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191화 (191/296)

EP 28 - 초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6)

총퇴각이 성사되었다.

헌터들을 위한 여객기 82대가 다윈 국제공항을 드나들었다. 그들을 호위하기 위한 전투기들은 그보다 더 많았다. 그리고 이런 돈지랄이 가능한 나라는 손가락으로 꼽는다.

사람 목숨이 돈보다 귀하다는 소리도 결국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소리다.

호주의 700만 피난민들도 결국 외국으로 도망칠 돈이 없어서 그렇게 된 거였다.

물론 그 돈을 버는 과정이 조금 지저분하긴 했지만, 돈 쓰면서 원산지 따지는 인간은 없었다.

“사, 사랑합니다! 장관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귀국을 앞둔 헌터들은 잔뜩 흥분해 있었다. 그들은 갑작스레 애정을 고백하거나, 내 이름을 연호하며 휘파람을 부는 식으로 기쁨을 표했다.

물론 그들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간 테러의 위협에 노출된다.

정부에선 나를 위한 전용기를 마련해 주었다. 극소수의 헌터들만이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여도연이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비행기 창가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다. 날카로운 눈매에 예기는 온데간데 없고, 오직 미련과 애상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진운이네는 조금 더 버텨본다더라.”

“……그래?”

“기사회 아시아 지부장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그쪽 빼면 전부 귀환하는 것 같다. 의외로 압구정파도 순순히 집에 간다고 했으니…….”

확실히 홍선아를 필두로 한 압구정파가 순순히 귀환에 찬성한 건 기이한 일이었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나는 누나가 내 옆에 있는 게 더 신기한데.”

“……뭐?”

“끝까지 남을 줄 알았거든.”

뒷골목에서 고등학생들끼리 패싸움하는 게 보이면 둘 다 줘패서 화해시키고 경찰서 끌려가던 게 여도연이다. 여도연을 경찰서에서 빼내던 게 나인데 내가 그녀의 성격을 모를 리가 없다.

“남지 그랬어?”

“…….”

“내가 그 정도는 용인할 수 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후회할 것 같지는 않아?”

그러나 여도연이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한참 고개 숙인 채로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창가로 고개를 돌려 표정을 숨겼다.

그리고 투박하게 나오는 한 마디.

“……미안해서 그렇다.”

“뭐가? 왜?”

“…….”

여도연은 담담하게 설명했다.

괴수들의 위험성이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게 그녀라고. 자기가 내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힐 뻔했다고.

여도연은 그 사건 때문에 생각이 복잡한 모양이었다.

나도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

“…….”

전용기는 넓었으니 다른 자리는 많았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여도연이 나를 불렀다.

“야.”

“어.”

“뤼미에르가 전해달라더라.”

“……뭐?”

“이해한다고.”

* * *

세월은 아주 평탄하게 흘러갔다.

커다란 변화 따위는 없었다. 한국은 그저 남들이 퇴각할 때 같이 퇴각한 것뿐이고, 덕분에 국제사회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도 않았다.

따라서 국내 정세는 평온했다.

해외에서는 탄핵이니, CIA 생체실험이니, 호주 정부 생체병기니 하는 여러 논쟁들이 오갔지만, 한국에서는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했다.

사실 양판석이 암암리에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어떠한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긴 했다.

「기사회, 격전! 그러나 지저괴수는 어디에?」

「퀸즐랜드 방어선 붕괴. 대규모 피난 시작.」

「판데모니엄 작전 성공! 여왕의 목을 치다!」

물론 이따금 오스트레일리아발 전황(戰況)이 네이버 뉴스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흔하디 흔한 해외 뉴스에 불과했다.

어디 도시가 무너졌다느니, 초인들이 영웅적으로 사람을 지켰다느니, 미친 초인이 수백명을 학살했다느니, 그런 소식은 매일같이 들려오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리고 한국인들은 이제 그런 소식에 관심이 없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에 살았고, 그들은 세기말에 살았다. 비일상의 공격에서 일상을 수호한 것. 그것이 양판석과 나의 최대 업적이었다.

오히려 지금 이슈가 되는 것은 GS 방위대행사의 첫 번째 공개채용에 대통령 아들이 지원했다는 소식과,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가 몇 년 만에 귀환한 매니저와 탑스타 출신 헌터의 재회 이야기였다.

게다가 정치권도 총선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바람에, 김두식과 유현종을 포섭하는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를 이긴다는 사실 때문에 난리지, 오스트레일리아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심지어 나에 대한 이야기도 별로 없었다.

인터넷 정치게시판 빼고 말이다.

「ahsld322 : 호주 퀸즐랜드 방어선 무너져서 100만 명이 죽을 위기라네요 ㅜㅜ」

「DIca : 또또또또 시발 한승문 탓하네」

「ahsld322 : 그런말 안 했는데요?」

「보라스톤투 : 맨날 우리가 외국한테 엿먹던 심정이었는데, 우리가 외국 엿먹이니까 기분이 묘하다…… 미국인들은 항상 이런 양심통을 가지고 살아왔을까」

「진도개 : 어찌됐든 이건 한승문이 짊어져야 할 흑역사임. 호주 탈환하겠다고 UN본부 만국기 아래에서 연설해 놓고 상황 안 좋아지니까 손절한 거잖아」

「민서맘 : 외국이 해줄 도의적인 책임은 다한 것 같네요……^^ 무보수로 가서 괴수들 많이 잡아줬는데, 집에 돌아간다고 욕하는 건 호주 국민들 양심이…….」

「우국충정6 : 죄없는 한승문이 좀 그만 괴롭혀라 매국노들아……. 나라 망칠려고 작정했나!! 으휴 한국 떠나라 제발. 나라위해 온갖 오명을 뒤집어써도 이렇게 욕먹는 거 보면 내가 다미안하구나.」

오늘도 평소와 같이 일어나자마자 인터넷 뉴스를 확인했다. 의외로 나에 대한 욕이 적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아무래도 시대가 그렇게 된 모양이다.

즉, 그냥 이렇게 정치생활 계속해도 무방할 것 같다. 내 부도덕적인 면모를 대통령이 은폐하고 국민들이 이해했다.

그러나, 도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시대일수록, 그 책임이 더욱 무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쓰라린 마음에 담배만 태우고 있으니, 피채원이 다가와 다음 일정을 알렸다.

“의원님? 이호정 원내대표님이 경인권 피난민 협의체와의 식사자리를……. 콜록!”

“아……!”

터져나온 기침소리에 황급히 담배를 재떨이에 비볐다.

원래는 피채원이 있는 자리에서 흡연은 상상도 못했겠지만, 요즘 따라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무는 일이 잦다.

어느새 나쁜짓도 습관이 된 모양이다.

간접흡연에 피해를 본 피채원이 말없이 눈을 흘겼다.

특유의 냉랭하고 음울한 눈빛이, 그 시꺼먼 눈빛이 나를 내려다봤다.

“…….”

“미, 미안하다…….”

기가 죽어 사과하니 녀석이 한숨을 내쉰다.

“끊으시는 건 어떨까요.”

“이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란다…….”

“전형적인 남자들의 변명이네요.”

“담배 피는 여자들 무시하냐? 이 젠더감수성 떨어지는…….”

“…….”

“……아, 미안하다니까.”

“…….”

“아, 알았어! 알았어. 끊을게. 끊을게. 무슨 와이프도 아니고 이렇게 꾸사리를 맥여?”

“의원님 사모 되시는 분도 저보다는 의원님과 함께한 시간이 적을 것 같은데요. 아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담배 끊으시라는 말입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자주 안 피우셨잖아요.”

“……쯧!”

귀신같은 놈. 흡연이 늘어난 것을 귀신같이 알아챘다.

하지만 나는 또 무의식적으로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다가 녀석에게 제지당하는 것이었다.

“의원님.”

“아.”

이건 습관이 아니라 중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안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쓰레기통에 넣었다.

피채원은 이제 나를 책망하기보다는 걱정하고 있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그랬거나.

“……괜찮으신가요?”

“어, 어어. 괜찮아. 괜찮아.”

“안 괜찮으신 것 같은데요.”

“거, 참. 내 컨디션은 내가 알아.”

“아뇨. 제가 더 잘 압니다.”

“…….”

껄끄럽긴 해도 틀린 구석이 없는 말이다.

나는 녀석에게 작게 손짓했다.

“채원아. 이리 와서 앉아봐라.”

“다음 스케줄까지 42분…….”

“취소시켜.”

“네.”

녀석은 핸드폰을 몇 번 두들기더니 내 곁으로 와서 앉았다.

나는 녀석의 모습을 눈으로 흩었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좋다. 양판석 밑에 들어간 게 그 증명이다. 그리고 모처럼 그 능력으로 피채원이라는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

처음 봤을 때보다 다크써클이 진하다. 양복바지 밑단이 조금 닳아 있다. 등허리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생머리는 머리를 길렀다기보다는 깎지 않은 것에 가까웠다.

애석하게도 그 나이 또래들처럼 활기차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통찰력과 잔잔한 위압감마저도 존재했다.

특히 그 음울한 눈빛은 지옥을 겪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의원님?”

“…….”

“왜 그런 눈으로 보시죠?”

말투는 어리숙하지만 목소리는 차갑다. 냉정한 인품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망가진 것이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부모의 죽음을 눈으로 본 아이니까.

인간관계는 지극히 좁다. 뒷조사 결과 일가친척 모두가 게이트 사태로 숨졌다. 8촌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면식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 오히려 피채원에게 빌붙으려 접근했다가 녀석이 선을 그었다.

미성년자 시절 법정대리인은 나였지만 이제 성년이 됐다. 거주지는 양판석이 마련해준 해운대의 단독주택. 내 옆집이다.

“……제 생각을 하시네요?”

“…….”

“조금 뻘쭘한데요.”

피채원은 나에게 의지하는 바가 크다. 당장 천금순 사장 마음을 읽고 주식만 해도 떼돈을 벌 수 있는 놈이 내 옆에서 고생하는 걸 보면, 타산적인 이유가 아니라 인간적인 이유였다.

나는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마음 속 빈자리에 내가 들어갔음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으나, 녀석이 나를 따르는 정확한 이유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피채원이 내 마음을 읽는 것을 꺼림칙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내가 가진 커다란 장점 중 하나였고, 나는 그 덕에 희귀능력자와 긍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만하시죠.”

“…….”

“의원님?”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나는 운좋게 기득권이 되었으나 기득권에 물들지는 않았었다. 덕분에 차재균과 원옥분에게 도전하며 양심에 떳떳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나는 차선책의 필요성을 체득했다. 공익과 양심이 상존하지 않음을 안다. 모두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만.”

“…….”

“의원님. 그만…….”

너무도 많은 것을 알아서 나는 내 양심을 조금씩 버렸다. 그렇게 조금씩 깎아내던 양심이 어느새 닳아버렸다.

나는 이제 손쉽게 양심을 접을 줄 아는 사람이 됐고, 범인(凡人)은 하지 못하는 짓거리를 스스럼없이 저지를 줄 아는 초인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양심에 떳떳하지 못하다. 이제 내 마음은 자랑스럽다기보다는 부끄러워졌다. 그게 양심을 버린 대가다.

고로, 나는 이제 피채원이 껄끄럽다.

그게 진실이다.

“…….”

“…….”

내 고백이 끝나자, 피채원은 충격받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이 이 사실을 몰랐던 건지 외면했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녀석을 껄끄럽게 생각한다는 속내는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채원아.”

“…….”

“너랑 나랑 오랜 시간을 함께한 건지는 조금 애매하긴 한데. 우리가 참 중요한 시간을 함께한 건 맞지 않냐?”

피채원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내가……. 너한테 조금 떳떳한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살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

“사람도 죽이고, 담배도 못 끊고, 정치는 좆같이 하고…….”

무의식적으로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아까 전에 담배를 쓰레기통에 던진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입맛을 다시는데 피채원이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그리고 조용히 내게 한 개피 꺼내서 내밀었다.

여기서 그걸 받아 피우는 어른은 없다.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채원아.”

“……네.”

“내가 사실 그렇게 되먹은 인간은 아니다. 학창 시절에 다리병신 취급받고 자라서 인간성이 조금 더러워요. 대학교 총학 회장 하던 시절에도 병신전형으로 들어온 애가 맞먹는다고 욕 많이 먹었어.”

이건 가족한테도 안 한 소리다.

“그런데 나 같은 병신이 멀쩡한 사람들 위에 서는 게 얼마나 기분이 좋겠니? 남들한테는 음주운전 도로교통법 바꾸려고 정치한다고 말은 했는데. 나처럼 순수한 권력의 화신이 없었을 거다. 아마.”

요점은 이거였다.

“그런데 세상이 병신이 되니까 내가 멀쩡해지더라. 남들 배곯을 때 고깃국 먹고 앉았으니 얼마나 좋냐? 그런데 먹고 살만 하니까 도덕적인 공명심이 생기는 거야. 막 부조리를 개혁하는 영웅이 되고 싶고 그래. 그래서 차재균이랑 원옥분이를 담갔다.”

“…….”

“그런데 내가 생각을 못했던 건. 그 사람들 빈자리를 내가 채워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나는 그 악당들이 왜 그 짓을 했는지 이제서야 깨달았다.”

권력은 독했다.

지독한 세상이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이거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채원아.”

“…….”

“그런데 누군가는 해야지. 그러니 사람이기를 포기해야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니까.”

초인들의 세상이다.

불합리한 광기가 세상을 좀먹고,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세상에 뒤섞이고, 인격이 있는 핵폭탄들이 걸어다니는 미친 세상이다.

누군가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겠지만, 주인공 노릇을 해보니까 이렇게 개같은 곳이 따로 없다.

“사람이 미친다. 채원아. 사람이 미쳐.”

“…….”

“점점 내가 아니게 된다. 해야 할 짓만 골라서 하니까, 결국 자유의지가 아니라 의무로만 움직이게 돼. 그게 사람이냐? 기계지?”

인간성이 마모되는 나날이었다. 양심의 가책을 줄이기 위해서는 양심을 버려야 한다. 그렇게 결국 마지막 한 발자국을 내딛기 직전까지 왔다.

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700만 명을 버린다.

그곳에서 싸우는 기사회와, 동료들을 버린다.

그렇게 권력자로 남겠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위에서 끌어주는 양판석이 있고, 아래에서 밀어주는 양일호와 이호정이 있으니.

그런데 이대로 10년이 지나면 내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양심이 있긴 할까? 마음이 있기는 할까? 애초에 사람 새끼로 남아있긴 할까?

모르겠다. 그냥 다 모르겠다. 내가 나를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내가 뭐냐고 물었다.

다행히도, 그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딱 하나 있었다.

“채원아…….”

“…….”

“내가 하고 싶은 게 대체 뭐냐?”

대답은 즉각적으로 돌아왔다.

물어본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었다.

“대통령 하고 싶으시겠죠. 뭐.”

“……뭐?”

“맨날 말씀하시잖아요. 꼬우면 권력을 잡으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지.

어안이 벙벙해져서 눈만 끔뻑거렸다.

피채원은 그런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어차피 들이받으실 거 이미 알고 있었어요.”

“…….”

“그러니 제가 드릴 말씀은, 언제나 따라가겠다는 것 뿐이네요.”

소녀가 웃었다.

아주, 아주 오랜 시간 끝에 웃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 * *

“각성제 50만 개만 풀죠.”

“……뭐?”

“이번에 마석 가격으로 장난질 쳐서 돈 좀 당기지 않았습니까.”

대뜸 하는 소리가 뭔가 싶었는데 개소리였다.

양판석이 한승문에게 물었다.

“……각성제 50만개 만들 돈이면 대한민국 경제회복이 가능해 이 사람아. 실제로도 그럴 만한 돈이 모이기도 했고 말이야. 그런데 그걸 각성제에 붓자고?”

“그렇죠.”

한승문이 방긋 웃었다.

양판석은 저걸 재떨이로 한 대 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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