차라리 여의도에 있는 건물 계속 쓰자고 그러시죠.”

“세금 낭비 안 하고 좋네.”

내게 우산을 씌워주던 피채원이 시니컬한 농담을 건네왔지만 느물거리며 넘어갔다.

우리는 철퍽거리며 물웅덩이를 헤치고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삼엄해진 보안 때문에 입구에서 대기하는 기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피채원이 검은색 장우산을 탁 탁 털고 있으니, 어엿한 재선의원이 된 이호정이 손을 흔들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빗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실장님.”

“어어, 이 의원.”

사석에서는 내게 쿠사리까지 먹이는 이호정이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인지 녀석은 꽤나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국회의원이 비서실장에게 이러는 것도 살짝 이상하긴 했지만, 이호정과 양일호가 내 보좌관 출신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국가라기보다는 개별 정치인들의 오더와 네고로 운영되는 나라다.

제아무리 하늘에 구멍이 뚫리고 괴물들이 쏟아져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었다.

“이호정 의원. 원내대표 그만둬서 시원섭섭하겠어요. 총선도 열심히 했는데 말이죠.”

“책임은 다했으니 미련은 딱히 없네요.”

국방당 162석.

국민당 135석.

무소속 2석.

진보당 1석.

그게 이번 총선의 결과였다.

산술적으로 생각하면 국민당의 참패였지만, 국방당의 162석을 양판석-원옥분-유재경이 나눠 먹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나쁜 결과는 아니다.

애초에 국민당에서 중압감 있는 인사가 누가 있던가. 20대 후반인 이호정? 제주도지사 청중엽? 그도 아니면 청와대 비서실장인 나?

전부 국회에서 유리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사실 국민당 비대위원장인 신수광이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며 시작된 선거인만큼, 국민당은 기적적인 선방에 성공한 것이었다.

나는 간단한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인터넷에서는 이호정 원내대표더러 선거의 여왕이라고까지 하던데요. 누가 그 상황에서 자기 이름을 비례대표 22번에 집어넣습니까?”

“하하, 총선패배로 사퇴했는데 칭찬이 너무 과하십니다. 사실 저보다는 청중엽 지사님이 고생 많으셨죠. 아니, 이젠 대표님인가요.”

청중엽은 신수광이 실각하자마자 도지사를 사퇴하고 부산에 출마했다. 3선 제한 꽉 채우기 전에 기민한 처신을 보인 것이다.

애시당초 나와 작당하고 신수광을 약탈강도 혐의로 보내버린 원흉이 그였기에 그다지 이상한 선택은 아니었다.

청중엽은 공천권을 휘둘러 신수광과 난민캠프 계열 인사를 축출하고, 재벌들이 추천한 인간들을 국회의원 선거에 대거 내보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청중엽은 중앙정계에 진출했다.

“청중엽 당대표님. 오랜만입니다.”

“한승문 비서실장님 오셨습니까? 하하!”

“민생현안 해결이 시급한데 노련한 행정가가 정계에 들어오니 저도 마음이 놓입니다. 당정청 간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물론이죠. 예. 지금이 무슨 옛날처럼 교부금 가지고 기싸움하던 시절도 아니고. 비상시국에 서로 협력해야 상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광주가 대한민국의 농장이라면, 부산은 대한민국의 공장이다. 그리고 그 공장은 대체로 대기업의 돈으로 굴러간다.

그게 대기업을 등에 업고 출마한 청중엽이 부산-경남을 싹쓸이한 이유였다. 특히 남동임해공업지대는 대기업 제조업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생활권이었으니까.

물론 이제부터 국민당은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를 외쳐야 하겠지만, 무색무취한 정당으로 남는 것보다야 그게 더 나았다.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당은 친재벌-친헌터 정당으로 거듭났고, 국방당은 친난민-친군부 정당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이게 다 양판석의 그림이었다.

* * *

대충 인사치레 끝내고 짜장면 하나 시켜서 의원실에서 비비고 있으니, 그제서야 속편한 이야기가 툭 툭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청중엽 지사가 수더분하게 군만두를 으적거리며 말문을 텄다. 아줌마들 팬미팅 돌아다니던 사람답게 군만두도 참 야무지게 먹는다.

“으음. 이번 총선이 무승부로 끝나는 덕분에, 청와대도 마음이 꽤나 편해지겠습니다.”

“정치권에서 갈등이 격해질수록 일이 수월해지는 측면도 있긴 하죠. 개각 시즌에 장관 하나 총알받이 세우고서 나머지는 슬쩍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고. 양판석 대통령님이 이번에 군부 인사를 꽤나 등용하셨더군요? 김두식 국무총리 인선도 그렇고. 혹시 서울 탈환을 염두에 두신 건……?”

“허허. 나라 망할 일 있습니까.”

“하하! 제가 설레발을 좀 쳤습니다.”

이번 총선은 누구도 패배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총선 시작하기도 전에 약탈강도 스캔들로 쓸려나간 신수광이 유일한 패배자였다.

일단, 이번 선거는 철저하게 인물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역별로 밀어주는 정치인이 달라서 그런 것도 있고, 국민당-국방당 대립구도가 나 때문에 성사되지 않아서 그렇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거물들이 나름 공평하게 의석을 가져가는 결과가 나왔다.

양판석은 광주-전남을 석권했다.

대체로 청와대 참모 출신이 대거 당선되었는데, 이는 쌀값동결에도 불구하고 전라도의 강력한 지지를 증명한 것이었다.

원옥분은 전북-경북을 석권했다.

이로써 그녀는 국방당 당권을 장악하는 건 물론이고, 전국구 대선주자로서의 위치 또한 확고히 했다.

유재경은 세종-충청을 석권했다.

그는 신수광의 지지층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원하는 수도권 난민들은, 경제관료 출신인 유재경의 측근들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리고 청중엽이 제주-경남을 석권하고, 부산이 격전지가 되어 재선 이상 의원들의 개인기 싸움으로 흘러갔으니,

이번 국회는 그야말로 거물들의 전쟁터가 되었다.

차라리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이겼으면 협치와 상생 운운하면서 쇼라도 연출했겠지만, 이렇게 비등비등한 상황에서는 대전쟁이 벌어지는 게 국회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국회가 개판이 될수록 정부는 욕은 먹어도 일이 수월해지는 측면이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국회에 몰리기 때문이다.

나는 은근히 목소리를 깔고 본론에 들어갔다.

“……청중엽 대표님. 이제 슬슬 내년 예산안 논의 시작할 텐데,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는 않겠죠?”

청중엽 지사가 사슴 같은 눈망울을 순수하게 껌뻑거리며 말을 받았다.

물론, 눈빛만 순수한 거였다.

“당연합니다. 경제 쪽은 유재경 총리, 아니, 유재경 의원의 홈그라운드 아닙니까. 원옥분 지사 상대로 존재감 키우려면 그만한 이슈도 없지요.”

“미리 맞을 매라면 차라리 조금 당기죠. 최근 일본 난민들 북한에 들였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여론이 많습니다. 이번 주 내로 기재부에서 예산안 토스할 테니 국회에서 적절히 좀 받아 주십쇼.”

대충 정부 비난여론을 국회발 예산전쟁으로 덮자는 소리였다.

솔직히 사람들은 예산 가지고 싸우는 거에 별 관심 없었다.

대충 예산안 편성 몇십억 어쩌고로 몇 주 동안 싸우다 보면 사람들도 시큰둥하게 넘어갈 것이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국정감사 시즌으로 넘어가면 정부는 무난한 세월을 보낼 수 있었다.

예산정국 와중에 눈 먼 돈 훔쳐가는 놈들만 단속하며 정의의 사도 노릇도 하면서 말이다.

청중엽도 제주도에서 몇십억 우습게 만지작거리던 사람인지라, 별다른 설명 없이 능숙하게 협상을 치기 시작했다.

“하하, 국정 이끌어나가는 데에는 당연히 협조해야죠. 그나저나 신남방정책 관련해서는 혜안이 있으십니까?”

자기는 혜안이 있다는 소리였다.

아니면 누구한테 주워들은 혜안이라든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을 받았다.

“아뇨, 필리핀에서 또 쿠데타가 일어났다던데 정신 사나워서 못 살겠습니다. 휴우. 정권 바뀌면 마석 수입 계약 또 일일이 체결해야 할 텐데 말이죠…….”

“하하, 그러면 차라리 아세안 차원에서 조약을 체결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삼성 사이오닉에서 제게 조언을…….”

* * *

“어어, 채원이, 들어가.”

“안녕히 가세요. 의원님.”

“그래. 그래. 졸리다고 침대에 바로 엎어지지 말고, 치카치카는 좀 하고 자라. 국회 화장실에서 이빨 닦는 놈이 어디 있냐.”

“……!”

“그리고 임마. 냉장고에 레토르트만 넣어 놓지 말고 반찬 좀 챙겨 먹어라. 내가 마파두부 좀 넣어 놨으니까 밥도 볶아 먹던가.”

“……저희 집 언제 들어오셨어요?”

“니 저번에 놀이공원에서 자는 거 업어다가 눕혀놓을 때 들어갔다. 그리고 너, 요즘 자꾸 빨래 안 하고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데…….”

“아, 알겠습니다.”

피채원이 고개를 푹 숙이고 내게 손짓했다. 빨리 가란다.

나는 못 미더운 눈빛으로 녀석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대략 20m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바로 옆집으로 들어갔다.

시간은 밤 11시 즈음.

이모는 변호사 사무실 문 닫고 들어와서 세탁기 돌릴 시간이고, 이모부는 가게에서 남은 반찬 싸들고 돌아와서 야식 차릴 시간이었다.

요즘 경제가 망해서 그런지 야식이 점점 호화로워지는 느낌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현관에서 외출용 의족에서 실내용 의족으로 발목을 교체하며 가볍게 인사했다.

“다녀왔습니다.”

“어어, 승문이 왔나.”

여도식 사장님이 밝게 인사했고, 변소정 변호사님은 피곤한 기색으로 손을 대충 흔들었다.

두 사람은 벌써 식탁에 마주 앉아 세꼬시 몇 점을 초장에 찍어 먹고 있었다.

나는 양복도 벗지 않고 다가가서 손으로 광어회를 집어 먹었다.

“오늘도 광어에요?”

“요즘은 양식장 다 망해가지고 광어 밖에 안 팔더라. 그나마 몇 곳 버티던 데도 슬슬 장사 접기 시작했고.”

“쓰읍. 도다리 회 먹고 싶은데…….”

“그러면 경제 살리든가, 문디야.”

공수표를 남발할 수는 없었으니 경제 살리겠다는 말은 차마 못했다.

무엇보다 선거가 이미 끝나지 않았던가. 원래 정치인은 선거 끝나면 입이 무거워야 한다.

선거 직후는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쌓인 스트레스를 누구 하나 조지면서 푸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요즘은 최대한 몸조심하면서 정치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승문아.”

“예?”

조용히 회를 우물거리던 이모가 말했다.

“너 오늘도 TV 나왔더라?”

“아, 뭐 실수 있었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TV에서 자주 보니까 그렇다고. 그러고 보니 청중엽 지사 처음 당선되자마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었지. 그때 변호하다가 잘못돼서 사표 쓴 게 내 동기였는데…….”

돈에 영혼을 팔면서 살았던 우리 이모도 50대가 꺾이면서 사람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총기가 떨어진 건 아니었지만 슬슬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걸까. 로펌 그만두고 인권변호사 시작한 이후로 사람이 많이 유해졌다.

하여튼 양판석이 여러 방면에서 배려해준 덕에 꼬박꼬박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 11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옛날처럼 밤샘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니 이 정도면 웰빙 라이프였다. 오히려 기운이 남아돌아서 주말에 등산도 자주 다닌다.

오히려 나보다는 여도연이 더 바빴다.

“……누나 왜 안 들어와요?”

“오늘도 야근이랜다.”

“뭐, 대단한 인재라고 야근이야.”

“걔는 거의 잘 필요가 없잖니. 듣자 하니 30분만 자도 이틀 내리 싸울 수 있다던데…….”

“그래도 정신적 피로는 무시 못 하죠. 멀쩡히 싸우다가도 픽 하고 쓰러지는 게 인간이더라고. 고위 헌터들도 취침 스케줄은 체계적으로 관리해요. 잠 안 와서 수면제 먹는 경우도 있고요.”

“쯧, 걔는 요즘 경찰 노릇에 맛 들였더라. 공익에 관심 가지는 건 좋은데, 집안 평화에도 관심 좀 가지라고 그래라. 하여튼 옛적부터 엄마 말은 더럽게 안 들어가지구…….”

이모와 내가 열심히 여도연 뒷담화를 하고 있으니, 이모부는 회를 우물거리며 리모콘을 들고 TV 채널을 돌렸다.

TV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우중충한 소식들만 들려왔다. 예전과 다른 건 뉴스속보가 거의 없다는 거다.

이제 어지간한 연쇄살인도 뉴스속보로 보도하지는 않는 세상이었다,

그때였다.

「긴급 속보입니다!」

그 한마디에 온 가족의 시선이 집중됐다.

「현재, 북한에 신설된 일본 난민 거주구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S급 이상의 염동술사로 추정되며, 현재 금강산으로 도주하여 행방이 묘연한 상황입니다.」

「현재 강원도 국경선 일대에 경비계엄이 발동된 상태이며, 대통령은 행정대집행을 발동해 군경을 장전읍, 금강산에 파견한 상황입니다.」

「한편, 난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9급 헌터로 알려진 여도연 치안관이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졌으며, 민간인을 포함해 20명 내외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그 순간, 이모가 뒷목을 붙잡고 기절하는 바람에 식탁이 엎어졌고,

나는 전전긍긍하면서도 곧장 뛰어나가 차량에 올랐으며, 피채원도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와 차량에 합류했다.

새벽 1시 14분.

검은 관용차가 노란 가로등 불빛을 헤치며 심야의 도로를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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