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1 - 겨울철 여행은 가는 거 아니다 (3)
탕.
총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나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총소리였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던 연회장에 싸늘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군면제를 받았고, 전투현장에는 당연히 발도 들여본 적이 없었던지라,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기색이 더 짙었다.
이게 총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뭐지?”
“가스폭발…… 아닐까요.”
“아, 아하하, 이거 깜짝 놀랐습-”
몇몇 헌터들만이 심상찮은 기색을 눈치챌 무렵, 몇 발의 총성이 다시금 이어졌다. 이번에는 어디 영화에 나오는 총소리처럼 꽤나 적나라했다.
타다당-!
시간이 멈춰 버린 것처럼 모두가 굳어버렸다. 다들 서로 눈치만 보며 눈알을 굴렸고, 조금씩 불안에 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방금 총소리 맞죠?”
“김 비서. 당장 옥상에 헬기 대기시켜.”
“괴, 괴수 나온 거 아닙니까!?”
사방이 온갖 소음으로 자욱해지는 가운데,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안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국군 장성에게 지급되는 38구경 권총이 있었다. 양판석에게 선물받은 물건이다.
그리고 내가 이 권총을 들고 다니는 이유를 천천히 곱씹어보니, 지금은 괴수를 걱정할 때가 절대로 아니었다.
“……쯧.”
총은, 사람 잡는 무기였으니까.
* * *
총소리가 들려온 순간부터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일단 총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부터 천천히 짚어보자.
그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괴수가 하필이면 전경련 정기총회 당일. 그것도 호텔 연회장에 갑자기 나타났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 판단이었다.
설령 괴수가 나타났다고 해도 총성이 들릴 이유가 없다. 괴수는 총을 쏘지 않고, 민간 경호원들은 총기를 소지할 수 없었으니까.
즉, 총을 사용한 건 외부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테러네요.”
“뭐라고요?”
“테러라고요.”
판단은 빨랐다.
일단 테러범들의 공격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피채원과 천사장을 데리고 몸을 옮겼다.
“비상구로 갑시다.”
나는 조금씩 이동하며 주변을 살폈다. 재벌가에 소속된 헌터 몇 명이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드레스와 턱시도 따위는 그들의 살기를 감추지 못했다.
오히려 재벌들 사이에서 쭈뼛쭈뼛하던 헌터들이 그제야 기를 펴는 듯하다. 손꼽히는 고위헌터들이라 그런지 꽤나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어어, 이유정 대표. 오랜만입니다.”
“인사할 시간에 충전부터 하시죠.”
“아, 그건 이미 끝났고.”
빨간 드레스의 염동술사가 포크와 나이프를 구겨 총알을 만들고, 턱시도를 입은 헌터는 넥타이를 주먹에 감으며 스파크를 튀겼다.
꽤나 듬직한 모습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싸울 생각은 없었다. 대체로 헌터의 인지능력보다는 총알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총알이 아예 안 통하는 강체술사면 모를까. 헌터도 결국 머리에 총 맞으면 죽는 인간이다. 그리고 그건 아무리 강해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민간에 공개되지 않은 여러 전투에 대한 보고서를 읽은 사람이었다.
당장 장전읍 진압작전 당시 A급 이상으로 추정되던 장기밀매 세력 염동술사가 여다솔의 대물저격총으로 죽었다.
게다가 북한 쪽 국경선에서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헌터 깡패과 경찰특공대의 총격전만 봐도 헌터와 군인의 상성관계는 명확하다.
게다가 헌터들의 숫자조차 턱없이 적었다.
“쯧…….”
연회장에는 경호원이 한 명도 없었다. 있더라도 헌터는 아니었다. 다들 아래층에서 대기하는 중이다. 감히 재벌들 모인 장소에 초능력 쓰는 인간백정을 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연회장에 있는 헌터는 오직 재벌가의 일원들뿐이다. 개개인이 고위 헌터이긴 했지만 고작 5명도 안 되는 숫자다. 작정하고 덤벼드는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헌터들이 입구를 막는 사이, 서둘러 비상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박성이 짙은 선택이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자, 빨리 나갑시다. 연회장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나는 비상구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웬 방독면과 눈을 마주쳤다.
“……!”
“……!”
흠칫. 나도 놀라고 테러범도 놀랐다. 대략 1초 가량의 침묵도 잠시, 테러범이 거칠게 나를 붙잡았다.
“흐아악!”
“의원님!”
도망치려 발버둥 쳤지만 테러범이 기어코 뒤쪽에서 내 목덜미를 잡아챘다.
화들짝 놀란 피채원이 나를 구하려 몸을 던졌지만, 다른 테러범이 개머리판으로 피채원을 후려쳤다.
“채원아!”
녀석이 추욱 늘어지며 쓰러진다. 죽은 건지 기절한 건지 몰라서 머리가 하얘졌지만, 조금씩 경련하는 것을 보니 다시 머리가 차가워진다.
그리고, 마음속의 무언가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
테러범은 3명.
전부 방독면을 쓰고 있다. 나를 붙잡은 놈은 맨손이고, 여자로 보이는 놈도 맨손이고, 총을 든 놈은 한 놈 뿐이다.
그렇게 어떻게든 임기응변을 세워보려던 그때였다.
타앙-!
귓가 옆에서 들려온 총소리에 머리가 멍해졌다. 한쪽 귀가 잠시 멀어버린 것 같다.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넘어지니 테러범에게 붙잡혀 몸을 기댔다.
총을 든 놈이 좌중을 향해 다가가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총 든 놈이 다시 허공에 발포하고서 우리에게 소리쳤다.
“손, 들어라!”
어색한 발음의 한국어였다. 테러범은 아마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총 든 놈이 대표로 나서 우리들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면! 다치지 않는다! 정지! 가만히-”
그때 총 든 놈의 관자놀이로 쇠젓가락이 날아왔다. 우리 측 염동술사의 공격이었다. 그러자 테러범 여자가 손을 뻗어 막아냈다.
좋아. 테러범 여자는 염동술사고. 총 든 놈은 반응이 느린 것을 보니 비각성자다. 총 든 놈이 자기가 방금 죽을뻔한 것을 알아채자 성질을 내며 내게 총을 겨눴다.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나는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상태에서도 천천히 적의 동태를 파악했다.
적은 총 3명. 총 든 놈은 최소한 육체파는 아니고. 여자는 염동술사. 그러면 나를 잡고 있는 이놈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본다. 놈이 밟고 있는 대리석 바닥이 움푹 깨져 있다. 비정상적인 신체능력. 강체술사다!
콰직! 나는 내 머리에 닿은 총부리를 잡아챘다. 그리고 으스러뜨렸다.
총기가 무력화되자 총 든 놈이 당황해서 화들짝 물러난다. 나를 잡고 있던 놈도 깜짝 놀라는 기색이다.
그걸 신호로 우리 측 헌터들이 달려들었고, 나는 나를 뒤에서 붙잡고 있던 놈을 먼저 조지기로 했다.
“씨발, 좆……!”
뒤통수로 힘껏 놈의 턱을 찍어버리자 녀석이 비틀거렸다.
다리가 병신이었으니 엎어 매치기는 못한다. 나는 그대로 뒤에 체중을 실어 테러범과 함께 넘어졌다.
그대로 테러범을 껴안고 바닥을 구른다. 테러범이 내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지만 큰 타격은 없었다. 놈과 나의 신체능력은 완벽하게 똑같은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학창시절 내내 현직 이종격투기 선수의 스파링 상대를 하던 인간이었다.
“이…… 개……!”
원래 맞으면서 배운 건 몸이 기억하는 법이다.
나는 그대로 마운트 자세를 취하고 테러범의 얼굴을 가격했다.
정확히는 니 온 벨리(Knee On Belly)라고 불리는 자세였는데, 한쪽 무릎으로 상대방의 명치를 깔아뭉개면서 얼굴을 가격하는 것이다.
나는 한쪽 발이 없었으니 무게중심이 불안정한 나에게 최적화된 자세라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여도연이 말하는 바로는 그랬다.
“이이익……!”
그리고 이 자세는 상대방에게 완전히 올라타는 것이 아닌지라 그대로 암바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테러범 놈이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주먹을 붙잡고 옆으로 넘어지며 다리를 얽었다. 그리고 그대로 암바를 걸고선 놈의 팔뚝을 몸통에서 뽑아버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우두둑! 소리와 함께 놈의 팔이 어깨에서 추욱 늘어났다.
“아아악-! 칙-”
테러범이 가까스로 비명을 참는다. 그대로 발꿈치로 얼굴을 찍으려고 했는데, 발꿈치가 없어서 실패했다. 의족이 벗겨졌다.
아무튼 이 난리통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 강체술사와 접촉하고 있어야 했다. 나는 고통에 신음하는 테러범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전황을 파악했다. 재벌들은 입구에 몰려 도망치고 있었고, 테러범 염동술사가 상당히 강력한 모양인지 헌터들이 고전하고 있다.
그리고 채원이를 개머리판으로 후려쳤던 놈팽이는 테러범 염동술사에게 보호받고 있었는데…….
“저, 저, 저……!”
녀석이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핀을 뽑았다. 그리고 헌터들이 싸우는 곳 한복판에 던졌다.
등골에서부터 소름이 쫘악 올라왔다. 저 수류탄이 터지는 순간 떼죽음이 이어지리라. 나는 공포심에 목청껏 소리쳤다.
“수류탄 조심……!”
섬광탄이었다.
“아악-!”
뭔가 파바박 하더니 번쩍거려서 눈이 멀어버렸다. 소리는 어찌나 큰지 귀까지 멀어버렸다. 누가 내 귀에다 대고 소총을 갈기는 느낌이다.
대략 30초 정도 지났을까. 패닉에 빠져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바닥을 뒹굴고 있으니, 어느새 잡아두고 있던 강체술사 놈이 사라져 있었다.
와이셔츠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고 주변을 살폈다. 헌터나 일반인이나 똑같이 바닥을 뒹구는 와중에, 방독면을 쓴 테러범 3명이 창가에 서 있다.
정확히는, 유일하게 멀쩡한 테러범 염동술사가 나머지 두 명을 들쳐 매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눈물을 질질 흘리던 나는, 잔뜩 충혈된 눈으로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야-! 이 시발 것들아!”
벌벌 떨리는 손으로 안주머니에서 리볼버를 꺼내자, 그걸 본 테러범이 기겁하며 창문을 부쉈다.
재벌 놈들이 제주도 야경을 구경하면서 파티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연회장 한쪽 벽면이 통째로 유리창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24층이다.
염동력으로 날아서 도망치겠다는 작정인가.
그렇겐 못 두지.
“죽어!”
탕! 벌벌 떨리는 손으로 테러범에게 총격을 가했지만, 방금 섬광탄을 맞은 데다가, 평생 훈련도 받아본 적 없었으니 당연히 빗나가고 말았다.
그러자 테러범 염동술사는 순식간에 유리창을 제거하고서는, 추욱 늘어진 테러범 두 명을 들고서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밤하늘 속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이……!”
나는 창가로 기어가서 저 멀리 날아가는 놈들을 향해 총알 5발을 갈겼다.
그리고도 모자라 바닥에서 뒹굴던 서중섭 헌터(압구정파 전기뱀장어)를 질질 끌고 와서는, 허공에다가 번개를 미칠 듯이 뿌려댔다.
그러나 테러범 세 명은 결국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 * *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습니다.”
“아이고.”
그제야 가까스로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이 지긋한 경찰분이 은은하게 웃으며 보고를 계속했다.
“상공에서 23층 벽을 부수고 침입한 뒤, 특수한 매연으로 경호원들을 제압하고 비상구를 통해 24층 연회장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니, 테러범이 고작 그 3명이었단 말입니까?”
“현재 파악된 바로는 그렇습니다.”
엠뷸런스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온갖 부상자들이 들려 나가는 호텔 로비. 나는 의사의 치료를 받으며 경찰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나는 직급도 모르는 경찰 수사관에게 질문했다.
“이거 말이 안 되는데요. 전경련 총회를 타격하는데 고작 3명? 고작 3명이 23층의 경호원들을 전부 제압했다는 말입니까?”
“특수한 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렇다고 고작 3명은 아닙니다.”
의사가 마취주사를 놓고 팔뚝에 박힌 유리조각을 빼내는 와중에, 경찰이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일단, 여성으로 추정되는 염동술사가 A+급으로 보입니다. 물론 단순 출력만 계산했을 때 이야기고요. 헌터들을 제압한 실력을 보면 대인전 능력은 거의 최고 수준…….”
그래서 고위헌터들이 그렇게 달라붙었는데도 못 이겼구나. 우리나라 헌터들은 괴수 상대로 싸우는 데 익숙하니까. 일부만 빼면.
“그리고…… 총기를 소지한 헌터는 B급 강체술사였고요. 전신강화 능력자는 아니지만 총기를 휴대한 것을 보니, 반사신경은 거의 최상급으로 추정됩니다. 아마 옵저버가 아닐까 싶네요.”
“예? 일반인 아니었습니까? 이유정 헌터의 공격에 굉장히 느리게 반응했는데요. 쇠젓가락을 날렸는데 피하는 속도가 느렸…….”
“아아, 그건 이유정 헌터님이 염동술로 사격하는 분야로는 국내 최고봉이신 것도 있는데, 다름이 아니라, 장관님께서 상대하신 헌터가…….”
나이 지긋한 경찰관이 살짝 뜸을 들였다. 자기도 말하기 무언가 민망한 기색이었다.
“그게, 현장 상황이나, 주변 증언을 종합해 봤을 때, 장관님께서 제압하신 테러범이 SS급 강체술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근접전이었다고 하더군요. 다른 헌터분들의 눈에도 말입니다.”
“…….”
복날 개 패듯이 쥐어팬 놈이 SS급이랜다. 조금 당황스런 심정이었지만,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B급 옵저버. A급 염동술사. SS급 강체술사였던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테러를 일으켰는데. 한 명도 죽지 않았다고요?”
경찰관이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야. 채원아.”
“네……?”
“너, 괜찮은 거 맞지?”
“네…….”
잠시 기절했던 피채원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서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안색은 허옇게 질려 있었지만, 생명에 큰 지장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피채원을 개머리판으로 때린 놈이 B급 강체술사랜다. 그리고 피채원은 돌머리가 아니었으니, 테러리스트가 힘조절을 해서 때린 것이었다.
즉, 사망자가 0명인 건 절대로 우연이 아니라는 소리인데…….
“…….”
제주도 재벌총회 장소에 발생한 테러. 하지만 사망자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테러인가? 왜 재벌들을 노렸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피해자가 재벌들이었던지라 기자들은 폴리스 라인을 넘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당장 모든 병원에서 그 비싼 응급헬기를 띄워 보냈다.
재벌들은 잔뜩 겁에 질려서 온갖 경호원들을 불러 모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주도지사 청중엽은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모든 경찰병력을 소집했다.
즉, 다른 지점의 치안에 공백이 생긴다.
그리고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핵심기관이 모여 있는 곳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은 다름 아닌…….
“……헌터 아카데미.”
헌터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건설된 초상산업단지.
그리고 그곳에서 연구되고 있는 '각성제'.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테러범들의 진정한 목적이 명확히 밝혀졌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경찰관에게 소리쳤다.
“각성제가 위험합니다! 지금 헌터 아카데미에 설진운 헌터 있지요? 동대문파 인원들 절대로 이리로 오지 말라고-”
“장관님?”
“……!!”
익숙한 목소리에 기겁하며 뒤돌았다. 설진운 헌터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각성제가 위험하다니요. 그게 무슨…….”
“제기랄!”
싸늘한 입김이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바람 사이로 흩어졌다.
갑갑한 마음에 하늘을 보니 어느새 불어난 먹구름이 밤하늘의 초승달을 가렸다.
현재 시각 11시 36분.
제주도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